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ARRR이
뜨겁습니다.
AARRR은
고객의 획득(Acquisition)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수익화(Revenue)
입소문(Referral)의 약자로,
고객이 얼마나 들어오고
각 단계까지 얼마나 넘어가는지
퍼널(funnel) 형태로 들여다보는
데이터 분석 틀입니다.
(출처=SlideShare.com)
많은 스타트업들이
AARRR을 기초로 성장 전략을 짰습니다.
AARRR을 이용하면
성장을 각 단계 간의 전환을 개선하는
작고 실행이 쉬운 문제로 쪼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지(Retention)된 고객 중
돈을 내는(Revenue) 고객 비율만
따로 떼어내서 개선하면
전체 매출도 개선되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작은 요소들로 쪼개 해결하여
전체 결과를 만들어 내는 패턴을
환원주의(reductionism)라 합니다.
최근 거시경제와 투자 환경이 변화하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 모바일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한 회사들이
대거 서비스를 중단하는 중입니다.
데이터와 실험을 기반으로 성장한다고
표방하던 많은 회사도 마찬가지로
별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와 실험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AARRR에 대한 무용론도 등장하게 되었고
결국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AARRR의 함정
AARRR은 왜 적절한 시간 내에
스타트업을 구하고 성장시키지 못했을까요.
많은 고객을 광고를 통해 획득한 후
각 단계 별 전환율을 부분 부분 개선하다 보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언뜻 보기에 오류가 없어 보입니다.
'넛지' 같은 책에서 소개하는 행동경제학도
어떤 순간에서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예를 들어 가입한 회원이
활동하게 하는 이유와 계기를 하나 만들고,
활동하는 회원이 돈을 낼 이유와 계기를
하나 만들고 하는 방식으로 하다 보면
결국 최종적으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실제로
각 단계를 쪼개고 추적하기 시작하면
바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 지표는
AARRR의 각 단계로
쉽게 쪼개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지표를 만들어 내는 '원인'은
그렇게 쉽게 쪼개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쪼갤 수 없다는 말은,
반대로 하면
작게 만들어서 조합할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AARRR이라는 지표는
모두 결과 지표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결과 지표가 생기게 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사람들이 하필 우리 제품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가 그 여부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혹자는 이를
Product Market Fit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이유가 확실히 잡혀 있다면
AARRR 각 단계에서
국소적인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회사는 생존하고 성장하며
이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리 각 단계 간 전환율을 높여도
힘만 들고 최종 임팩트는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전체적인 이유가
각 단계를 크게 압도합니다.
욕하면서 쓰는 제품
비싸서, A/S가 좋지 않아서,
윤리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서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쓰는 제품 하나쯤은 있으실 것입니다.
고객만족도는 일반적으로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어떠한 제품도
고객을 100% 만족 시킬 수 없습니다.
심지어 요즘처럼
고객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고객이 직접 회사의 경쟁 방식이나
임직원 대우까지 평가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일정 비율
욕을 하는 사람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욕을 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불만 때문에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우리 제품의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하필 우리 제품을 써야만 하는 이유'를
잘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MF가 맞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무조건 찬양하고 추천하는 고객보다
불만이 많은 고객의 행동을 통해 시장 내에서
우리 제품이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도 욕하면서 쓰는 제품을 가진
세계적인 회사들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객의 불만은 줄여 나가야 하고
지나치거나 장기적인 고객 불만은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불만으로는
떠날 수 없는 고객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중요한 일을 잘하고 있다는
신호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용할 이유 한 가지
다시 AARRR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각 단계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이유를
잘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다섯 가지 이유를 모으면
앞서 언급한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쓸 이유만큼
강력할 수 있을까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다섯 가지 이유가 모여서
강력해지는 것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 가지 이유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실현 가능해 보입니다.
실무에서는 추가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AARRR기반 성장은
단계별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환율을 높이는 방식에는
전환할 이유를 주는
양(positive) 방향 방식도 있지만
이탈(churn)을 줄이는
음(negative) 방향 방식도 있습니다.
양 방향은
내가 백지에서 설계를 해야 하지만
음 방향은
고객에게 불만을 직접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음 방향을 선택하게 될 유인이 큽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이유를 제거하는 것은
욕하면서도 쓸 이유로 조합해 낼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미 PMF가 잘 맞고
고객 확보 첫 단계부터 모수가 크며
더 이상 전체적(holistic)인 개선을 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에만 쓸모가 있습니다.
AARRR이 완전히 잘못된 접근이라거나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는
이런 환원적 접근들이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결국 우리는 문제를 쪼갤 때
더 쉽게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
AARRR을 기준으로 성장을 설계하면
무의미한 소모전에 빠지게 될 위험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은
반드시 우리 제품을 사용해야 할 이유 하나를
깎아 나가는 과정입니다.
(출처=언스플래시)고객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문제를 정의하고 설루션을 찾고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작업 모두이 하나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입니다.결국 하나를 깎아 낼 수 있다면약간 불만이 있는 고객이라도떠날 수 없는 강력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생존과 성장은 따라올 것입니다.*편집 : 류호성 에디터*해당 기사는 유료 콘텐츠로서 무단캡쳐 및 불법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웃스탠딩 X 원티드> 시리즈 보러 가기 발행일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