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생성형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일종의 ‘생성형 AI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창의적인 글쓰기에서부터 비주얼 아트까지 세상 모든 것은 생성형 AI가 학습하고 산출하는 결과물이 될 뿐이고, 그렇게 모든 것이 생성형 AI로 대체될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로봇과 결합까지하면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해 버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없어질 직업 리스트가 작성되었고, 그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우리 PM’이라는 직군은 과연 생성형 AI 시대에 어떻게 될까요. PM의 업무 중 기본이라 할만한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제품개발요구사항을 정의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생성형 AI에게 대체될 수 있을까요? 생성형 AI에게 다양한 버전으로 작성된 PRD를 주구장창 학습시킨다면, 과연 AI는 PRD를 자유자재로 산출하고 유즈케이스도 정확히 작성할까요? 또한 발생할 수 있는 예외 케이스를 설정해주고 유저 시나리오, 사용자 플로우도 최적의 상태를 생성해서 제시하게 될까요?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PM들은 이제 PRD를 뽑아내기 위해 생성형 AI를 대상으로 ‘프롬프트 깎는 노인’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해봅니다.
최근 들어 여느 식당을 가도 녹변이 생긴 달걀 노른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갑자기 다들 음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닐 테고, 기실 달걀을 기가 막히게 삶아주는 머신이 등장했기 때문이겠죠. 딱히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것도 아니며, 머신이라고 하기에도 멋쩍은 1980년대의 ‘세탁소 콤퓨타크리닝’ 정도 수준의 온도 조절과 타이머에 불과하지만, 이 머신이 일반 식당에 투입되면서부터 삶은 달걀 반쪽의 퀄리티가 높아졌습니다. 필자 입장에서는 음식에 신경을 쓰는 집을 골라낼 장치가 하나 사라진 셈이긴 하지만, 주방 직원이나 주인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효율적인 기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직업을 잃어버렸을까요? 달걀을 기가 막히게 삶는 직무가 존재했다거나, 혹은 그런 달걀을 공급하는 개인이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한다는 업의 본질에서 보자면 주방 직원은 달걀을 제대로 삶는 역할을 머신에게 맡김으로써 그 에너지를 새로운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진화라고 부를만큼 대단치는 않지만, 아주 약간의 변화가 생겨난 지점이고, 이 지점에서는 그 도구는 업의 본질과 공존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여전히 불안을 갖고 있을 분들을 위해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AI를 바라보는 세 명의 CEO의 생각을 공유하며 마무리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