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인입니다. 아티클 제목 그대로 비전공자로 개발에 입문한 후 3년간 3번 이직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2021년 5월 국비 지원으로 학원에서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전엔 경영학을 전공했고, 아무 준비 없이 동네 컴퓨터 학원의 홍보에 끌려 데이터 분석 분야를 추천받아 빅데이터 반을 등록했습니다. 그렇게 학원에서 개발을 처음 배웠고, 아래와 같이 총 3번의 이직 과정을 거쳤습니다.
🔹2021년 9월 첫 회사
🔹2021년 12월 두 번째 회사
🔹2022년 8월 세 번째 회사
🔹2024년 6월 네 번째 회사
제 커리어는 꽤 꼬불꼬불한지라 누구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도 커리어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아티클에서는 이직을 경험하는 순간순간 제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시도했으며, 돌아보니 중요했던 점을 타임라인 별로 공유합니다.
⏳21년 5월 - 21년 9월 : 국비 수업 후기
국비 수업은 빅데이터 중심으로 자바, 파이썬, 머신러닝 등 커리큘럼이 괴상했던 소위 정부의 눈먼 돈을 노리는 수업이었습니다. 첫 수업 날 선생님이 강한 어조로 절대 이 커리큘럼으로 취업하기 어렵다며 현실을 알려 주셨습니다. 당시 그나마 스타트업 프론트엔드 취업 시장이 활발하니 그 방향으로 취업하라고 추천하셨습니다. 정보를 더 얻고 싶은 마음에 개발자 커뮤니티 ‘OKKY’에서 ‘모던 자바스크립트 Deep Dive 스터디’와 ‘머신러닝 완벽 가이드 스터디’에 참여했고, 머신러닝 스터디를 하며 이걸로 취업하기 어렵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반대로, 프론트엔드 취업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스터디장이 삼성에서 하드웨어 개발하는 컴퓨터공학 전공자였는데 릿코드 하드를 손쉽게 푸는 걸 보고 내가 이런 사람과 경쟁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취업이 쉬운 곳에 들어가 경력을 쌓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저는 취업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중소 SI 자바 백엔드 개발자로 첫 취업을 하게 됩니다. 정말 유치한 이력서로 3곳에서 면접을 봤고, 선릉에 있는 한 SI 회사에 입사합니다.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3개월 수습 기간에 교육을 시켜준다는 점 하나였습니다. 학원에서 50만 원 정도 지원금을 받고 있던 상태라, 지원금이 늘어난 학원을 또 간다는 생각으로 첫 회사에 입사합니다.
⏳21년 9월 - 21년 12월 : 중소 SI 자바 백엔드 개발자
* 연봉 : 2,000만 원 후반, 3개월 수습기간 70% 지급
첫 회사를 통해 왜 SI가 개발자들에게 기피 대상인지 알게 됐습니다. 또 해당 기업의 군대 문화, 정치질 등을 보며 여러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3개월 동안 자바, 데이터베이스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발표까지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당시 김다정 개발자님의 도서 <React.js, 스프링 부트, AWS로 배우는 웹 개발 101>을 구매해 도서 내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뒤이어 정보처리기사 실기와 SQLD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포트폴리오로 11월 말부터 스타트업에 지원하기 시작했고, 2곳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을 본 회사들 중 강남의 모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입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께서 크게 말리셨는데, SI에서도 배움이 있겠지만 스타트업에 가는 게 제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이직했습니다. 면접에서 뵌, 제 사수가 될 4년 차 백엔드 개발자분에 대한 인상이 좋았고, 그분께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1년 12월 - 22년 7월 : 스타트업(블록체인)
* 연봉 : 3,000만 원, 3개월 수습 이후 3,500만 원으로 인상
블록체인의 호황기였고, 복지가 좋은 회사였습니다.(하루 식대 2만 원, ‘허먼 밀러(Herman Miller)’ 의자 제공, 주 3회 재택 등) 그간 다닌 회사 중 가장 복지가 좋았으나 일이 없었습니다. 일이 없어 놀면서도 업계 자체가 호황이라 회사에서는 사람을 계속 뽑았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4년 차 사수님께 처음으로 코드 리뷰도 받았고, 여가 시간을 이용해 당시 유행하던 헥사고날 아키텍처나 MSA 등 다양한 주제로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일이 없으니 공부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독학사(독학학위제) 등을 활용해 CS 과목 학점을 따고, 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루나 대폭락 사태로 회사가 망합니다. 22년 6월, 1달 내로 사업을 정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한 달 치 월급을 더 지급받아 7월에 퇴사하며 한 달간 이직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총 2곳에서 면접을 보고, 이 중 AR/VR 솔루션 회사의 플랫폼 팀에 입사합니다.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상장사였고, 신입 연봉 테이블을 찾아 보니 당시 제 연봉보다 높았습니다. 그전까진 팀 내 백엔드가 3명이었지만, 이직할 회사에선 10명 정도 됐고, 시니어 개발자도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22년 8월 - 24년 6월 : 중소 SM(상장사)
* 연봉 : 4,000만 원 이상
신입 연봉이 높은 데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만큼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솔루션 회사지만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여서 밑바닥부터 만드는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원 없이 일하면서도 많은 분께 편안하게 질문하며 배울 수 있었고, 기회도 많이 얻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퇴사했지만,) 연말에 스톡옵션도 받았으니 어느 정도 인정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백엔드 개발자로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다루는 도메인 자체가 상당히 마이너하다는 점, 대용량 트래픽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느껴졌습니다. 이 와중에 2024년이 되자 갑자기 인사개편과 함께 다른 팀으로 이동하게 됐고 파이썬, FastAPI로 개발을 더한 인프라 업무까지 맡게 됐습니다. 물론 새로운 영역의 경험은 좋았으나,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계속 남았습니다.
막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24년 4월 중순부터 이직 준비를 시작했고 같은 해 5월 현재 소속된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입사하게 됐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코딩 테스트를 봤는데요. 매주 코딩 테스트 2-3회, 면접 2-3회 봤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트래픽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회사로 가는 것이었고, 도메인이 조금 더 범용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게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회사에 합격했고,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됐습니다. 연봉도 올렸고요!
종종 어떤 기준으로 이직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제가 이직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때그때 달랐지만 필수 조건은 ‘내가 더 배울 수 있는 환경인가?’였습니다. 힘들거나 재미가 있고 없고는 필수적인 기준이 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면, 힘들거나 재미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 인내해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3년 동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며 해 온 것 중 3가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정보 수집(커뮤니티)
2. 학습(스터디)
3. 선택과 집중
✅정보 수집(커뮤니티)
생각보다 정보는 꽤 비대칭적입니다. 비전공자로서 온라인에서 얻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OKKY를 통해 스터디에 참여해 많은 사람과 교류했고 SNS 채널 트위터(현 ‘X’)를 시작해 개발자분들과 커피챗을 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을 정확히 세진 않았지만 1 대 1로 만난 사람이 100명은 넘을 것 같습니다.(올해만 하더라도 30명 넘게 만났으니 말이죠.) 그렇게 만난 분들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1회성 만남이 아닌, 지속적으로 교류하게 되는 사람도 생겨 회사 밖 IT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도 생겼고요. 이야기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업계가 좁다 보니 건너건너 소식도 들을 수 있어 커뮤니티 속에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학습(스터디)
학원에 다닐 때부터 여러 개발 커뮤니티를 떠돌며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회사에 올 때까지 매주 2회씩 참여했던 편이었고, 다니던 회사가 망하고 한 달 쉬는 기간에는 약 10개의 스터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아 강제성을 부여했던 거죠. 그동안 했던 스터디 기억나냐고 물어보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하는 편인데요. 스터디에서 다른 회사들에서 사용하는 기술과 그 기술 방법에 대해 들었던 내용은 참 도움이 됐습니다. 스터디는 마이너한 스터디에 참여할수록 더욱 좋습니다. 메이저한 언어나 프레임워크는 초보자가 많지만, 마이너한 분야는 보통 기술 덕후나 경력이 높은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과 교류하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돼 좋았습니다.
✅선택과 집중
어느 정도 정보가 있고, 공부도 되면 그때는 본인에게 맞는 이직 전략을 세우면 됩니다. 처음 제 전략은 코딩 테스트에 자신없으니 코딩 테스트를 보지 않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준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좋은 회사에서 채용 시 코딩 테스트를 봤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종종 코딩 테스트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꾸준히 하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짧게 참여했지만 다행히 그런 경험이 헛되진 않았는지 최근 이직 때 코딩 테스트를 몇 번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또 타인의 의견보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이 저를 막았지만 다행히 잘 듣고 수용한 적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두 번 결정이 잘못돼도 리스크라고는 공백기밖에 없고, 공백기가 길어지면 눈을 낮춰 당장 합류할 수 있는 곳을 가면 되겠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나면 과정이 무모해 실패하더라도 많이 깨져보려고 했습니다.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교정의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거쳤습니다.
누구나 본인과 현재 상황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IT 업계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정보가 지나쳐가 조급함이 느껴질 때도 있고 이 직업을 계속해도 될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겪은 후부터는 생각한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는 걸 연습했습니다. 정보를 모으고, 그에 맞게 공부하고 시도하면 어디서든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락은 언제든 환영이니 아래 링크드인 주소로 메시지를 주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