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ersㅣ어느 날 팀장이 된 14년 차 마케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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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리즈의 8화입니다.


어느덧 14년 차가 된 신세계백화점 이형기 마케터. 그간 팀원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콘텐츠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단단히 다져왔다면 이제는 팀장으로서 한 팀을 리딩해야 할 때다. 




이형기 마케터의 성장엔 남다른 비밀이 있다. 바로, 퇴근 후 개인 시간. 그는 꾸준히 기록해 온 블로그를 시작으로 강연, 룩북 촬영, 에세이 기고, 그리고 도서 출판까지 전 영역의 콘텐츠를 다뤄왔다. 특히 최근에 발간한 도서 <리:티핑 포인트>는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 이제는 작가로서도 발돋움한 그에게 세상은 아직도 새로이 도전할 콘텐츠 투성이다. 

망설이기보다 일단 시작해 본다는 그는 팀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까. 오늘은 그의 부캐인 ‘사진 찍는 마케터’도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 콘텐츠전략팀 팀장 이형기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반갑습니다, 형기 님. 형기 님을 처음 만나게 될 독자들께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신세계백화점 콘텐츠전략팀 팀장 이형기입니다. 최근 팀원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5개월 차 신입 팀장이죠. 2008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팀장이 된 지금까지 줄곧 신세계백화점에서만 일해왔어요. 


신세계백화점 콘텐츠전략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콘텐츠전략팀은 신세계백화점 앱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관리해요. 크게 세 파트로 나뉘는데, 먼저 앱에서 노출되는 전체 서비스를 기획 및 운영하는 파트가 있어요. 광고 비즈니스 미디어 세일즈 파트는 온라인 및 옥외 광고 구좌를 판매합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소싱하는 파트가 있는데, 콘텐츠는 신세계백화점 마케터가 기획·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외부 협력사(프로바이더)로부터 제공받는 콘텐츠로 나뉘어요. 후자의 경우 지니뮤직,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여행에 미치다, 나우무비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습니다. 


팀장이 되니 기분이 어때요?

사실 직책에 대한 큰 욕심은 없어서, 승진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실무가 즐겁고, 퇴근 후 저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게 재밌었으니까요. 그래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마케팅팀의 팀장이 되어 보니 커리어 측면에서 성취감도 들고,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부담이 엄청 되긴 하지만요.


팀장이 된 후 가장 처음 한 일은 무엇인가요?

지인들에게 식사 대접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선배나 동기들에게 술과 고기를 사느라 100만 원은 넘게 쓴 것 같네요. 


팀원이었을 때와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우선 팀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무게감이 큽니다. 외부의 달라진 시선도 느껴지고요, 업무 권한도 커져서 제가 주도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됐죠. 


팀장이 되어 좋은 점이 있다면요?

팀원일 때는 보고해야 하는 라인이 꽤 길었는데 이제 보고 단계가 조금 줄었다는 것?(웃음) 




반대로, 5개월 차 초보 팀장으로서 부딪히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질문에 대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워요. 유관부서와의 회의 자리에서 팀을 대표해 답변하는 것은 당연하고, 윗분들의 갑작스러운 유선 질문에 대답도 잘해야 해요. 모른다고 해서 그분들이 저를 기다려 주시지 않기 때문에 팀원들의 업무와 팀 현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며 사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사소한 변화인데요, 팀에서 농담하는 게 쉽지 않아졌어요.(일동 웃음) 아무래도 팀장이라는 직책이 편안함을 주긴 어렵다 보니, 정말 웃긴 이야기가 아니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원래 재미있는 사람인데… 조금 아쉽습니다.


팀 분위기도 궁금해요. 

업무는 물론이고, 그 밖의 이야기까지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제가 팀원일 때 그런 팀을 원했거든요.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2주 이상의 장기 여행도 독려하는 편이고, 저녁 회식은 절대 없습니다. 메뉴 선정하는 것도 막내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일해 놨어요. 물론 원하는 메뉴가 있다면 바꿔도 됩니다.(일동 웃음)  

이런 노력을 해도 팀장을 동료만큼 편하게 대하긴 쉽지 않겠죠. 그래도 최대한 팀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반영하려고 해요. 실무를 하는 건 팀원들인데, 원하지 않는 일만 하게 되면 팀의 의욕이 저하되니까요. 대신 제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지원 요청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팀장 경험을 회고해 보자면요?

처음에는 업무지시와 권한 위임의 기준점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권위적인 스타일도 아니라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팀장이 팀원의 실무에 간섭해도 되는 건지 고민이 컸죠. 그래서 초반 1~2개월은 팀원들을 관찰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데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3개월 차부터는 파악한 팀원 성향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며 업무에 시너지를 내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꼼꼼해서 디테일을 잘 챙기지만 새로운 도전을 어려워하는 팀원이 있다면 시작을 도와주고, 반대로 디테일이 필요할 땐 제가 팀원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어떤 팀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영감을 많이 주는 팀장’이 되고 싶어요. 사실 이번에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회사에 아는 분이 거의 없어요. 요즘 마케터들은 책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 저희 회사는 현직 때 책을 쓴 사람이 없거든요. 상사는 물론이고 동기들도 잘 모르는데 팀원들에게는 저의 활동을 전부 다 공유했어요. 누군가는 영감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팀장은 팀원의 성장을 챙겨야 합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그동안 제가 해온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설명해 주면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말했어요. 아직까지 도움을 요청한 팀원은 없지만요.(웃음) 


팀장에게 팀원의 성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 팀이 생긴 지 3년밖에 안됐는데, 벌써 12명인 팀으로 커졌어요. 여기서 더 성장하려면 팀원이 성장해야 하고, 그래야 팀장도, 팀도 성장할 수 있어요. 팀원의 부족한 점을 제가 어떻게 보완해 줄 수 있을지, 그래서 팀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매번 고민하고 있어요. 


팀장에게 필요한 역량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도전하는 마인드와 설득력, 그리고 실행력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팀의 성장은 멈춥니다. 단순한 오퍼레이팅만 한다면 가치가 없으니까요. 존재감을 위해 회사에서 밸류를 만들어 내야 해요. 그런데 새로운 밸류를 만들어 내려면 팀장은 인풋도 많아야 하고, 그 인풋을 정리해 우리 회사 업무에 적용도 미리 시켜놔야 해요. 정리된 내용을 토대로 ‘왜 그 프로젝트를 해야만 하는지’ 실무자들과 상사를 설득도 시켜야 하고요. 그다음 추진력 있게 실행해야겠죠? 




마지막 질문이에요. 만약 제가 팀원이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세요? 

실제로 팀원들에게 퇴근 후 어떤 활동을 하냐고 종종 물어요. 그러면 ‘골프를 시작했다’ 혹은 ‘테니스를 시작한다’ 등 여러 답변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다시 물어봐요. ‘그거 정말 네가 원해서 하는 거야? 아니면 미디어에서 그게 트렌드라고 하니까 그냥 따라 하는 거야?’라고요.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중요해요. 골프가 유행이라고 해서 휘둘리듯 운동을 시작한다면, 절대 오래 지속할 수 없어요. 물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알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일단 좋아할 것 같은 걸 시작해 보고, 안 맞으면 빠르게 그만두세요. 실패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어요. 수많은 선택지 중에 내가 싫어하는 걸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계속 도전했던 여러 기회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고,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기회를 만나게 됐어요. 지금도 여러 제안이 오면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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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요약>
  • 처음 팀장이 된 이형기 마케터는 팀원의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해 줄 수 있을지, 그래서 팀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매번 고민한다고 합니다. 
  • 물론, 팀장을 동료만큼 편하게 대하긴 쉽지 않죠. 그래서 최대한 팀원들의 의견도 많이 들어주고 반영한다고 해요. 실무를 하는 건 팀원들인데, 원하지 않는 일만 하게 되면 팀의 의욕도 저하되니까요.
  • 그는 팀원에게 일단 좋아할 것 같은 걸 시작해 보고, 안 맞으면 빠르게 그만두라고 말합니다. 실패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다고요. 



CREDIT
글ㅣ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ㅣ이용석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