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일할까.
대체 어떤 인재들이 모여서 어떤 방식으로 일할까.
일하는 방식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궁금증일 것이다. 대기업을 멀쩡히 다니다가 빅테크 기업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김주영 님. 그의 결심에도 이러한 호기심이 작용했다.
대체 뭐가 다르길래 그들은 전 세계 인류의 삶을 바꾸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접하지만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언제나 의뭉스러운 구석도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직접 가서 일해보기로.
사실 실리콘밸리의 그 어떤 기업도 그에게 먼저 포지션을 제안하지 않았다. 20년 경력이 무색할 만큼 그 역시 수십여 통의 지원서를 썼지만 그 중 10% 회사의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운 좋게 몇 군데에서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그 중 하나가 ‘메타’다.
혹시 아쉬운 점은 없으셨나요?
음, 자동차 소프트웨어 사업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서 그쪽 CSO 겸 COO로 이동을 했는데 마침 코로나가 터졌고, 여러 이슈로 인해 결국 본사로 돌아가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2년 만에 종료하게 됐어요. 코로나 와중에 제가 직접 회사도 설립하고 제품 전략, 고객사 인게지먼트까지 애착을 가지고 했던 일이었던지라 중단하게 됐을 때 많이 아쉬웠어요.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있고요. 대신 그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의 끈끈한 관계가 유지되고 본사에서 자동차 SW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것을 보고 위로를 얻습니다.
그러면서 LG전자를 떠나게 되신 거군요. 새로운 회사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큰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컸던 거 같아요. 빅테크에 대한 기사나 출신들이 이야기하는 다양한 일의 방식, 기술, 문화 등 그런 것들이 정말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시장과 기술을 리딩하는지, 무엇이 다른지 등 궁금한 것이 정말 많았었죠. 조인트 벤처를 마무리한 후 취업에 도전했어요. 운 좋게도 몇 군데 오퍼가 와서 그 중 제일 흥미 있는 서비스를 하는 메타로 조인하게 되었습니다.
메타에서 2년 정도 일하시면서 가장 새로웠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사실 회사에서 필요한 일의 단위, 아젠다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업 계획 후 제품 로드맵을 만들어서 개발하고 판매하는 프로세스로 해야 하는 일의 주제는 크게 다르지는 않죠. 다만 고객에게 전달되는 최종 결과물은 서비스와 제품 퀄리티 측면에서 한국보다는 좀 더 집착이 강하다는 느낌이 받았어요. 특히 레거시(legacy)와 유저 경험(user experience)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유저를 선택하는 문화가 좀 새롭게 느껴졌어요.
업무 인프라 부분도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프로세스 전반에 활용되는 기업 IT 인프라가 지나치다 할 정도로 잘 구축되어 있어요. 물론 내부에는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 기업에서 온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훌륭해요. 아무래도 인프라 투자가 눈에 잘 보이지 않다 보니 한국 기업들은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부족한 부분은 사람이나 매뉴얼 작업으로 커버하는 식이죠. 메타는 생산성을 높이고 프로세스적인 효율성에 끊임없이 투자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또 데이터 활용도 인상적이었어요.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활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거의 모든 의사결정과 프로세스에서 수치와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문화이고, 또 이를 지원해 주기 위한 내부 데이터 활용 인프라가 아주 잘 돼 있습니다. 데이터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곧 쓸모 없어지기 마련인데, 계속 최신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고, 그날그날의 업무에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이 보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에서 이렇게 빠르게 나갈 수 있는 것은 기술과 인력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동안에 축적해 놓은 데이터, 특히 내부 데이터를 완전히 디지털화 시켜 놓고, 통합해서 저장하고 관리하는 역량이 핵심적인 힘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메타 TPM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도 궁금해요. 상징적인 사례 하나만 소개 부탁드려요.
메타에서 TPM은 제품의 컨셉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면 제품 출시를 위한 개발 계획, 출시, post-launching까지 전체 제품 개발에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관여를 합니다. TPM의 역할은 제품 개발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거 같아요. 특히 배포를 위한 주요 이슈들, 저희는 이것을 launch blocker라고 하는데요, 정말 수천 명의 인원이 투입되어 개발이 진행되고, 거대한 백엔드 시스템과 기존 서비스들과의 연동도 같이 고려해서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복잡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또한, 이슈에 의해서 엄청난 리소스가 block 되어 있고, 이는 바로 출시와 품질에 임팩트를 주죠.
주요한 launch blocker가 엔지니어링 사이드에서 발생하면, 해당 모듈 개발 팀의 기술적인 분석과 함께, TPM들은 이와 관련된 engineering dependency를 분석하고, 관련팀과의 협의를 통해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리드하게 됩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어떤 앱에서 아바타의 움직임에 관련한 이슈가 OS부터 그래픽스, AI까지 여러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솔루션의 정의하고 관련한 팀과 협의해서 최종적인 blocking issue를 푸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의 중요한 역할은 발생한 launch blocker들을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의 성격에 따라서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이와 관련된 데브 인프라 또는 서비스 인프라를 개선/보완하는 과정을 post-launching 활동의 일부로 진행해서, 동일한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세스와 프랙티스로 정리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게 되면 대형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과 출시에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접하게 되고, 직접 해결을 해나가면서 쌓이는 경험과 인사이트가 자산이 됩니다.
빅테크에 취업하고 싶다면 OOO 하세요!
국내 개발자나 PM들이 글로벌 빅테크 회사에 취업하려면 어떤 경험이 있어야 할까요.
메타나 실리콘밸리 회사를 보면 한국인 개발자는 꽤 있는데 PM이나 TPM은 거의 보지 못했어요. 있더라도 완전 교포만 몇 분 계셨어요. 사실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한 경우는 개발자들이 대부분이에요.
우선 빅테크 회사 취업에는 개발자나 논개발자 모두 공통적으로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가 유리해요. 특히 한국이 잘하는 부분, 예를 들면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등은 한국 기업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인정받는데 미국에는 관련 전문가가 적다 보니 현지에서 해당 스킬셋을 가진 인력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졌어요. 따라서 관련 기술을 가졌다면 취업 성공 확률이 높아요. 또 제품 출시 과정을 얼마나 겪어 봤느냐도 중요해요.
추가로 도메인과 제품에 대한 지식을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보통 주니어 때는 편견 없이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습득하는데, 시니어가 되어 갈수록 꼭 필요하고 정리된 자료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식의 넓이와 깊이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본 지식을 정리하고 업무와의 연결성을 만들어 놓길 바랍니다. 특히 PM은 LC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잘 정리된 커뮤니케이션, 그것도 미국 스타일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주영님도 수많은 기업에 어플라이했고 탈락의 고배도 마셨다고 하셨잖아요. 그 과정에서 익히 빅테크 기업 취업 노하우가 있을 거 같은데 몇 가지 공개해 주세요!
개발자의 코딩 테스트는 여기 지원자들도 엄청나게 연습을 해요. 문제가 나오면 거의 기계적으로 코딩이 될 정도로 연습을 하니 이런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니 LC는 꾸준히 숙달시켜야 해요. 적당히 보고, 나오면 풀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요.
Behavioral question는 상황에 대한 대응과 경험을 측정하는 인터뷰인데 나의 이전 업무는 어떤 상황에서 펼쳐졌고, 어떤 미션과 챌린지가 있었는지 나는 그걸 어떻게 해결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다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해야 합니다. 보통 STAR이라는 포맷을 사용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한국어로 해도 쉽지 않으니 영어로는 더 어렵겠죠. 예상 질문을 찾아보면 100개 정도 나오는데 이걸 다 준비하는 건 불가능해요.
저 역시 버벅대다가 나중에 터득한 건데, 일단 전체적인 상황, 환경, 미션, 최종 결과 등을 주제로 본인의 경력 중 주요한 업무 성과 2~3개를 정리해 둬요. 이 2~3개의 성과를 질문의 포커스에 맞게 이야기하는 거죠. 한국 분들은 다들 일 잘하고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커뮤니케이션하는 연습이 부족한 편이라 안타까워요.
사실 인터뷰 역시 경험이잖아요. 실제 인터뷰를 봐야지만 요령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길 거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미국 인터뷰 스타일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 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한 번 지원하고 떨어지면 보통 1년 후에 다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하고 떨어지기보다는 본인 스킬셋에 맞아 보이는 회사들을 지원해서 인터뷰에 어느 정도 적응한 후 도전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마 초반에 몇 군데 지원하면 연락도 안 올 거예요. 100개 쓰면 한 10개 정도 인터뷰 잡히려나요. 실리콘밸리에 회사가 수만 개가 있는데, 지원자도 그만큼 지원해서 그냥 링크드인 광고보고 지원하면, 보통 10% 정도만 연락이 옵니다. 계속 지원하세요. 그러다 보면 점점 인터뷰 보자는 연락도 많이 오고, 통과될 확률도 높아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꾸준히 일하고, 꾸준히 학습하고!
주영님이 지금 업무를 계속하는 이유, 그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제가 생각하던 바가 실제로 구현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끼는 거 같아요. 이런 느낌을 좋아하다 보니 전략이나 방향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실행하는 업무를 찾아 했던 거 같고요. 이런 과정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유대감이 제가 계속 일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