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마케터 포트폴리오 제작 노하우

글ㅣ김억두 브랜드 마케터

매력적인 마케터 포트폴리오 제작 노하우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일잘러 주니어 마케터로 거듭나기> 시리즈의 2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 자기소개서는 합격해야 하는 이유와 스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면, 포트폴리오는 자기소개서에 담아내지 못하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온전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 본인이 겪으며 성장하고, 느끼고, 봤던 것들이 어떻게 회사에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세요. 
  • 완성된 포트폴리오로 면접에 임하며 현직자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물어보세요. 신입이라면 갖춰야 하는 역량은 무엇이 있는지 재차 질문해 나가며 피드백하면 좋습니다. 

정적이 흐르는 면접장, 누군가 첫 질문을 던졌다.

“마케터인데, 포트폴리오가 없네요?”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며 무수히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제가 한 게 없는데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죠?’ 하지만 나의 생각과 다르게 나의 입은 다양한 괘변을 늘어놓으며 공작새처럼 나를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요? 결과물은요?”

머릿속이 하얗게 질리며 결과물을 보내주겠다고 얼버무린 후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다며 워드를 사용해 이미지를 오려 붙이고 만들고. 나름 열심히 만든 포트폴리오 같은 “문서”를 면접 본 회사에 보낸지 일주일. 도착한 이메일을 열어보니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 탈락이었다.

아마 포트폴리오로 인해 나처럼 당황스러운 순간을 겪은 취업 준비생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펙도 없고 딱히 기억에 남는 대외활동도 없는데 대체 무엇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란 말인가? 심지어 결과물이랄 것도 딱히 없어 마음만 복잡할 뿐이다. 이러한 마음을 안고 열심히 구글링하고 관련 자료를 뒤져봐도 나오는 건 숫자가 가득한 이름 모를 누군가의 오래된 포트폴리오들. 

가진 자의 여유라던가? 검색 결과에 뜨는 연식 있는 포트폴리오들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인서울에 대외활동도 빵빵한 이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성과를 포트폴리오에 담아 멋지게 전시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들어본 기업명과 화려한 성과 그리고 반듯한 미소까지. 그들이 포트폴리오에 담아낸 성과만으로 어디든 그들을 부르는 곳이 많을 것만 같았고, 이런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못하는 나는 등 줄기에 땀만 흘리며 이미 마케터가 되기엔 늦어버린 건 아닐지 밤새 고민만 했다. 


몇 날 며칠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이들의 포트폴리오만 뒤적이다 보니 세상에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던지. 포토샵을 조금 배워야 하나 걱정도 앞섰다. 그렇게 생각만 많아지다 결국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취업 준비를 잠시 접어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1화 자기소개서 편 참고) 아르바이트로 장사를 시작하다 보니 점점 말 주변이 화려해지며 판매량이 늘어나고, 나를 보러 오는 손님이 조금씩 많아지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사실 나도 구직 시장에 나를 팔게 내놓는 거잖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모두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들, 비슷한 내용들. 매일 이걸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지루할까?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장사를 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이를 완성하자마자 마케터에 맞는 키워드를 몇 개 뽑아 살폈다. 열정 가득한 마케터, 하루하루 성실하게 발전하는 마케터. 잘 파는 마케터. 카피를 써봤지만 내용은 뻔했고, 그다지 새롭지 않아 오히려 내가 돈을 주고 써달라고 애원해야할 판이었다. 이를 어쩐다. 다리를 벅벅 긁으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쇼핑몰을 유영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예쁜 옷과 화려한 색감, 멋진 모델 컷. 그 순간 하나의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나도 상세 페이지 하나 만들면 안 되나? 완전 혹하겠는데? 


📝나를 표현하는 상세 페이지 만들기 


이후 페이스북 광고와 쇼핑몰 등에서 마음에 드는 상세 페이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미친 듯이 뒤졌다. 친구들에게 최근 구매한 아이템을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사고 싶은 아이템들을 네이버에 검색해 가며 비슷한 상품들을 쭉 엑셀에 정리해 넣었다. ‘얘네가 요즘 잘나가는 상품들인 거지?’ 계속 비슷한 상품의 창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나는 내가 가장 사고 싶은 아이템들을 엑셀 상단에 별도로 정리해 뒀고, 잘나가는 상품과 내가 사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일치하는지, 아니면 내가 사고 싶은 아이템과 베스트셀러 사이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찬찬히 살펴봤다. 

흥미로운 사실은 내가 사고 싶어 하는 제품들은 단순히 활용성이 좋다거나 이미지가 화려하다기보단 짧은 카피의 형태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익숙하게 상세페이지 내부를 통해 표현해 냈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이미지에 맞게 풀어내는 제품들이 다수였다는 사실이었다. 베스트셀러 제품 중에서도 이러한 내러티브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았다. 반면, 구매가 일어나지 않거나 리뷰가 적은 상품들의 경우 단순히 제품의 성능을 나열한 경우가 많았다. 이미지 또한 납품 업체에서 준 것들을 그대로 붙여 넣은 듯한 낮은 퀄리티였다.

같은 제품이라도 그 매력은 상세페이지에 따라, 가지고 있는 브랜드 스토리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그 순간 매우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를 찾은 듯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왜 나는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다면서 포트폴리오를 성과 위주로 나열하려고 했을까?’ 잘 팔리는 제품들을 모아 사이트를 살펴봤다. 제품의 탄생 배경, 상황에 맞는 사용 방법, 가장 잘나온 모델 컷과 이에 맞는 카피. 그들은 모두 각기 다른 듯 비슷한 결을 가지며 한곳에 어우러져 있었다. 마치 하나의 브랜드가 텍스트와 이미지로 풀어진 느낌이었다. 

나는 이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자기소개서를 다시금 정리했고, 이후 정리한 나의 장점과 강점을 쭉 줄글로 정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서사를 붙여 이야기 덩어리를 만들어 나갔다. 이를 펼쳐 놓고 보니 자기소개서에서는 담아내지 못하는 나만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눈에 띄었다. 히말리야 등반, 세계 여행 같은 임팩트는 있지만 자기소개서에 녹여내기엔 살짝 애매한 소재들이 나에겐 한가득이었다. 동시에 두 번 정도 바뀐 나의 전공도 구구절절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는 것보단 포트폴리오에 담아내는 것이 더욱 잘 맞을 것 같았다. 

자기소개서에는 컴팩트하게 마케터가 되어야하는 이유와 스킬을 다듬어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면, 포트폴리오는 자기소개서에 담아내지 못하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온전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되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결론은 나 자신이 하나의 성과로 들어가는 게 좋은 포트폴리오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실행 가능한 일이었다. 

화려한 성과, 그리고 멋진 툴 사용법, 들어봄직한 회사 이름. 순간의 시간으로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기엔 사실상 모든 게 무리였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겪으며 성장하고, 느끼고, 봤던 것들이 어떻게 마케터로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채용자들의 머릿속에 그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내가 겪었던 갈등이나 인간적 면모 또한 적당한 글과 이미지로 녹여내 어필한다면 그것 또한 온전한 ‘나’라는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완벽한 ‘나’보다는 진솔한 ‘나’로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고 싶었다. 나의 결을 이해하고 ‘나’라는의 브랜드를 키워줄 수 있는 사람들.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어필한다면 단순히 멋진 회사나 큰 회사보다 내가 ‘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쌓이자 조금씩 재미가 붙기 시작했고 밤을 새며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익숙해졌다. 단순히 한 줄의 카피로 내 경험을 쭉 녹여내고, 내 삶 자체가 하나의 성과가 되어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김억두 사용 설명서’가 완성되자 나도 모르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느껴졌다. 스물 중반은 너무 많지도 어리지도 않은 나이인데다, 아무도 나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는 느낌이라 막막하기만 했는데 무언가라도 해낸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면접하며 포트폴리오 피드백 하는 법 

포트폴리오를 끝까지 읽은 건 당신이 처음이야

이야기를 기승전결로 쪼개고, 이 쪼갠 이야기를 엑기스만 뽑아 카피의 형태로 쭉 나열했다. 하지만 담고 싶은 이야기가 점차 많아지자 카피가 길어지고 길어져 이를 고쳐보고자 두 달 동안 카피라이팅 책만 읽었다. 카피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카피를 만드는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니 조금씩 카피의 세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한 문장만으로도 이 콘텐츠의 인사이트를 모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카피의 핵심이었다. 그제야 문학 작품이 왜 그렇게 제목에 공을 들였는지, 외국에서 들여오는 영화는 왜 우리 나라에 맞게 제목을 다시 번역을 해 상영관에 배포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카피에 대한 감이 생기자 히말라야 여행기는 포카라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중앙에 배치해 두고 한 줄의 카피로 깔삼하게 뽑아낼 수 있었고, 이 여행이 어떻게 진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다음 카피로 덧붙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소개서로만 캐치할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었고, 이는 오히려 나만의 맥락을 만들며 나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어떻게 백일장에서 수많은 수상을 할 수 있었는지, 이게 추후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이 전공을 다른 전공으로 옮겨 갔을 때 내가 얻었던 마케터적 장점은 무엇인지,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점차 살을 불려가며 조금씩 완성되었고 나는 스스로 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글이든 퇴고는 필수였기에 나는 나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하고 이를 다듬어가는 연습을 찬찬히 이어나갔다. 전반적인 문장의 톤은 일정한지, 내가 어필하고자하는 내용은 모두 들어갔는지, 카피의 형태이되 다음 내용과 적절히 이어지는지, 지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거치며 살을 붙이고 잘라내며 내용의 모양을 잡아 나갔다. 

이후 내가 만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작은 소기업 면접을 잡았다. 사실 스펙도 없고 학교도 그다지 한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곳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소기업에서는 나를 쉬이 불렀다. 내가 스펙이나 자격증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 큰 부담은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나는 성실하게 회사 조사를 하고 그들의 아이템을 정리하며 면접에 임했다. 면접에 임하며 그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꼼꼼하게 물었고, 신입이라면 갖춰야 하는 역량은 무엇이 있는지 재차 질문했다. 그렇게 첫 번째 면접 이후 나는 내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 내가 보강해야 하는 질문들을 별도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맥락에 맞지 않거나 마케터로서 어필하기 힘든 부분들은 과감히 잘라냈다. 동시에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이야기들은 포트폴리오 내부의 순서를 바꾸며 재정리했다. 바꾼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들고 그렇게 다음 면접을 잡고, 또 다음 면접을 잡았다. 매일이 면접의 연속이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매 순간 진심으로 해당 기업들을 조사하고 해당 산업군에서 궁금한 질문들을 모두 정리하여 꼼꼼하게 물어봤다.

재밌는 건 이때 쌓은 각 분야에 대한 지식들이 추후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다른 행사나 마케터들과도 네트워킹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기반 지식이 되어 줬다. 심지어 비슷한 산업군의 면접을 보며 이전에 면접 본 회사명을 언급, 해당 기업의 장단점에 대해 말하며 경쟁사 조사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아마 회사 입장에서는 동종 업계 조사까지 착실하게 해오는 열정 넘치는 신입으로 나를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면접을 볼수록 점점 면접에 익숙해졌고, 대답도 점차 능숙해졌다. 막히는 대답은 다시금 복기하며 내가 왜 해당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이런 단계에 이르자 나는 나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며 해당 브랜드가 보여주고자 하는 키워드는 무엇인지, 어떻게 톤앤 매너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다시금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내가 그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긴장감 또한 확연히 줄어들었다. 점차 면접을 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합격하는 회사의 수도 늘어가고 회사의 브랜드 네임도 점차 업그레이드되며 나는 나라는 브랜드의 기틀을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쌓은 내공을 모아 판교에 위치한 중견 기업 최종 면접까지 올랐을 때, 나는 해당 기업 임원으로부터 기억에 남는 평 하나를 들었다.

“사실 경력직을 뽑으려고 했는데, 포트폴리오가 임팩트 있어서 꼭 보고 싶었어요. 내가 포트폴리오 끝까지 읽은 건 처음이거든.”

그렇게 나의 포트폴리오 제작기는 장작 6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포트폴리오로 해외 인턴십 기회 얻기

내 포트폴리오, 해외에서도 먹힐까?

스토리텔링과 산뜻한 브랜드 이미지로 호감도를 쌓던 코스메틱 브랜드에 입사한 후 한동안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들떴다. 콘텐츠 마케팅을 잘하는 걸로 소문난 브랜드였으니까. 하지만 해당 시기에 복잡한 집안 사정이 생겼고, 업무와 집안일을 병행할 수 없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당시 집에 아픈 사람이 있어 내내 신경을 쓰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나는 힘겹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 마주한 게 바로 해외 인턴십이었다. 

당시엔 조금 이기적이지만 집을 떠나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자잘한 병치레와 병간호에 신물이 난 상태였다. 당시 해외 인턴십의 경우 몇 군데 회사와 인터뷰를 본 후, 합격을 해야 비자가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한 마디로 비자 스폰서 대행 업체의 면접을 아무리 잘 봐도 나를 원하는 회사가 없다면 비자가 나올 수 없는 형태였기에, 회사 면접을 보기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짧은 영어로 포트폴리오를 번역하며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포트폴리오를 영문 버전으로 제작하였다. 아무래도 나를 어필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에 자연스러운 영문 번역과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이었다. 동시에 각 회사 별 사이트를 뒤지고 포지션 별 JD를 분석하며 그것에 맞게 포트폴리오 내용을 변형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좋은 평판을 받은 포트폴리오였지만 해외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세 군데 사업체에 영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세 군데 모두 면접이 잡혔다. 그들은 내 포트폴리오를 흥미롭게 보며 어디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마케팅 관련 업무를 지망한다고 말했고 짧은 영어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열심히 나에 대해 영어로 어필하며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들의 이메일을 받아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조금 넘게 지났다.

사실 미국에서는 대부분 무급 인턴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연락을 받기까지 억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다. 인터뷰가 괜찮았다면 조금의 월급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날 새벽, 영문 이메일이 하나 왔다. 한 회사가 말하길 큰 금액은 아니지만 월급을 준다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두 군데도 좋은 조건으로 함께 일하자며 제안을 보내왔다. 선택권이 생긴 나는 그중 더 큰 세계를 만나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렇게 나의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나’라는 브랜드


사람을 후킹하는 문법은 어느 나라 듯 비슷한 것 같다. 특히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내가 나를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 내 스킬셋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기에 포트폴리오에 ‘나’라는 사람을 유려하게 녹여내는 것 또한 가능했던 일 같다. 그랬기에 영어로 포트폴리오를 번역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어필하는데도 자신감이 있었다. 정보가 많이 없던 회사의 면접에 임할 때도 평소 쌓아두었던 지식을 활용해 적극적인 모습과 마케터로서 할 줄 아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어필했다. 단순히 나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드로 정의하고 있었기에,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경험과 제품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며 대화를 끌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저가의 화장품을 구매하며 가성비 넘치는 효과를 기대하듯, 나는 내가 가진 브랜드, 나라는 상품에 맞는 키워드와 장점을 골라 매번 각기 다른 회사의 포지션에 맞게 포장했다. 만약 당신도 아무런 스펙이나 스토리 없이 막연히 고민만 하고 있다면, 앞서 소개한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을 거치고 자신만의 문맥을 만들어 이를 스토리로 표현해 내는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면 좋겠다. 이러한 과정만 몇 번 거쳐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들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임을 잊지 말고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왜 마케팅을 하게 되었는지, 마케팅을 하기 위해 어떠한 경험을 쌓았는지 글로 어필한다면 그것 자체가 성과고 후킹한 스토리텔링이 되어 보고 싶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 장담한다. ‘나’는 ‘나’다. 그래서 나는 다른 누군가의 카피캣이 되기보단 ‘나’의 이야기와 ‘나’라는 성과로 당신이 구직 시장에서 승부를 보면 좋겠다. 부디 다들 ‘나’ 다움을 찾아 마케터로서 성장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



▶ <일잘러 주니어 마케터로 거듭나기> 시리즈 보러 가기 



글 ㅣ김억두 (블로그인스타그램)
제품의 숨겨진 소구점을 찾아 스토리텔링을 통해 판매하는데 능숙한 마케터입니다. 이런 덕력 덕분에 자신의 소구점을 모르던 취업 준비생들을 갈고닦아 제일기획부터 한국 타이어까지 기깔나게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팀을 리딩하고 있어요. 


발행일 202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