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비버밸리 X 원티드 : 힙한 브랜드, 힙한 대표> 시리즈의 1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강지영 대표는 채용할 때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가장 많이 본다고 해요. 커뮤니케이션 능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이 협업할 때의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 롸버트치킨은 언젠가 일론머스크가 ‘롸버트치킨'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꿈을 꾸고 있어요. 그렇기에 시작부터 미국 중심부를 파고들어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의 survival DNA는 궁지에 몰렸을 때 상황을 반전시키면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야 오히려 더 잘하는 사람이라고요.
비버밸리 X 원티드 기획 인터뷰 <MZ 여성 창업가의 일과 삶>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이 ‘비버밸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여성 창업가의 일과 삶에 대한 인터뷰는 원티드와 함께 이어가게 됐어요. 요즘 MZ 여성 창업가들은 어떻게 자신의 일과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시죠!
창업가들 중엔 ‘미친 생각'에 미쳐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롸버트치킨'의 강지영 대표 역시 그런 창업가 중 한 명입니다. “왜 미국,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 매장을 오픈하시는 거예요?”라는 질문에 단번에 “일론머스크를 우리 매장에 오게 만드는 게 꿈이거든요!”라고 대답하는 강지영 대표. 그저 그런 혁신이 아닌, 혁신가들이 주목하는 혁신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는 강지영 대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Part 1. MZ 여성 창업가, 강지영의 과거
투자자 출신 창업가는 무엇이 다를까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지영
안녕하세요. 음식을 조리하는 로봇을 만드는 ‘로보아르테’와 로보아르테를 활용한 브랜드 ‘롸버트치킨’를 운영하고 있는 강지영 대표입니다. 로보아르테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와 그리스어로 ‘최상의 것’을 의미하는 “아레테”를 합쳐서 만든 이름입니다. 로봇을 활용해서 의식주 중 ‘식(食)’에 대해서만큼은 인류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고 생각해 회사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Q. 대표님께서는 증권사 M&A부서에서 일을 시작하셔서, VC를 거쳐 지금 로보틱스 분야의 CEO를 맡고 계신데, 어떻게 로보틱스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창업을 하기까지 저의 이전 경력은 변동이 되게 커요. 처음에는 싸이월드에서 일을 시작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원래의 꿈이었던 예능PD가 될 수 있는 때가 지금뿐이라고 생각되어 퇴사 후 준비했는데, 잘 안돼서 증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증권사에서 M&A와 ECM부서에서 일을 오랫동안 하다가 VC에 관심이 생겨 VC로 전직을 했어요. 그렇게 VC일을 하다가 창업을 하게 됐고, 이제는 창업한 지 4년이 넘었네요.
증권사 같은 경우에는 업무 시간에 주식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단기 투자형 주식을 주로 했어요. 그러던 중 제가 일하던 회사가 해외 기업에 매각되면서 회사에 외국인 직원이 많아졌어요. 외국인들과 일하면서 앞으로 계속 좋은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JP모건, 골드만삭스와 같이 외국계 기업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지금도 가기 어려운 회사이지만, 제가 일하던 2010년대 중반에는 해외대, 서울대 졸업생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렇게 좁은 세상 안에서 살고 있었는데, 주변에 좋은 회사를 다니고 학력 좋은 해외대, 서울대, 카이스트 졸업생들이 갑자기 창업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정말 존경하던 외국계 IB 다니던 친구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저는 창업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관심보다는 창업하는 친구들이 어떻게 투자 받아서 사업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VC에 관심이 생겼고, 운이 좋게 연이 닿아서 스타트업 투자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VC에 들어가면서 시장을 보는 연습을 했고, 단기 투자가 아닌, ‘가치 투자’에 대해 알게 됐어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대표님들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투자를 했죠. 초반에는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작은 팀으로 이뤄져 적은 매출이었지만, 이들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일이 영원히 하고 싶었을 만큼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로봇이 요리하는 아이템을 알게 됐는데, 한국 시장에서 이 아이템을 하고 있는 회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자기 전에 누울 때마다 ‘이 아이템을 내가 안 하면 죽을 때 생각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창업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로봇으로 치킨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지금도 그때 제가 창업을 안 했다면 배아팠을 것 같아요.
Q. 처음 창업하실 때 창업 멤버가 회계사인 CSO님과 기계공학과 졸업반 대학생 한 분과 함께 시작하셨는데, 첫 로봇을 만들어내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첫 로봇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어떠셨나요?


(차례로) 창업 초기 매장에서, 창업 초기 팀원들과 ⓒ강지영
저와 처음 창업을 함께 했던 기계공학과 팀원은 어쩌다 보니 3학기를 휴학하고 회사를 도와주긴 했지만, 원래는 마지막 4학년 2학기 이전 인턴으로 들어오신 거였어요. 지금은 회사에 계시지 않지만 결국은 저희 회사의 소액주주로 남았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분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당시에는 완전 초기 스타트업이다 보니 열정이 엄청났어요. 지금 그렇게 일하자고 하면 도망가실지도 몰라요.(웃음) 그분은 CAD도 학교에서 배우기만 하고 실제 사용은 안 해보셨는데, 저희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처음에는 어려워하시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사용하시면서 엄청 큰 기계도 만들 줄 아는 단계에 이르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회사의 성장도 있지만, 개인의 성장을 보는 것도 신기했어요.
어쨌든 초반에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로봇을 개발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외부 작업자에게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에는 돈만 지불하고 제품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일이 생기니까 소송을 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소송을 하면 들게 되는 돈과 비용,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차라리 그 돈과 비용, 시간을 절약해 일단 1호점을 오픈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로봇이 춤을 추거나 움직일 때 인간이 불편한 느낌을 받는 걸 ‘불편한 골짜기’라고 표현하는데요, 이전에는 이 불편함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좀 더 제대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막상 1호점 오픈을 앞두고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니 이런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가용할 수 있는 돈으로 로봇을 제작했는데 제가 기획한 크기와 방식이 아닌 로봇이 만들어진 거예요. 어쩔 수 없이 그걸로 1호점을 오픈했는데 로봇이 잘 작동이 안 돼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저와 엔지니어, 팀원 3명이서 로봇 대신 치킨을 튀기기도 했어요.
그래도 ‘로봇이 치킨을 튀긴다'는 게 신기하니까 인터뷰도 많이 들어오고, VC분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거든요. 하지만 로봇이 계획처럼 잘 작동이 안 되다 보니 투자 유치로 이어지지 못했고, 저 역시 자신감과 돈 모두 떨어지는 상황에 다다랐어요. 그러면서 오픈한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월급을 못 받았어요.
그렇게 망하기 직전에 신용보증기금에서 코로나 관련하여 어려운 스타트업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저희를 담당해 주신 팀장님께서 IP(특허, 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물심양면으로 알아봐 주셔서 3억 원을 대출받게 됐어요. 그 돈으로 기사회생을 하게 됐고, 더 좋은 로봇을 개발해 2020년 12월에 2호점을 오픈하게 됐어요.
Part 2. MZ 여성 창업가, 강지영의 현재
나이, 직급, 출신, 배경 상관없이 어우러지는 팀원들과 함께
Q.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은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이제 40명을 넘어갔다고 들었어요. 팀원분들이 많아지면서 ‘로보아르테'만의 인재상도 생겼을 것 같은데요, 어떤 사람들이 똘똘 뭉쳐 일하고 있나요?


(차례로) 박람회에서 팀원들과, 팀원들과 한 잔 ⓒ강지영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가장 많이 봐요. 40명이 넘어가다 보니 각 부서마다 정해진 R&R만큼만 하려고 하는데 스타트업 특성상 그렇게 일이 딱딱 나눠지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이 협업할 때의 태도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면접 때 항상 협업을 하는 방식을 여쭤봐요.
두 번째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빠른 실행력’이에요. 제가 팀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책임은 제가 질테니 빨리 해봅시다.’에요. 저는 ‘이렇게 해주세요. 방향이 이러니까 빨리 수정해서 가야합니다.’라고 했을 때 바로 했으면 좋겠는데, 실무를 하시는 분은 정리부터 하시더라고요. 저는 정리하는 것도 시간이 늦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빠르게 실행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Q. 회사의 방향성과 핵심가치만큼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회사의 조직문화라고 생각하는데요. 로보아르테의 조직문화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치킨도 공짜로 먹나요?)
당연히 치킨은 공짜로 자주 먹죠.(웃음) 저희 사무실이 3층은 사무 공간, 2층은 점주분들께서 로봇을 배우는 공간과 메뉴 개발실이 있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서 치킨을 펼쳐놓고 먹는 일이 많아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중 한 가지는 서로에게 직함 없이 ‘님’을 붙여서 부르는 문화예요. 저희 회사로 이직하신 분들 중에 경직된 조직에 있다가 오신 분들은 이 ‘님 문화'를 처음에는 엄청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적응하고 나니 너무 편하다고 해요.
그다음 자랑하고 싶은 문화 중 한 가지는 출산 휴가와 육아 휴가예요. 아무래도 제가 여자 대표니까 남자도 여자도 육아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 가끔씩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싫어할 때도 있잖아요, 이럴 때를 위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도 있어요. 저는 결혼을 하거나 애를 낳아보진 않아서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저희 직원분들께서 가정도 잘 돌보면서 행복한 회사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 외에도 옷 입는 것에 상관하지 않는 것, 인사를 강요하지 않는 것, 8시~10시 자율출퇴근제가 있습니다.
Q. 작년 말에 백영호 CBDO님께서 로보아르테에 합류하셨다는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백영호 CBDO님은 제너시스비비큐 대표, 스타벅스코리아 수석부장 등을 거친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대표님보다 나이와 경력이 많으신 분을 섭외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설득의 과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함께하시게 됐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영호 님과 팀 미팅 중인 로보아르테 팀의 모습 ⓒ강지영
백영호 CBDO님께서는저희와 만나기 전에 이미 은퇴를 하시고 F&B 컨설팅을 하고 계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을 하고 싶으시다고 찾아와 주셨어요.
저희가 작년 10월에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제가 다음날 미국으로 출장을 가야 돼서 시간이 맞지 않아 실례를 무릅쓰고 박람회장으로 초청 드렸는데 흔쾌히 와주셨어요. 박람회장 근처 카페에서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저희 회사 다른 C레벨 분들과도 면접을 보시도록 HR 팀에 요청하고 저는 미국에 갔어요.
제가 미국에 있는 3주간 저희 C레벨 분들과 함께 영호 님을 모실 수 있을지, 모시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나눴어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영호 님께서 ‘6개월 만이라도 일하고 싶다’라는 긴 장문의 문자를 주셨어요. 그렇게 기다리고 계실 줄 몰랐어요, 문자 받고 너무 놀랐죠. 내 시간 중한 줄만 알고 실례를 범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6개월은 짧으니 1년 계약을 하고 연장하시죠.’라고 제안을 드리면서 함께하게 됐어요.
영호 님과 일하면서 느낀 건 연륜과 에너지가 대단하시다는 점이에요. 스타벅스, SPC 임원, BBQ 대표까지 하신 거니까, 소위 ‘파워 임원’이잖아요. 그래서 대표인 제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셔서 정말 편해요. 거기에 프랜차이즈 전문가로서 경험이 더해지니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저희는 크게 가맹점, 직영점, 본사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직영점과 가맹점을 관리에 있어서도 아이디어가 많으셔서 다양한 제안을 해주세요.
Q. 백영호 CBDO님께서 합류하시기 전까지 로보아르테는 대표님께서 나이가 제일 많으실 정도로 MZ세대로 이루어진 젊은 조직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오랜 경력을 가지신 CBDO님과 기존 팀원분들이 어떻게 어우러지셨는지 궁금해요.
영호 님께서 들어오시기 전부터 모든 팀원들과 ‘님'으로 부르는 연습을 했어요. 저에게도 ‘지영 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죠. 그래야 저도 영호 님이라 편하게 부르고 직원분들도 영호 님이라고 편하게 부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잘 어우러져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Part 3. MZ 여성 창업가, 강지영의 미래
‘일론머스크'가 알아보는 푸드 테크 스타트업이 되기 위하여
Q. 롸버트치킨은 백영호 CBDO님을 영입하시면서 국내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심과 동시에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보통 해외 진출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자리를 완전히 잡고 꾀하시는데, 초기 단계에 해외에 발 빠르게 진출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한국에서 정착을 하고 미국에 진출하면 너무 늦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2021년 11월부터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2021년 9월부터 해외여행 가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코로나가 곧 종식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 즈음 미국에 가봤어요. 뉴욕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은 그곳에서 ‘아이유’ 노래와 ‘세븐틴’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우리나라 밖에서 ‘얼마나 K-컬쳐를 기다리고 있는지’ 새삼 느껴지더라고요.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미국 진출 준비를 했습니다.
2022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50곳 이상 본 것 같아요. 미국은 오퍼 레터를 넣고 건물주가 보고 탈락 혹은 추가 인터뷰를 하는데, 저희는 한국 기업이고 매출이 많지 않아서 계속 탈락했어요. 그러다가 2022년 11월에 뉴욕에 코리아타운과 5번가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이 보이는 곳을 계약하게 됐어요. 100년이 넘은 건물인데 한 번도 식음료 매장을 열어준 적이 없던 곳에 저희가 처음으로 1층과 2층 코너 자리를 쓰게 된 거죠. 이게 너무 이례적인 일이라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에 기사도 많이 나왔어요.
솔직히 스타트업이 미국에 이렇게 큰 매장을,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 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언젠가 일론머스크가 ‘롸버트치킨'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꿈을 꾸고 있어요. 그러려면 미국 어디 시골이면 안 되는 거죠. 처음부터 미국 중심부를 파고들어 “이곳은 뭐 하는 스타트업인데 이렇게 대담한거야?” 시선을 끌어야만 해요.
그렇게 2021년 11월부터 준비했는데, 공사는 2023년 3월에 시작할 만큼 미국은 정부로부터도, 건물주한테도 허가받아야 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저희도 이렇게 오래 걸렸는데, 후발 주자분들도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뭐 하나 잘 되면 우후죽순 매장이 생겨 시간 갭이 생기기가 쉽지 않은데, 미국은 보수적이고 법이 많아서 저희와 후발 주자분들 사이에 1-2년 정도의 갭이 있을 거예요. 그게 오히려 시간적 어드밴티지라 생각해요.

팀원들과 함께! ⓒ강지영
Q.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식문화와 시장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미국 진출을 준비하시면서 느끼신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이런 다른 시장에서 롸버트치킨은 어떤 차별점을 갖고 브랜딩을 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해요.
미국은 한국과 식문화가 정말 달라요. 미국은 1인당 메뉴 1개를 시키는 문화예요. 전에 뉴욕에서 한식당을 갔는데, 파전, 소주 샘플러를 시켜서 나눠먹지 않고 다 각자 한 개씩 먹더라고요. 그러니 치킨을 시켜도 우리나라처럼 한 마리를 나눠먹는 느낌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1인분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가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에 있는 닭집들이 왜 부위별로 파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최근 2023년 1월, ‘누리치킨’에 저희 로봇을 수출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미국 시장 선배인 누리치킨 매장을 보면서, 미국에 진출할 때는 메뉴의 양뿐만 아니라 구성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죠.
브랜딩할 때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눈에 띄게 할 거예요. 로봇은 치킨을 잘 튀기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흥미를 끄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계속 리텐션을 가져가려면 ‘한국’이라는 컨셉을 살려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치킨을 주요 메뉴로 가지만, 앞으로는 해외 한식당에서 여러 가지 메뉴를 파는 것처럼 확장해나갈 예정이에요.
Q. 국내와 미국 등 앞으로 롸버트치킨 매장이 매우 많아질 것 같은데요. 국내외 매장이 많아지면 그만큼 팀원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혹시 올해 채용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싶으신가요?
저희는 업의 특성상 일반 스타트업과는 구조가 달라요. 일단 크게 가맹점, 직영점, 본사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채용을 해요. 가맹점에서는 가맹점 영업을 하는 직원, 가맹점주분들에게 교육하는 직원, 매장 운영 및 직원 멘탈 관리를 담당해 주는 슈퍼바이저, 메뉴 개발을 하는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직영점은 매장에서 일하는 크루(매장 직원)분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본사는 B2B영업, 해외영업, 로봇 세팅 조직, 해외 POS 개발인원, 로봇 엔지니어, 메뉴개발팀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한국과 미국의 브랜딩, 마케팅 계획이 다르듯이, 한국에서의 채용계획과 미국에서의 채용 계획이 달라요. 한국에서는 가맹을 많이 해야만 좋은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맹점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 위한 영업과 로봇이 많아졌을 때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개발팀 인원분들도 계속 채용할 예정입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B2B 판매에 집중을 하려고 하다 보니 해외 B2B영업과 해외 POS 개발인원, 그리고 튀김 외의 메뉴도 조리가 가능하도록 메뉴개발팀을 채용하려고 해요.
앞으로 같이 하고 싶은 사람, 첫 번째는 앞서 말했듯이 실행이 빠른 사람이에요. 미국은 시차가 있다 보니 제가 답변을 하루 지나서 받아요. 저는 이것도 잘 못 기다리는 성격이라 저와 같이 발 빠르게 움직여줄 실행이 빠른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사람과 조화를 이루어줄 꼼꼼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두 번째는 앞으로도 해외에 많은 가맹점을 만들 예정이라 해외에 관심이 많고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회사에 들어오면 글로벌 회사에 들어온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로봇 엔지니어가 우리나라 로봇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로봇 엔지니어라는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회사의 올해 목표는 팀원 분들이 다 한 번씩은 뉴욕 매장에 가보는 거예요.
추가로 특이한 F&B 마케팅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과 5년-10년 뒤를 바라보고 가정용 로봇을 디자인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제품 디자이너분들도 많이 지원해 주시면 좋겠어요.


함께, 그리고 즐겁게 로보아르테에서 일해요! ⓒ강지영
Q. 미국 진출을 준비함과 동시에 투자 유치도 하시고, 정말 바쁘게 달리고 계실 것 같은데 대표님은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시리즈A-2 투자(브릿지 투자)를 다시 하고 있어요. 또, 얼마 전 건강검진을 시행했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 같네요
체력관리는 원래도 운동을 되게 좋아해서 창업을 시작하면서 웨이트를 시작했어요. 웨이트를 하다가 만난 트레이너가 자격증 취득을 추천하길래 실제로 생활체육지도자 2급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자격증 따고 나서 얼마 동안은 운동하는 포스트 올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출장을 1달에 1번씩 나가다 보니 헬스장을 못 가서 스트레스를 조금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번에 미국에서 오픈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해요.
Q. 체력 관리뿐만 아니라 멘탈 관리도 정말 중요하잖아요. 창업가들은 특히나 스트레스 강도도 높고요. 대표님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 취미 생활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다른 대표님들께 비슷한 질문을 하면 다들 병원 다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저는 병원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어요. 근데 최근에 제가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하니까 아버지께서 혹시 정신과도 받을 수 있으면 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걱정할 정도로 창업가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는 게 느껴지는구나 싶었어요.
또 하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기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친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명상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더라고요. 처음 읽을 때는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고, 숨이 어떻게 쉬어지는지를 인식하면 괜찮아지나?’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짜증 내는 나와 짜증 내는 나를 바라보는 나를 구분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Q. 앞으로 로보아르테가 식품업계에 불러올 혁신이 기대됩니다. 로보아르테가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단기 목표는 ‘조리를 로봇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1위하는 거고요, 최종 목표는 따로 있어요. 미래에는 매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로봇이 쓰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챗GPT’가 인기잖아요. 그런 AI에 로봇이 붙으면 정말 똑똑해지겠죠?
미래에는 인공지능 + 로봇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게 될 거라 생각해요. 이때, 그 로봇을 저희 로보아르테가 만드는 것이어야겠죠. 그게 저의 최종 목표예요. 저는 ‘저걸 우리가 왜 안했지?’라는 상황이 오지 않게, 시장의 흐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창업가가 되고 싶어요. ‘개척자가 되는 게 낫지 후발 주자는 되지 말자. 언제나 개척자였으면 좋겠다.’가 현재 목표이자 최종 목표입니다.
Q. 저희가 진행하는 올해 인터뷰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What’s your survival DNA?’ 인데요, 국내외 경제 상황도, 스타트업 업계도 여러 어려움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님의 survival DNA는 무엇인가요?
저의 survival DNA는 궁지에 몰렸을 때 상황을 반전시키면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능력 같아요. 누군가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을 잘할 텐데요, 저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야 오히려 더 잘하는 사람인듯 하더라고요. 솔직히 사업도 몇 번이나 망하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결하고 극복하고 그게 재밌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거든요. 그 과정이 저에게는 힘든 게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주는 순간들이었고요. 그 힘으로 앞으로도, 일론머스크가 저희를 주목해 줄 때까지, 버티며 사업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