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창업자가 밝힌 디자이너의 미래

글ㅣ이민재 아웃스탠딩 기자

피그마 창업자가 밝힌 디자이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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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아웃스탠딩 X 원티드> 시리즈의 21화입니다. 
"처음 풀타임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면
대개 '화면에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관해 고민하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 아님을 깨닫죠"

(딜런 필드 피그마 창업자)

지난 3월 15일 금요일이었습니다.
피그마의 창업자인 딜런 필드와 관계자들은
기자 간담회와 오프라인 밋업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기업에서
피그마를 사용하는 가운데
창업자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기자단으로 초청을 받아
필드와 개별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를 얻은 저는
그에게 평소 궁금했던 주제에 대해 물었습니다.

'AI가 정말 UI/UX 디자이너,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자리를
대체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런 궁금증은 올해 초
tldraw라는 툴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시작됐습니다.

tldraw는 원래 협업용 화이트보드를
제공하던 스타트업인데요.

지난해 11월 기존 서비스에 GPT-4V를 접목하면서
그림을 그리면 코딩을 해주는
'make it real'이라는 AI 서비스를 내놓아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출처=tldraw substack 캡처)

그림판에 낙서하듯 쓱쓱 스케치를 하고
명령문과 로직을 적어주면
그럴싸한 UI가 생성되는데요.

디자인은 물론,
코드와 함께 생성되어
실제로 작동도 가능해
뭇 IT-스타트업씬 관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습니다.

(참조 - 결국 말도 안 되는 게 나와버렸다.. 그림 그리면 코딩해 주는 AI 'tldraw')

tldraw 외에도 이미 시장엔
UI/UX 및 프로덕트 디자인을
도와주는 AI 툴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생성해 주는 'Uizard'
텍스트를 넣으면 UI를 생성해 주는 'v0' 등이
대표적이죠.

AI 성능이 향상되면서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도처에서 나오는 지금,
피그마의 딜런 필드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인
아웃스탠딩의 이민재 기자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피그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 툴 중 하나죠"

"아마 창업자께서도 디자인이라는 업무,
그리고 디자이너의 역할 등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해오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AI가 향후 '디자인'이라는 일에
어떤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지 말이죠"

"말씀하신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질문에 답하기 전에
제가 먼저 질문 하나 할게요"

"AI 시대에 훨씬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음.. 아마 그렇겠죠!?"

"그렇죠, 저 역시 AI 시대엔
훨씬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다는 건
소프트웨어를 차별화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피그마의 역사를 통해
디자인이 차별화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결과적으로 엔지니어링보다
디자인에 훨씬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흐름이 생길 것이고,
이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거예요"

"그래서 5년 후엔 지금보다 더 많은
UI/UX 디자이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미래엔 코드를 작성하는 것보다
오늘날 디자인 작업이라고 부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디자인을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을지'

'그중 인간은 주도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 것인지'가 되겠죠"

"최근 등장하고 있는 생성형 UI/UX 툴인
tldraw, v0 등을 보면
간단한 프롬프트로도
실제 작동하는 UI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tldraw나 v0, Uizard 같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한 서비스의 등장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번성하는 시기잖아요"

"이런 시기엔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시도가 많을수록 좋아요"

"말씀하신 서비스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코드 부분이 자동화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당장 내일 코드가
전부 자동화되진 않을 거예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것만 봐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보세요"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여전히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잖아요,
인간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일련의 과정에 참여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디자인에 대한 중요도는
올라갔을지 모르나,
이런 류의 AI 툴이
디자이너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지 않나요?"

"디자인이라는 과정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처음 풀타임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면
대개 '화면에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에
관해 고민하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디자이너의 일이 아님을 깨닫죠"

"디자이너의 일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거예요"

"여기엔 리서치를 통해 유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는 일과
솔루션이 유저에게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포함되죠"

"아울러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인이
비즈니스 전략에 잘 맞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화면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며
그 외에 추가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그렇다면 디자이너에겐
어떤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저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두 사람이 흰 종이에
막연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해
디자인에 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피그마 같은 툴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들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이런 상황을 한 번 가정해 보죠"

"디자인 배경이 전혀 없는 CEO가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겁니다"

"디자이너가 '이거 봐요!
제가 멋진 디자인을 만들었어요'
'이 디자인으로 가야 해요!'라고 말했을 때
CEO는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러면 피그마에 두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앞으로는 어떤 디자인을 결정할 때
디자인 부서 외 나머지 조직을 참여 시켜야 하며
동시에 분석적이어야 합니다"

"이제 비디자인 팀원도
'보세요, 이게 제 아이디어예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고로 디자이너는
더 나은 '선생님'이 될 필요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예시에서 디자이너는
CEO를 멘토링 하며 CEO가 내놓은 아이디어의
장점이나 단점을 설명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지금부터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중 최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승리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피그마는
피그잼, 피그마디자인 등의 제품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더 빨리 나오고
더 빠르게 구축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 혹시 그러면 저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요?
참고로 그리는 건 참 못하는데요"

"그럼요"

"우리 방금 굉장히 좋은 대화를 나눴잖아요"

"당신은 이미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이제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사람"

 
그렇다면 이 주제에 대해 스타트업씬에서
디자이너로 일해온 관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현역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관계자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는데요.

큰 방향에서의 의견은
딜런 필드 창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AI가 디자인이라는 일의
많은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나,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려고 할 때,
AI로만 서비스를 생성하는 건
당분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업의 가치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제작하려면
고객 세그먼트를 고려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할 텐데요"

"필연적으로 매우 복잡한 명령과
고도화된 학습 데이터, 그리고
유지 보수를 위해 지속적인 개선과
업데이트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때 AI가 사람이 요구하는
모든 문맥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디자인 요소 사이의 관계와
비즈니스 목적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을 하긴
어려울 수 있을 거예요"

"또 AI를 실무에서 활용하려면
기업은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관리를 필요로 할 것이고요"

"서비스의 평가 기준은 결국
기업과 서비스의
요구사항과 목적을 이해하고 있는 인력에 의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요컨대 디자인을 포함한 서비스 질의
평가 주체가 사람이라면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를
배제할 순 없을 것이고요"

"UI/UX AI 툴이 UI/UX 디자이너 혹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황희연 아임웹 프로덕트 디자이너)

"AI가 사람 디자이너를
대체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AI를 못 쓰면 안 될 것 같긴 합니다"

"AI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이를테면 디자인의 컴포넌트나
업무에 대한 구조화 같은 부분을
GPT한테 물어본다든가 할 수 있겠죠"

"다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항상 '사용성'을 생각해야 해요"

"사용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고객, 그러니까 사용자를 만나서
그들의 니즈를 들어보는 거죠"

"그리고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아울러 내 디자인에 관해
다른 팀원과 의사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AI 시대에 다양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고객과의 상호작용,
팀원들과의 상호작용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변화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이들과
상호작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살아남을 것 같아요"

(강영화 전 토스 디자이너)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오픈AI가 챗GPT로 전 세계를 뒤흔든 이래,
실리콘밸리에선 매일 같이
생성형 AI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하죠.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창의적이고 더 성능 좋은 생성형AI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기사에서 다룬
디자인이라는 영역 외에도
'AI 대체설'이 솔솔 나오는 분야는
부지기수입니다.

(제가 하고있는 기자 일도 그중 하나죠ㅠ)

물론 AI 대체설에 대한 우려는
일부분 과장된 측면도 있을지 모릅니다.

딜런 필드 창업자나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디자이너가 하는 일의 본질을
파헤쳐 들어가 보면

거기엔 여전히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과정들이 존재할 테니까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AI가 해내는 일의 영역이
전보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일 텐데요.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여러 과정 중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만 마치며
저도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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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