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들은 찐 로맨티시스트일까? | 넷플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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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들은 찐 로맨티시스트일까? | 넷플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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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에디터의 위장 취업> 시리즈의 2화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도 나만의 뚜렷한 목표 아래 열심히 달리고 있다면 낭만 있는 로맨티시스트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넷플연가’를 만드는 ‘세븐픽쳐스’ 구성원들은 모니터와 스마트폰 액정 속 유저 데이터로 치환되기 이전의 사람과 직접 맞닿아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에 그들의 비즈니스에는 특히나 낭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낭만이 밥 먹여 주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네, 덕분에 밥 잘 먹으면서 즐겁고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익힘 정도예요


Q. 안녕하세요, OTT가 늘 스크린 타임 지분율 상위권을 다투는 사람으로서 세븐픽쳐스 멤버분들을 무척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세븐픽쳐스 팀 멤버인 만큼 두 분은 실제로 OTT(Over The Top)를 많이 보시는 편인가요?

A. 겸송 : 서비스 이름은 넷플연가지만 넷플릭스 같은 OTT를 넘어 책이나 술 같은 다른 콘텐츠를 활용한 모임이 점차 많아지면서 평소에 OTT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콘텐츠보다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보니 요즘 어떤 오프라인 공간이 핫한지, 오프라인 모임을 만드는 다른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어요. 저는 작년에 팀에 들어왔는데 오히려 입사 전에 OTT 시리즈를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가람 : 반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겸송 님이 말씀해 주셨듯이 세븐픽쳐스 멤버들은 그렇게까지 OTT를 많이 보진 않습니다.(일동 웃음) 왜냐하면 저희가 아직 스타트업이잖아요. 다양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보니 콘텐츠를 소비할 만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게 현실적으로 드릴 수 있는 답변이네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니 창업과 관련되어 있거나 일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왼쪽부터) 유가람 프로덕트 디자이너, 박겸송 콘텐츠 리드


Q. 겸송 님께서 오프라인 모임을 만드는 다른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계신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조금 깊은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오프라인 모임 기반의 서비스와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A. 겸송 : 요즘은 운영 방식(오픈형, 폐쇄형)과 무관하게 무언가를 매개로 사람을 모으는 과정이 조금씩 어려워진다고 느껴요. 오프라인 모임의 본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거잖아요.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고 하면 모호하니까 OTT 콘텐츠를 비롯한 여러 매개체를 활용하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일종의 핑곗거리 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직관적인 니즈가 훨씬 더 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특정 주제로 사람을 모으는 서비스가 아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핵심인 신규 서비스 ‘동행’을 론칭했어요.


Q. 동행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A. 가람 : 일단 겸송 님 답변에 덧붙이자면, 저는 커뮤니티라는 도메인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누구나 가능성은 크다고 보는데 아직까지 포텐셜이 터지지 않은 도메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무언가를 매개로 사람들을 모으고 만남을 진행하는 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모객 부담도 가중되고, 구성원의 밀도가 얼리어답터(Early Adoptor)가 많던 초기보다 점차 낮아지거든요. 그런데 사실 콘텐츠 같은 매개체를 다 떼놓고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아닌가 싶어요. 좋은 사람이 모이면 좋은 대화는 늘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니까요.

바로 그런 지점에서 동행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저희는 동행의 모든 멤버를 1:1로 인터뷰해요.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멤버분들에게 자신만의 고유하고도 입체적인 스토리가 담긴 프로필을 만들어 드리고요. 프로필을 토대로 승인 과정을 거친 멤버들과 혼자서는 못가는 좋은 곳에 갈 수 있게 해 드려요. 이렇게 꼭 정해진 장소와 콘텐츠가 있지 않아도 좋은 사람을 모아 커뮤니티를 확장시켜 가는 것이 저희 팀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에요. 

1:1 인터뷰를 거친 낯설지만 좋은 사람들과 퇴근 후 동행(同行)


Q. 세븐픽쳐스가 낯선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게 돕는 팀이라는 점과 잘 맞닿아 있는 서비스네요. 이런 부분도 궁금합니다. ‘모임에서의 낯선 사람과의 만남’ 하면 으레 어딘가 낭만 있는 상황을 떠올릴 법한데요. 실제로 넷플연가, 동행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마법 같은 콘텐츠 속 순간을 꼽아볼 수 있을까요?

A. 겸송 : 영화 속 내용을 직접 체험해 보게끔 돕는 모임이 더러 있어요. 예를 들어,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저희가 세팅해 놓은 어두운 공간에서 미팅하는 거예요. 꾸준하게 잘 되고 있는 모임인 만큼 저희도 이 경험이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이런 영화 속 순간을 잘 기획해 내놓고 반응이 좋으면 뿌듯함이 커요. 저는 지금 연애하고 있는데, 아마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면 한 번쯤 해봤을 것 같아요.(일동 웃음)


Q. 다시 현생(?)으로 돌아와 볼게요. 회사는 회사… 일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인 세븐픽쳐스에서 기억에 남는 낭만 넘치고 로맨틱했던 순간이 있다면요? 사실 스타트업이 어떻게 보면 역전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만큼 예를 들어 J커브를 그린다든지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같은 큰 성취를 이뤄내는 순간을 경험할 법하고요.

A. 가람 : 저는 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커뮤니티 도메인의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9년 동안 이 도메인에 있었는데요. 그사이에 잘되는 스타트업도 많이 봤지만, 망하는 스타트업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러다 보니 제게는 커뮤니티라는 도메인에서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세븐픽쳐스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연이 아닌 필연의 좋은 만남을 서비스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실험이 제 개인적인 방향과도 맞아떨어져요.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그 자체로 낭만이라고 생각해요.

겸송 : 저도 가람 님이랑 비슷한데, 커뮤니티라는 도메인 자체가 낭만으로 가득한 도메인인 것 같아요. 사업적으로 완전히 성공해 유니콘이 된 회사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찾아나가는 여러 팀이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서 생겨나는 가치를 믿으며 매일 열심히 일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낭만이에요. 에를 들어,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모임에 참여한 멤버분들의 피드백이 저희 슬랙(Slack) 채널에 올라와요. 피드백을 보고 있으면 ‘오늘도 우리는 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어요. 어떤 멤버분들은 저희 서비스를 통해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전해 오거든요.



액정 밖 사람들이 궁금한 마음만 있다면

쭈뼛대고 뚝딱대도 괜찮아요


Q. 넷플연가에서는 정말 다양한 카테고리의 모임이 열리고 있어요. 사랑, 철학, 음악, 커리어, 재테크, 명상, 글쓰기 등 서비스 초기보다 다루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진 게 느껴지는데요. 그중에서 당연히 다 좋았겠지만 두 분이 참여했거나 옆에서 운영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모임과 모임장분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A. 겸송 : 좋은 모임이 너무 많고 한 분을 꼽으면 다른 모임장분들이 서운하실까 봐 꼽기가 참 어려운데요. 그래도 꼽아보자면 ‘일구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는 안일구 님께서 모임장을 맡고 계시는 <400년 동안 사랑받은 유일한 음악 장르, 클래식>이라는 클래식 모임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클래식 공연을 같이 보러 가는 모임인데요. 총 4번의 만남 중 첫 만남에는 일구 님이 멤버분들에게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하게 해요. 그걸 잘 듣고 마지막 만남에 인생 클래식 한 곡을 선물해 드리고 다 같이 들어보고요. 개인의 서사에 맞춰 클래식이라는 분야의 매력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서 다른 분들도 한 번쯤 참여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모임이에요.

가람 : 저는 순수하게 멤버 입장에서 사랑, 정치, 현대 경제, 업무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분야의 모임에 참여해 왔는데요. 참여하면서 느꼈던 건 넷플연가가 무언가 배울 때 입문의 장으로 좋다는 거였어요. 저에게는 그런 모임이 ‘잭슨’이라는 분이 모임장을 맡고 계시는 현대 경제 모임이었어요. 모임 이름이 ‘석유, 달러, 미국 연준 Let’s go! - 애널리스트 친구와 현대 경제 뽀개기’‘위기의 징조들, 거시경제와 영화 : <국가부도의 날>, <마진 콜>로 본 금융위기’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나 재테크를 배우는 실용적인 모임이 아니라, 진짜 대학교 교양 수업 같은 모임이었어요. 그 모임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과 미국의 석유 산업 그리고 반도체 산업까지 거시 경제를 톺아볼 수 있었어요. 이 모임에 참여하며 경제에 관심을 두고 저만의 관점을 갖게 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Q. 겸송 님은 세븐픽쳐스에 입사한 2023년보다 훨씬 전인 2019년부터 모임장으로 활동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모임장이었을 때와 콘텐츠 리드인 지금, 넷플연가 모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겸송 : 모임장일 때는 모임 하나를 어떻게 잘 운영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멤버분이 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그런데 모임이라는 형태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면서는 모임 하나하나에서 제공하는 경험 그 이상으로, 여러 경험을 확대하고 재생산해 더 많은 모임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면서 시야가 분명하게 달라진 것 같아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입사하기 전에는 하나의 모임을 잘 모더레이팅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첫 만남에서 무조건 뒤풀이를 가면 사람들을 더 친해지게 만들 수 있고 마지막 만남까지 모임을 편하게 끌고 갈 수 있어’ ‘만날 때마다 마니또를 선정하면 멤버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어’와 같은 어떤 아기자기한 모임 속 장치를 생각하는 거죠. 입사한 이후에는 그런 디테일보다 모임장분이 양질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요. 저희 모임이 주로 열리는 공간 ‘사생활’에 매니저라는 제도를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븐픽쳐스 구성원이 모든 모임에 참여해 서포트 할 수 없으니 사생활 매니저분들께 권한을 위임해요. 매니저분들은 모임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 제반 사항을 체크하고 도움을 주고 계시죠.


Q. 겸송 님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모임을 그간 진행해 오셨잖아요. 다시 모임장이 될 수 있다면 다음에는 또 어떤 카테고리의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으신가요?

A. 겸송 : 무조건 친해지는 모임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기획하고 있는데,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무조건 친밀감을 느끼는 행동이나 환경이 있어요. 이를테면 인간은 어두운 환경에서 서로 거리를 붙여 놓으면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낀대요. 인간이기 때문에 적용될 수 있는 이러한 부분을 구조화하는 거예요.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면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이렇게 순수하게 사람을 콘텐츠로 누군가는 ‘찐친’을 찾을 수 있는 모임을 기획하려고 해요.


Q. 가람 님은 세븐픽쳐스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도메인이 커리어 전체를 관통하는 분이라고요. PD(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포함해 스타트업의 멤버로서 그간 어떤 커리어를 밟아오신 건가요?

A. 가람 : 세븐픽쳐스로 이직하기 전인 작년까지는 무(無)에서 시작한 두 개의 커뮤니티 제품을 초기부터 만들어 온 멤버였어요. 하나는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36개 지역에서 운영됐던 영어 커뮤니티 서비스 ‘스터디서치’이고요. 또 하나는 ‘한국에서 즐기는 유학 생활’이라는 콘셉트의 ‘LST’라는 멤버십 기반의 영어 커뮤니티예요. 커뮤니티를 처음부터 만들다 보니 두 제품 모두 직접 사람들을 영업하는 것부터 시작해 마케팅, 디자인, 서비스 오퍼레이션 등 커뮤니티 서비스가 돌아가기 위한 A to Z를 만들어 가는 경험을 지난 커리어에서 경험했어요. 그래서 계속 ‘내가 프로덕트 디자이너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디자인으로만 보면 사실 디자인만 해오신 훌륭한 스페셜리스트분이 많잖아요. 그 와중에 저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저는 그런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 비즈니스가 되게 만드는, 그런데 거기에 디자인 역량을 곁들인 (일동 웃음)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일이 되게 만들고 문제를 어떻게 풀지를 고민하는 거라고 봐요. 저는 저 자신을 그 수단으로써 디자인을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Q. 확실히 요즘은 팀원 한 명 한 명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이 더 강해지는 시대인 것 같아요. 직군과 관계없이 누구나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수립하고 그에 맞게 액션을 하는데 다만 그 액션이 조금 디자인적일 수 있고 개발적일 수 있는 거겠죠. 하지만…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프로덕트를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 같은 게 있다면요?

A. 가람 : 다른 것보다 ‘성인이 되어서 학교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곳에서 생판 남인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가는 게 프로덕트로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진실되게 풀지를 진짜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연결만 하고 끝나지 않고 신뢰와 안전, 만나는 사람의 입체적인 스토리와 같이 플러스 알파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염두에 두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지금은 일회성 만남에서 느껴지는 피로감과 공허함이 없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의 만남에서 피로도를 낮춰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유저 리텐션이 생긴다고 보고, 그 리텐션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생겨나는 ‘좋은 연결’이 곧 커뮤니티 서비스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함께하면 생기는 가치를 아는

이런 동료를 기다리고 있어요


Q. 오프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만큼 세븐픽쳐스 팀 멤버라면 왠지 기본적으로 ‘파워 E’ 모드를 장착하고 있을 것만 같은데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대문자 I인 내향적인 사람이더라도 세븐픽쳐스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A. 가람 : 저는 커뮤니티에는 오히려 외향적인 E 성향 분보다 내향적인 I 성향 분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분이 많지 않나 싶어서요. 무엇보다 커뮤니티를 찾아다닐 정도로 깊은 덕력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I가 많다고 생각해요. 파고들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동 웃음) 저희 팀도 E와 I가 반반이었다가 이제는 I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겸송 :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그 방향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 자체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E이면서도 사람에게 관심이 있기보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그 ‘분위기’를 더 좋아할 수도 있고요. I이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사람’에 관심이 많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성향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오히려 더 깊이 사고하고 고민할 수 있는 I만의 강점이 일하는 데 필요할 수도 있어요. 모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모임에서 한 걸음 떨어진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가 많으니까요.


Q. E와 I로 구분해서 조금은 티피컬하게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세븐픽쳐스의 인재상 같은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두 분이 생각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또 반대로 본인이 되고 싶은 동료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A. 가람 : 겸송 님을 보면서도 느끼는 건데, 결과적으로 일이 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저희 팀원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잖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제게 자극을 주는 분을 선호해요. 저는 누군가 좋은 아웃풋을 내면 그만큼 자극받아 스스로 무언가 더 해 보려고 하고, 더 발전시켜 보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겸송 : 저도 가람 님 말에 동의해요. 덧붙이면 루틴하게, 기복 없이, 꾸준하게 운동선수와 같은 마음으로 일하실 수 있는 분이 팀에 잘 적응하실 거예요. 저희 팀처럼 (아직은) 작은 팀은 매일 훈련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해내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많이 알려진 것처럼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나 소설가 장강명 매일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고 하잖아요. 어느 날 천재적인 발상이 떠올라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매일 똑같지만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그냥 매일 한다는 태도가 지금 팀의 태도인 것 같아요. 엉덩이의 힘을 믿어보는 거죠.


Q. 운동으로 예를 들면 어제 벤치 프레스 60kg 들어 올렸으면 오늘 61kg 들어올리고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더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슬슬 마무리해 볼까 하는데요. 두 분은 넷플연가, 동행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새로운 콘텐츠 소비와 오프라인 모임 경험을 했으면 하시나요?

A. 가람 : 넷플연가는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가득한 부담 없는 취향 입문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커뮤니티의 본질은 무조건 사람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좋고 거기에 비슷한 관심사와 콘텐츠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 커뮤니티 활동을 왜 하는지가 와닿게 돼요. 그런데 여전히 ‘낯설지만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측면에서 허들을 넘지 못 하시는 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허들을 넘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말이죠. 저희는 그 허들을 최대한 낮춰 더 많은 분을 커뮤니티라는 세계에 입문시키고 싶어요.

겸송 : 개인적으로 요즘 사회가 더 팍팍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예전보다 더 다른 사람에게 크게 관심이 없으니 결국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어려워졌다고 생각해요. 그 점에서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이상으로 넷플연가나 동행 같은 오프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관계를 맺는 좋은 연습의 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인간의 행복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관계라는데 그 관계를 넷플연가와 동행으로 새롭게 맺다 보면 삶이 달라짐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동행 (同行) 멤버스 데이 현장


Q. 이제는 꼭 콘텐츠를 매개로 사람들을 모으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어쨌든 ‘세븐픽쳐스의 넷플연가’라하면 콘텐츠를 많이들 떠올리시니까 질문드려 볼게요. 유난히 여름이 길었던 2024년의 가을과 겨울, 4분기에 돌입한 지금 시기에 어울리는 OTT 콘텐츠를 추천해 주세요.

A. 가람 : <냉정과 열정 사이> 추천해 드려요. 딱 10월 이맘때쯤 개봉한 영화인데요. 제가 이 영화에 나오는 OST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겨울 막바지에 항상 보는 편인데,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영화 분위기가 쌀쌀해지는 가을과 추운 겨울에 너무 잘 어울리고, 또 일만큼 사랑도 중요하니까요. (웃음)

그리고 계절과는 관계없지만 스타트업 관련된 콘텐츠 3개를 추천하면요. HBO에서 방영했던 미드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위워크 창업기를 다룬 애플 TV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주연의 테라노스(Theranos)가 벌였던 사기극을 다룬 드라마 <드롭아웃(The Dropout)>을 추천해요. 드롭아웃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겸송 : 올해 여름 개봉한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요. 계절성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요즘 제가 살아가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추천해 드려요. 항상 루틴을 성실하게 지키며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도쿄에서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는지 오랫동안 관조하는 내용이에요. 남들이 생각했을 때는 관심 없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일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태도에서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확천금의 기회나 기적 같은 일이 갑자기 찾아오는 건 정말 영화 같은 일이잖아요. 현실적으로는 별거 아닌 일이라고 해도 언제나 그 일이 대단한 일이라고 믿고 정성스럽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저도 스타트업 관련된 콘텐츠를 하나 추천하면요. <더 베어(The Bear)>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어요. 시카고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인데요. 등장 인물들이 각자 불안정한 편인데, 그러면서 각자의 욕심과 이유를 바탕으로 매 순간 빵빵 터지는 문제를 어떻게든 몸으로 꾸역꾸역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개개인은 문제가 많아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이 스타트업 같아 강력 추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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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원 에디터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