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배달비 0원으로 노리는 것

글ㅣ이성봉 아웃스탠딩 기자

쿠팡이츠가 배달비 0원으로 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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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아웃스탠딩 X 원티드> 시리즈의 19화입니다. 

무료배달 선언

 
쿠팡이츠가 배달비 '0원'을
선언했습니다.

쿠팡이츠 측은 3월 26일부터
쿠팡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고물가 여파로 물가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외식업주·소비자 배달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무제한 무료배달'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음식배달 주문에 허들이 되었던
배달비를 아예 없애고요"

"고객들의 물가 인상 고통을 덜어주면서
외식업주들은 추가비용 부담 없이
매출 증대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쿠팡 공식입장)

기존에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10% 할인 혜택을 줬는데요.

이 혜택을 26일부터 무료배달로
전환 개편하는 겁니다.

주문 횟수, 주문 금액, 배달 거리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요.

별도 할인 쿠폰도
중복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혜택은 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배달'에만 적용되고요.

프리미엄 서비스인 한집배달은
배달비를 내야 합니다.

"2023년 쿠팡 와우 회원에게
기록적인 30억달러(3조9162억원)의
절약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쿠팡의 성장은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반영한 것입니다"

"쿠팡이츠 와우혜택을 통해 고객은 물론
지역 입점 상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쿠팡 관계자)

여기까지가 쿠팡이 말하는
'배달비 0원' 서비스인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쿠팡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출처=쿠팡)

 

1. 배달의민족 추격하기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중
쿠팡이츠를 3위라고 말하는 건
일반적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 쿠팡이츠 MAU는
574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2193만명이었고요.
요기요는 602만명이었습니다.

(배달앱 3사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MAU 추이. 출처=모바일인덱스)

 
전반적인 추이를 보면,
배달의민족은 큰 변화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기요는 완만하게 하락 중이고요.

쿠팡이츠는 2023년 4월부터
서서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격차는
9월부터 급격히 좁아졌는데요.

2023년 2월, 두 앱의 MAU 차이는
280만명이었는데요.

1년 만에 26만명(2024년 2월)까지
차이가 줄었습니다.

WAU(주간 활성 이용자 수)로 보면
요기요를 앞질렀습니다.

(배달앱 3사 2024년 1월부터 3월 둘째주까지 WAU 추이. 출처=모바일인덱스)
 

2월 19일 ~ 25일 주간,
요기요 WAU는 33만명이었고요.
쿠팡이츠 WAU는 34만명이었습니다.

업계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쿠팡이츠가 요기요 MAU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쿠팡이츠는 2위 배달앱에
등극한 겁니다.

4월부터 이용자가 증가한 건
멤버십 이용자 10% 할인 덕분이었는데요.

(출처=쿠팡)

 
이제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의
그래프를 따라잡아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배달의민족 MAU가 줄지
않았기 때문에 쿠팡이츠 10% 할인은
요기요 이용자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죠.

배달의민족 MAU를 흔들기 위해선
더 파격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겁니다.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 압도적인 1등을
수년째 하고 있잖아요"

"이걸 깨는 게 정말 어려운 시장입니다.
쿠팡이 10% 할인을 1년을 했는데요"

"배민을 흔들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흔들었다면 배민 MAU가 줄었어야죠.
배민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잘 방어했습니다"

"쿠팡이츠 입장에서 보면, 성장을 위해서
파격적인 서비스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

4990원이라는 쿠팡 와우 멤버십
구독료가 유지된다면 경쟁사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의 10% 할인에
대응해 무제한 10% 쿠폰을 뿌려왔죠.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가 새 전략을
내놓을 때마다 대응해왔습니다. 

(참조 - 흔들리는 '배민'에서 '쿠팡이츠'의 향기가 느껴진 이유)

멤버십 개편으로 전략을 짠
요기요에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요기요가 새롭게 내놓은 멤버십
'요기패스X'는 월 4900원인데요.

쿠팡이츠와 비슷한 구독료지만,
혜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요기패스X'는 1만7000원 이상 주문할 때
배달비가 무료이고요.

할인 쿠폰 중복 할인이 안됩니다.

무엇보다 요기요 이용자 수 증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참조 - 요기요는 왜 2등인데 존재감이 약할까)

(참조 - 요기요, 무료 배달 멤버십 '요기패스X' 구독료 4900원으로 인하)


2. 유료 회원 잡아두기

 
쿠팡은 2023년 말 기준 와우 멤버십(유료) 회원이
14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1100만명보다 27%
증가한 수치인데요.

유료 회원 증가가 곧 매출 증대,
수익성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유료 회원 서비스가 성장과
수익성의 토대가 됐습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2023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물론 커머스 영역에서 수익성 개선은
물류 효율화, 시장 지배력에 따른
원가 협상력 등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쿠팡이츠라는 독립 서비스 만으로는
배달앱 시장에 영향력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쿠팡을 등에 업을 수밖에 없죠.

쿠팡 유료 회원이 1400만명이고요.
쿠팡 MAU(2월)는 1300만명인데요.
쿠팡이츠 MAU가 500만명 수준이죠.

유료 회원 중 절반 이상이 쿠팡이츠를
한 달에 1번도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출처=쿠팡)

 
이들을 10% 할인으로 끌어들여
500만명까지 이용자 수를 늘렸는데요.

'무료배달'이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통해
유료 회원들 끌어들이려는 겁니다.

같은 달, 쿠팡플레이 콘텐츠 투자 또한
공격적으로 이어가면서 멤버십 혜택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오타니 쇼헤이의 LA다저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붙는 MLB 개막전 티켓을 판매하고
단독 중계했습니다.

2023년 연간 흑자를 낸 쿠팡은
멤버십과 연계된 서비스들에
투자금을 더 크게 베팅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막대한 금액의 돈을
쏟으면서 우려도 나오는데요.

해당 비용이 다른 방향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무료배달' 혜택으로 라이더,
자영업자에게 비용을 떠넘기거나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무료배달을 명분으로 멤버십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쿠팡이츠 측은 "외식업주들은 추가비용
부담 없이 매출 증대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라고 말했고요.

유료 회원들의 혜택을 늘리면서
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습니다.


3. 묶음배달로 유도하기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정책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가격대가 높은 음식을 주문할 때는
10% 할인 혜택이 유리한데요.

가격대가 2~3만원 정도라면 혜택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하라면 무료배달 혜택이
더 유리하죠.

쿠팡이츠는 10% 할인과 무료배달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무료배달은 '묶음배달'에만 해당되죠.

10% 할인을 선택한 회원은
계속 10% 할인을 받을 수 있고요.

(출처=쿠팡)

 
이후 무료배달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료배달을 한번 선택하면
10% 할인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무료배달 혜택으로
회원들을 유인하는 셈입니다.

점주들을 '스마트요금제'로
바꾸도록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료배달' 혜택은 '스마트요금제'를
도입한 음식점에만 해당되기 때문이죠.

스마트요금제는 점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에 따라 1900~2900원으로 고정 적용하고요.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비는
주문 거리·배달 거리·기상 상황·시간대별
수요·지역 상황 등에 따라 쿠팡이츠가
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핵심은 배달비 통제권이 점주에서
쿠팡이츠로 넘어간다는 겁니다.

"스마트요금제가 아닌 점주들은
배달비 중 얼마를 고객에게
내게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데요"

"스마트요금제를 도입한 곳은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요금제가 아니면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무료로 줄 수 없는 거죠"

"쿠팡이츠 입장에서 생각하면, 고객 혜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고요"

"점주 입장에서 보면, 할인해준 비용을
나중에 점주에게 떠넘기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 있습니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

(출처=쿠팡이츠)


10% 할인 혜택과 마찬가지로
무료배달로 수요가 몰릴 텐데요.

점주들은 매출을 생각하면 이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이러한 방식이 쿠팡이츠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이 있는데요.

신사업 부문의
적자 규모가 컸기 때문입니다.

쿠팡은 2023년 재무제표를 통해
신사업 부문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글로벌 사업(대만), 이츠, 플레이 등이
포함된 부문인데요.

1조501억원(7억89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요.

연간 조정 EBITDA 손실은
6202억원(4억66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107% 커졌습니다.

즉, 신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라는 거죠.

해당 손실에는 쿠팡이츠의 무제한
10% 할인으로 인한 비용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스마트요금제와 무료배달 혜택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당장 파악하긴 어렵습니다.

'무료배달'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해당 부문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거라고 이야기한 관계자가 있고요.

묶음배달에만 '무료배달'을 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출처=쿠팡이츠)

 
결과적으로,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고요.

동시에 스마트요금제 매장을 늘리면서
배달비를 더 유리한 위치에서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쿠팡이츠는 수도권과 광역시에 이어
충청, 강원, 경상, 전라도 주요 지역과
제주도 제주시 등 적용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쿠팡이츠 무료배달이 시행된 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시장 상황을
계속 따라가겠습니다.

(참조 - 데이터로 보는 '쿠팡이츠' 역성장 히스토리)

(참조 - 흔들리는 '배민'에서 '쿠팡이츠'의 향기가 느껴진 이유)

(참조 - 요기요는 왜 2등인데 존재감이 약할까)

(참조 - 배달의민족이 흑자 전환에도 걱정하는 것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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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