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커리어 설계법> 시리즈의 1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탐색 중이라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인턴부터 시작해 보세요. 실무 기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다음 회사에 지원할 때 합격률도 높일 수 있어요.
- 개개인마다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모두 다르겠지만,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포기하진 마세요. 도전한 만큼 결국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자 실력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 커리어는 One way door(단방향)가 아닌 Two way door(양방향)라고 합니다. "한 번 해보고, 안 맞으면 다시 돌아가지 뭐”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미국 테크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토스에서 툴즈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지유입니다. 토스팀 임직원이 사용하는 툴을 만들고 있어요.
디자이너 안에서도 그래픽 디자이너, 브랜딩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무가 있고 또 스타트업, 대기업, 해외 기업 등 기업마다 다른 문화와 환경, 업무 방식과 범위를 갖고 있어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 이제 막 취업 준비를 하시거나 자신에게 더 맞는 환경을 찾아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오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스타트업 vs 대기업 vs 해외 취업, 뭐가 내 길일까?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고민된다면 👀
대학에서 디자인과를 졸업하더라도 학교에서는 다양한 영역을 넓게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학교에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수업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말 적성에 딱 맞는 디자인 분야를 알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만일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탐색 중이라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인턴부터 시작해 보세요. 실무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디자인 중에서도 어느 영역을 더 하고 싶은지, 잘하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세이브앤코’라는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인턴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요. 당시에 UX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 디자인 대외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지만 ‘이걸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입사할 때, 회사의 ‘이커머스 홈페이지 개선 작업’ 및 다양한 디자인 태스크를 수행하기로 약속하고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홈페이지를 어떻게 개선할까 고민하다 보니까 Data-driven UX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데이터 분석가 없이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하는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 공부하고 반영해 보는 작업을 하면서 실제로 구매 전환율이 증가했어요. 처음으로 A/B 테스트라는 개념에 관해 공부하고 적용해 보는데 정말 신나더라고요. 그때 제가 UX 디자인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를 확신할 수 있었답니다.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웹사이트 개선 외에도 마케팅 리소스나 상세 페이지 디자인 등의 다양한 디자인 작업도 했는데요. 제가 하고자 하는 UX 디자인 업무와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디자인에 대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이렇게 실무 경험을 한 번 쌓고 나면 컨셉 작업이 아닌 실무 기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다음 회사에 지원할 때 합격률도 높일 수 있어요. 그러니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일까 고민된다면 인턴부터 시작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시야를 넓혀 나만의 커리어 패스 개척하기
누군가에게는 대기업이, 누군가에게는 스타트업이, 누군가에게는 프리랜서가 딱 맞을 거예요. 하지만 나에게 맞는 삶과 일의 방식을 깊게 고민해 보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막상 행복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세상에 정답은 없듯이, 커리어 패스에도 정답은 없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삶과 일의 방식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다양한 방식을 모른다면 자신의 선택지로 고를 수 없겠죠. 시야를 넓혀서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세이브앤코에서 퇴사하고, ‘글로벌 디자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Hyperquery(하이퍼쿼리)’라는 미국 회사의 첫 번째 디자이너로 합류했어요. 갑자기 해외 취업에 도전했던 이유는 IT 서비스를 만든 지 가장 오래됐고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미국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와서 언젠가 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한 거죠.
지원하던 당시를 생각해 보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터라 저 혼자 뜬금없이 해외 디자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도전하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이게 옳은 선택일까?’,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두려움도 굉장히 컸죠. 심지어 미국 현지에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코로나로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되거나 지연되기도 했었고요. 그런데도 도전해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적으로 제가 대기업 성향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일찍이 알고 있었고, 어차피 스타트업에 지원할 거라면 제일 잘하는 곳을 좀 더 일찍 경험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크기 때문이에요.
하이퍼쿼리에서 2년 반 동안 원격으로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 회사의 문화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익힐 수 있었고,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함께 원격으로 일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어요. 또 초창기 스타트업이었던 만큼 Zero to One,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며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죠. 단기간 내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어요. 개개인마다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모두 다르겠지만,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전한 만큼 결국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자 실력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커리어는 One way door가
아닌 Two way door
마지막으로 “커리어는 One way door(단방향)가 아닌 Two way door(양방향)”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한기용 님의 강연을 듣고 인상 깊었던 문구인데요. 영미권에서 ‘One way door decision’은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뜻하고, ‘Two way door decision’은 들어가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즉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을 말한다고 해요. 여기서 커리어는 Two way door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보통 우리는 커리어를 One way door라고 생각하기 쉽죠. 첫 직장을 고를 때, 이직할 때 등 내 삶과 커리어에 꽤 큰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해야 할 때면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물론 저도 그랬어요. 이 결정이 절대 무를 수 없을 것 같고, 실수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어려워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결정이 Two way door라고 생각해 보면 마음가짐이 조금은 가벼워져요. “한 번 해보고, 안 맞으면 다시 돌아가지 뭐”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거죠. 아무 생각 없이 한 번에 결정할 순 없겠지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을 가져보자는 거예요.
저는 최근에 토스로 이직했는데, 이직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이전 회사가 좋았지만 ‘원격 근무’라는 업무 환경이 제게 맞지는 않아서, 스스로 마음을 관리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과연 이직이라는 선택을 했을 때, 새로운 환경은 과연 내게 맞을까? 또 안 맞으면 어쩌지’ 이런 고민만 계속해서 되풀이했어요. 그런데 결국 결심했고 제가 원하는 환경을 찾아와 보니 즐거워요. 일하는 것도 함께 하는 팀원들과의 시간도, 그러다 보니 제 삶도 한층 더 즐겁더라고요.
지금의 도전으로 인해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즐거운 삶과 커리어를 가꿔갈 수 있다면 그 정도 도전은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이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다!”라고 생각하고 용감하게 내게 맞는 환경을 찾아 도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직하기
위에서는 제가 커리어를 만들어 가며 해왔던 선택과 도전에 대해 들려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실제 이직할 때 도움이 되는 순서와 방법을 공유하려고 해요. 저도 이 방법대로 이직을 준비했답니다!🔍이직 준비 순서 요점 정리1.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나만의 이직 기준 정하기2. 회사에서 한 일 정리하고 간단히 이력서 작성해 보기3. 현직자와 커피챗하기4. 포트폴리오 만들기 (단, 디자인이 아닌 글부터!)5. 회사 지원하고 면접 준비하기1.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 생각해 보고, 나만의 이직 기준 정하기무언가를 하기 전에, 일단 이직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는 거예요. ‘내가 왜 이직하고 싶은 걸까?’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기록해 보세요. 디자이너가 많은 환경에서 배우기 위해, 연봉이 불만족스러워서,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매니징을 해보고 싶어서, 잦은 야근 등. 각자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텐데요. 모두 솔직하게 적어 보세요.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를 본인이 알지 못하면 어떤 회사로 가야 하는지, 앞으로 내 커리어를 어떻게 선택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에요.그러고 나서 나만의 이직 기준을 정하세요. 시리즈 B 이상의, 팀원이 100명 이상인, 유저와 데이터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만들어 가는 등의 기준을 수립하고,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 목록을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현재 채용 공고가 있다면 채용 공고 링크까지 한 번에 정리해 두면 좋아요.2. 회사에서 한 일 정리하고 간단히 이력서 작성해 보기본인이 재직하면서 회사에서 한 일을 한 번 정리해 보세요.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프로젝트 단위로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정리를 못 한 채로 다음 업무를 할 때도 많으니 한 번 시간을 내서 내가 입사하고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간략하게 정리해 보는 거예요.그러고 나서 나도 자신 있고 상대방에게도 설득력 있을 법한 프로젝트를 추려보면서 일차적으로 간단하게 이력서를 적어보고, 포트폴리오에 넣을 프로젝트도 두세 개 정해 보세요. 적다 보면 해당 프로젝트의 과정과 성과를 잘 설명하기 위해서 어떤 정보나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한지, 어떤 성과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어요.3. 현직자와 커피챗하기가고자 하는 회사에 근무 중인 분 혹은 리쿠르팅 담당자와 커피챗을 해보는 거예요. ‘커피챗’ 앱, ‘링크드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커피챗을 요청할 수 있는데요. 가고자 하는 회사의 분위기나 일하는 방식, 채용 절차 등을 미리 파악하기에 좋아요. 가고자 하는 곳이 정말 내 기대와 비슷한지 정보를 최대한 많이 파악하고 시작하면 더 좋겠죠?또, 취업이나 이직이 인생에서 큰 결정이라 고민이 많을 수 있어요. 이럴 때는 계속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커리어 패스와 비슷하게, 하지만 좀 더 앞서가시는 분들과 대화하거나 코칭을 받아보면 좋아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오신 만큼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요.4. 포트폴리오 만들기 (단, 디자인이 아닌 글부터!)디자이너 이직의 숙명인 포트폴리오 순서예요. 하지만 피그마를 켜고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글부터 시작해 보세요.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경우에 특히요!)대지를 만들기 시작하고, 대지에 디자인을 무작정 얹다 보면 내가 프로젝트를 어떤 흐름으로 담아낼지, 논리적으로 정리가 잘 됐는지 스스로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아요. 화면이 쪼개지고, 디자인적 요소가 많아지면서 내용보다 디자인에 신경 쓰게 되기 때문이에요.포트폴리오를 글부터 시작해 보세요. 프로젝트의 배경과 문제, 솔루션과 성과는 무엇인지 간결하게 정리하고 살을 붙여 나가보세요. 그리고 여러 번 읽으면서 흐름이 어색하진 않은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디자인을 시작하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어요. 포트폴리오를 보는 면접관 입장에서도 훨씬 이해가 잘 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고요.또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 완벽하게 완성하고 피드백을 받으려고 하기보다, 여러 번 자주 피드백을 받아보면 좋아요. 주변 친구, 포트폴리오 스터디, 어렵다면 포트폴리오 유료 리뷰 서비스 등을 이용해서라도 피드백을 받아보세요. 보는 사람의 시각에서 어떤 점이 이해가 잘 안되는지, 어떻게 보완해 나가면 좋을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요.5. 회사 지원하고 면접 준비하기원하던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준비해요. 어느 정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준비됐다고 생각한다면 처음에 정리해 뒀던 회사 목록에서 가장 가고 싶은 순서대로 3~5개 정도 지원해 보세요. 구직자의 최대 장점은 지원해 볼 수 있는 회사가 많다는 거잖아요. 면접 스케줄링만 가능하다면 적어도 두세 군데는 지원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면접 과정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2차, 3차 면접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불안해지게 되는데 ‘여기 떨어지면 다른데 가지 뭐!’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더 편안하게 면접을 볼 수 있어요.또 면접을 준비할 때는 최대한 해당 회사와 면접 절차에 대해 많이 파악할수록 도움이 돼요. 어떤 것을 중점으로 보는 회사인지, 어떤 질문이 주로 나오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덜 떨 수 있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커리어 설계법>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한지유 (https://litt.ly/jiyuhan)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디자이너 한지유입니다. 도전과 성장에서 즐거움을, 나눔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 좋아해 자주 쓰고 공유합니다.발행일 202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