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플랫폼에서 왜 연애를 말하냐고요?

글ㅣ박효린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커리어 플랫폼에서 왜 연애를 말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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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우린 없던 길도 만들어> 시리즈의 3화입니다. 


직무를 주제로 한 오프라인 행사 ‘아티클 살롱*’이 최고 참여 경쟁률 12:1을 기록할 즈음 고민했습니다. 더욱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 한방의 실마리는 원티드 슬로건 ‘일하는 사람들의 모든 가능성’에서 찾았습니다. 일하는 우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 중, ‘사랑’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서요.

*아티클 살롱 : 원티드 아티클에 참여한 인터뷰이들과 함께하는 직무별 오프라인 네트워킹 행사. 참가 신청서를 토대로 50명 내외 현직자를 선별하는 프라이빗 네트워킹 행사다.

원티드의 근본, ‘커리어’부터 입지를 다지다


콘텐츠 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오프라인 행사는 ‘아티클 살롱’이었습니다. 아티클 살롱은 원티드 아티클 인터뷰이로 만났던 분을 초청해 동일한 직무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을 한자리에 만나는 네트워킹 행사입니다. 월 1회, 50명 내외 현직자가 모이는 이 행사는 처음부터 ‘아티클 살롱’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닙니다. 원티드에 아티클이 조금씩 쌓이고, 어느 정도의 콘텐츠 초석을 다졌을 시기 독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당시 원티드 아티클 조회수 1위를 기록했던 ‘직장인의 말하기 : 말의 공식’ 시리즈의 필자 자스민 코치와 함께 커피챗 형식을 통해 첫 오프라인 행사 ‘말 잘하고 싶은 직장인들의 커피챗’을 개최했습니다. 5점 만점 기준 평균 4.8점인 행사 만족도와 참석자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토대로 팀 내에서 행사를 회고했을 때 몇 가지 사항만 보완한다면 아티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도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 중 하나로 확장시킬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아티클 살롱 ‘PM/PO’ 편의 강연자로 함께해 주신 원티드 PO 이다혜 님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행사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와 관련해 깊은 논의를 가졌습니다. 이미 입지를 다진 다른 전문 채널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가 개최하는 행사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긴 논의 끝에 원티드가, 그리고 원티드 콘텐츠 팀이 가장 잘하는 커리어와 아티클을 결합해 직무 중심의 네트워킹 행사로 초기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월마다 특정 직무를 설정해 아티클 시리즈를 발행하고, 해당 시리즈에서 인터뷰이로 참여했던 사람들을 특별 게스트로 초청하는 것이 기본 형식이었습니다. 참석 비용 없이 진행했던 초기 커피챗과 다르게 아티클 살롱은 유료 행사로 전환하며 모집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높은 참여 경쟁률과 만족도를 기록했습니다. ‘판을 더 키워봐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무렵, 아티클 시리즈 <PM/PO를 말하다>가 발행됐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연계한 아티클 살롱 ‘성공하는 PM/PO의 조건’을 첫 디벨롭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단 하루 진행하는 기존 행사에서 양일 행사로, 참여 비용을 올려 총 4명의 인터뷰이를 연사로 초청하며 기본 네트워킹에 강연이 결합된 행사로 디벨롭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매출은 10배 성장, 유저 리텐션도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이로써 확인했습니다. 기획 의도와 구성만 탄탄하다면, 커리어 주제에 조금 벗어나도 충분히 매력 있고 원티드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요.


모 아니면 도, 일단 해봐야 그 결과를 아니까


‘직장인들이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또 다른 오프라인 행사 기획을 위해 늘 꼬리를 무는 질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커리어를 주제로 한 고민과 조언, 격려가 대표적이지만 ‘과연 그게 다일까’라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회사 동료가 말하더군요. 다들 커리어 만큼이나 연애에도 열심히라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가까운 회사 동료는 물론이고 직장인 친구들을 만나면 연애와 결혼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연인과의 사랑과 만남이 삐걱거리던 날에는 일의 몰입도가 저하되기도 하고, 반대로 물 흐르듯 좋은 날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고된 회사 생활을 견디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삶’이라는 테두리 안에 일과 사랑이 완전하게 분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더군다나 ‘연애를 원티드’라는 이벤트 이름이 운명처럼 번뜩 찾아와 입에 착 붙어버렸습니다.

애정을 담아 (손수) 제작한 참가자들의 명찰


하지만, ‘연애를 원티드’를 실제 진행한다면 이슈야 되겠지만 그 이슈의 흐름이 모 아니면 도일 거라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할까, 말까 팀 내에서 고민하던 와중에 동료들은 ‘원티드에서 잘 할 수 있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괜찮지 않겠냐는 지지를 보냈습니다. 팀에서 정립했던 ‘원티드 콘텐츠 팀이 연애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1) 직장인의 관심사는 커리어(성장, 이직, 연봉)와 더불어 사랑도 포함된다. 2) 원티드가 좋은 인재와 회사를 매칭해 주듯, 만남(연애)을 원하는 직장인들을 연결시켜준다는 점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나아가, 원티드에서 인증된 사람이라면 안전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점도 행사에 의미를 주는 데 힘이 됐습니다. 우리가 ‘연애를 원티드’를 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정리돼서야 결정했습니다. “모 아니면 도, 일단 해봐야 그 답을 알 수밖에 없다. 열심히 준비해서 답을 한번 확인해 보자.” 기세를 몰아 드디어 세상 밖에 내놓은 ‘연애를 원티드’는 성공에 가까웠습니다. 빠른 속도로 모집 페이지 조회수가 올라가고, 다른 이벤트보다 비교적 다소 까다로운 신청서 양식임에도 불구하고 정성적인 신청서가 차례로 쌓였습니다. 내부 구성원에게도 이목을 끌며 대내외적으로 연일 입소문이 타기도 했습니다. 이때 다시 배웠습니다. 기획자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기획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그 진위 여부를 가리는 일보단, 일단 누구보다 먼저 시작해 보는 도전 정신과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연애를 원티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5가지 🔍]

1. 원티드 계정과 신분증 그리고 명함 확인까지. 철저한 본인 인증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참가자의 위험 부담을 줄여줬어요.

2. 사전 신청서에 이상형을 구체적으로 써달라는 코멘트와 함께 소셜 계정을 요청했어요. 행사 당일 자신이 원하는 이성을 만날 수 있도록, 매칭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죠.

3. ‘구성원이 일하러 오고 싶은 공간’으로 사계절 내내 사무실을 마법처럼 만들어 주는 찬영 님의 금손을 빌렸어요. (원티드랩 피플성장 팀 이찬영 님 강연 보기) 행사 진행 장소인 원티드 라운지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행사장 입구부터 설렘이 가득 💗


4. 다소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아이스브레이킹부터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진행까지. 행사 피드백에는 MC에 대한 참가자들의 극찬이 쏟아졌어요. 본인이 내향적인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MC님 덕분에 마음껏 즐겼다는 리뷰가 눈에 띄었어요.

5. ‘사랑의 우체통*’ 이벤트를 통해 미처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선물했어요. ‘연애를 원티드’ TF 팀이 얼마나 매칭에 진심이었는지 느껴지시나요?

*사랑의 우체통 : 마음에 드는 이성의 닉네임을 작성하고, 서로 통했을 때 연락처를 교환하는 매칭 이벤트


케이터링 견적만 50번, 에디터의 ‘진짜 일’이란


사실 ‘연애를 원티드’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한 예로 행사일은 12월 22일, 연말을 앞둔 시기라 웬만한 케이터링 업체의 예약이 모두 찬 바람에 견적만 50군데에서 받을 정도였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협찬사 섭외, 공간 연출 등을 해결하느라 정말인지 12월 한 달간 벌건 얼굴로 사무실 안팎을 돌아다녔습니다. 도움을 구하는 데 주저하는 우리 팀을 대신에 흔쾌히 자진해서 도와주겠다 말하던 동료들이 없었다면,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연애를 원티드’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다음 날 팀원과 장난스레 대화를 나눴습니다. “우린 에디터인가, 행사 기획자인가”라면서요. 처음은 분명 장난스런 엄살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진지하게 고민해볼만한 주제라고 느꼈어요. 개인으로서의 에디터 역할, 그리고 콘텐츠 팀으로서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했던 거죠.

소규모 행사의 경우, 팀원들과 맛집을 검색해 참석자를 위한 식사를 직접 픽업해 옵니다. (다음 날 근육통 주의!)


저는 올해 9년 차 에디터로, 나름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데요. 소속 회사마다 공통적으로 제게 기대하던 바는 글쓰기였습니다. 긴 호흡의 기사, 프로모션 타이틀을 중심으로 텍스트가 필요한 대다수의 콘텐츠에서 저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야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니 처음엔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늘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역할에서 그치는 사람이 돼가고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행사 TF팀에 소속되더라도 행사 타이틀, 큐시트와 대본 작성 등에서 역할을 다하고 나면 소모되는 사람이었던 거죠. 제가 제작한 아티클 시리즈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에디터> 이름처럼, 나 역시 비즈니스를 리드할 줄 아는 에디터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첫 걸음마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목표에서 ‘좋은 콘텐츠’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의하고 그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마케팅적 관점을 체득해 갔습니다. 그다음 스텝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동시에 ‘좋은 콘텐츠’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다각도의 콘텐츠를 실험했습니다. 그 실험들 중 하나가 아티클 살롱이기도 하고요. 단순히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사람에서 홍보와 판매까지 그 일련의 전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린 에디터인가, 행사 기획자인가’란 질문에 “에디터입니다.”라고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에디터의 사전적 정의 ‘책, 잡지 등의 편집으로 일하는 사람’에 갇히지 않고, ‘무엇이든 편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재정의한다면, 에디터의 권한과 책임을 광범위하게 넓힐 수 있을 뿐더러 이전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무한한 가능성을 편집하는 에디터 덕분에 세상은 훨씬 더 의미 있고 재밌어질 거라 믿습니다. 참, ‘연애를 원티드’는 여름이 오기 전 다시 한 번 돌아올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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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효린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발행일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