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ㅣ주니어에서 시니어로, 프로덕트 디자이너 성장기

한은비 리디 프로덕트 디자이너

리디ㅣ주니어에서 시니어로, 프로덕트 디자이너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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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처음이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닌, 일 제일 잘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매진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전에 없던 앱을 출시하기도, 프로덕트 디자인 사례들을 분석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 보기도, 그 모든 기타 등등의 경험을 하나도 빠짐없이 글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일 제일 잘하는 디자이너에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는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모습으로 말이다.





불안, 떨칠 수 없다면 

기꺼이 안고 달리다


Q. 늦은 안부 인사를 나눠 볼게요. 은비 님은 2017년 태국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이 무척 멋지다고 생각했는데요. 태국 여행은 어떤 계기로 다녀오시게 되었나요? 

A. 그 당시 심적으로 지쳐있었어요. 힘든 마음을 어딘가 내려놓고 싶어 특별한 계획 없이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6박 7일 동안의 짧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물먹은듯한 무거운 힘듦이 덜어지진 않았어요. 대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 정리가 되었어요. 집으로 돌아와 그 생각들을 하나씩 실행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문제가 생겼다고 여행지로 도망칠 필요는 없다는 것을요.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한은비


Q. 최근 브런치에 발행하신 ‘만다라트* 앱 제작기’ 아티클을 흥미롭게 읽었어요. 주변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 분이 많지만서도, 이렇게 프로젝트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들어보지 않았거든요. 해당 아티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시게 된 계기가 ‘반 정도의 불안, 그리고 나머지 반 정도의 갈증’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이 부분과 관련해 자세하게 들어 볼 수 있을까요?

A. 일로서 누군가에게 인정 받거나 성장에 대한 불안을 환기시키고 싶은 게 아니라, 일을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제일 잘하고 싶기도 했고요.(웃음) 그런데, 성장이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본업 밖에서 무언가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였고요.

*만다라트(Mandal-art) : 정중앙 칸에 최종 목표를 기입하고, 이를 둘러싼 여덟 칸에 목표 실현에 필요한 요소를 적는 사고 기술 중 하나로,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통해 유명해졌다. 만다라트 앱은 이 기술을 적용한 장기 목표 챌린지 앱이다.

만다르트 앱 사용 이미지 ⓒ한은비


Q. 최근까지도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만다라트 앱을 출시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원래 목표 범위는 운영이 아닌 출시까지였어요. 운영하면서 유저의 불편함과 메이커가 가지는 심리스 측면의 욕구 그리고 수익화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어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예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한다면, 유저는 제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제품 자체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죠. 수익화를 위해 제품 내 광고를 삽입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는 수차례의 시도에서 단순히 유저의 편의성에만 집중해 제품을 설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화와 메이커의 제품 만족도를 동시에 고려해 보는 안목을 기르게 되었어요.


Q. 콘텐츠 플랫폼에 여럿 아티클도 발행하고 계세요. 글을 꾸준하게 쓰게 하는 은비 님만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A. 저는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될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이 가시적으로 남아 있어야 안도할 수 있어요. 물론, 누군가는 부정적인 것을 원동력으로 삼으면 어떡하냐는 피드백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이 두려움이 부정적인 에너지로만 남는 게 아니라, 제 한계를 뚫고 나오게 하는 힘도 있다고 느껴요.


Q. 원티드 유저에게 소개하고 싶은 은비 님의 아티클, 한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A. 요즘 2주마다 하나의 아티클을 올리고 있는데요. 최근 발행한 아티클 ‘29CM와 중고차 허위 딜러의 차이’를 소개하고 싶어요. 실재하지 않는 금액의 차량을 미끼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중고차 허위 딜러와 반대로, 유저가 최종 구매 가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혜택을 100% 활용하고 이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29CM의 기능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처음은 있지만, 

불가능은 없는 법


Q. 온라인 P2P 투자 솔루션 기업 ‘머스트 핀테크(MUST FINTECH)’에서 UI/UX 디자이너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셨습니다. UI/UX 디자이너 직무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어렸을 때부터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 직무 중에서도, UI/UX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떤 제품도 정식 출시가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저의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해야 하잖아요. 그런 상호작용에서 단순한 제품 제공자(메이커)와 소비자 관계가 아니라 동료 같다는 유대감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뿌듯함이 큰 직무예요.


Q. 그리고 현재는 리디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계십니다. 디자인은 제 전문 영역이 아닌지라, UI/UX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차이점을 오래도록 찾아 봤지만, 여전히 정확하게 와닿지 않더라고요. ‘후자가 조금 더 제품 가까이에서(중심에서)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며 전체적인 제품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이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죠. 물론 두 직무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없겠지만, 은비 님이 바라 보시는 구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말씀 주신 것처럼 완벽하게 두 직무를 구분해 말하긴 어려워요. 그럼에도 제 경험을 토대로 구별해 본다면, UI/UX 디자이너는 철저히 유저 중심이에요. 유저가 서비스에서 겪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에요. 반면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제품 중심이에요. 물론 그 제품 안에 방금 언급한 '유저가 겪는 모든 문제'도 포함이 되죠. 그렇지만, 그외의 것들도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고려 대상이에요. 예를 들어 비즈니스 방향성, 문제 해결 시 얻을 수 있는 임팩트 값, 문제 발생의 시발점 등이 있겠죠. 제품 기획에 가까이 붙어 초기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 봅니다. 


Q. 그렇다면, 은비 님께서는 리디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리디에서 진행하신 프로젝트 중 소개 가능한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A. 22년 3월, 리디는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서비스명을 바꿨어요. 웹툰, 웹소설 등 전 콘텐츠를 다루는 서비스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죠. 이러한 리디가 그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유저가 접속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홈 화면을 리뉴얼하기 시작했고, 저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리디가 단순히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유저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리뉴얼하는 것이 키포인트였어요. 뜯어보면 무척 다양한 리뉴얼 작업이 진행됐지만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릴게요. 

기존에는 유저가 한 번의 클릭으로 웹툰, 웹소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였지만, 장르가 확장되면서 1 depth를 추가했어요. 웹툰 안에서도 로맨스, BL 등 보고 싶은 카테고리를 한 번 더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리고, 하단 네비바 중앙에 장르 변경 버튼을 넣어 웹툰, 소설, 도서 등 유저가 원하는 장르로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리뉴얼했어요.  

리디 홈 화면 리뉴얼 모습 ⓒ한은비


Q. 직무를 막론하고, 이직할 곳을 선택할 때 ‘내가 이 기업 서비스(브랜드)를 즐겨(좋아)하는가’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듯해요. 은비 님이 리디 입사를 결정하신 주요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유저로서 리디에 애정이 있었어요. 리디를 꾸준히 지켜보는데 리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또, 지금까지 잘 해온 사업에 기대며 수익에만 치우쳐진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여러 사업을 모색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입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Q. 아직 프로젝트 경험이 없는 신입 혹은 이직을 고려 중인 구직자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A. 현실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예요. “또 포트폴리오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지겹게 느껴지실 거예요. 그래도, 제가 무언가 조언해야 한다면, 내가 실무 경험이 없는 신입일 경우, 한 가지 서비스(제품)를 선택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최대한 구멍이 보이지 않도록 명확하고 철저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기를 바라요. 그리고 이를, 포트폴리오와 면접에서 활용해 보는 거예요.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건축 디자인 등 여러 디자인 분야를 경험했는데요. 당시에는 내 커리어와 관련 없어 보였던 경험들이 결국엔 조금씩 다 도움이 되었어요. 다른 분들도 저처럼 그동안 프로덕트 디자인과 관련 없는 일을 해왔더라도 분명히 그 안에 도움이 되는 구석이 있을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서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에 활용해 보면 좋겠어요.


Q. 이젠 직무와 상관없이 모두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해졌어요. 그래도, 제품 가까이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는 유독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다른 부서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은비 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A. 저도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하기 위해 회사 구성원 중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관찰해 보고는 해요. 많은 사람과 대화를 막힘 없이 또렷하게, 그리고 배려 깊게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경청을 잘한다는 점이에요. 만약 상대가 틀린 말을 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더라도 우선 끝까지 다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더라고요. 내가 말을 잘하기 위해선 우선 잘 들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후회하더라도

매일을 충실하게


Q. 은비 님께서는 노션에서 본인을 ‘지치지 않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셨어요. 지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인드 셋이 궁금합니다. 

A. 저는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끝이 있는 인생에서 단 한순간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사실 후회를 전혀 남기지 않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그 마음과 노력 덕분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Q. 본업을 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꽤 큰 부담이 들곤 하는데요. 은비 님은 사이드 프로젝트 작업도 하셨으니, 은비 님만의 시간 관리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A.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잠자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유일한 장점이기도 하죠. 휴식이 오래 필요한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성향이 있어서 시간을 짜임새 있게 사용해요. 오늘 해야 하는 일이 다섯 개가 있다면 미리 촘촘하게 계획을 짜서 오늘 안에 무조건 끝내려고 해요. 끝내지 못하면 너무 괴로워요.(웃음) 


Q. 이제 직무 이야기에서 벗어나 볼게요. 요즘 새롭게 관심 가진 영역이 있다면요?

A. 블렌더요(3D 제작 소프트웨어). 그리고,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을 엮어 하나의 책으로 발행할 수 있는데요. 그 책의 커버를 멋지게 작업해 보고 싶어요. 에셋(asset)을 제대로 만들어 두면 시리즈로 갈아 끼우며 활용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도 할 수 있으니까요. 


Q.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일에는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은비 님도 유독 힘든 시기가 있으실 거라 예상합니다. 그런 시기가 올 때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이 질문의 답변에서 묻어날 것 같아요. 저는 고기, 회, 술. 삼합을 찾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삼합이라면 다시 돈 벌 힘이 나더라고요.

A.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계획한 일들을 해내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쌓이면 억지로라도 누워서 책을 읽어요. 그런데, 책도 계획적으로 읽으려고 하는 바람에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자’라는 계획을 또 짜요.(일동 웃음)


Q. 자, 이제 은비 님에게 쉬는 시간을 드릴까 해요. 은비 님이 질문하고 제가 답변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볼까요? 제게 궁금하신 점이 있나요?

A. 저도 주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때로는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힘들더라고요. 에디터님은 글감을 어떻게 찾고 있나요? 평소에 글감을 찾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혹은 예상치 못한 때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는지 궁금해요. (저는 전자에 가까워요. 최대한 자주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원래 성격과는 정반대로 말이죠.) 역시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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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ㅣ박효린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ㅣ최호근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