에디터 시리즈를 기획했던 이유는 대단치 않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 에디터로 지내고 있는 이유를 다른 에디터들의 말 속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또, 에디터로서 겪었던 비애를 명명하게 드러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에디터’라는 공통점 하나로, 서로 다른 시공간을 꾸려가는 다섯 사람이 모였습니다.
제게 영감을 줬던 다섯 명의 에디터와 다르게, 제가 에디터가 된 경유는 단촐합니다. 무엇 하나 특출나지 않았던 저는 언제나 내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해왔을 뿐입니다. 무스펙 대학교 졸업자를 채용해 준 첫 직장에서 기획자로서 제 쓸모를 발견했고, 그에 걸맞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 ‘편집자’ 등 여러 칭호로 불리면서도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무형의 것을 기획하고, 글을 쓰며 돈을 버는 사업에 참여하는 일은 저만의 생계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에디터 직무에 관심을 가진 건, 원티드랩 입사 후였습니다. 자신의 일과 경력을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고 매순간 진심으로 투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사업에 의미 있는 성과를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게)’ 전하는 것이 원티드랩에서의 제 주업무입니다. 자꾸만 제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는 멋진 인터뷰이를 만나며 제게도 조금씩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효린 님은 왜 에디터로 일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이제 “사랑을 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이 좋아서요.”라고 뜬구름 같은 답변을 하고 싶습니다. 에디터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깊은 기저에는 늘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애정에서 최고의 하나를 골라내는 일에는 오랜 인내가 필요하고, 오랜 인내에는 다정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바라 봅니다. 뛰어난 문장력과 기획력보다 사람을 꾸준하게 사랑하고, 사랑을 하는 사람의 용기를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인터뷰한 다섯 명의 에디터 역시 매순간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횡설수설하는 제 빈손을 외면하지 않고 긴긴 이야기를 들어 준 인터뷰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이 시리즈가 에디터의 세상을 딸깍, 한 번 비춰 준 손전등 같은 역할을 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