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콘텐츠: 취미를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의 5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설득이 필요할 때 아이스브레이킹을 통해 상대와 친밀해 지려고 노력해 보세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히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에요.
-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고민이 든다면, 동료 혹은 상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피드백을 듣고, 부족한 부분에 주의하며 일하다 보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요.
- 최효진 마케터는 두려움이 들 때 스스로를 믿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이 길이 맞나?’란 생각이 들면, ‘이렇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배울 게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고요.
‘로맨스 가득한 인생’을 꿈꾸는 최효진 마케터는 커리어 역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브랜드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과 열정은 그를 성장하게 만든 동력이자 행복이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기에 악착같이 스스로 성장해 나가며 자신감도 얻어 왔다. 10년간 몸담은 패션 산업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두려움보단 내 선택이 옳다는 확신을 가졌으니까.
내 브랜드를 마케팅하고 싶다는
한 가지 목표
마케팅 대외 활동을 하다 입사 제안을 받으셨다고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진로를 찾기 위해 2년 정도 휴학한 적 있는데, 이때 친구 추천으로 크록스 홍보대사를 하게 됐어요. 열심히 참여한 덕분에 최우수 활동자로 선정됐고, 크록스 홍보대사를 운영하던 대행사에서 입사 제안도 받았죠. 종합광고대행사 마케팅 실무 경험은 저와 잘 맞는 일이었지만, 내 브랜드가 아니란 아쉬움이 자꾸 남더라고요. ‘남들이 다 아는 브랜드의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여러 곳에 지원하다 스쿨룩스에 합격한 거예요. 스쿨룩스는 제가 고등학교 입학하던 시기에 처음 론칭한 교복 브랜드인데, 실제로 스쿨룩스를 선택해서 입고 다녔던 만큼 잘 할 자신이 있었어요.
스쿨룩스 오피스와 교복 화보 촬영 현장 ⓒ최효진
3년간 입고 다닌 교복 브랜드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을 것 같은데요. 스쿨룩스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스쿨룩스 마케팅 전략실의 브랜드 마케터로서 마케팅 전략 기획 및 IMC를 담당했는데요, 하굣길 교복 홍보를 위해 나눠주는 작은 볼펜 같은 판촉물 기획부터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매장 디스플레이(VMD)까지 할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어요. 그때의 교복 시장은 팬덤 마케팅이 중요해서 어떤 아이돌 그룹이 모델인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정도였는데, 저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교복 모델은 아이돌만 가능하다’는 공식을 깨려고 했죠. 전소미, 한현민 같은 다문화 모델과 박진영, 주학년처럼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델을 기용했고, 포털사이트와 지상파 9시 뉴스까지 보도되며 신선하단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저로서 잘나가는 연예인과 협업할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이었지만, 5년 정도 일하다 보니 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제 또래가 많은, 젊은 회사로요.

스쿨룩스 모델(박진영, 트와이스, 임시완)과의 기념사진 ⓒ최효진
그렇게 패션 기업 F&F의 브랜드 매니저 직무로 이직하신 거군요. 크게 보면 패션 산업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교복과 스트리트 패션은 타깃도, 니즈도 달라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F&F가 가진 여러 브랜드(디스커버리, 바닐라코 등) 중 MLB와 MLB KIDS 브랜드 매니저로서 매출이 잘 나오는 킬러 아이템별 IMC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을 담당했는데요, 항상 교복도 패션이라 생각하며 일했기에 처음에는 큰 차이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MLB는 교복과 달리 모자부터 옷, 가방 그리고 신발까지 각 아이템 매출이 별개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용어도,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도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심지어 대부분의 구성원이 패션 디자인과 출신인데 경영학과를 전공한 저는 소재 이름도, 원단 컬러도 정확히 모르니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어요. 오기가 생겨 1년간 더 늦게 퇴근하고, 더 많이 물어보면서 따라잡기 위해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 시간 덕분에 MLB 역대 최대 매출을 내며 히트 아이템을 탄생시킬 수 있었고, MLB KIDS에 가서 성공 사례를 접목하라는 미션도 받게 됐죠. 이런 성취감을 바탕으로 더 자신 있게 일할 수 있었어요.
MLB 베스트 히트 아이템(좌)을 MLB KIDS에 적용해 출시한 상품(우) ⓒ최효진
교복 마케팅과 가장 다르다고 생각한 지점은 어떤 거였나요?
교복 마케팅은 브랜딩이 중요했어요. 타깃(학생)인 10대가 스쿨룩스의 트렌디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TOM(Top Of Mind, 최초 상기 인지도)을 올려야 했죠. 반면, MLB는 ‘검색량과 매출은 비례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검색량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를 통해 히트 아이템이 생겨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매출을 발생시켜야 했어요. 그런데 유행과 트렌드는 1020부터 시작된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되는 인사이트예요.
야근 중인 모습 ⓒ최효진
패션 산업은 유행 주기도 짧고, 트렌드를 이끌어야 하는 곳이라 변화를 따라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3년간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로 평균 근속연수가 1년 1개월일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았어요. 매주 제품 화보와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다 보니 늘 바빴고, 회장님께 보고도 해야 해서 새벽 퇴근은 일상이 됐죠. 그럼에도 저를 버티게 해 준 건 성취감 때문인 것 같아요. 당시 MLB는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성공한 브랜드였지만 소비자의 연령층이 높아 올드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MZ 세대를 겨냥한 럭셔리한 콘셉트로 상품 마케팅을 기획했고, 젊은 브랜드로 인기를 얻게 돼 글로벌 진출도 하게 됐어요. 이처럼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겪다 보니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을 자꾸 갖게 되더라고요.
문숙, 박준형을 모델로 한 화보와 귀여운 키즈 모델과의 촬영 현장 ⓒ최효진
또, MLB 키즈를 담당할 때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동 모델과 일하게 되는데, 그땐 신기할 정도로 야근의 피로가 사라졌어요.(웃음) 몸은 힘든데 정신적으로 힐링됐죠.
10년 차 브랜드 마케터
도서 마케팅을 시작하다
패션 산업이 아닌 전자책 서비스 기업 ‘밀리의 서재’로 이직한 이유가 있나요?
브랜드 마케팅과 소비재 마케팅을 경험한 시점에서 다음 행보를 고민하고 있었을 때, 현직 마케터들의 모임인 <마케터스>에서 스터디를 했어요. 초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마케터가 모였지만 모임을 리딩하는 사람의 다수는 앱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출신이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요즘은 스마트폰에 깔린 앱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한데, 저는 아직 플랫폼 기업 경험이 없으니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F&F에서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을 경험하며 콘텐츠의 영향력을 알게 됐기 때문에 콘텐츠 플랫폼을 원했어요.
밀리의 서재 마케팅 매니저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밀리의 서재에 노출되는 전반적인 도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합니다. 밀리가 보유한 14만 권 도서들을 구독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이죠. 도서 큐레이션 기획전이나 옥외 광고를 통해 브랜드와 밀리의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때론 오프라인 북토크, 작가 사인회, 온라인 독서모임 오픈 채팅방 같은 온·오프라인 이벤트로 다양한 독자와 소통해요.
최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큐레이터와 함께 발굴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독서 ASMR 라이브 방송 같은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고요. 밀리의 서재 구독자만을 위한 매력적인 콘텐츠 소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는 앱 기반 서비스이다 보니, 종이책보다 모바일 기기가 익숙한 2030세대가 많이 이용할 것 같은데요, 어떤 분들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고 계시나요?실제로 밀리의 서재 구독자는 2030이 가장 많습니다. 장르의 경우 도서 <불편한 편의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같은 한국형 힐링 소설이 사랑을 받았고요. 그런데 시의성에 따라 인기 도서가 달라지기도 해요. 한창 뜨거웠던 주식 시장의 인기가 사그라들 때, 해당 주제 도서들 역시 인기가 떨어졌거든요. 요즘은 챗GPT 주제를 많이 찾아요. 이 외에 연말, 연초는 자기 계발 도서가 항상 반응이 좋고요.
보통 독서라고 하면 책을 읽는 행위를 생각하잖아요. 밀리의 서재는 오디오북 외에도, 숏폼, 줄거리 요약, 작품 해설 같은 요소를 넣은 새로운 독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밀리의 서재가 이런 방식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서는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에요. 매일 수 천 편의 매력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지금, 독서는 늘 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잘 안되는 콘텐츠죠.(웃음) 예능이나 유튜브를 보는 유저의 여가시간을 점유하려면 독서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도슨트북과 오브제북을 선보이게 된 거예요.
도슨트북과 오브제북 ⓒ밀리의 서재
도슨트북은 인터랙티브형 콘텐츠를 독서에 결합해 만든 것으로, 독자가 상황을 선택해 나가며 결말을 만들어 나가는 독서 콘텐츠예요. 오브제북은 마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처럼 책의 분위기와 감성을 보며 느끼는 미디어아트 영상형 독서 콘텐츠인데, 오픈 3일 만에 1천 개 리뷰가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앞으로도 밀리의 서재는 대중이 선호하는 콘텐츠 특징을 독서에 결합해 나가며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입니다.
마케팅도, 인생도
결국은 로맨스
10년 차 시니어 마케터로서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한 가지를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원하는 걸 이뤄내려면 설득이 필수적이거든요. 필요하다면 아이스브레이킹을 통해 친밀해 지려고 노력도 합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히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정말 크기 때문이에요.
주니어 때는 요청 사항에 대해 대안 없이 ‘안 돼요’라는 동료의 거절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시니어가 된 지금은 상대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돼서 ‘그럴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해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조율하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직장인이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나’라고 고민하잖아요. 이런 고민이 들 때, 어떻게 확인해 보면 좋을까요?
첫 회사 사수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왜 안 물어봐?”라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궁금했지만, 항상 속으로만 생각한 질문이거든요. 그래서 “저 잘하고 있나요?”라고 바로 물어봤죠. 피드백을 듣고, 부족한 부분에 주의하며 일하다 보니 성장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습니다.
신기하게도 밀리의 서재에서 저와 함께 일하는 신입 매니저는 주기적으로 저에게 피드백을 요청해요. 이유를 물어보니 피드백을 통해 본인을 더 잘 알고 싶고,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다는 거예요.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혹여나 내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고민이 든다면, 동료 혹은 상사에게 물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부정적인 피드백이 온다 해도 기분 나쁘게 듣지 않는 걸로 해요.(일동 웃음)

업무 피드백을 요청하는 신입 매니저 ⓒ최효진
시니어의 경우 질문할 수 있는 대상이 적어지기도 하고, 물어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효진 님의 경우 고민이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연차만큼 잘 해내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 섞인 고민은 매년 하는 거 같아요. 연차에 맞는 퍼포먼스의 기준도 없고, 정답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밀리의 서재로 막 이직했을 땐, 기존에 해온 영역과 많이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 제 자신을 믿어요. 저만의 스타일로 제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게 즐거워요. ‘이 길이 맞나?’란 생각이 들면, ‘내가 선택한 게 옳아! 이렇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배울 게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 버려요.
특히 마케팅은 트렌드를 파악해 업무에 적용도 해야 하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예전만큼 빠르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인정하기로 하고, MZ 세대 밀리 직원들이 모인 ‘전격제트작전(ZTF)’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트렌드를 공유하고 나온 아이디어는 MZ 시각에서 피드백 받고, 때론 주니어들이 직접 트렌디한 기획을 만들어 나가요.
전격제트작전 팀원들과 즐거운 아이디어 회의 시간 ⓒ최효진
좌우명이 ‘인생은 로맨스’라고요. 효진 님께 사랑, 진심 같은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본 투비 마케터라고 느껴요. 힘들 때도 있지만, 결과물이 나오고 성취감을 느끼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브랜드 마케터로서 늘 브랜드에 진심을 다해왔고, 어느덧 많은 경험이 쌓여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공도 단단해졌습니다. 매번 브랜드와 혼연일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하는 최효진과 인간 최효진의 모습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효진 님의 취미인 야구 경기 관람과 여행 ⓒ최효진
평소 저는 일상 속 이벤트를 사랑하고, 안 챙기면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이에요.(웃음) 특히 인생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연애 예능이나 로맨스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고요. 사랑은 사실,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기도 하잖아요. 마케터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아야 움직일 수 있을 테니 사랑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 좌우명이 인생은 로맨스랍니다. 그렇게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휴식이 필요할 땐 카페에서 에세이 책과 함께 ⓒ최효진마지막 질문입니다. 효진 님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개해 주세요.<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이란 책을 좋아해요. 마케터 특성상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자리가 많은데, ‘말 한마디가 진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구나’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럴 때 이 책은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한마디가 자신과 상대의 수많은 감정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해요. 누군가의 말 때문에 상처받고 있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만일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면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를 펼쳐 보세요.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잠깐 휴식을 주고 싶을 때, 혹은 알고 있지만 실천이 잘 안될 때 읽어 보면 좋을 내용이에요. 마치 목욕 후 마시는 시원한 바나나 우유처럼 개운한 느낌이 든답니다.▶ <콘텐츠: 취미를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글ㅣ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ㅣ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