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교육을 시작으로 채용 그리고 부동산을 거쳐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려워 보이는 새로운 도전들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답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 한 가지, ‘유저 문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어떤 시도와 도전이 한계로 얽히지 않을 거라고.

어떤 환경에도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A. 저는 핀다의 금융 상품 프로덕트 디자인 리드로 일하고 있어요. 대출 관련 프로덕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군분투 중입니다.
Q. 미선 님께서는 UX/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2017년 부동산 플랫폼 ‘다방’으로 이직하시며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직무 전환을 하셨어요. 직무 전환을 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첫 커리어부터 말씀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제 커리어의 첫 시작은 KT 자회사에서 교육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일이었어요.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UIUX 디자인 분야가 주목을 받던 시기였어요. 당시 UX/UI 트렌드가 ‘리얼리즘’이었던 만큼, 디자이너의 역할도 현실감 있고 아름다운 그래픽을 만드는 스킬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리얼리즘을 대신해 ‘미니멀리즘’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유저 경험과 Data-Driven(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 경험이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그 흐름에 저도 다방과 원티드랩으로 이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직무도 따라가게 됐어요.
Q. UX/UI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직무 전환을 하신 분들께 변화된 직무에 적응하는 데 어렵지는 않으셨는지 물었더니 대부분 ‘아니다’라고 답하셨어요. 오히려 산업군이나 기업 규모 등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직무 이름만 바뀌었을뿐 일하는 목적과 역할은 비슷하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고요. 미선 님은 어떠셨나요?
A.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회사 규모나 문화에 따라 요구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 사이에서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심지어 한 회사 내에서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상이하기 때문에, 소속된 회사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 적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미선 님의 이력을 보면 정말 다양한 산업을 경험하셨어요. 이는 의도하신 건지 궁금해요.
A. 약간 의도한 바도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커리어 패스에서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덕트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해요. 다양한 산업군에서 만나는 유저의 문제를 풀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일이 너무 재밌어요. 핀다도 그렇게 이직하게 됐고요. 핀테크 산업에서는 어떻게 프로덕트를 만드는지 궁금했거든요. 덕분에 핀다에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좋은 금융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어요.
Q. 자,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얼마나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는지 몰라요. 미선 님은 2020년 다방에서 원티드랩으로 이직하셨죠. 그때의 원티드랩은 어땠나요?
A. 좋은 기업 문화를 만나는 건 행운인데요. 원티드랩에서의 경험이 제게 행운과도 같았어요. 커리어에 많은 도움도 됐고요. 특히 원티드랩은 Data-Driven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잖아요. 전직원 누구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동안 디자인 이론이나 직관에 의해서 솔루션을 제안했다면, 이곳에서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다수 경험할 수 있었어요.
Q. 원티드랩에서의 경험이 다음 커리어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다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만큼 커리어 성장에 진심인 많은 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을듯해요. 이렇게 미선 님도 만나게 됐잖아요.
A. MVP 버전으로 오픈된 신규 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지 경험해 봐서 좋았어요. 제가 속한 스쿼드가 ‘커리어 성장’ 채널을 오픈했는데요. 런칭 후, 2주 단위로 무척 빠르게 개선해 나갔어요. 팀워크와 기술적으로 뛰어난 동료들 덕분이기도 했지만, 애자일 조직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지향하는 문화에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 속도감이 좋아서 그 다음 커리어도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된 거죠.
Q. 누군가는 미선 님의 커리어를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미선 님으로 계시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거라고 감히 가늠해 보기도 하고요. 이제 막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사회에 나가고자 하는 신입 혹은 종이 출판 등의 편집 분야에서 UX/UI 분야로 넘어가고자 하는 경력직에게 이력서나 포트폴리오, 면접 등에서 간략히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A. 우선 데이터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포트폴리오에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면, 내가 운영했던 서비스에서 1) 유저 이탈이 발생한 지점은 어디였는지 2) 그 원인은 무엇었는지 3) 원인을 뒷받침한 데이터로 어떤 것이 있었는지 일련의 순서에 맞춰 논리적으로 보여줘야 해요. 그다음으로, 유저 이탈을 해결하고자 설정했던 가설과 A/B 테스트 그리고, 이로써 얻은 인사이트가 있어야 하죠.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회사에 속해 있다면, 오픈된 데이터 리서치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자신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도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핀테크 기업에서 유저의 대출을 돕는 디자인적 방법들
Q. 핀다로 질문 주제를 바꿔 볼게요. 핀다는 국내 대출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대출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통합 대출 플랫폼(앱)입니다. 핀다에서 진행하셨던 여러 프로젝트 중 한 가지를 꼽아 문제라고 정의한 배경부터 프로젝트 성과까지 자세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핀다
A. 가장 최근 오픈한 서비스 중 하나인, ‘대환 챌린지 2.0’를 소개해 드릴게요. 만족스런 반응을 얻은 ‘1.0’ 버전에서 디벨롭된 이 서비스 출시의 배경을 먼저 설명드리면, 핀다 유저 중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음에도, 관련 정보가 부족해 아쉬운 조건으로 대출받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문제는 그런 조건으로 대출받으면, 돈이 정말 급할 때 대출이 나오지 않거나 월 부담금이 너무 커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한도 조회를 꾸준히 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한도 조회로 내 신용도가 낮아지는 건 아닌가’라는 막연한 불안과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요. 대환 챌린지 2.0은 이렇듯 대출이 어렵고 막막한 사람이 올바른 대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정보성 콘텐츠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더한 재밌는 서비스예요.
단순해 보이는 이 서비스에도 동기부여를 위한 여러 가지 UX 방법론을 적용했어요. 첫 번째가 ‘부여된 진행' 효과예요. 이는 내가 무언가에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동기부여가 훨씬 더 잘 된다는 심리를 활용한 효과인데요. 유저가 서비스에 진입하자마자 ‘레벨 1’을 부여하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유저가 목표 달성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을 갖도록 디자인했어요. 두 번째는 ‘사회적 관계’ 효과예요. “2,234명이 함께하고 있어요"와 같은 메시지는 유저가 타인과의 유대감을 생성하게 하며 행동에 동기부여를 줍니다. 세 번째는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거예요. 주 1회 꾸준히 한도 조회 미션을 수행하면 매월 3명을 선정해 상금 100만원과 대환 전략 솔루션을 전달하는 보상이에요. 1.0에서는 3만 명 이상이 참여해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았고, 2.0은 2030 젊은 사용자 비율이 70%가 넘어요. 향후에도 대환 챌린지 서비스로 더욱 많은 사람이 나에게 맞는 대출을 받고 현금 흐름에 도움을 받기를 바라요.
Q. 연차와 경험이 쌓여도 ‘쉽기만 한 일’은 없더라고요. 어떤 시기에는 모든 게 고비로 다가오기도 해요. 최근 미선 님이 겪으셨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신 방법에 대해 들어 보고 싶어요.

ⓒ핀다
A. A/B 테스트를 진행하는 데 연관 부서의 공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저 역시 어느 정도 부담감을 갖는데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기획하는 A/B 테스트 중 UX writing 실험은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임팩트를 내는 실험이에요. 핀다에서 진행했던 실험들 중 하나를 꼽아 보면, 바로 클릭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배너 A/B 테스트예요. A 배너는 핀다를 이용한 유저가 얻는 금전적 혜택을 받는 밝은 느낌의 메시지로, B 배너는 대출 이자로 힘든 유저의 상황에 공감하는 메시지로 디자인했어요. 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전자에서 높은 클릭이 발생할 거라 예상했는데요.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핀다에서는 유저의 힘든 상황에 공감하는 친근한 메시지가 약 7.1% 더욱 잘 워킹했어요. 핀다 유저의 니즈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던 흥미로운 실험 중 하나였어요.
Q. 저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제 직업을 소개하는 게 어려워요. 에디터라고 말하면 “그래서 에디터가 뭔데?”라는 질문이 돌아 오죠.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무가 생소한 사람에게 미선 님의 일을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해요.
A. 예전에 저희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이렇게 소개했어요. ‘사용자들의 편안한 8초를 위해 하루 8시간 같은 화면을 보는 사람’이라고요. 참 좋은 소개 메시지 같아요.

디자이너이기 전에, ‘나’로 사는 순간에 대해
Q. 무거운 질문은 여기서 갈무리하고, 미선 님에 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켜 볼게요. 미선 님의 가보지 않았으나 궁금한 길이 있나요?A. 10년 뒤에는 디자인 경영자가 되고 싶어요. 사회 소외 계층이나 여성, 특히 미혼모에게 디자인 기술을 교육시키며 그들에게 삶의 용기와 실질적인 자립에 도움을 주는 사회적 기업의 기업가를 꿈꿉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가 제 신조인데요. 제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사회에 가장 잘 환원할 수 있는 일이 곧 디자인 교육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해외 근무의 기회가 온다면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제 시야를 넓혀 주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테니까요.Q. 미선 님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도 궁금해요.A.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거나 여행을 가면 행복해요. 제게 7살 딸이 있는데요. 제가 아이의 꿈과 우주를 만드는 엄마라는 사실이 무척 행복해요.Q.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게요.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미선 님이라는 사람을 표현한다면요?A. 저는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이에요. 항상 생각이 많고 감정 소모가 커 지칠 때도 있는데요. 어느 날 우연히 봤던 전홍진 정신과 교수의 영상이 위안이 됐어요. 그 영상에서 교수는 예민함을 잘 조절하면 크게 성공한다고 이야기해요. 예민한 사람일수록 창의적이고,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제 예민함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해 볼게요.(웃음)▶ <제품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디자이너들>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글 박효린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사진 윤미선 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발행일 202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