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끊임없이 균형을 찾는 과정ㅣ박준범 SK텔레콤 탤런트팀 팀장

박준범 SK텔레콤 탤런트팀 팀장

인사는 끊임없이 균형을 찾는 과정ㅣ박준범 SK텔레콤 탤런트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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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Workers : Begin again> 시리즈의 5화입니다.

2002년부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인사를 책임져 온 박준범 팀장. 22년 차지만 여전히 공부할게 많다고 말하는 그는, 커리어가 고민될 때마다 ‘나’에게 집중해 길을 만들어왔다.

‘나만의 판을 키우자’는 마음으로 일군 커리어


Q. 현재 SK텔레콤 탤런트팀 팀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A. 2002년 CJ 인사팀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LG디스플레이, IBM, SK주식회사 등을 거쳐 현재는 SK텔레콤 탤런트팀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임직원 5천여 명의 인력 배치 및 최적화, 전사 HR 데이터 관리, 채용 브랜딩 및 개발자 관계 형성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요. 저는 HR의 본질에 집중하는 편인데요. 데이터로 구성원과 성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HR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Q. HR이라는 방대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오셨는데요. 어떤 방향으로 전문성을 쌓아오셨는지 궁금해요.

A. 주니어 때는 HR 분야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일이 익숙해지면서 기계적으로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직접 인사제도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욕심도 생겼죠. 그때 관심이 생긴 분야가 ‘인사기획’이었어요. 조직 구성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기획하는 일이 제 관심사와 맞더라고요. 그래서 SK에 합류할 때부터 그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으려 노력했어요. 인사 노하우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자청해서 SK그룹 연수원으로 파견 근무를 간 것도 그런 이유였고요. 


Q. LG부터 CJ와 SK까지, 다양한 기업에서 일해 오셨어요. 준범 님은 어떤 기준으로 이직을 결정하셨나요? 

A. 이직한 상황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 판을 키우자’라는 목표가 있었어요. 처음 CJ그룹에서 LG디스플레이로 넘어갈 때는 ‘더 큰 조직에서 HR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그다음 이직할 때는 ‘커리어 개발을 위해 컨설팅을 해보자’라는 식이죠. SK그룹에 합류한 후에는 새로운 HR 경험의 기회를 위해 인재육성위원회부터 연수원까지, 그룹 내 다양한 조직에서 일했어요. 항상 ‘판을 바꾸는 선택’을 했습니다. 


Q.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만큼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크실 것 같아요. 준범 님은 어떤 목표나 마음가짐을 갖고 일하시나요?

A. HR이라고 하면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기업은 이익을 내고 성장해야 하는 만큼 구성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 주는 건 어렵습니다. HR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만족할 포인트를 계속 고민하고 연구해야 해요. 즉, HR은 ‘조직과 구성원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HR은 사측 입장도 이해하면서 직원들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어야 해요. 예를 들면, 인재 교육을 내부에서 할지 외부에 위탁할지, 우수 인력은 어떻게 대우할지, 실적별로 차등 보상을 한다면 어떻게 기준을 정할지 등을 고민하죠. 제가 하는 일이 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만큼, 신중하게 양쪽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면서 일합니다. 


Q. 돌이켜봤을 때, 준범 님은 언제 가장 큰 커리어 성장을 한 것 같나요?

A. IBM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을 때가 제가 크게 성장했던 시기예요. 그때 정말 힘들었거든요(웃음). 고객의 기대 이상으로 합리적이고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해요. 매일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일했어요. 1년이 2~3년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그때 저는 제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일부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고,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내는 경험도 했어요. 어쩌면 가장 힘들 때가 제일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같아요. 


속도보다 중요한 건 회고와 여유


Q. 준범 님은 주니어 때 어떤 고민을 주로 하셨나요? 반대로 시니어가 된 현재는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A. 주니어 때의 저는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처음부터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실무를 하면서 욕심이 생겼고 잘 하고 싶었거든요. 항상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고,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죠.

시니어가 된 지금은 HR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과거의 관점으로 현재 HR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내 방식만 고집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보고요.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HR의 본질은 뭐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까지 하게 되는데요. 이런 질문을 하며 끊임없이 업에 대해 생각하는 게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아직 자녀가 어려서 계속 일을 해야 하거든요(웃음). 제 경험과 인사이트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Q. HR에서 항상 언급되는 주제 중 하나가 ‘리더십’이에요. 리더로서 준범 님의 모습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A. 이전에는 소위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리더 스타일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열심히 하면,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와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정반대였어요.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 팀장이 나를 못 믿는다며 괴로워하더라고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은 많이 대화하고, 팀원들에게 일을 위임하려고 노력합니다. 요즘은 격식 없고 가벼운 느낌의 리더가 선호 받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 간 것 같고요(웃음). 팀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제 스타일을 바꾸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가 그동안 잘 해왔던 것들은 유지하면서 천천히 지금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Q. 20년 넘게 꾸준히 일하려면 적당한 페이스를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만일 주니어 시절의 준범 님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A. 삶에는 쉼표도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어요. 항상 퇴사한 바로 다음 날 출근하고는 했죠. 주말도 다음 주 월요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만 생각했고요. 일 못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스스로를 채찍질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1~2년 정도는 오롯이 나를 돌아보며 미래를 그리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잠시 돈은 못 벌겠지만, 세상과 스스로를 더 깊게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자존감을 위해 일할 때, 나의 길이 보인다


Q. 최근에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기보다, 여러 회사를 다니며 경험을 쌓는 주니어가 많아지고 있어요. 커리어 성장을 위해 이직을 고민하는 주니어가 있다면, 준범 님은 어떤 조언을 해주실 건가요?

A. 대기업 인사 담당자로서 HR을 A부터 Z까지 배우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니 HR의 여러 분야 중 하나에 집중할지, HR 전반을 오가며 활동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려하세요.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 이직을 할 수 있고, 커리어 로드맵도 잘 그릴 수 있어요. HR은 세부 직무별로 배울 게 정말 많아서 방향성 없이 이직만 반복하게 되면 전문성을 쌓기 어렵거든요. 

또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절대 순간적인 불만이나 욱하는 감정만으로 이직을 결정하지 마세요. 이직은 기존 조직에서 내가 쌓아온 자산을 대부분 포기해야 해요. 리스크와 기회 비용이 큽니다. 내가 이곳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새로운 일터에서는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등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세요.


Q. 많은 직장인이 ‘일하는 이유’를 고민하곤 하는데요. 준범 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결국 우리 모두의 자존감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자기 생각과 능력으로 변화를 일으킬 때 에너지를 얻고, 삶의 활력을 얻잖아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 자존감은 물론 금전적 보상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그러나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자존감이 낮으면 마음이 괴로워도 경제적 수입 때문에 그 일에 갇히게 되겠죠. 제일 불행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주니어들은 연봉보다 자존감을 위해 일하면 좋겠습니다. 


Q. 직장생활도 언젠가는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올 텐데요. 준범 님은 어떤 모습으로 직장생활을 끝마치고 싶으신가요? 

A. 제가 참여하거나 기획한 인사제도와 기준 등이 유용하게 쓰이는 걸 보고 싶어요. HR에 애정을 가지고 달려온 만큼, 작게나마 저의 족적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그다음은 제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컨설팅이 될 수도 있겠고, 강의나 자문도 가능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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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은혜 원티드 콘텐츠팀 리드
최진수 객원에디터
사진 최호근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