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엔지니어가 AI를 선택한 이유

민규식 카카오 AI 엔지니어

카카오 엔지니어가 AI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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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AI 시대, 인재로 거듭나기> 시리즈의 2화입니다. 


AI는 지금 가장 빠르게 변하고 성장 중인 분야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개념과 용어가 등장하고, ‘이런 것도 되는구나.’ 싶은 서비스들이 출시된다. 카카오에서 일하는 민규식 엔지니어는 바로 그런 변화무쌍함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자율주행을 공부했지만 대학원 1년 차에 인공지능에 미래를 걸어보기로 결정한 그는 이제 ‘세상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변화’를 만드는 보람을 즐거움 삼아 일하고 있다.

‘기계가 사람처럼 학습한다.’는 한마디에 꽂혔어요


Q. 현재 카카오에서 AI 엔지니어로 일하고 계세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AI 엔지니어 민규식입니다. 인공지능이 해결해야 할 문제 정의부터 알고리즘과 모델 조사, 문제 적용과 피드백을 반복해 서비스에 적용하고 최적화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AI 기술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기도 합니다. 


Q. 대학교에서는 차량 제어 등을 연구하셨는데요. AI로 눈을 돌리신 이야기가 궁금해요.

A.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로봇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자율주행 연구 대학원에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진학했죠. 1년 정도 차량 제어를 공부하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더욱 확장성 있는 주제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 대학원 과정이 7년이었으니까, 남은 6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연구실 동기가 머신러닝이 요즘 재밌다면서 알려줬어요. 저도 ‘사람처럼 데이터를 공부한다.’라는 개념이 흥미로워서 머신러닝으로 방향을 돌렸죠. 

하지만 계속 공부해도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만 해도 다들 ‘인공지능이 사람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원래 전공과 성격이 다르기도 하고요. 그런 와중에 알파고가 나타나서 쐐기를 박았어요(웃음). 세계 최고 바둑기사를 이겼잖아요. AI가 거대한 혁신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교수님께 AI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 말씀드렸고, 다행히 교수님도 배려해 주셔서 인공지능 연구에 집중하게 됐죠. 박사 졸업 때도 AI가 가져올 변화가 더 클 거로 생각해서, IT 쪽으로 진로를 잡게 됐어요. 


Q.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어요. 카카오 AI 엔지니어로 직무를 변경하신 계기와 과정은 어땠나요?

A.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는 강화학습 관련 연구원으로 일했어요. 오픈소스 강화학습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으니까, 그때부터 AI와 가까운 일을 했던 거죠. 한편으로는 ‘고객이 직접 쓰는 서비스를 다뤄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전까지는 연구직으로만 일해서, 제가 만든 서비스로 고객이 편리함을 느끼는 걸 보고 싶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지인이 본인 팀으로 이직을 제안했고, 그걸 계기로 카카오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Q. 이전에는 지금만큼 AI가 주목받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필요한 역량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제가 AI 공부를 2015년에 시작했는데, 그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요. 그래서 기계학습 연구에 필수적인 텐서플로(TensorFlow)가 출시됐을 때도 설치하는 데 사흘 걸렸어요(웃음). 지금 와서 보면 한 달 걸릴 주제를 석 달 넘게 붙잡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 나름대로 연구실 안에서 스터디도 만들고, 외부 커뮤니티들도 알아봤어요. 그런 곳에 참여하면서 정보와 인사이트를 공유했어요. 그렇게 어렵게 공부하는 와중에도 ‘이거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파고가 유명해지면서 AI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매일 변화의 파도를 탄다는 게 힘들면서 재밌죠


Q. AI가 정말 빠르게 발전하잖아요. 현업을 하시면서도 꼭 공부하시는 주제, 구독하시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A. 말씀하신 것처럼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까, 최신 트렌드를 계속 살펴보고 있어요. 요즘은 강화학습보다는 GPT 등에 쓰인 자연어 처리, 이미지 생성 관련 모델 공부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관련 콘텐츠는 소셜 미디어 도움을 많이 받아요. AI가 최신 주제라 유행을 많이 타는데, 링크드인이나 엑스(X)에서 유명한 업계 연구자분, 기업을 팔로우하면 좋은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더라고요. 


Q. AI가 급성장하면서 직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직군이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인공지능’ 분야로만 한정해 보면 AI 연구원, AI 엔지니어, 머신러닝 옵스(MLOps) 엔지니어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AI 연구원은 더 뛰어난 알고리즘 개발,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법이나 모델 개발을 맡아요. 주로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학회 등에서 발표하는 일이 많죠. AI 엔지니어는 좀 더 고객과 가까운데요. 해결하려는 문제에 알맞게 모델들을 학습시키고 조합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마지막으로 MLOps 엔지니어는 AI 모델 배포와 모니터링,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해요. 고객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거죠. 


Q. 규식 님이 생각하시는 AI 엔지니어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매력(동기)도 궁금합니다.

A. 장점이자 단점일 텐데, 정말 엄청나게 빨라요(웃음). 지금 가장 주목받는 분야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이 나오잖아요. 공부할 게 끊임없이 쌓이는 거죠. 저는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게 재밌어서 이 일을 하는 게 즐겁지만, 버거운 분도 많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가끔은 따라가기 힘들고요.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나도 새로운 변화에 기여한다’는 뿌듯함 덕분인 것 같아요. 제가 학습시킨 AI 모델이 문제를 척척 해결하면 기특하기도 하고요(웃음). 물론 한 번에 원하는 대로 작동하는 일은 거의 없죠.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게 재미있고 보람차요. 


개발자가 ‘개발만’ 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Q. AI 개발자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어떻게 그런 역량을 축적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능동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AI는 계속 변화하고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탐험가처럼 새로운 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일단 이게 없으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AI를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해요. 인공지능이 굉장히 방대해 보이지만, 대부분은 딥러닝 기반이에요. 같이 살펴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거죠. 불확실성 추정을 심층 강화학습과 엮을 수 있는 것처럼요. 이렇게 AI라는 세계 속 분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면, 나에게 맞는 주제를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최근에는 기업들이 실무 이력이나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지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결국 대화가 잘 통하고,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거든요. 핵심은 일한 곳의 유명세나 규모가 아니에요. 스케일은 작아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본 경험, 어떤 문제에 대해 직접 솔루션을 만들어본 적극성이 중요하죠. 이런 것들을 쌓을 기회가 온다면, 일단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Q. 반대로 추천하지 않는 경험이나 시도는 어떤 게 있나요?

A. 남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태도’가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AI가 주목받으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들으시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이전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참가했을 때, 차례로 면접 본 두 분이 거의 똑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같은 프로그램을 들은 거죠. 교육 코스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다만 같은 강의를 들어도 새로운 기법을 시도해 보거나, 내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처럼 지식을 자기 걸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야 진짜 내 전문성이 쌓이거든요. 


Q. AI 개발자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AI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 같아요. 더 많은 산업에서 AI가 쓰일 테니까요. 다만 ‘개발자로서’ 살아남는 건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코파일럿(Copilot)처럼 기본적인 개발이 가능한 수준으로 AI가 발전했잖아요. 압도적으로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코딩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개발자는 해결하려는 문제에 맞게 AI 모델을 조합하는 기획력, 창의성도 갖춰야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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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효린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글 최진수 객원에디터
사진 최호근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