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문과생이 개발자가 되려면> 시리즈의 1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중어중문학 전공자인 필자는 중국 패션 회사에서 만족스럽게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커리어 전환을 선택한 걸까요?
- 개발자는 상대적으로 초봉이 높습니다. 재택근무나 원격 근무가 허용되는 곳이 많고, 유연한 사내 문화를 갖고 있죠. 특히 나만의 기술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합한 직무일 거예요.
- 비전공자가 코딩을 배우려면, 크게 1)사설 교육 기관 2)독학 3)국비 지원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각각의 장단점과 추천 대상이 궁금하다면 아티클로 확인해 보세요.
지금은 어엿한 3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지금의 직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저는 원래 예체능을 전공한 100% 비전공자였거든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개발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어요. 비전공자 시선에서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였길래 제가 갑자기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던 걸까요?

지금보다 나빠질 수는 없다
2019년,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어중문학 전공을 살려 중국 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어를 잊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디자인은 직접 하진 않지만 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초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는요.
2020년 춘절, 즉 설날을 기점으로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며 외국인 비자 발급이 중단되고, 하늘길이 막히며 제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시기는 제가 정식 취업 비자로 전환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기였거든요. 또한 이 시기에 맞춰 지금 살고 있는 집 월세 기간이 끝나도록 계획했는데, 취업 비자 발급이 무산되며 이사를 갈 수도 없게 됐습니다. 비자가 없으면 주숙등기(입주 신고)를 할 수 없었고, 다시 말해 중국에서 집을 구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 중국몽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개발을 선택하게 된 배경
1. 중국의 놀라운 기술
짧은 시간 중국에 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기술력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QR코드 결제가 너무 당연하게 돼 있어 지갑과 카드의 존재가 유명무실했습니다. 심지어 핸드폰 없이 얼굴 인식으로도 결제가 가능했습니다. 공유 자전거, 공유 스쿠터는 물론이고 배달, 택시 각종 앱들도 한국보다 잘 돼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간편 결제가 보편화돼 있고 공유 자전거가 도처에 널려 있지만, 2019년도에는 사용자가 적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중국에서 받은 충격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게다가 제 스펙과 경력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있을 시기라 “나만의 기술”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이 미래의 제가 될 생각을 하니 개발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개발자 수요 증가
한국으로 귀국한 뒤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채용 시장은 물론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업무가 줄어들었고, 원격 근무도 보편화되며 다른 직업군과 달리 유일하게 개발직 몸값만 높아지고 있었죠. 크고 작은 회사 모두 개발자 연봉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에 비전공자를 개발자로 육성시키려는 기업 자체 프로그램이나 사설 개발 교육 기관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개발자의 수요는 끊임없이 높아져 갔고, ‘나도 개발을 배워볼까’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코로나가 시작하기 전, 중국에서부터 개발자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다’하고 바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의 장점
개발의 ‘ㄱ’자도 몰랐고, 20대 후반의 나이였던 저는 짧고 굵게 ‘전향’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이유로 과감하게 부트캠프에 등록했습니다.
1. 상대적으로 높은 초봉
귀국 후 현실적으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직무/회사 연봉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국’, ‘해외’와 관련된 직무는 전혀 수요가 없었고, 목표를 낮추고 낮춰 찾은 단순 서비스직도 가뭄에 콩 나듯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직 개발직만 제외하고요. 답답한 마음에 개발직 공고를 정독했는데 초봉이 제가 목표한 연봉보다 훨씬 높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경력을 영혼부터 끌어모아도 신입 개발자 초봉과 비슷할까 말까 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미련 없이 제 커리어를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노력한만큼 연봉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역시 커리어를 포기할 수 있게 한 이유였죠.
2. 재택 근무/원격 근무를 비롯한 유연한 사내 문화
코로나가 시작되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많은 IT기업이 나서서 재택 근무를 도입했었죠. 항상 고정적인 시간에 사무실로, 출근을 해왔던 저에겐 저렇게 사내 정책이 유연하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심지어 스케줄 근무를 했을 때는 연차도 쉽게 사용하지 못했고 복장과 메이크업 역시 규정된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 팀의 모습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복장도 굉장히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나만의 기술에 대한 갈망
대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서비스직과 사무직 그 중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비슷했죠. 사실 대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20대 후반이 될수록 내 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서비스직이라면 어리고 예쁜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했으니까요. 물론 5년, 10년 뒤에는 신입에게 없는 노련함을 가질 수 있겠지만 체력, 외모는 어린 친구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이것보다 더 회의감을 느꼈던 사실은 그렇게 오래 일을 해도 나 자신에게 남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직의 경우, 내가 일한 기간이 곧 기술의 숙련도이고 경력이고 능력의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 전향하는 방법?
비전공자가 코딩을 배우려면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3가지 방법을 모두 경험해 봤기 때문에 장단점을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사설 교육 기관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집니다. IT기업에서 진행하는 개발자 양성 교육과 직접 돈을 지불하는 부트캠프가 있습니다. 삼성에서 주관하는 ‘SAFFY’, 우아한 형제들에서 주관하는 ‘우아한 테크 코스’가 전자에 해당하고, ‘위코드’, ‘코드스테이츠’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전자의 경우 서류 전형과 코딩 테스트가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다소 높지만 후자의 경우 비용만 지불한다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배우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해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 장점 : 그 당시 최신 기술 스택을 커리큘럼으로 내세우고 있었고, 실무에 가까운 협업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선택지보다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평균 6개월인 국비 교육과 비교해 짧은 기간에 개발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독학과 비교해 강제성을 가질 수 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 단점 : 한정된 시간에 기본 개념과 프로젝트, 취업 준비까지 완벽하게 따라가는 것은 모든 수업을 이해했을 때를 전제로 가능했던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장점이 단점이 되는 순간이었죠. 서버와 클라이언트는 물론, 네트워크, 알고리즘, git 등 개발자라면 꼭 필요한 개념을 모두 들을 수 있었으나 그걸 6주 안에 이해해야했습니다.
- 추천 대상 : 개발이나 웹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쌓여있고 진로가 명확한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무언가를 새로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실무 프로젝트에서 응용해 보겠다는 목표로 커리큘럼을 따라갔다면 가장 좋은 효율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독학저는 부트캠프를 진행하며 모르는 부분은 따로 공부했습니다. 수업 내용을 절반이라도 이해하려면 예습은 필수였기 때문에 수업 시간 외에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장점 :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내 여가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해도에 따라 진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가 정해진 국비 교육이나 부트캠프보다 자유도가 높습니다. 요즘은 양질의 무료 강의도 많아 비용 투자 없이 기초 개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발에 대한 개념이 거의 전무했을 때 “생활코딩”님의 강의가 가장 도움이 됐고, 기본적인 개념이 생겼을 때는 “코딩애플”님의 강의가 도움이 됐습니다.
- 단점 : 아무래도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내가 이해한 바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전자는 본인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라 넘어가고, 제 경우에는 후자가 매우 난감했습니다. 영상을 보고 코드를 한 줄 한 줄 따라치는데, 나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엔 너무 아찔했죠. 해결은 해야 하는데 원인은 모르겠고… 해결이 돼도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추천 대상 : 현실적으로 퇴사가 어렵거나 직장과 병행하며 개발을 배우고 싶은 직장인에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교육 기관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으나 따라가기 어렵다면 보조적인 방법으로 추천합니다.
3. 국비 지원- 장점 : 나라에서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개인이 지불할 금액은 0원이고 오히려 출석률에 따라 매달 소액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수업을 들었던 초창기에는 웹 개발자 양성 과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과정으로 모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비전공자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 만큼 내용을 하나하나 알려줬고, 모르는 것을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이력서 쓰는 법, 면접 대비 등 개발 이외의 특강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됐습니다.
- 단점 : 독학이나 부트캠프의 경우 수업을 따라가려는 수강생의 의지가 높은 편인데, 국비 지원은 누구나 신청을 할 수 있고 수강생이 감수해야 할 손해가 적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이게 됩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공백기가 애매해서 떠버려서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좌우됐습니다. 저는 국비 교육을 하면서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공모전에 나가 좋은 결과를 얻었으나 아닌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 추천 대상 : 아직 대학생이거나 취준생이라면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독학보다는 본격적으로 개발을 배울 수 있고, 만약 개발이 적성에 안 맞다고 판단해 포기하더라도 시간 외에 부담할 비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위에 서술한 방법이 개발자로 취업을 무조건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국비 교육도 부트캠프도 수강했으나 이수증조차 받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수강생들보다 가장 빨리 취업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2화를 살펴봐 주세요. ▶
<문과생이 개발자가 되려면> 시리즈 보러 가기
글 | 신소진 디자인을 전공했으면서 서비스직, 교육직, 일반 사무직,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자연어처리 AI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직장인입니다 (https://brunch.co.kr/@5c684f75c47e4a9)발행일 202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