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삶을 사는 유명 연예인과 삶이 무료한 은퇴한 사업가, 그리고 '한탕'을 찾아온 젊은이까지.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이는 카지노. 김호연 마케터는 카지노를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른다. 카지노 산업에서만 20년, 대중이 가진 색안경을 벗겨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합 리조트형 카지노를 만들고 싶다는 그를 만나 카지노 마케팅만의 재미를 물었다.

Q. 커리어의 첫 시작은 현대백화점 디지털 혁신 부서의 CRM 마케팅이었습니다. 이후 CRM 전문가로 성장해 오셨는데요. CRM 마케팅이 이제 막 도입될 시기, 해당 직무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입사할 때는 아이패드가 없어 종이를 사용하고, OTT가 아닌 비디오나 만화책을 빌려 봤어요. 이런 시대에 마케팅과 IT가 결합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데 내부에서 인사 이동을 원하는 직원이 없었다고 해요. 결국 신입 사원을 채용하게 됐고, 그 자리에 제가 배치된 거죠.
저에겐 IT가 신세계였어요. 데이터와 툴을 활용해 고객을 분석하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렇다고 수동 업무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에요. 한번은 우편을 고객군별로 나눠 다음 날 발송해야 하는데, 출력 오류가 생겨 밤새 몇 만 통을 다시 붙인 적도 있죠. 지금이야 이메일이나 앱 푸시로 보낼 수 있겠지만, 그때만 해도 오프라인 세상이었으니까요.
Q. 아날로그가 대중화됐던 시대에 디지털 기반의 분석 툴을 배운다니, 완전히 신문물 같았겠어요.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 마케팅전략실(CRM 마케팅 및 마케팅 전략 직무)로 이직하신 걸 보면 CRM에 대한 관심이 여전했던 것 같은데요. 백화점과 카지노는 접점이 적어 보이는데,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기본적으로 해외 문화에 관심이 높은 편인데, 퇴사하신 제 상사이자 회사 임원분이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을 추천해 주셨어요. 저는 ‘사람’이 이직할 때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거든요. 애매하게 연봉을 높이는 것보다는 그동안 회사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조직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 추천해 준 곳이라 믿음이 갔어요.
Q. 실제 근무해 보니 어떻던가요?
무엇보다 급여도 괜찮고(웃음), 해외 문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일이 즐거워요. 이직할 당시(2004) 카지노 산업은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파라다이스 그룹이 독점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산업의 유일한 기업이 되면 고객과 직원의 관계가 역전될 수 있어요. 경쟁사가 없으니 서비스 개선에 신경을 덜 쓰게 되죠. 그러다 보니 마케팅 역시 중요성이 크지 않았고요. 경쟁사가 하나 둘 생기면서 고객에 대한 가치 정립이 다시 세워졌고, 고객의 다음 방문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어요. 저는 파라다이스에 20년간 몸담으며 회사가 고객 지향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함께해 왔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 공사 현장 ⓒ김호연
Q. 고객의 재방문을 만들기 위해 CRM 마케팅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졌겠네요.
이제 막 CRM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파라다이스로 왔어요. 그땐 엑셀에 고객 데이터를 하나씩 입력해야만 했고, 딜러들은 수첩이나 메모지에 ‘20대 여성, 코에 점, 갈색 머리’처럼 고객의 신상을 적으며 기억했죠. 그 기록을 마케터에게 전달하면, 마케터가 해당 고객을 찾아 회원 가입을 시키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CRM 마케팅이 없던 시절에도 선배들은 항상 “고객이 돈을 따가도 되는데, 발걸음은 끊기지 않게 해야 해”란 말을 했어요. 롱텀으로 보면 게임 확률상 회사가 손실만 볼 수는 없거든요. 모든 고객에게 잘 해주면 좋겠지만 자원은 한정돼 있고 고객은 차별화된 대우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고객 등급, 멤버십 제도, 포인트, 적립 카드와 같은 방법을 만들어 재방문을 늘리고 있어요. 입사할 때만 해도 VIP 카드와 마일리지 카드만 존재했는데, 이제 고객 등급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Q. 카지노도 결국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기고 진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 마케팅과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카지노 산업만의 특이점은 무엇인가요? 카지노 산업에는 ‘윈루스(win-lose)’란 말이 있어요. 이기고 지는, 즉 고객과 게임해 돈을 벌거나 잃는다는 개념이죠. 카지노를 방문하는 모든 고객은 본인이 돈을 딸 거라 생각해요. 반대로, 카지노는 고객의 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요. 그런데 카지노가 돌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는 ‘운(우연)’과 ‘확률’이거든요. 고객은 우연히 게임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거예요. 카지노의 모든 게임은 파트너(딜러)의 승리 확률이 5%~10%가량 더 높게 설계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몇 십억을 가져갈 때가 있는데요. 그때, 고객의 승리에 연연하면 안 돼요. 만일 회사가 ‘그 사람이 왜 돈을 땄지?’라며 고민하면, 딜러는 ‘내가 돈을 잃었어’라며 자책하게 돼요. 문제는 그때부터 생깁니다. 이후 회사는 A 고객이 진 게임을 담당한 B 딜러를 매번 매칭하게 되고, A는 방문할 때마다 B를 마주치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돈을 덜 쓰다 방문하지 않게 되겠죠. 즐거움을 위해 게임을 하는 건데, 고객을 이기려고만 하면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고 고객도, 직원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소규모 카지노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겠지만, 대형 카지노라면 기대 수익을 지표로 삼아야 합니다. A가 평균 몇 시간 동안, 몇 번 배팅했는지 파악해 공식에 대입한 수치를 기반 삼아 고객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요. 저는 지난 10년간 이 기대수익이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의 주된 지표가 될 수 있게 노력해 왔어요. Q. 이기고 지는 건 눈에 명확히 보이다 보니 확률 싸움이란 걸 알더라도 심리적으로 조급함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기대 수익 지표는 과학이자 정확한 데이터예요. 베네시안 마카오 카지노, 시저스 팰리스 호텔 카지노 같은 선진 카지노들은 윈루스가 아닌 기대 수익을 지표로 삼아 멤버십 제도를 설계해요. 만약 에디터님이 천억을 갖고 카지노에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5억을 딴다고 가정해 볼게요. 에디터님이 매번 게임에서 이기는 입장이니까 서비스를 전혀 안 하는 게 좋은 걸까요? (해 줘야겠죠.) 맞아요, 자꾸 방문해서 돈을 쓰게끔 리무진 대기시켜야죠. Q. 듣다 보니 카지노 산업은 도메인이 중요한 곳같이 느껴져요. 신입 마케터가 들어오기 쉽지 않겠어요. 신입 사원 채용을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경력 채용이 많죠. 카지노 마케터는 게임을 파는 거잖아요. 게임을 잘 모르는데 마케팅과 세일즈를 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딜러에게 마케팅 직무 전환을 제안하기도 해요. 딜링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 룰을 익히게 되고, 많은 고객을 만나며 타깃 파악도 되니까요. 여기에 외국어 능력과 비즈니스 마인드, 고객 지향성과 윤리성이 있다면 아주 적합한 인재예요. 
Q. 최근(2020) 관광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어요. 쓰신 논문 중 한편은 한국관광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고요. 앞으로 글을 쓰면서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집필 예정인 책이 있나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웃음). 하지만, 카지노 산업에서 익힌 경험과 기술을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논문의 경우 복합 리조트 ERP 시스템이 주제인데,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새로운 시스템, 즉 혁신적인 사상이나 제도가 조직에 들어왔을 때 그걸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태도를 분석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기업에 제시한 내용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은 직원 입장에서 통제일 수 있어요. 사용을 위해 안 하던 걸 해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일이 편해지는 건데, 눈앞의 새로운 업무와 어려움이 보이니 혁신에 대한 저항을 갖곤 하더라고요.
Q. 맞아요, 신기술 혹은 새로운 체제가 도입되면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새로움은 불안을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근 10년 동안 ERP 시스템 개편이나 카지노 CRM 시스템 개편과 같이 카지노 리조트에 혁신할 프로젝트가 생기면 PM을 맡아 왔습니다. 사실 시스템을 바꾼다는 건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바꿔야 하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나의 시스템이 안착되려면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담당자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요. 혁신이 가져다 줄 긍정적 면모를 믿으면서요.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파라다이스 워커힐 벚꽃길 ⓒ김호연Q. 호텔과 카지노는 여행이 생각나는 공간이잖아요. 행복한 기억이 머무는 곳에서 일한다는 건 즐거운 일 같아요. 카지노 산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부자가 아니라면 매일 특별한 서비스를 부담 없이 받기는 어렵잖아요. 비행기 타고 멀리 나가지 않고도 일 년에 몇 차례 카지노를 방문하면, 일상을 탈출해 삶을 재충전하며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어요. 또, 카지노는 인생의 축소판 같아요. 카지노 구성원은 각자의 개성과 멋짐을 갖고 있고, 방문 고객 역시 직장인, 연예인, 재벌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와요.Q. 반대로, 카지노 산업의 마케터로서 고충이 있다면요?VIP 고객들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그들의 니즈와 원츠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회사 수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최근 싱가포르와 마카오 복합 리조트형 카지노가 성공하면서 국내 역시 제주 신화 월드 카지노, 드림타워 카지노, 인스파이어리조트 같은 복합 리조트 카지노가 오픈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고객이 왜 파라다이스에 오는지’ ‘우리만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어떻게 해야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인사이트를 얻으세요?) 외부 전문가나 해외 성공 사례를 레퍼런스 삼거나, 회사 선후배와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자리를 가지며 고객과 직원의 요구를 듣고 공감하며 적용 포인트를 찾아요. 또,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같이 법적인 제약이 비교적 덜한 글로벌 카지노가 게임과 마케팅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벤치마킹하고요.Q. 다른 호텔이나 카지노에 방문할 때도 자연스레 관찰하며 비교할 것 같아요. 직업병이죠. 방문했을 때 고객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는지 등 서비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봅니다. 특히 처음 보는 키오스크나 게임 기기를 발견하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반드시 사용해 봐요. 해외여행을 가서도 가능하면 멤버십 프로그램에 가입해 특전을 누리고 서비스를 경험해 봅니다. Q. 그럼 가보신 곳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예요?2010년에 오픈한 싱가포르 복합 리조트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요.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들이 상당 부분 복합 리조트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지만, 제가 방문했던 당시만 해도 대다수 카지노는 럭셔리 호텔과 복합 리조트가 섞인 모습이었어요. 그러나, 말씀드린 두 리조트는 카지노를 넘어 ‘복합 리조트’를 제대로 구현한 곳이에요.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된, 복합 리조트의 두 가지 원형인 비즈니스 도심형 복합 리조트와 패밀리형 복합 리조트를 제대로 구현한 곳이거든요. 지어진지 10년도 더 된 리조트지만, 개인적으로 국내 카지노 역시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카지노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리조트에 재투자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관광객 모두가 일상을 탈출해 행복해질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가 될 거예요. 
ⓒ더글라스 하우스 Q.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위치한 <그랜드 워커힐 서울> 역시 유명하잖아요(웃음). 저는 그랜드 워커힐 뒤편에 위치한 더글라스 하우스에 가본 적 있어요. 조용한 산속에 위치한 오두막 느낌이라, 차분히 마음 정리하기 좋은 곳이더라고요. 게다가 음료(주류 포함)와 간단한 다과가 무제한 제공돼 하루 종일 간식거리를 입에 달고 있었죠. 혹시, 그랜드 워커힐을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방문 시기는 4월 초 벚꽃이 필 때쯤, 그리고 만추인 10월 말부터 11월 초가 가장 좋아요. 또, 객실을 선택할 때 지인들에게 한강뷰 보다 마운틴 뷰를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한강과 아차산에 둘러싸인 곳이라 창밖의 어떤 방이든 풍경이 예쁘겠지만, 사계절 변화를 뚜렷이 볼 수 있는 숲속 풍경이 특히 아름답거든요. 건축가 고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피자힐’도 꼭 방문해 보세요. 국내 최초의 피자 전문 레스토랑이기도 하고, 와인 페어와 비어 페어같이 시즌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곳이에요. 
해외 시장 조사를 위해 방문한 캄보디아 ⓒ김호연Q. 카지노 산업에서 20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호연 님께 다가오는 카지노 산업의 의미는 누구보다 특별할 것 같은데요. 후배들에게도 카지노 산업을 추천하시나요?직업을 추천할 때 그 산업이 성장하는지를 꼭 따져봅니다. 그런데, 카지노 산업은 관광 산업 중 가장 연봉이 높은 곳이자 끊임없이 확장되는 곳이에요. 게다가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 연수, 체험 코스도 많고, 외국어 실력이 필수라 학습에 대한 지원도 좋습니다. 워커힐만 해도 해외 리조트 무료 연수, 어학연수나 박람회 지원 등 복지가 좋고요. 아직까지 카지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도 많지만, 사실 카지노 산업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파라다이스 시티 같은 복합 리조트가 멋진 공간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카지노는 최고 수준의 자본과 인력을 집약적으로 투입해 만드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관광 산업의 꽃이에요. 상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공간, 최고급 서비스, 아름다움과 즐길 거리가 가득한 카지노는 관광산업의 첨병에서 일하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요. ▶ <여행 아니고, 일하는 중입니다>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글 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 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