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서비스 기획자, Tech PM의 새로운 길을 걷다

글ㅣ김민석 인터파크트리플 Product Agility Manager

6년 차 서비스 기획자, Tech PM의 새로운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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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어쩌다 커리어> 시리즈의 3화입니다. 

6년 차가 된 서비스 기획자, 어느덧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들


5년 전, 신입 서비스 기획자로 게임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런데 첫 출근 날 "이제 기획은 민석 님께 인수인계하겠습니다."라는 메일을 받고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알고 보니 제가 배치된 팀에 서비스 기획자가 없었던 거죠. 그동안 기획 부서와 협업해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는데, 개발 도메인 지식이 필요했던 터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제가 신입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첫 번째 기획자로 합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첫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구조를 쉽게 설명해 주시는 개발 팀장님과 늘 따뜻한 말을 건네 주셨던 PM님, 다른 팀이지만 서비스 기획의 A to Z를 가르쳐 주셨던 기획자 선배들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API Gateway, 위험 탐지 시스템, Serverless Function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었죠.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며 가장 즐거웠던 건 서비스 문제를 고민하고 다양한 동료들과 토론하며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기획자를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 결과물이 화면 기획서, 정책 문서, 때론 간단한 메시지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서비스와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디자이너가 없는 상황에서 화면 기획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죠. 처음에는 이런 변화를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UI/UX를 공부하고, 와이어프레임(Wireframe) 작성 툴을 익히며 노력했죠. 하지만 점차 저의 장점인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이 화면 위에서만 이뤄지기 시작하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하게 앉아있는 것 같았달까요. 제가 가진 기술적 배경과 문제 해결 능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됐죠. ‘서비스 기획자의 일은 정확히 어떤 걸까’ ‘조직에서 원하는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그리고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일까’를요. 

이 경험은 제게 중요한 깨달음을 줬습니다. 기획자로서의 역할과 개인의 강점, 그리고 조직의 요구 사항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죠. 단순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제 커리어 방향을 재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 높은 시야에서 문제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서비스 기획자가 아닌 TPM이라는 새로운 커리어 방향을 고민할 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셀프 케어'와 '주간 회고' 그리고 동료들과의 대화였습니다. 이 세 가지 방법은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중 셀프 케어를 자세히 설명하면, 일터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노트북을 들고 회사 폰부스로 가서 10분간 현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지 구분했죠. 이 과정에서 문제를 객관화하고, 해결 가능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4년 동안 일한 서비스 기획을 내려놓고, 팀을 옮겨 ‘Lead Programmer’ 직속의 PM 형태로 직무를 전환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로 일할 때는 하나의 프로덕트를 담당하며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와 협업했지만, 직무 전환 후에는 업무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조직 전체의 제품 품질을 가시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장애 발생 시 회고를 주도하는 등 다양한 프로덕트와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거든요. 처음엔 기획서 없이 일하는 게 낯설었지만, 점차 더 넓은 시야로 일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PM으로서의 첫 업무로 10년 된 위키를 정리하는 작업을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파이썬 스크립트를 만들어 번거로운 작업을 자동화했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맡은 프로덕트의 문서만 봤다면, 이제는 전체 시야에서 문서가 어떻게 관리되고 지식이 축적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높은 시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저에게 맞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여전히 조직의 우선순위와 제 성장 방향 사이의 간극이 있었고, 이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고, 제 결정이 옳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 또한 성장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노력했으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또 다른 도전이되겠죠. 그러나 커리어를 더욱 발전시키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노션에 정리한 주간 회고


새로운 도전을 도와준 링크드인과 ‘고수의 노트’


이직을 준비했던 과정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은 링크드인과 원티드의 ‘고수의 노트_TPM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우선 링크드인에 제 경력을 한글과 영어로 상세히 업데이트했습니다. 회사에서의 공식 직무명은 여전히 '서비스 기획자'였지만, 링크드인 한줄 프로필에 'Tech PM'이라고 적었죠. 실제 Tech PM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관련 블로그를 참고해 제 이력을 Tech PM 역량을 보여줄 수 있게 수정했어요. 개발자 서비스, 기술 제품 경험, 여러 직무 전문가과의 협업 경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니 Tech PM 관련 채용 담당자들의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커피챗을 했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Product Agility’ 소속으로 일하게 된 것도, 링크드인 메시지로 시작된 인연이죠.

저는 서비스 기획자로 4년간 일했고, 회사에서 위키 구조화나 개발 품질 관리 등을 담당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참여한  '고수의 노트_라인 TPM팀의 테크니컬 프로젝트 성공법'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던 때 이 교육을 듣게 되었고, 2주간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죠.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TPM의 '결정을 돕는 역할'이었습니다. 나아가 여러 문제를 풀며 나만의 인사이트와 차별화 지점을 만들고, 그 에셋을 조직 문제를 푸는 데 쓰는 TPM의 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가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며 느꼈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점이었습니다. 이 교육에서 얻은 지식은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 덕분에 링크드인으로 받은 제안에 자신있게 응했고, 면접에서도 제 생각을 명확히 전달했습니다.

원티드 <고수의 노트 TPM 과정> 멤버들과 함께 


성공적인 이직을 돕는 핵심 요소


제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이직에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명확한 자기 분석' ‘포지션 발견' ‘최종 의사 결정 과정'입니다.

첫 번째, 명확한 자기 분석을 위해서는 꾸준한 셀프 케어와 주간 회고가 중요합니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면 변화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주요 기록 도구인 노션에 모든 고민을 기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도 중요합니다. 나의 고민이 내 안에서만 머물지 않도록 회사 내외의 동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 포지션 발견도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포지션이 있는지 꾸준히 탐색해야 합니다. 저는 자기 분석을 통해 'TPM(Technical Program Manager)'이라는 포지션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Product Agility Manager'로, TPM과 유사하지만 확장 가능성이 있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여러 회사에 지원하고, 커피챗과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여러 포지션을 탐색하며 대화를 나눠보세요. 이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잘 맞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종 의사 결정 과정입니다. 원하는 포지션을 찾고 최종 합격까지 했다면, 이제 떠날 것인지 머무를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저에게는 이 과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신입으로 입사해 5년 6개월을 일한 회사를 떠나려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죠. 제가 좋아하는 회사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좋았던 여러 경험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첫 이직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것은 커리어 컨설턴트 김나이 님의 책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한 6가지 요소(성장, 연봉, 워라밸, 의미, 재미, 인간관계)에 대해 우선순위와 만족도를 체크해 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따라 현재 회사에서의 만족도를 평가해봤는데, 제 우선순위와 현재 만족도가 정반대였습니다. 예를 들어, 제게 가장 중요한 '성장'과 '의미' 항목에서 현재 회사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죠. 반면 덜 중요하게 여겼던 '워라밸'과 '인간관계' 항목은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그 후, 이직할 회사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위 3가지 요소를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습니다. 새 회사의 포지션이 제게 더 많은 성장 기회와 의미 있는 일을 제공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자 바로 의사 결정을 내렸죠. 이 과정은 제가 떠나야 할 시점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김나이 님의 책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과 성장


이직 후 두 달이 지났습니다. 'Product Agility Manager’라는 포지션으로 다양한 기술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수의 노트 교육’에서 여러 번 들었던 "TPM이 이런 것도 하나요?"라는 말처럼,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죠. 입사한 지 3일 만에 사내 AI 해커톤 준비를 위해 공지를 작성하고, Agile과 AI를 적용하는 교육에 참여했으며, 여러 조직의 회고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업무 범위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만족 요인입니다. 다양한 부서의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이 마주한 문제를 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제 능력을 시험하고 발휘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더 많은 노력과 학습, 도전이 필요하겠지만요. 최근에는 Jira나 Confluence 같은 도구들이 때로는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각자의 본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비효율을 제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도구 사용법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큰 그림의 하나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며 쌓은 경험과 기술적 배경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들과 소통할 때 기술적 용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또 애자일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본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문제에 공감할 수 있죠. 


글을 마치며


서비스 기획자로 시작해 IT 업계 6년차로, 지금은 다양한 기술 환경에서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Lead Programmer PM, Product Agility Manager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제 역할은 단순히 하나의 직함으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또 때로는 팀 간 협업을 조율합니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이 현대의 복잡한 기술 환경에서 큰 강점이 된다고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자신만의 고유한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직함에 얽매이지 말고, 여러분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도전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더 넓어질 저의 세상과,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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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김민석 인터파크트리플 Product Agility Manager
시간의 자유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삶에서 건진 주제로 글을 쓰고, 시스템을 통해 변화를 만드는 걸 즐깁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시작한 기록이 제 강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인터파크트리플에서 Product Agility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