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엇이든 쉽게 규정하지 않는다. 디자이너 앞에 어떤 단어가 붙어도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몸소 시도해 본다. 명확함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끊임없이 많은 권한과 그만큼의 역할 그리고 책임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일을 개척해 간다. 어쩌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무가 명함에 자리 잡기 한참 전에도 그는 이미 프로덕트 디자이너였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권한을 확장하는 사람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제품과 맞물려 있는 대다수의 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그 문제 해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이는 멀리 보면, 디자이너가 제품에 기여하는 몫과 목소리가 더욱이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Q. 안녕하세요, 상효 님. 인터뷰이로 새롭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누구보다 ‘갓생’ 사는 상효 님의 이야기가 늘 궁금했는데요. 이번 기회에 차근히 알아가 볼게요. 지금까지 직무 이름과 주요 업무는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상효 님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배운 게 디자인이라서요.(일동 웃음) 농담 반 진담 반이에요. 어렸을 때 미술 선생님이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자연스럽게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다만 전공은 텍스타일(섬유) 디자인이었는데, 나름 열심히 공부했지만 언제나 더 다양한 디자인 세계가 궁금했어요. 그러다 대학교 졸업할 즈음 별다른 비용이나 물리적 제약 없이 빠르게 결과물을 볼 수 있는 모션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배우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첫 회사에서 모션 디자인과 함께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었죠.
원티드 직장인 유형 테스트 화면 ⓒ원티드
Q.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가 자발적으로 결과를 공유하도록 설계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설계를 의미하는 건가요?
A. 예를 들어, 설계 단계에서 ‘유저가 가장 화면 공유를 하고 싶은 순간이 언제일까’를 고민하는 거예요. 테스트에 첫 진입했을 때,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간 단계일 때, 테스트가 종료되었을 때 등의 선택지에서 적절한 공유 버튼 장치를 놓는 거죠. 여러 선택지에서 유저가 테스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을 선택했고, 이에 따라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과정까지의 부차적인 디자인 요소를 제거했어요. 그대신, 유저가 테스트하고 받은 결과 페이지를 곧장 어딘가에 공유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어요.
Q. 현재 원티드랩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자, 플랫폼 디자이너로 계십니다.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직무는 비교적 생소한 느낌이에요. 플랫폼 디자이너는 어떤 직무인가요?
A. 쉽게 말하면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제품이 커지고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많아질수록 통일성과 효율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어요.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하나의 제품을 규칙 없이 디자인하면 기존의 UI를 두고 또다시 새로운 UI를 만들어 쓰기도 하며, 전체적인 제품 통일성이 떨어질 위험이 커져요. 개발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누군가 이미 만들었던 요소를 많은 곳에서 가져다 쓰면 통일성도 높아지고, 유지 보수할 요소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죠. 플랫폼 디자이너는 이런 공통적인 상황에 쓰이는 요소들을(폰트, 컬러, 버튼, 화면 등) 관찰 · 정의하고 시스템화한 후, 내부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아요. 이때는 공통 요소를 만드는 만큼, 프로덕트 디자이너 관점에서 더 발전시키지 못했던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유용한 공통 툴들을 알아보고 공유 · 도입하기도 합니다.
Q. 상효 님께 또 한 번의 직무 변화가 있을까요? 혹은, 아직은 조금 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견고하게 쌓고 싶으신가요?
A. 글쎄요. 꼭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디자인은 계속 하고 싶어요. 저는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누군가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즐거운 일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해요. 돈도 많이 벌면 더 좋고요.(웃음)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제게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잘 맞는 직무예요.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으니 역할 범위를 원하는 만큼 넓힐 수 있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무언가를 만들어 제안하는 건 제가 잘 하는 일 중 하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