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을 망치는 세 가지는 무엇일까

글ㅣ황정연 현대자동차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 책임매니저

협업을 망치는 세 가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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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협업 잘하는 방법> 시리즈의 2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 협업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필자는 개인 차원과 조직 차원으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 심리적 안전감을 해치는 행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 자신의 취약점을 숨기는 것은 안 그래도 어려운 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합니다. 
  • 원활한 협업을 원한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솔직히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할 때 진정한 협업이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오랜 가뭄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열세 살 소년 윌리엄 캄쾀바(William KamKwamba)가 과학책에서 본 내용으로 쓰레기와 고철을 이용해 풍차를 만든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 윌리엄이 2007년 TED에 출연해 강연한 감동적인 영상은 개인 동기부여 클립으로 널리 퍼졌다. 필자 역시 그 영상을 보며 ‘나도 내 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런 내게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 준 강연이 있었는데, <축적의 시간>을 쓴 서울대 이정동 교수의 강의였다. 그는 풍차 소년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줄 순 있지만, 경영 측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한 사례라는 점을 꼬집었다. 홀로 노력하는 것이 아닌, 혁신과 경영의 측면에서 ‘함께’ 과업을 수행하면서 역량을 ‘축적’해 갈 때 더 큰 성과와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이야기하는 ‘조직의 경영 활동은 개인 혼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며 더 큰 선에 봉사한다’는 미션과도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함께 일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일터에서의 일상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 협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말할 수밖에 없다.



1. 협업이 어려운 이유

모두가 협업을 외치지만 협업이 잘 안되는 이유

왜 협업이 그토록 어려울까? 개인 차원과 조직 차원으로 구분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 차원]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구성원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조직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Problem-solving community)로 바라볼 때, 문제를 인식하는 각 주체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 관계에 따라 그 문제를 다르게 바라본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서도 자신의 가치에 따라 다른 해법을 제안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가치체계와 경험을 갖고 있는 인격체들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가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쉽지 않다.


다음으로,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복무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개인은 자신과 타인의 이해가 어긋날 때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하고 행동하는 경향성이 짙다. 이는 과제를 해결해 가는 데 필요한 구성원 개인의 리소스 인풋(Input)과 성과 아웃풋(Output)의 비율을 일치시키려는 일련의 선택과 활동의 법칙과 연결돼 있다. 예를 들면, 개인은 자신의 성과로 인정받는 부분이 타인 대비 두드러지지 않으면 인풋을 줄이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이는 협업 상황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하고 때로는 무임승차(free riding)로 나타나기도 한다.

랜디 로스는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에서 ‘나로부터(Me-first)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관계와 협업에서의 근시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방향을 선택하면서 그런 선택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즉, 구성원 개인이 자신의 성공과 성취만을 바라볼 때 협업은 요원한 일이 된다.



[조직 차원]


좀 더 시야를 확장해서 조직 차원으로 협업이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대부분의 조직에서 성과 촉진을 위한 도구로 ‘경쟁’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영업 조직에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직의 영역에서 단위 조직과 타 단위 조직, 구성원 개인과 개인 간의 성과를 ‘비교’해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터에서 접하게 되는 KPI 설정이나 MBO 기반 성과 평가 방식은 기본적으로 ‘경쟁’의 토대 위에 구축된 경우가 많다. 이는 앞서 언급한 ‘나로부터(Me-first) 사고방식’과 연결되면서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데, 결국 구성원 개인의 입장에서 ‘나의 성과 인정’이 ‘타인의 성공’과 함께 가기 어렵게 만든다.

성과 지표는 대부분 수치로 표시되어 임직원을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동료와 타 부서는 경쟁 상대이지 협력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성과를 초과 달성해서 연봉도 오르고 보너스를 받아도 금세 내년도 목표 달성 수치가 버티고 있다. 어느 부서에서 더 앞서가는지, 누가 윗사람에게 더 잘 보여 승진의 기회를 앗아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항상 어깨가 뻐근하고 목덜미가 당긴다. 내부에서 경쟁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 버리니 고객과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동료들과 함께 키워나가야 할지 고민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 Microsoft People Manager 이소영,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 중에서


두 번째로, 전사 조직(Company)과 단위 조직(Unit) 간, 단위 조직(Unit) 간 비전과 목표, 정보의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수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와 창립 멤버들이 말 그대로 ‘원팀(One Team)’으로 일하면서 회사의 방향과 현황을 서로 기민하게 공유한다. 조직의 현재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고 미래를 함께 준비한다. 그러다가 조직이 점점 커짐에 따라 기능이 분화되고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조직 내 정보의 비대칭성이 짙어진다. 조직의 리더가 적극적으로 의지를 다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조직 내 비전과 목표, 정보의 공유는 요원해진다. 단위 조직(Unit) 간 목표와 방향이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정한 협업을 이뤄내기란 쉽지 않다. ‘서로의 패를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 어려운 협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행동(Toxic Behavior)

협업을 망치는 세 가지 꿀팁 (Kill the Cooperation!)


1) 심리적 안전감 해치기

심리적 안전감은 부탁하고 베풀고 받는 문화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수다.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앞길이 막혀서 도움이 필요할 때, 또는 실수해서 바로잡아야 할 때, 업무량이 많아서 허덕일 때 도움을 부탁할 수 있다. 사실 구글에서 실시한 연구도 대개 심리적 안전감이 팀의 효율성에 핵심 열쇠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신뢰성(탁월한 수준으로 제시간에 일을 끝내는 것), 구조 및 명확성(분명한 역할, 계획, 목표), 의미(일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 영향(팀의 업무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가?) 같은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사 팀들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연구를 통해 구글의 연구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이 단연코 팀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결론지었다.

- 웨인 베이커,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할까?> 중에서


위 구글의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조직에서 겪어온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해 봐도,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협업해 나갈 때 심리적 안전감의 확보는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협업을 저해하고자 할 때 심리적 안전감을 훼파하는 것이야말로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 간 서로를 비방하고 팀 내에서 논의된 민감한 사항을 외부에 전파하며 험담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공식적 회의 자리에서는 말을 아끼고 비공식적 채널에서 타 구성원에 대한 비난과 모함을 쏟아내는 말과 행동은 조직 내 협업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2)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중요한 정보를 손에 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리더의 고유한 권한이니 팀원들에게 일일이 알려줄 필요 없다. 가능한 네 선에서 판단하고 팀원들에게는 결과만 통보해 주거라. 어차피 그들은 너와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르니 정보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시간도 이해할 능력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직 내 절차상 어차피 결정은 너의 몫이지 않으냐. 그들 역시 어차피 팀장인 네가 결정할 것이라고 하며 네가 정보를 공유해 준다 한들 스스로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보를 네가 손에 쥐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느긋하게 검토하여라. 이렇게 하면 넌 단시간에 팀을 장악할 수 있고, 팀원들은 너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 이안, <딜레마의 편지> 중에서

조직의 망치려는 악마 ‘딜레마’의 속삭임처럼,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것은 비단 리더에게만 들리는 달콤한 말이 아니다. 협업의 장면에서 누구나 그런 유혹을 느끼게 된다. 정보는 곧 권력의 원천이라는 믿음 때문에, 정보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시점에 정보를 조금씩 공개하면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협업하는 구성원들을 지배하고 있다면 결국 ‘함께 하지만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있는 꼴’을 면치 못한다. 제한된 정보로 최적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과업의 과정과 결과 모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사일로’에 자신과 협업 파트너를 가두는 일이다.


3) 자신의 취약점을 숨기기

랠프 왈도 에머슨은 <자기 신뢰(Self-Reliance)>에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충고에 귀 기울이고, 타인에 대한 의존성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자립의 가치를 배웠고, 스스로 성취하고 달성한 것에 대해 보상받고자 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자립은 강력한 동기 유발 요인이자 배포, 야망, 생산성의 증표가 된다. (중략) 도움을 구하면 나약하게 보일까 봐 걱정되는가? (중략) 이 믿음에 따르면 모든 일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나약하고 게으르고 무지하고 의존적이고 자기 일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다.

- 웨인 베이커,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할까?> 중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 명제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을 살필 때, 타인을 바라볼 때 이 문장만 떠올려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단점과 취약점을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잘 공유하지 않는 건, 자신의 부족함을 공유하는 일이 자신을 헤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에머슨이 이야기한 ‘자기 신뢰’나, ‘도움을 구하면 나약해 보이고 의존적이며 자신의 일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될 것 같은 불안과 염려’가 자신의 취약점을 가리고자 하는 동력을 만든다. 이는 자기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라는 자기 최면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전제가 깔리게 되고 결국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족함과 취약성을 인정하고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부탁하는 일도 없다. 결국 이러한 두려움이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게 하고, 협업하는 이들을 향한 ‘부탁’의 동기를 꺾고 ‘부탁과 도움’의 선순환을 막아서, 궁극적으로는 협업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훼손하게 한다.


3. 원활한 협업을 위해 시작할 일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다른 사람을 돕는 것만큼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도 호혜의 불꽃을 일으킬 수 있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말고 남들을 너그럽게 도와라. 또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자주 부탁하라.

- 애덤 그랜트, <기브앤테이크> 중에서

원활한 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도와줘라.’가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물론 먼저 베푸는 ‘기버(Giver)’가 되면 개인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는 ‘상호 호혜의 고리’는 도움을 요청하는 ‘부탁’에서부터 시작되곤 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받지 않으면 줄 수 없으며,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바퀴를 맨 처음 돌리는 힘은 바로 부탁에서 나온다. 개인적, 직업적, 사업적 인맥을 통해 자원을 순환하게 만드는 것은 도움을 베푸는 것만큼이나 도움을 청하는 것에 달려 있다. (중략)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는 탄탄한 ‘조력 문화’로 유명한데, 이는 정확하게는 ‘도움을 부탁하는 문화’다. (중략) 그 시작은, 희망 사항과 두려움에 대해 논의하고, 도움을 부탁할(그리고 베풀) 수 있도록 규범을 정하고, 책임/일정/경험치 등과 관련해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 웨인 베이커,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 할까?> 중에서

이처럼 개인 차원에서의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의 시작도 부탁이지만, 조직 내에서 구성원 간, 조직 간 협업도 부탁에서 시작한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 우리 단위 조직이 갖고 있지 못한 것’을 솔직히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할 때 진정한 협업이 기지개를 켠다.


‘우리 모두는 자기 스스로 마음속에 설정해 놓은, 각자가 믿고 있는 스토리 속에서 살고 있다.’ 

이 문장처럼, 어쩌면 앞서 전한 이야기들 역시 필자의 가정이고 전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는 부탁’을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협업의 가정이, 협업의 스토리가 내 삶으로 쑥 들어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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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황정연 현대자동차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 책임매니저
20년 가까이 HRM, HRD, OD 영역에서 종횡무진하며 HR 매니저로 일해오면서, 조직과 사람, 일과 문화, 성과와 성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몸으로 답하는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지층처럼 쌓아두었던 고민의 시간을 글로 담아, 현대자동차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세상의 모든 문화> 다음채널에서 <조직문화 탐사기> 코너에 아티클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