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그친 뒤,
첫 햇살의 감각
Q. 창업을 시작하시기 전, STX 전략사업기획실에서 근무하셨는데요. 그 당시 어떤 주니어 시절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A. 그때가 벌써 17년 전인데요. 이때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치열한 시절을 보냈어요. 입사 동기 중 제가 제일 나이가 어렸고, 한 달간 진행된 입사 연수에서 만난 팀원 중에서 저 혼자 여성이었어요. 계열사 성격상 비교적 남성중심적이다 보니, 여성이 오래 일하기 쉽지만은 않은 환경이었어요. 그 당시 임원진도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유리천장이 확실히 보이는 조직이기도 했죠.
Q.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실수가 있었다면요?
A. 처음 혼난 실수는 메일이었어요. 제가 보낸 메일 수신자가 여러 명이었는데 직급순으로 보내지 않았던 거죠. 또 한 가지는 상사에게 “점심 식사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었던 거예요. 회사에서 ‘다나까’를 써야 하는 문화를 지키지 않아 지적받았던 거죠. 그런 보수적인 회사 문화를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Q. 그렇다면, 그런 실수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A. 사실 크고 의미 있는 실수는 창업 이후에 많이 했어요. 특히 의사결정과 제 언행에 대해서였죠. 다행히도, 주변에 제 실수 혹은 선택과 관련해 생산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되돌아 볼 수 있고, 다음에 더 잘해 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일에 몰두할수록 사소한 데서 예민해질 수 있는데요. 그럴 때야말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 서로의 실수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변화하고 싶은지 털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제 주니어 시절을 떠올려 보면, 당장 필요했던 지식은 ‘메일 말머리 작성하는 방법’ ‘레퍼런스 수집, 정리하는 노하우’ 같은 거였어요. 업계에서 성공한 선배들의 인사이트는 아직 먼 이야기였죠. 그래서 대표님께도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전직군 대상으로, 실무와 관련해 주니어에게 팁을 준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일하는 목적을 나를 포함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명확하게 알아야 해요. 말씀 주신 메일 말머리를 작성하는 노하우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상대방에게 메일을 작성하는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인지해야 하죠. 그것이 선행되어야 메일 말머리에 어떤 문장을 써야 하는지 보일 거예요. 또 다른 예로, A 업무를 ‘상사가 시켜서’ 하는 사람과 A라는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그 업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시작하는 사람의 결과는 서로 달라요. 다시 말해, 목적(목표)를 잘 수립하는 일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