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

글ㅣ이주형 전)루트로닉 HR 부사장

MZ세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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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조직 내 관계의 법칙> 시리즈의 2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 특정한 사람을 보며 “요즘 MZ세대는 참을성이 없고, 싫증을 잘 느끼며,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찾아볼 수 없는 세대”라고 단정 짓긴 어려운 일입니다. 
  • 언제 태어났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돼서는 곤란해요.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로 인식해야 합니다. 
  •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매진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움받는 시너지를 추구하는 것은 어떨까요?

MZ세대란 20~30대의 젊은 층을 일컫는 말이다. 그 이후 세대는 알파세대라 부른다. 그런데 다른 연령층에서 MZ세대라고 부를 때는 조금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다. MZ세대라고 하면 젊은 층의 특징인 가능성, 창의성, 활력 등을 의미하기보다 요즘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 열풍과 맞물려 개인주의적이고, 쉽게 싫증 내고, 조직 충성도가 약하며, 팀워크에도 관심이 없는 세대로 치부해버리는 느낌이다. 사실 방향만 다르지 본인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은 무엇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꼰대라고 부르는 현상과 비슷하게 보인다.




누가 MZ세대를 정의하는가


링크드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 HR 매니저가 있다. 30대 초반이니 연령대로 보아 MZ세대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고, 포스팅하는 게시물들이 인상적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의 이력을 살펴보고 조금 놀랐다. 직장 생활 6년 경력인데 지금 다니는 회사가 무려 10번째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한 회사에 평균적으로 1년이 안 되는 것도 놀랍거니와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 하는 유명한 기업들에 척척 입사한 것을 보면 개인 능력은 물론이고 이력서 쓰는 법, 면접에 관한 노하우도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기간 없이 바로바로 이직한 것을 보면 그나마 짧게 근무한 곳에서도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상당한 시간은 이직을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이전 회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도 댓글을 통해 활발히 소통 중이었다.

이 한 사람을 보며 “요즘 MZ세대는 참을성이 없고, 싫증을 잘 느끼며,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찾아볼 수 없는 세대”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예를 하나 들어보자. 택배 회사 A와 B 중 하나를 선택해 거래해야 하는데, 두 회사는 명확히 다른 특징이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에 택배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1년간 A사는 평균 11시 30분에 물건들을 배달해 줬으나 B사의 배달 시간은 평균 오후 2시였다. 당신은 어떤 택배사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히 A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A사는 평균 도착 시간이 11시 30분이었지만 개별 데이터를 살펴보니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평균만 11시 30분 정도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B사는 거의 일정하게 오후 2시에 도착했다. B사의 경우는 충분히 예측과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사례를 ‘평균의 함정’이라 하는데, 과거 ‘6 시그마’*가 열풍일 때 업무를 이런 형태로 변환시켜 문제를 파악하고 ‘Variance is the enemy’라는 슬로건 하에 변수들을 제거해 혁신을 추구했었다. 정확한 정규분포 상황이 아니라면 평균은 그 집단 전체를 나타내주는 성격이 될 수 없다.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정립된 품질 경영 기법 또는 철학


우리가 흔히 연령대에 맞춰 MZ세대라 규정하고 이들의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을 언급하는 것은 바로 이와 비슷한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한다.



첫째, 20~30대의 연령대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즘은 한 살만 차이가 나도 생활 습관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대학생들조차 한 학년만 많은 선배도 꼰대로 인식되는 상황이고, 29살과 31살도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2023년도에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Chat GPT를 통해 모범적인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참조하고 자신이 작성한 것들을 검토 받기도 한다. 그러나 불과 1년 전에 입사한 직원들은 입사를 준비할 때 아예 ChatGPT란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사회의 변화가 이토록 빠르게 일어나고 이에 적응해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다른데 무려 20년을 아우르는 세대를 한데 묶어 ‘요즘 MZ세대는’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MBC 예능 <라디오스타>



또한, MZ세대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런 구분에 별 관심이 없다.
MZ세대의 아이콘이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래퍼 영지가 TV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한 말이다.

“MZ세대들은 본인들이 MZ세대인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MZ세대란 구분은 알파벳 계보를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이 아닐까요?”

MZ세대의 부모들인 베이비부머란 용어는 나중에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짓고 여러가지 특징들을 규정했지만 이후 X세대, 밀레니얼세대, MZ세대, 알파세대 등의 용어는 이들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낸 기성세대가 편의상 후배 세대들을 관리하기 좋게 묶어 부르는 느낌이다. 특히 MZ세대란 단어에는 자신들의 살아온 삶의 방식과 생각이 다른 후배 세대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약간의 편견과 부정적 의미를 담았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다


세대 차이는 함무라비법전에도 언급되듯, 인류가 살아오는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해왔다. 사살 대한민국은 최근 수십 년간 그 어느 나라보다 급격하게 발전해 왔고 이에 적응해 살아내느라 다른 세대를 품고 이해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일 여유가 없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은 사회 변화가 너무 심해 내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세대별로 특징을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니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로 인식해야 한다. 세대별로 다른 것이 아니라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어서, 이런 시대에 잘 살기 위해 적응하고자 그런 특징을 보이게 된 것이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요즘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베이비부머들은 한 번 입사해서 별 사고 없으면 그곳에서 은퇴하는 것을 당연한 미덕으로 삼았다. 심지어 인사담당자들의 설문을 통해서도 이런 현상들이 관찰된다. 2022년도에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인사담당자들이 새로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이 ‘직무 전문성’으로 꼽혔지만, 2023년도에는 ‘책임감’이란 항목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얼핏 보면 최근 MZ세대 신입급 직원들은 책임감도 부족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툭하면 그만둔다고 보일 수 있다. “잘못을 지적했더니 바로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잘못한 것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이런 내용들이 페이스북 등에 자주 올라온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인 레볼루션 재단의 2017년 보고서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젊은 세대의 자발적 이직률이 기성세대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보다 오히려 20~30퍼센트 더 낮게 파악된 것이다. 이전 세대에도 쉽게 그만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젊은 층의 이동이 잦아진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과 불황으로 안정된 일자리 자체가 희소해진 탓이다. 은퇴할 때까지 근무하고 싶어도 회사에서 각종 구조조정에 명예퇴직 등의 명목으로 등을 떠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전에 존재하지 않던 직업과 일거리가 많이 생기고 창업, 1인 기업 등 대안도 많아졌다. 그러나 2020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리서치 센터의 분석을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밀레니얼 세대가 X세대보다 더 빨리 직장을 옮긴다는 통념은 증거가 없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말처럼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각각 다른 세대는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내느라 조금은 다른 특징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지금 MZ세대는 선배 세대와 다른 교육 체계하에서 다른 커리큘럼과 과정을 통해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낭만과 추억보다는 취업과 자기 계발에 젊음을 바쳐 살아온 세대다. 그런 커리큘럼도 모두 선배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러 명이 식사하러 가도 “오늘 내가 살게’ 말하는 것보다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것이 편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해 온 세대다.

사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지만 인디언 속담처럼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면 이해 안 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각자의 연령대에 맞게, 처한 상황에 맞게 영리하게 적응하며 살아오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제 태어났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돼서는 곤란하다. 베이비부머는 아이들의 미래와 직업을 빼앗고 잔소리만 하는 꼰대들이 아니고, MZ세대는 나약하고 자신의 편리함과 자유로움만 추구하는 존재는 아닌 것이다.

산촌에서 자란 아이에게는 해가 저쪽 산봉우리에서 떠서 이쪽 산봉우리로 지는 것이 정답이고, 섬에서 자란 아이는 해가 이쪽 바다에서 떠서 반대쪽 바다로 지는 것이 정답이다. 그리고 온통 아파트 빌딩 숲에서 자란 아이에게 해는 앞동에서 떠서 뒷동으로 지는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조직 내에는 의젓하게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하는 MZ세대 직원이 있는가 하면, 40대 중간관리자가 MZ세대 흉내를 내며 뜬금없이 권리만 주장하고 자기 일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임을 인식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매진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움받는 시너지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차피 이 세상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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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주형 (tim239jh@gmail.com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GE의 FP&A 팀장과 6시그마 MBB, 외환은행의 경영혁신팀장을 거쳐 후성그룹과 루트로닉에서 CHRO를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12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전문채용면접관, 전문코치, 전문퍼실리테이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