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X 아웃스탠딩ㅣ돈 먹는 하마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무기가 된 과정

글ㅣ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원티드 X 아웃스탠딩ㅣ돈 먹는 하마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무기가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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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아웃스탠딩 X 원티드> 시리즈의 7화입니다. 

쿠팡플레이의 약진

 
지난 7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1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2위인 티빙(522만)과의 차이는
겨우 2만여명입니다.

(동영상서비스 7월 MAU 순위. 출처=모바일인덱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도 안 된 신생 서비스가
콘텐츠 강자(지상파, CJ계열 방송사)를 등에 업은
경쟁자를 위협하는 겁니다.

(참조 - 데이터로 보는 '쿠팡플레이' 급성장 히스토리)

물론 쿠팡플레이가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쿠팡플레이는 와우멤버십에 포함돼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데다
콘텐츠 확보를 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쿠팡)

지금의 쿠팡플레이는 재무적으로는
'돈 먹는 하마'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와우멤버십의 '락인 효과'를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압도적 1위로 올라선 쿠팡 앞엔
중요한 문제가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공룡이 된 쿠팡

 
현재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4.5%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인 네이버(23.3%)와 함께
양강 구도를 굳혔습니다.

(출처=교보증권)

이커머스를 넘어
유통시장 1위도 넘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통시장 1위를 지켜온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14조4065억원)을
쿠팡(매출 15조739억원)이 넘어섰습니다.

이마트가 수년째 정체에 빠진 데 반해
쿠팡이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올해 매출 기준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조 - 쿠팡이 기존 사업자들을 제치고 시장을 압살한 과정)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쿠팡에 새로운 숙제를 안깁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독과점 논란입니다.

독과점은 유통 기업의 숙명입니다.

유통 기업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불러 모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구입 및 판매로
원가를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죠.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이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야 합니다.

경쟁의 결과 2~3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참조 - 카카오 2막의 미션 '착한 독점')

하지만 이럴 경우
여론의 비판과 정치권의 압력에 직면합니다.

2010년대에 불었던
마트에 대한 규제 바람이 한 사례입니다.

1990년대 대형마트가 국내에 등장한 이후
경쟁을 거쳐 3개사로 정리되자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 결과 주말 휴업 의무화,
신규 출점 규제 등이 잇따라 생겼습니다.

쿠팡의 경우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을 뿐
같은 압박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납품업체를 중심으로
협상력이 커진 쿠팡에 대한
'독점력 남용' 문제제기가 불거졌고
이를 계기로 공정위 등
규제 당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쿠팡플레이라는 '사은품'

 
이때 기업에게 필요한 건
소비자 즉, 여론의 지지입니다.

소비자가 나서 유통업체의 편을 들어주면
정치권도 무리하게 압박하기 어렵습니다.

10여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대형마트는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대형마트를
발 벗고 나서 옹호하는 목소리가 작았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쿠팡 멤버십 회원들은 쿠팡플레이를
일종의 '사은품'으로 받아들입니다.

다른 OTT와 달리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플레이는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타를
연이어 섭외했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축구선수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소속)가
'SNL 코리아4'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죠.

(출처=쿠팡플레이)

국내에서 '김덕배'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큰 팬덤을 갖고 있던 이 선수가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반찬을 나르는 장면은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난달에 치러진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내한 경기도
축구팬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쿠팡플레이가 주최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 출전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 출처=쿠팡)

암표가 수십만원에 팔릴 만큼 인기를 끌었죠.

물론 쿠팡이 회원들의 감동을 위해
투자를 한 건 아닙니다.

다른 OTT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스포츠에 투자해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이용자들은
쿠팡플레이의 콘텐츠를
'혜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나 클럽을 만나는 걸
쿠팡이 제공하는
일종의 '소비자에 대한 환원'으로 느끼는 겁니다.
쿠팡은 '혜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규제받는 산업의 숙명,

민심을 얻어라

 
"내년에는 어떤 팀을 부를지 벌써 기대된다"
긍정적 효과는 온라인 여론으로 나타납니다.

SNL코리아4와
쿠팡플레이에서 중계하는 스포츠를
언급한 게시물에는
'갓팡'이라는 댓글이 달립니다.

"대체 어떻게 섭외했나"하는 감탄과 함께
쿠팡을 치켜세우는 반응이 나오는 겁니다.

대중이 쿠팡의 자본력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는 채널이 바로 쿠팡플레이인 거죠.

10여년 전 대형마트가 규제 압박에 완패한 건
비즈니스의 실패가 아닌 '정치의 실패'였습니다.

한국에서 금융과 통신 그리고 유통 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규제산업입니다.

기업의 몸집을 커지면
그만큼 많은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선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거죠.

2010년대 대형마트는 돈은 잘 벌었지만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고
'상생기금' 같은 돈을 내는
전통적 방식은 한계가 있었죠.

홍보업계에서 쿠팡은
상대적으로 언론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본사 방침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식의 응대가 대부분이죠.
다른 기업보다 쿠팡 사람들은 만나기도 어렵고,
적극적이지도 않고요.

홍보팀과 기자가 자주 교류하면서 친분을 쌓는
한국의 홍보 방식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업계 담당 일간지 기자)

CJ 등 대기업과 갈등이 커지면서
이런 약점은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쿠팡이 몸집을 불리면서
그만큼 적도 많아졌습니다.
기존 국내 대기업과도
서로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싸울 정도죠.
오랫동안 언론과의 관계를 다져온
대기업들과 싸우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홍보업계 관계자)

쿠팡은 이 싸움에서 쿠팡플레이를 무기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불리한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쿠팡은 소비자와 직접 닿고 있죠.

대중과 일종의 '직거래'를 하기 위한 수단이
쿠팡플레이인 겁니다.

2030을 겨냥한 콘텐츠 전략

 
쿠팡플레이에 대해 업계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스포츠와 예능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큐멘터리나 시사, 영화 등
라인업이 다양한 다른 OTT와 비교됩니다.

하지만 이는 한정된 자원으로
2030세대에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쿠팡 고객 가운데
18~3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5%가 넘습니다. 

(7월 쿠팡 방문자 연령대. 출처=시밀러웹)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청년층인 거죠.

쿠팡플레이의 콘텐츠는
이들의 입맛을 공략합니다.

젊은 남성이 열광하는 해외 스포츠와
예능 중에서도 젊은 여성의 관심이 큰
연애 예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을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지렛대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쿠팡플레이에는 '쿠플클럽'이라는
점수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점수가 쌓이면
경기 관람권이나 방송 초대권 등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매달 1편의 최신영화를
무료로 시청할 수도 있죠.

점수는 쿠팡플레이에서
영상을 많이 보면 쌓입니다.
자연스럽게 충성회원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20~30대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은 약하지만
활발하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온라인에서 '갓팡'이라는 평가가 퍼지는 데
일등 공신인 겁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앞으로 경제력이 커질 청년층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요.

앙숙 CJ를 겨눈 칼

 
지금까지 여론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가치를 설명했지만
쿠팡플레이는 당장 경쟁자를 직접 겨눈
무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대상은 바로 CJ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CJ CGV입니다.

(참조 - 쿠팡과 결투하는 대기업 모음집)

(출처=쿠팡)

쿠팡은 지난 6월 영화 '존윅4'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존윅4는 상당한 팬덤을 가진 시리즈이고,
흥행에도 성공했죠.

이에 앞서 쿠팡플레이는 매주 1편의
최신영화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영화 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극장상영작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죠.

'쿠팡시네마'라고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아직까지 론칭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이 이런 '야심'을 내비친 이상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햇반, 비비고 등
납품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인
CJ 측엔 특히 아픈 카드입니다.

CJ는 쿠팡과 유통뿐 아니라
택배(CJ대한통운),
뷰티(CJ올리브영),
OTT(티빙)까지

모든 영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앙숙입니다.

여기에 CJ의 주요 사업인 CGV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카드를
쿠팡플레이가 꺼내 든 겁니다.

영화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플레이가 예고한 대로 상영 중인 영화를
OTT로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CGV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에

필요한 무기 '미디어'

 
많은 성공한 기업이
'미디어'에 대한 욕망을 품습니다.
기업뿐 아니라 억만장자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가까운 사례로 X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있고
그전에는 재벌이 방송사를 소유하고 싶어 했고
20세기 초에는 그 대상이 신문과 라디오였습니다.

(출처=일론 머스크 X 계정)

(참조 - 억만장자들이 미디어 경영에서 실패하는 이유)

성공한 비즈니스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자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직접 여론의 지지를 얻는 창구
혹은 수익성 높고 세련된 이미지의
미디어 산업에 대한 열망 때문입니다.

쿠팡은 이제
도전을 받는 위치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만 보고 달려왔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정부와 여론의 움직임도
살펴야 하는 시점입니다.

어느 때보다
'미디어'라는 무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경쟁자와 규제의 정글을 헤쳐 나가야 하는 쿠팡이
쿠팡플레이라는 '무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봐야겠습니다.

 
*편집 : 류호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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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