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조직 내 관계의 법칙> 시리즈의 3화입니다.✍ 오늘의 아티클- 차이가 있어야 조직이 돌아가는 ‘래프팅 시대’입니다. ‘차이’라는 것은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개성과 전문성을 말합니다.
- 기본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룰을 숙지하며 팀웍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자신의 방법으로 최대한 끄집어내야 팀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 차이가 있는 것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를 활용해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극대화해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나아가야 해요.
한강 미사리에는 조정경기장이 있다. 경기장을 따라 넓은 잔디밭 관리도 잘 해 놓고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해 가족과 연인들에게 휴식의 명소로 꼽힌다. 운이 좋으면 조정경기나 선수들의 연습광경을 볼 수 있다. 조정경기에 문외한이더라도 바로 옆에서 배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면 장관이다.
조정에는 혼자서 타는 싱글스컬, 두 명이 타는 더블스컬도 있지만 8명이 타는 종목도 있다. 이 경우는 타수라고 불리는 리더의 구령과 지시에 맞게 나머지 선수들이 그야말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몇 해 전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이 조정경기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개개인이 평소 근력과 지구력 운동을 열심히 해서 기본적인 역량을 키워 놓은 후에, 팀과 반복 훈련을 통해 동작이 일치하고 호흡이 잘 맞아야 좋은 성적을 거둔다. 일사불란함이 핵심이다. 조정에 문외한인 사람일지라도 아마 영국에서 거의 2백 년째 이어오고 있는 옥스퍼트대와 캐임브리지대의 조정정기 모습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잔잔한 물과 급류의 차이
한때는 조직 내에서 이 일사분란함을 목표로 한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결과 색깔을 가진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서 팀웍을 발휘해 일을 해야 의사결정도 빠르고 효율성도 극대화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다들 힘들게 하나의 구령에 맞춰 동작을 맞추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꼭 지금 방식으로 노를 저어야 할까?’, ‘지금 하는 방식이 최선의 방법일까?’라며 혼자 덩그러니 앉아 고민해 보거나 심지어 다른 방법으로 노를 저어보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조정경기의 제약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 정식 경기는 조정경기장처럼 갇혀진 물이나 물살이 비교적 약한 강에서 진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경영 환경은 이런 잔잔한 물이 아니라 급류와 폭포가 수도 없이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처한 실제 경영 환경은 조정경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잔잔한 경기장이 아니라 급류와 폭포가 수도 없이 나타나는 래프팅에 더 적합하다.
래프팅을 해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래프팅에서는 몇 명이 보트에 타건 같은 자세로 같은 동작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자신에게 달려드는 물과 바위를 이겨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여 임기응변을 잘 해 자신만의 역량을 최대치로 끄집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보트에 잘 밀착시켜 진동과 충격에도 본인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물에 빠지면 보트 전체가 뒤집힐 수도 있으므로 재빨리 동료도 구하고, 보트도 뒤집히지 않게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개개인의 위기 관리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리더의 역할은 조정경기 상황과는 다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늘 긴장하고, 만약을 대비해 모든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장단점과 특징을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하며 심지어 때로는 리더가 직접 물에 빠진 팀원을 구하기 위해 직접 급류에 몸을 던질 때도 있다.

일사불란함보다 중요한 개성과 전문성
조정의 시대에는 명확한 방향 설정과 일체감이 중요하다. 구성원은 그저 리더의 구호의 맞게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눈 앞의 과제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나 래프팅의 시대에는 수시로 변하는 환경에 맞게 수시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순발력 있게 상황에 맞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시대다. 눈 질끈 감고 노만 열심히 저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기와 위험을 살펴보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경영 환경 하에서는 ‘차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르고 차이가 있어야 조직이 돌아가는 래프팅의 시대다. 여기서 ‘차이’라는 것은 딴짓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개성과 전문성을 의미한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 해도 구성원은 서로 전문성이 다르고 심지어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다르니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습관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공부나 일을 할 때도 조용하고 소음 없는 곳에서 더 집중이 잘 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카페처럼 적당한 소음과 개방감이 있어야 더 효율이 높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지금은 모두가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해 저마다의 개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야구 경기에서도 잘 던지는 사람, 잘 받는 사람, 공중 볼을 잘 받는 사람, 땅볼을 잘 받는 사람, 장타를 잘 날리는 사람, 번트를 잘 대는 사람, 도루를 잘 하는 사람 등 모두의 역할이 다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축구조차도 골키퍼는 물론이고 공격수와 수비수 그리고 중간에서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이 다 다르다. 기본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룰을 숙지하며 팀웍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자신의 방법으로 최대한 끄집어내야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그렇게 저마다 다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할 뿐 아니라 오히려 최대한 존중하고 개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지금은 군대나 스포츠 정도를 제외하면 조정경기처럼 구성원들의 결과 색깔을 통일시켜야 좋은 성과를 거두는 조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직도 결과 색깔을 비슷해야 팀웍이 좋다고 생각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특히 조직을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는 리더의 경우는 더하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기고 더 많은 기회를 주곤 한다. 이런 경우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명확한 목표에 대한 효율성은 있겠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얻을 수 있는 다양성과 하모니를 통한 달콤한 열매는 없다.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서로 간의 차이를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식해야 한다. ‘왜 저렇게 생각하는 거지?’, ‘도대체 이해를 못 하겠네.’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잘못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개성과 특별함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줘야 더 좋은 성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나와 다른 것이 틀림이 아니라 개성과 전문성의 차이임을 인정해야 한다. 요즘 특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 차이도 단순히 세대가 달라서 나오는 차이가 아니라 격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적응하느라 각 세대별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세대 차이’가 아니라 ‘시대 차이’인 것이다.

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다조직을 흔히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론 지휘자는 리더다. 그 밑에 악장도 있고 악기마다 파트장도 있지만 전체의 하모니는 지휘자가 좌우한다. 단원들은 모두 다른 성격의 악기를 연주한다. 소리도 다르고 음색도 천차만별이다. 표현해낼 수 있는 한계도 서로 다르다.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생각하는 방식은 더더구나 각양각색이다. 모두 다른 악기와 연주자들을 손끝으로 움직여 기가 막힌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백 명이 모두 바이올린만 연주하고 있다면 그런 하모니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직 문화에 정답은 없다. 세계를 선도하는 구글이나 삼성 등의 문화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지금 우리 조직에서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서 긍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조직이 처한 상황,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목표와 방향, 산업 특성, CEO 성향, 구성원 분포 등에 따라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 조직의 문화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문화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를 여러 곳 다녀보니 확실히 기업에 내재된 문화는 모두 다르다. 심지어 거의 같은 업종에 사업 규모도 비슷한 경쟁사끼리도 문화가 다른 것을 느꼈다. 이쪽 문화가 저쪽 문화보다 더 낫다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장단점이 있고, 고유한 매력도 있고, 안타까운 약점도 있다. 그런 것이 다 한데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조직문화다. 우리는 지금 여러 사람이 동호회나 야유회로 모인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도전적인 과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로 주위를 채운다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타고 있는 배가 그리 멀지 나아가지 못했거나, 원하는 곳과는 한참 다른 방향으로 나아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와 차이가 있는 것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임을 인정하고 오히려 이를 활용해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극대화해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만의 장점과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조직과 개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래프팅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조직 내 관계의 법칙> 시리즈 보러 가기글ㅣ이주형 (tim239jh@gmail.com)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GE의 FP&A 팀장과 6시그마 MBB, 외환은행의 경영혁신팀장을 거쳐 후성그룹과 루트로닉에서 CHRO를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12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전문채용면접관, 전문코치, 전문퍼실리테이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발행일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