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케팅과 비슷한 듯 다른 ‘방송 마케팅’
영화 마케팅과 방송 마케팅의 본질은 똑같다. ‘이 콘텐츠의 어떤 포인트를 보여줘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까?’ ‘이 콘텐츠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뭘까?’를 고민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기는데, 1년에 몇 가지를 선별해서 올리는 영화와,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TV라는 플랫폼의 차이 때문에 생긴다.
첫 번째 차이점, 예산 차이가 크다
영화 마케팅은 하나의 영화가 투자되고, 제작되고, 개봉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고 마케팅팀도 그와 함께 한다. 상업영화의 마케팅 비용은 한 편당 20억~30억 정도이다. 하지만 24시간 돌아가고,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사라지는 방송은 그럴 수 없다. 작년에 내가 담당한 프로그램은 예능과 드라마를 합쳐서 16개였다. 내가 담당한 것만 이 정도니 방송국 전체로 보면 당연히 훨씬 더 많다. 수십 편의 프로그램에 영화, OTT와 동일하게 예산을 썼다가는 방송국은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 준비 기간과 준비 범위가 다르다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기에, 준비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다. 제작이 확정됨과 동시에 마케팅이 투입되는 영화와 달리, 방송은 편성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물론 최근 드라마 같은 경우 대부분 사전 제작이 이뤄져 영화와 마찬가지로 촬영 단계부터 담당자가 투입되고 편성 전부터 콘셉트와 포스터 준비를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편성을 기준으로 움직이며 특히 예능의 경우 편성 2~3주 전에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방송국은 팀이 굉장히 세분화되어 나눠져 있다. 이는 다각도로 구성된 방송국의 수익 형태와도 관계가 있다. 기존에 영화 마케팅에서는 마케터가 담당하던 일이라도 방송국에서는 관리해야 하는 규모가 아예 달라 마케터가 담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유튜버의 콘텐츠 리뷰, 홍보성 배우의 출연 등은 영화 쪽에서는 전부 마케터가 관리한다. 투자배급사들은 별도의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고, 1회성 홍보일 뿐 그것으로 인한 수익을 노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국은 24시간 돌아가는 만큼 가지고 있는 소스의 개수와 양이 다르고, 자체 채널이 이미 수백만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수익도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의 마케팅 담당자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 팀이 따로 있다. 그 외에도 OST 음원 관리부터 다양한 수익들이 연관되어 모든 팀이 세분화돼 있다.
세 번째 차이점이자 가장 큰 차이점,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이자 홍보다
방송 마케팅이 그간 발달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방송 채널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비싼 돈을 내고 집행하는 광고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주 방송을 한다는 것, 타 방송 도중 하단 흘림 자막 하나 나가는 것, 우상단에 광고 이미지 하나 나가는 것 모두가 마케팅이자 홍보이며,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집행할 수 있다.
또한 영화는 극장에서 내려버리면 사람들이 볼 수 없기에 사전 마케팅과 첫 주 입소문 관객을 가장 중요시 여기지만, 방송은 일단 정해진 편성만큼 나가기 때문에 중간에 얼마든지 반등이 가능하다. 초반 시청률이 좋지 않더라도 입소문이 나서 뒤로 갈수록 시청률이 오르는 경우도 있고, 예능의 경우 중간에 아예 구성을 바꾸거나 출연진을 바꿔 시청률이 올라가는 경우 역시 종종 있다.
그래서 방송 마케팅은 사전 마케팅도 하지만 사후 마케팅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광고 집행 기간을 첫방송 이후 2주 정도까지 잡으며, 예능의 경우 중간에 시청률이 오르면 그 전까지는 하지 않다가 갑자기 마케팅이 투여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만큼 금방 사라지는 것들도 많지만. (그래서 OTT 플랫폼의 콘텐츠들은 영화 마케팅과 방송 마케팅을 섞어 사전 마케팅과 사후 마케팅을 모두 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