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ㅣ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해보세요

이태환 토스뱅크 프로덕트 오너

토스뱅크ㅣ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해보세요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PM/PO를 말하다> 시리즈의 5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 PO는 제품의 성공을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품은 언제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해요.
  • 이태환 PO는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현재 우리 제품을 잘 안 쓰는 유저들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한지, 잘 쓰고 있는 유저들을 더 잘 쓰게 하는 것이 중요하는지를 파악한다고 해요. 
  • 그는 실패를 줄이기보다 실패의 크기와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합니다. 제품의 아이디어는 시장의 흐름이나 논리적인 데이터 해석에서 오는 것이 맞지만, 실패할 경우 여기에 투자한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한다고요. 

PO는 제품의 성공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제품은 언제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PO에게는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나의 성공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실패를 거쳐야 하고, 그 실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는 이태환 토스뱅크 PO가 PO의 자세로 꼽은 제 1의 덕목이기도 하다. 


이태환 
토스뱅크 프로덕트 오너 

전) 메쉬코리아 / Product Owner 

전) 네오위즈 / Data Analyst



토스 PO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치열하게 시도한다 


태환 님의 현재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저는 토스뱅크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토스로 온 지는 이제 막 3년이 됐어요. 네오위즈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부릉에서도 데이터를 담당하다가 PO로 업무를 전환했어요. 그 후 토스 PO로 이직을 했고 보험, 혜택, 내 소비, 송금 등을 담당한 후 현재는 토스뱅크에서 카드 사업 PO로 일하고 있어요. 


토스에서 3년 동안 다양한 제품을 담당하셨군요? 프로젝트 주기가 그만큼 짧은 편인가요?

토스에서는 한 제품을 6개월 정도 운영했다고 하면 수많은 실험을 해봤다고 보셔도 좋아요. 더 이상 PO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을 정도이며, 다른 팀원들도 비슷할 거예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지긋지긋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치열하게 시도하고, 개선하고, 또 시도해요. 이러한 사이클에 익숙하다 보니 6개월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조직 개편 사이클이 적당하게 느껴져요. 물론 최근에는 조직이 더 커지고 큰 사업들이 많아지면서 조직 개편 사이클도 길어지고 있지만요. 


태환 님이 참여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하나를 소개해 주세요. 

‘소비 태그’라는 제품을 만든 적이 있어요. 소비 태그란 ‘유저들이 내 소비를 기반으로 태그를 받으면 재밌어서 전체 앱 리텐션이 올라갈 것이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만든 제품이에요. 어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았는데 저희 팀원들과 같이 그냥 MVP로 만들어서 시장의 반응을 보자며 만들었어요. 그렇게 최소한의 공수를 가지고 처음 시장에 내놓았는데 ‘소비 태그를 획득했다’라는 푸시 반응률이 폭발적이었어요. 그때 ‘우리가 완전하지 못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할지라도, 고객이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는구나’를 느꼈어요. 그 후 MVP로 배포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스펙들 중 우리가 덧붙여야 할 것들을 골라서 점점 제품을 진화시켜 나갔어요. 


제품 개발에서는 가설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태환 님은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저는 데이터에 굉장히 집착해요. 데이터를 통해서 현재 우리 제품을 잘 안 쓰는 유저들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한지, 잘 쓰고 있는 유저들을 더 잘 쓰게 하는 것이 중요하는지를 파악해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들이 생각나는 것이죠. 잘 쓰는 유저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다른 유저에게도 이 행동 패턴을 유도하면 비슷한 형태로 전환되는지를 지켜봐요. 이러한 러닝을 계속 쌓아가면서 다시 유도해 보고 정말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고 확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식입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 꺾여도 다시 하는 자세 


토스 PO들의 일하는 방식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토스의 PO들은 모두 다 다른 제품을 만들고 그 스테이지가 달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공통적인 것은 PO가 결국 그 팀의 미션을 정의하고, 그 미션에 맞는 제품과 제품을 대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이터레이션이 돌아간다는 점일 거예요. 

또한 토스에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이라는 문화가 있는데, 실제로 만들고 있는 주체가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는 시스템이에요. 즉, 제가 맡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CEO도 거스를 수 없는 온전한 결정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PO들에게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 뼈 아팠던 실패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세요. 

토스에서 ‘내 보험’이라는 제품을 담당할 때 보험을 소구하기 위해 유저들에게 개인 정보를 입력하게 하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만큼의 비용이 든다는 걸 알려주는 제품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굉장히 공을 들여서 만들었고 보험 서비스 전면에 노출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는데 제 가설이 완전히 무너질 정도로 망했어요(웃음). 유저들은 실제로 이 정보에 관심이 없더라고요. 토스에 처음 와서 조직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겪은 실패라서 더 충격이 컸어요. 잘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에 힘줘서 만들었는데 실패를 맛보게 되어 우울했죠.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고요.


태환 님의 지금 스타일을 보면, 실패도 훌훌 털고 일어나셨을 거 같은데 아니었나요?

지금은 실패를 해도 덤덤하고 ‘우린 그냥 또 하나의 러닝을 얻었으니 다른 거 하시죠’라고 말하는 편인데 그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의 단단함은 이러한 수많은 우울감과 실패 위에서 만들어진 모습이랍니다. 

제품은 언제나 실패할 수 있고 PO는 성공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성공을 만들기 위해서 무수한 실패를 거쳐요. 하지만 실패를 회피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어차피 실패할 아이템에 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더 큰 실패로 이어질 거예요. 그때 무너지는 신뢰는 더 클 것이고요. 그래서 신뢰를 최소한으로 잃으면서 제품을 빨리 전달하여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MVP라는 개념이 이것들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실패할 경우에는 그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에 포커스 해야 하죠. 그리고 PO에게 중요한 건 실패해도 금방 잊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에요. 실패해도 지치지 않고 다시 나아가는 힘이 필요해요. 


태환 님은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실패를 줄이기보다는 실패의 크기와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춘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예요. 제품의 아이디어는 시장의 흐름이나 논리적인 데이터 해석에서 오는 것이 맞지만, 결국 그것들이 실패할 경우 여기에 투자한 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해요. 


알려진 바로는 토스는 피어프레셔가 심하다고 하던데, 실패했을 때 이 부분도 고려되는 거 아닌가요? 

토스가 피어프레셔가 심하다는 이미지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실제로 서로 챌린지하는 문화가 강해요. 하지만 이건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에 대해서 이루어져요. 그 안에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고요. 이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상대가 주는 피드백이  엄청난 공격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원래는 방어기제가 강한 사람이었는데 많이 바뀌었어요. 오히려 내 부족한 점을 먼저 말하고 도움을 청하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주는 곳이 토스거든요. 토스 문화에는 ‘나의 생각이 틀릴 수 있고 내가 하는 결정이 최선이 아니고,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팀이 있다’는 믿음이 내재되어 있어요. 이러한 것들은 특정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에요. 일하면서 서로 익숙해지는 것이죠. 

저는 각 조직에서 일을 잘하는 방법이 곧 문화라고 생각해요. 이는 제품과 비즈니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모든 회사가 같은 문화를 지향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거 같아요. 

ⓒ이태환 


2주에 한 번씩 커피챗, 

해우소 아닌 액션아이템 발굴의 시간 


태환 님이 PO로서 가진 강점은 무엇이며, 이를 더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저는 논리적이고 공감을 얻는 결정을 잘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팀원들에게도 잘 설득하고요.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완전한 몰입과 구성원을 세심하게 케어하기 위해 노력해요. 저는 모든 팀원들과 2주에 한 번씩 커피챗을 하고 있어요. 저희 팀원이 18명이니까 2주에 무려 9시간을 투자하는 셈인데요. 이러한 시간이 팀원의 성장과 조직의 얼라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커피챗을 할 때에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요즘 근황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요. 개선할 점이나 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2주에는 또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함께 이야기하죠. 팀원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좀 더 기대하는 감정으로 요구를 하기에 팀원들로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거 같아요. 어떠한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계속 주변만 맴돌고 있다면 나중에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걸 챙기기 위해 커피챗을 하면서 풀어가고 있어요. 


커피챗을 하는 시간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후에 액션이 또 중요하잖아요. 

맞아요. 저는 커피챗 자리에서 액션 아이템을 이야기해요.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 같은데 어떠세요?’라고 해서 실행에 옮겨보고 실제로 문제가 해결됐는지 물어봐요. 2주 후에도 해결이 안 됐으면 솔루션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실행이 잘 못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계속 대화하고 추적하고, 실행하는 것을 반복해요. 

커피챗이 모든 사람의 바람을 들어 주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것은 받아줄 수 있고, 어떤 것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도 있죠. 또 어떤 건 ‘그건 안 될 거 같다,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도 있어요. 



수학자를 꿈꾸던 아이가 

IT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태환 님은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를 시작하셨죠. 어떤 계기로 PO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데이터 분석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수학 전공자라 원래는 수학가가 되고 싶었죠. 근데 세상엔 천재가 너무 많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사람들은 못 따라잡겠다 싶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중 하나가 게임이었어요. 그래서 네오위즈에 입사를 했고 웹보드 게임(포커, 뉴맞고)의 사업적 성장을 위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조금 더 역동적인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서 부릉으로 갔어요. 부릉에서도 데이터 분석가로 일했는데 어느 날 ‘이런 사업을 해보면 괜찮겠다’라는 아이템이 생각났어요. 그 사업에 대해 설명하다가 ‘내가 직접 만들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겼고 제품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음에도 서비스 기획자에 지원했어요. 그때부터 PO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거예요. 

부릉에서  ⓒ이태환


그렇게 부릉에서 PO로 일하시다가 토스로 이직하셨는데, 토스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나요. 

이직할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자유도’예요. 내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 제품과 사업, 조직을 이끌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였죠. 그 관점에서 토스의 문화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채용 인터뷰에서는 어떤 질문을 받았고, 태환 님은 자신의 어떤 점을 어필했나요?

1차 인터뷰인 테크니컬 인터뷰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고, 왜 했고, 그것이 어떤 가설을 풀었고, 얼마만큼 기여, 혹은 실패했는지를 질문받았어요. 제가 제품을 만든 이유, 거기서 MVP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과정, 그것이 왜 성공/실패했는지, 실패했다면 거기서 얻은 러닝은 무엇인지를 세세하게 공유하고 어필했던 거 같아요. 2차 인터뷰인 컬처 인터뷰에서는 그냥 제일 나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고요. 


데이터 분석가 출신이 PO가 됐을 때 유리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데이터를 확인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점이 가장 크죠. 지금 우리가 봐야 할 지표가 무엇이고, 어떤 형식으로 보는 게 좋을지에 대한 감각이 높으니까요. 반면에 디자인적인 부분은 약한 편이에요. 제품의 최종 모습이 어떻게 구현돼야 유저가 반응할지에 대한 설계가 부족하죠.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본인의 3년 뒤 모습을 그려보자면, 어떤 모습이 기대되나요? 

글쎄요, 사실 저는 당장 내년에 제가 정확히 뭘 하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커리어도 그렇고 인생관 측면에서도 그러한데, 결국 인생은 점을 잇는 것이고, 저는 당장은 제가 가장 재밌어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여전히 제가 가장 재밌어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지금은 제품을 만들어 지표를 만들고 성공을 만들어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재밌어요. 



▶ <PM/PO를 말하다>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글 | 정은혜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 | 최호근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