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Workers : Begin again> 시리즈의 3화입니다.다음 커리어 여정을 향해 발을 떼는 순간,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들이닥친다. 주니어 시절을 거치고 인재개발에서 조직개발로, 지금은 자신만의 분야를 찾아 단단히 뿌리내린 이승연 책임매니저도 그랬다. 혼자 빛나기보다 함께 빛나는 방법을 깨달은 그는 이제 ‘누구나 일하고 싶은 좋은 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재개발 담당자에서 조직개발 전문가로
Q. 승연님, 반갑습니다.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기아 조직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연입니다. 조직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심층적으로 조직을 진단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업무를 맡은 지는 이제 4년 차인데요. 그전에는 인재개발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했었어요.
Q. HR도 분야가 다양한데요. ‘인재개발에서 조직개발 분야로 전문성을 쌓아야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HR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보니, 점차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역량이 필요한 사회로 변화하는 흐름을 느꼈어요.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 더더욱 구성원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협업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Q. 인재개발에서 조직개발 분야로 이동하면서 체감하셨던 업무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A. 문제를 해결할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는 점이에요. 사실 인재개발 업무를 할 때는 ‘가진 것이 망치뿐이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무엇이든지 교육으로 해결하려고 했어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교육 관련 데이터뿐이었으니 굉장히 제한적이었죠. 그런데 조직개발 업무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어요. 조직 진단 서베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때로는 인사 데이터와 연계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죠. 워크숍에서 구성원들의 반응도 데이터화 할 수 있고요. 이렇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조직 안에서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것을 또다시 데이터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조직 변화의 성공률을 높여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로 느껴졌어요.

Q. 조직개발팀의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내부에서도 조직개발 업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A. 맞아요. 실제로 수요가 정말 많아졌어요. 제조업의 경우 과거 수직적인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리더가 한 마디를 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환경이 바뀌었죠. 수직적인 문화를 경험했던 지금의 리더들이 변화된 환경에서 조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많은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최근 저희 회사가 사명을 변경하고 신사업들을 추진하기 시작했어요. 이 신사업 조직들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할법한 고민을 하기도 해요. 스물 남짓이었던 조직이 1년 만에 100명 이상으로 커지기도 하고, 방향성이나 갈등 해결 등 처음 마주하는 고민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 조직을 찾는 사람이 매년 2배씩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필요성을 느끼는 건 기아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타사에서도 고민하고, 벤치마킹을 위해 저희 회사를 찾아오기도 하거든요.

누구나 더 좋은 팀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에디터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합니다. 승연님은 현재 일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고 계시나요?
A. 누구나 더 ‘좋은 팀’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서 나아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합니다.
Q. 좋은 팀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승연님이 생각하는 좋은팀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총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 공동의 목표가 있는가 (2)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3) 리더도 동료인가. 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함께 힘을 합칠만한 공동의 목표가 있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나라는 존재가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하죠. 마지막으로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 또한 동료로서 함께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리더가 동료가 아닌 경우는 보통 리더가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팀원들이 동원되곤 해요. 리더는 리더고, 팔로워는 팔로워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관계는 좋은 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의 경우, 팀장을 팀의 공용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장을 활용하면 효과적이겠다는 판단이 들면, 팀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일하는 거죠. 이렇게 리더 또한 함께 일하는 동료로 여겨질 때,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조직의 성과는 리더의 역량이나 리더십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몰입할 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A. 맞습니다. 공동의 목표에는 이뤄내야 하는 성과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것이 정의가 되고, 모든 팀원이 공감한다면 리더가 바뀌더라도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업무가 휘둘리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적죠.
예전에 조직개발을 하면서 경직된 문화가 심했던 팀이 있었어요. 팀원들이 하나같이 리더만 바뀌면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리더가 교체됐어요. 그런데 그 팀의 문화는 바뀌지 않았죠. 오히려 그 문화를 바꾸기 위한 해결 방안을 팀원들 모두가 고민하고 실행했을 때, 조직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
Q. 승연 님은 이전에 두번의 이직을 하셨어요. 이직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첫 회사는 작은 기업이었고, 그 안에서 홀로 인재개발 담당자로 일하다보니 조금 더 전문적인 팀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혼자 답을 찾아 나가기보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죠. 그렇게 2013년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롤로지)로 이직했고 2019년 기아로 두 번째 이직을 했는데요. 기아차로 이직할 때는 부품이 아닌, 밸류체인 전반을 깊이 다루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갖춘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점은 첫 번째 이직을 하고 나서 석사 진학을 하고, 두 번째 이직을 하면서 박사 진학을 했다는 것이에요. 그동안 학문적으로도 성장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를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이 선순환되었다고 생각해요.
Q. 경력직으로 이직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지만, 굉장한 부담감이 되기도 하잖아요. 두 번의 이직을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도 많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사실 지금까지 경력직으로 두 번 이직하면서 모두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어요. 경력직에 대한 기대를 빠르게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었거든요. 기존 팀원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나의 전문성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면 기존 방식은 오답이고 새로운 시도만 정답이라는 프레임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업무의 히스토리도 존중해야 하는데 이전 것을 부정하는 순간 그 팀에 녹아들지 못하게 되는 거죠.
Q. 그렇다면 경력직으로 이직하시는 분들이 조직에 잘 융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로 임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전문성과 인간미,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되어야 해요. 쉽게 말하자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혼자 일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기존 팀에 합류해서 팀의 목표를 달성하러 온 사람이잖아요. 그러면 내가 돋보이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태도로 임하는 것이 좋죠. 그리고 때로는 팀의 목표가 1년이 아니라 2년이 걸릴 때도 있어요. 당장 이번 주의 임원 보고처럼 단기적인 목표보다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해요.
Q. 주니어 시절 승연 님은 주로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그리고 16년 차인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주니어 시절에는 성장과 한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가끔 제가 만들었던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참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요. 스스로 부족하니까 몸이 아프더라도 인풋을 더 들여야 하고,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날카로운 상태로 5년 차에서 10년 차를 살았죠. 그런데 16년 차가 된 지금은 나 혼자 성장하는 방법보다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더욱 깊이 고민해요. 조직개발 업무를 하면서 같이 잘 되는 것이 결국 내가 잘 되는 것임을 깨달았거든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에서 만난 만큼, 각자의 장점을 발휘해 서로를 보완해 주는 것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요즘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빨리 성과를 내서 더 좋은 포지션으로 이직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조직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아요.
A. 저는 그 마음을 응원해요. 성장을 위해 욕심내는 것은 잘못된 마음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보통 본인의 결핍이 지금 속한 조직에서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불리한 조건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 리스크 있는 선택을 하기도 하죠. 그런 모습은 조금 안타까워요. 그래서 조직에서 먼저 그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과 결핍에 대해 잘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만약 리더가 알아차리고 먼저 이야기했을 때, 분명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Q. HR 분야에서의 이직은 다른 직무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고려하는 사항도 다를 것 같고요. 이직을 고민하는 HR 분야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A. 절대 이직을 하지 말아야 하는 두 가지 순간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행동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먼저 상사, 동료와의 갈등으로 욱하는 마음에 이직하거나 현재의 일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이직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HR 분야는 전 직장의 레퍼런스가 굉장히 중요해요. 상사, 동료와 감정적으로 부딪치기보다는 프로답고 현명하게 갈등 상황을 매니징해보기를 바라요. HR 분야에서 또 중요한 것이 사내 네트워크에요. 새로운 조직에서 다시 빌드업 하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죠. 지금의 상태가 무료하고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라는 거죠.
마지막으로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퇴사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본인 스스로 회사 안과 밖에서 절대 하지 마세요. 주변 지인들에게 퇴사 결심을 밝혀야 좋은 포지션을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흔히 하는 실수인데요. HR 분야는 생각보다 좁기 때문에 소문날 수도 있고, 자신이 속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HR 담당자와 일하고 싶은 조직은 없다고 생각해요.

일, 내 삶에서 주인공이 되는 방법
Q. 결국 직장생활에는 끝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그 끝이 조금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정도의 차이일 것이고요. 직장생활의 다음은 어떻게 그려보고 싶으신가요?
A. 커리어의 가장 절정인 순간에 박수를 받으며 직장생활과 이별하고 싶어요. 후배들의 기회를 가로막고 버티다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결정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직장생활 이후에는 회사의 수식어를 떼고, 인재개발과 조직개발 분야(HRD/OD) 연구자 및 실천가로 살아가고 싶어요.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며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승연님이 생각하는 커리어의 절정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제가 속한 조직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을 받을 때가 커리어의 절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커리어의 절정을 향해 가기 위해 어떤 도전을 하실 계획인지 궁금해요.
A. 그동안 기아 조직개발팀에서 일하면서 이 업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키워드는 ‘글로벌'일 것 같아요. 기아에는 30개의 해외 법인이 있는데요. 이 해외 법인을 모두 진단하고 컨설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해요.
Q. 그동안 치열하게 달려오신 승연님의 삶에서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일 것 같은데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승연님은 왜 일을 하시나요?
A. 최소한 내 삶에 있어서 주인공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있어요.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만큼,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