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취미인 여행을 업으로 삼기 위해 여행 산업을 꿈꾼 김태성 개발자.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도, 수없는 탈락 통보도 그를 포기하게 만들지 못했다. 차분히 실력을 쌓으며 기다리면 될 테니까.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건 시간이 걸려도 기꺼이 기다릴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다.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알고리즘으로 건강한 식단을 제안하는 스타트업 ‘벙커키즈’의 프론트엔드 웹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셨어요. 설립된 지 6개월 정도 된 초기 스타트업이었는데, 어떻게 알게 돼 입사하신 건가요?
시니어 디자이너인 사촌 누나가 벙커키즈를 소개해 줬어요. 최종 합격한 회사가 있었지만 가볍게 미팅해 보는 건 괜찮겠다 싶어서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게 됐고요. 가보니 초기 스타트업답게 작은방에 제 또래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심상치 않았어요. 회사라는 느낌보다 열정을 가지고 재밌게 일하는 동아리 같았죠.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은 없으셨나요?
작은 스타트업이라 주니어가 많았는데, 조언 받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해서 부담이 컸어요. 고민만 할 수 없으니 팀원들과 스터디하고 논의하며 우리 팀만의 해결 방식을 찾아냈죠. 주니어들도 뭉치면 충분히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면서요.
태성 님이 원하는 방향의 일이었나요?
원래는 여행 서비스 개발을 하고 싶었어요. 졸업 작품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국내 여행지 추천 서비스를 만들 정도로 진심이었죠. 교수님께 마이리얼트립으로 이직한 소식을 들려 드리니 ‘역시 너는 여행 일하는구나’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요. 그러나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땐 준비가 부족해 탈락을 반복했어요. 코로나19까지 겹쳐 여행 산업에 뛰어드는 건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벙커키즈에 입사해 실력부터 쌓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꿈을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지금 당장 못한다면 최종 목표를 향해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여겼거든요. 차분하게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올라가면 되니까요.

이후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이직하셨어요. 2021년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행 산업이 위기를 겪던 때인데요. 그럼에도 여행 플랫폼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당시 코로나로 인해 여행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기사가 매일 같이 쏟아졌어요. 그러나 기존 여행 수요를 생각해 보면 엔데믹이 올 때 위기가 빠르게 극복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어려운 시기를 서비스와 함께 버텨낸 개발자가 되고 싶었어요. 생존이 걸린 문제를 극복하면서 분명 엄청난 성장을 경험할 테니까요.많은 회사가 채용 인원을 줄였던 만큼 최종 합격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떤 방법으로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셨나요?마이리얼트립에서 슈퍼 채용을 통해 대규모 인원을 뽑는다는 기사를 읽게 됐어요. 대학교 때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서류의 경우 그간 제출한 수십 개 지원서 중 합격한 서류의 공통점을 추려내 합격률을 높이려 했어요. 면접은 긴장하지 않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고요. 철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긴장하면 제대로 된 말조차 꺼낼 수 없거든요. 면접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링크드인으로 시니어 개발자들에게 커피챗을 요청하기도 하고, 벙커키즈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답변하는데 말이 점점 빨라지더라고요. 면접관 한 분은 ‘너무 긴장한 것 같은데 진정하세요.’란 말도 하셨고요. 준비한 모든 걸 보여 드리지는 못했지만, 노력한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리얼트립 프론트엔드팀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상품 파트 담당자로 메인 페이지에 보이는 상품의 큐레이션과 통합 검색 기능을 개발합니다. 유저가 웹 사이트에서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에요.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 나가며 개선해 나가요.
ⓒ마이리얼트립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통합 검색 개선 작업을 예로 들어 볼게요. 기존 마이리얼트립 통합 검색은 투어·티켓 상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어요. 물론 좋은 투어·티켓 상품이 많았지만, 숙소나 렌터카 같은 다른 상품도 많았거든요. 유저에게 더 많은 상품이 노출될 수 있도록 개선했고, 이제 검색 결과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사용자 편의성이라고요.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 UX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불편한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없어요. 아이디어나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불편함을 느끼면 서비스 가치도 퇴색돼요. 비슷한 서비스라면 더 편리한 서비스를 찾겠죠. 이 과정에서 UX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B2C 서비스는 유저의 첫 방문이 중요해요. 사소한 기능까지 신경 쓴 모습을 발견하면 이용 횟수도 자연히 증가할 거예요. 그러나 프론트엔드 개발자 혼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순 없어요. 디자인, 사업부, 백엔드 개발자 등 다양한 사람이 협업해야 하죠. 저의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도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없게끔 문제 상황을 고려하며 개발하지만, 그럼에도 대응이 불가능할 때가 생기더라고요. 그럴 땐 실패한 시도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배울 점을 찾아내 보완한 뒤 다음 시도에 적용해 봐요.

제주도 어느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모습 ⓒ김태성 마이리얼트립의 ‘Work From Anywhere*’라는 워케이션 지원 제도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태성 님도 활용하고 계시나요?작년 10월은 제주도에서, 11월은 도쿄에 가 2주간 워케이션을 했어요. 필요한 경우 회사로 출근하지만, 효율적으로 성과 낼 수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거든요. 여행 회사답게 세계 어디서든 한국 시간 기준 07:00~10:30 사이에 출근해 하루 8시간만 일하면 돼요. 사비를 들여가며 휴양지에서 일한다는 게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그러나 휴가와 근무를 적절히 조화시켜 해당 지역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현지인처럼 생활하기 때문에 꽤나 매력적이거든요. 도쿄에서 근무할 땐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며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도 했어요. *마이리얼트립 150만 포인트를 지원받아 전 세계 어디든, 기한 제한 없이 오피스를 떠나 근무할 수 있는 복지 제도 
도쿄 워케이션 때 들린 지브리 박물관 ⓒ김태성
일본인 친구들은 어떻게 만난 건가요?
몇 년 전 오사카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가 도쿄에 놀러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도쿄 워케이션 간 김에 연락해 봤더니 자신의 일본인 친구들을 소개해 줬고, 워케이션 내내 함께 놀러 다녔어요. 마치 가이드처럼요. 한번은 야키니쿠 가게에서 고기를 주문했는데 얼음이 함께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먹는 게 아니라 불판을 잠재울 때 사용한다고 해요. 혼자 여행 갔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현지 문화를 배우게 돼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퇴근 후 여행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셨나요?
매일 풀타임으로 근무하기 보다 오후 반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낮에 관광지를 돌아다니거나 쇼핑을 했죠. 다만 블로그에 검색하면 나오는 장소와 맛집은 최대한 가지 않으려 했어요. 일본어만 적힌 가게에 들어가 주문 실수도 해 보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원하던 여행이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태성 님이 원하던 여행은 어떤 건가요?
저는 완전 계획형 인간이라 일정을 짜면 플랜 B, C까지 만들어야 해요.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강박이 있었죠. 그런데 워케이션에서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시도해 봤어요. ‘계획 없이도 즐길 수 있을까?’란 불안함과 달리 저랑 잘 맞는 방법이더라고요.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곳을 구글 맵으로 찾아 돌아다니는 게 즐거웠거든요. 올해 하반기는 홍콩 워케이션을 계획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먼 지역으로 워케이션을 가보고 싶어요.

마이리얼트립에서 좋은 여행 상품을 찾는 태성 님만의 방법이 있나요?큐레이션 된 도시별 여행 페이지를 클릭해 가이드나 액티비티 상품을 찾아보세요. 항공권을 구매하면 숙소 할인도 되니 함께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상품의 경우 관심 있다면 일단 구매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해봐야 알잖아요. 본인만의 여행 스타일을 찾는 게 우선이에요. 막상 여행 가면 분위기 때문에라도 즐길 수밖에 없고요. 좋은 여행은 여유를 갖고 현지 문화에 동화되는 거라 생각해요. 경험해 본 마이리얼트립 액티비티 상품이 있나요?도쿄 스냅 사진 코스를 구매해 봤어요. 핸드폰 사진은 찍어도 포토그래퍼와 작업하는 건 해본 적 없었거든요. 한국인 포토그래퍼였는데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편해져서 마이리얼트립 직원이라는 얘기를 했고 굉장히 반겨주셨어요. 현지인만 아는 장소도 소개받았고요. 어떤 장소를 추천받으셨나요?시부야 중심에 가면 도쿄 올림픽 때 생긴 랜드마크 ‘미야시타 공원’이 있어요. 이자카야 먹자골목부터 쇼핑센터까지 들어 있는 복합 상가라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죠. 그런데 공원 옆길로 걷다 보면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작은 어묵집이 보여요. 논베이 요코쵸(술꾼 골목)인데요, 그 사이로 들어가면 좁은 골목길에 다섯 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선술집이 즐비해요. 일본을 몇 번이나 가봤지만 그런 곳은 처음 봤어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아 합석은 하지 못했는데 구경하는 것 자체로 신선했습니다. 
논베이 요코쵸에서 촬영한 스냅 사진 ⓒ김태성
태성 님의 일본어 실력이 상당하시더라고요.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생 때만 해도 극심한 내향인이었어요. 집에 있는 걸 선호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외출도 안 했고요. 그러다 친구들과 도쿄로 첫 해외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불편한 것 투성이었는데, 돌아다녀야 하니까 뭐라도 해야만 했어요. 눈치로 알아듣고 손짓을 써가면서 소통했는데 은근히 재밌더라고요. 여행도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잘 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됐죠.
태성 님께 일본은 정말 특별한 장소겠어요.
중국과 대만도 가봤는데 향신료가 입맛에 안 맞았어요. 그런데 일본은 음식도 맛있고 접근성도 좋아서 자꾸 가게 돼요. 혼자 밥 먹거나 돌아다니기도 편하고요. 자연스레 워케이션으로도 자주 가네요. 시부야 워케이션 때는 아침에 출근하는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 섞여 걸으며 ‘시부야 직장인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