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꼭 면접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듣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왜 개발 배우려고 했나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이잖아요?”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특히, 면접에서는 전공자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연봉이라면 컴퓨터 공학을 배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개발자로 취업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저는 전공자와 대등할 만한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습니다.
비전공자의 취업 과정
저는 2월에 난생처음 코딩을 배우고, 6월에 첫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고사하고, 교육 수료증도 없는 상태로 3~4개월 만에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한 것입니다. 심지어 수강했던 부트캠프 커리큘럼이 8월에 끝났고, 6월에는 한창 팀 프로젝트가 진행될 시기였기 때문에 동기들보다 최소 2개월은 빨리 취업을 한 셈이죠.
함께 수업을 들었던, 저와 비슷하게 개발을 시작했던 사람들보다 빨리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슬프게도 ‘빠른 현실 파악’이었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6개월, 1년 동안 더 공부한다고 해도 컴퓨터 공학과 졸업생보다 잘할 수 없고 하다못해 공대생보다도 실력이 뛰어날 것이라도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요. 설령 일하다 잘리는 일이 생긴다 해도 회사에서 업무를 하며 배우는 3개월이 막연히 공부하는 3개월보다 더 귀중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헤드헌터/인사팀의 제안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회사가 저를 면접장으로 불렀을 때는 제가 “비전공자”임을 인지한 상태로, 제 이력서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저에게 컴퓨터 공학 졸업생만큼의 지식을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전공자도 아닌 저를 불러 면접을 진행하는 걸까요? 제가 당시 생각한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회사가 비전공자를 합격시키는 현실적인 이유]
🔹전공자의 연봉을 맞춰 줄 수 없거나 맞춰 줄 의향이 없음
🔹회사 내에 필요한 개발자가 전공자 정도의 실력이 필요하진 않음
🔹전공자가 먼저 지원을 하거나 요청에 응할만한 회사가 아님
저는 빠른 취업이 목표였기 때문에 최소한의 조건만 필터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제 목표가 높고 컸다면 취업에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저는 남들보다 하루라도 긴 경력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회사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 조건]
🔹회사가 나의 실력과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것
: 따라서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신입 OTJ가 확실히 보장되는지를 면접에서 항상 물어봤습니다.
🔹자체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
: 흔히 SI라고 불리는 ‘외주업체만 피하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최소 3000만 원 이상의 연봉
다행히 첫 면접을 보았던 회사에서 서로의 니즈가 정확히 충족됐습니다. 회사에서 먼저 면접 제의를 주었으니 1번 상황에 대해서는 감안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찾아보니 여러 개의 AI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었고요. 3번 조건 역시 충족돼 저는 바로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합격했던 이유를 여쭤보니 제가 ‘디자인과’였다는 점과 ‘학습에 대한 의지’가 높아서였습니다. 전자의 이유는 오래 일하셨던 퍼블리셔 분이 퇴사 예정이라 퍼블리싱을 할 수 있는 “개발자”를 채용하기로 했는데 제가 디자인과에,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알고, HTML과 CSS는 바로 할 수 있다고 하니 최적의 조건이었던 것이죠. 그런데다 학습에 대한 의지도 있고, 짧은 학습 기간에 비해 답변도 어느 정도 수월하게 해서 잘 가르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해요.
비전공자라서 가능했던 장점과 전략
인터넷에 비전공 개발자를 검색해 보면 주로 보이는 주제가 있습니다.
‘제가 N 살인데 지금부터 개발을 공부해도 취업 가능할까요?’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6개월 안에 ‘네카라쿠배’ 취업 가능합니다!’
‘비전공 개발자 취업 현실 후기’
사실, 개발 대신에 ‘디자인’, ‘마케팅’ 혹은 ‘공무원’등 어떤 단어를 넣어도 같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직무든지 전공생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고, 학원 입장에서는 희망을 파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한 막상 현실은 제 생각보다 찬란하지도 않죠.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가장 첫 직업은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직이었고, 이후 어문 계열에서도 일했으며, 막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경력과 포트폴리오는 없는 디자이너로도 일했습니다. 이렇게도 개연성 없이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경험이든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무엇을 강점과 차별점으로 내세웠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빠른 현실 파악
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개발을 배웠습니다. 개발을 배워 본 적도,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시작했던 터라 제가 잘할 것이라는 기대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 대해 전혀 기대하지 않고 무작정 배우고, 모르는 것은 암기했습니다.
당연히 취업에 대한 목표도 낮았기 때문에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기업이나 전통적인 대기업은 제 목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까 앞서 말한 3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1~2년은 죽은 듯이 업무를 배워 경력을 쌓고, 비전공자 신입이라는 타이틀을 떼는 것이 제 목표의 전부였습니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컴공 졸업생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점이 무엇인가를 찾는데 고민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차이는 ‘기대감’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전공자에게는 기대하는 바가 있고, 저에게는 기대가 낮거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세운 전략은 면접에서는 3개월이라는 학습 기간 동안 제가 공부한 범위를 통해 나의 가능성을 어필하는 것과 기술 면접에서 모든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암기하는 것이었습니다.
2. 나의 전공 = 나의 강점
저는 면접에서 ‘지원자의 장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1순위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말했습니다. 정말 단어 그대로 소통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고서야 타인과 소통을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내가 “왜”, “어떠한 이유”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전공자보다 나을 수밖에 없는지를 어필해야 합니다. 제가 가진 단점이자 장점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자와 다른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서비스직에서 일했던 경험과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통해 ‘사람 간의 소통’과 ‘타 팀과 직무적으로 소통’이 원활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실제 직접 일해보니 제 전공이 도움이 되는 순간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4개로 요약 가능합니다.
🔹디자이너와 소통이 수월하다.
: 디자이너가 원하는 1px의 차이, 디자인의 의도에 쉽게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눈썰미가 좋다
: 컴퓨터 화면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은 코딩으로 하는지, 마우스로 하는지 차이라고 여겨질 만큼 대학교에서 하던 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디자인을 넘겨주어도 제가 좀 더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안을 넓게 볼 수 있다.
: 대학 시절 자연스럽게 굳어진 습관이 있다면 무언가를 기획/디자인할 때 머릿속에서 전체적인 흐름과 모습을 계속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기획안을 보며 서비스의 흐름을 상상하고, 예외 케이스를 생각하며 초기 프로젝트를 생성할 때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전공이든, 이전 직업이 무엇이었든 배운 것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제 대학 시절 경험이 프론트엔드 직무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됐지만, 누구든지 컴퓨터 공학 전공자와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개발자가 되기 전 나의 커리어와 역량을 개발 직무와 연관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나의 강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마케팅 업무를 했던 사람이라면 자료조사와 데이터 파악에 능숙할 것이고, 수학과였다면 알고리즘에 보다 더 능숙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전공이 아니더라도 은행권에 있었다면 금융 도메인에 익숙할 수 있습니다. 정말 사소하지만 저는 중국에서 살았을 때 百度(바이두)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개발자로 일했을 때도 구글에서 못 찾는 정보는 바이두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3. 창의성
비전공자는 컴퓨터 전공자에 비해 공부한 시간이 현저히 짧습니다. 대학 생활 중 진행했던 많은 시험과 실습 과제를 포함하면 절대적으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발자스러운, 그들에게 필요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저는 디자인과에서 독창성, 개성, 직관, 느낌이 중요한 사람이 돼있었으니까요.
대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저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그 접근 방법이 보편적이지 않던, 알고 보니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던 것을 그 당시의 저는 우연히 발견해 낸 것이지만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 내며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아는 것이 적어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도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배경에서 온 경험과 지식을 결합해 창의적으로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