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자율성, 재미, 성장! 개발자 장단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글ㅣ신소진 프론트엔드 개발자

연봉, 자율성, 재미, 성장! 개발자 장단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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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문과생이 개발자가 되려면> 시리즈의 3화입니다.


✍ 오늘의 아티클
  • 문과생에서 개발자가 된 필자는 어떤 걸 느꼈을까요? 3년 차 개발자가 개발 직무의 장단점을 회고합니다. 
  • 개발자는 비교적 높은 초봉과 연봉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6개월 만에 연봉을 상승시킬 수 있었고, 이직할 땐 30% 정도 인상해 계약했다고 말합니다. 
  • 그렇다면, 개발자로 일하며 새롭게 알게 된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일까요? 아티클로 확인해 보세요.
이전 글에서는 왜 개발자를 선택했고, 개발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개발자로 짧지 않은 시간을 일한 후 회고하는 글입니다. 목표하던 개발자로 전향해 보니 기대한 것과 무엇이 달랐고, 또 무엇이 비슷했는지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발자 이전의 삶은…?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서비스직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사람을 대하는 일에 있어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업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업무시간 ON/OFF가 명확한 점도 너무 좋았거든요. 업무가 연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퇴근 후 시간은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었죠.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워낙 꾸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옷차림이나 메이크업에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아쉬운 점을 뽑는다면 다녔던 회사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곳인 걸 몰랐다는 거예요. 업무 중간에 자유롭게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고, 카페를 잠깐 다녀와도 괜찮고, 연차도 상의 없이 올려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그런 회사 생활이니까요! 그땐 불편할 줄 몰랐지만, 매일 민낯에 편한 옷차림으로 출근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할 수 있겠네요. 


개발자로 일하며 좋았던 점


1. 비교적 높은 초봉과 연봉 상승률
서비스직이나 디자인 직군 모두 임금이 높지 않습니다. 연봉 상승률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일했던 곳은 그렇게 높지 않았거든요. 솔직하게 제가 대학을 막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은 세후 16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거기에 야근은 필수다시피 했기에 시급으로 환산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낮았다고 볼 수 있죠. 

코로나 이후, 다시 취업을 하려고 보니 여전히 비슷한 급여 수준이었지만 개발자 연봉은 최소 2600~2800만 원에서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목표하는 회사에 따라 급여는 천차만별이지만, 저의 최소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는 일반적으로 3000만 원 이상의 급여로 책정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첫 회사는 3000만 원 초반에 계약을 진행했고, 6개월 만에 연봉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직할 때는 초봉 대비 25~30% 정도 인상해 계약했고요. 커리어를 전환하기 전에는 동결만 아니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연봉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지금은 내가 노력한 만큼, 나의 능력을 키우는 만큼 연봉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어요. 


2. 지속적인 자기발전이 가능하다
앞서 말한 장점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지만 자/타의적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게 됩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새로운 기술과 스택을 접하게 되니까요. 처음에는 사용법이 낯설어 시간이 걸리지만, 이후 비슷한 작업을 할 때는 훨씬 수월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저는 경험한 내용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축적되는 느낌이 좋았어요.

개발자는 업무를 하면 할수록, 경력이 길면 길수록 그만큼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직업이란 건 확실합니다. 물론 업무를 해내기 위해 물리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이기도 했지만요. 


3. 내 역할만 잘한다면 자유 보장
이전까지 제가 근무했던 곳은 대체로 보수적이거나 규율이 정해진 곳이었습니다. 스케줄 근무로 인해 연차나 반차 사용에 제한이 있다거나, 복장과 메이크업에 대한 디테일한 규정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이제는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아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직원의 복장에 대한 간섭이 전혀 없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와도, 트레이닝 복을 입고 와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죠. 개개인이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고, 다른 일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업무만 잘한다면 업무 외 것들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만약 지금 산책하고 오는 것이 업무 효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래도 돼요. 


4. 재미있는 업무
일이 재밌어봐야 얼마나 재미있겠냐마는 지금까지 했던 일들 중 가장 재밌는 일임은 확실합니다. 저는 다른 누구보다 다양하고 개연성 없는 커리어를 쌓아왔는데요, 1년 정도 일하면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거든요. 막상 해보면 제가 상상했던 일과 거리가 있거나, 생각보다 직무가 제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반복적이고, 정적인 것에 쉽게 싫증을 내는 편이라 업무가 익숙해지면 바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어요. 

하지만 개발은 보기엔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것 같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하는 수많은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게다가 업무가 익숙해질 즈음 귀신같이 새로운 기술이나, 배움이 필요한 순간이 와서 나태해지는 저를 다시 자극해 주죠.


개발자로 일해보니 보이는 현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이런 고민을 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먼 미래의 일이기도 했고, 당장 취업이 우선이었던 저는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취업 이후의 일에 대해 짐작도 할 수 없었죠. 경험자로서 취업 후 비전공 신입 개발자는 무엇이 예상과 달랐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트캠프나 국비 학원에서 개발과 관련된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 라이브러리 사용법, 간단한 알고리즘은 알려주지만 막상 업무에 필요한 개발 이외의 것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는 UMS, Flow chart, 요구사항 정의서, 인터페이스 정의서 등 개발 산출물 문서에 관한 것을 취업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꽤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비전공자라서 몰랐다기 보다는 개발자로 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던 것이 큽니다. 단순하게 개발자이기 때문에 개발만 할 것이라는 제 착각이었던 것이죠. 

실제 취업을 하고 보니 오히려 개발이 진행되기 전에 준비할 문서나, 의견을 조율하고, 일정을 산출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팀과 팀, 개발자와 개발자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잘 핸들링할 수 있을지도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 중요한 역량이었고요. 


2. 무엇을 더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개발을 배우는 초반에는 학원이나 인터넷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떤 기술을 선택하면 좋을지 매우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취업을 한 첫해에는 무엇이든 배우기 급급했습니다. 제 목표는 그래서 ‘React 하나라도 잘하는 것’ 하나였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3년 차 개발자이고, 그동안 업무에 필요한 지식들을 넓고 얕게 습득했습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어느 정도 필터링해 습득할 수 있고, 제게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프론드엔드 개발자가 하는 일이 ‘화면(UI)을 기획 의도대로 구현하는 것’이라면 저는 이미 그 수준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기획안을 구현할 수 있고, 필요한 데이터를 가공해 UI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회사는 ‘리액트만(혹은 리액트를) 능숙하게 쓰는 개발자’를 원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컴퓨터 공학을 배웠다면 알았을 네트워크, OS, 알고리즘 등과 같은 개념이 필요한 순간이 종종 생겨났습니다. 비단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내가 향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면 기본적인 CS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나의 경력, 나의 프로젝트에 대한 퀄리티를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을 언제까지고 방패로 삼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할 거야!”라고 했던 최초의 다짐이 무색해지게 됐습니다. 무엇부터,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공부해야 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배워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3. 그럼에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힘들다
저는 지금까지 소소한 스터디와 몇 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회사를 다니며 병행해 왔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처음에 했던 각오처럼 꾸준한 자기 계발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병행해왔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로 취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 슬그머니 ‘굳이 해야 하나?’라는 유혹이 주기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제가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거치고 느낀 점은 익숙한 기술 스택은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업무의 연장선처럼 여겨졌고, 새로운 기술 스택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 진도가 늘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서버 개발이나 DB 설계처럼 새로운 포지션으로 하자니 프로젝트 퀄리티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물론 개발자에게 중요하지만, 공부의 목적 의식도 못지않게 필요했습니다. 목적이 사라지니 효율이 떨어졌고, 효율이 떨어지니 흥미도 식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취업이라는 확고하고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지쳐도 바로 회복하고 나아갈 수 있었지만,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은 본인과의 싸움입니다. 힘을 빼고 공부(프로젝트) 그 자체를 즐기거나, 사소하지만 작은 목표라도 꾸준히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개발 배운 거 잘한 것 같아?”라는 질문을 합니다. 저는 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분명 개발자라는 직업은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됐다고 새로운 신기술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도 아니었고, 제 능력이 알아서 키워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러니 시작하기 전에 곰곰이 따져 보세요. 정말 이 일이 나한테 필요한 일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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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소진 
디자인을 전공했으면서 서비스직, 교육직, 일반 사무직, 디자이너를 거쳐 지금은 자연어처리 AI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직장인입니다 (https://brunch.co.kr/@5c684f75c47e4a9)


발행일 202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