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짜 퇴사 타이밍일까? | 잡무는 많은데 미래가 없는 마케터를 위한 고민상담

지금 진짜 퇴사 타이밍일까? | 잡무는 많은데 미래가 없는 마케터를 위한 고민상담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스타트업 마린이 고민 무물> 시리즈의 1화입니다.


똑똑,

(문이 열리자 누군가 머뭇거리며 들어온다.)

초인 : 네가 마린이*구나. 작은 스타트업, 작은 브랜드에서 고군분투한다며? 잘 찾아왔어.
*마린이 : 마케터와 어린이를 합성한 말로, 주니어 마케터를 귀엽게 부르는 말

사수가 없어서, 미래 커리어가 불확실해서,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고민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나는 15년 차 마케팅 디렉터 ‘초인’이야. 대기업 인사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마케터로 변신했고, 외국계 기업을 거쳐 스타트업 디렉터가 됐어. 다양한 환경의 회사에서 일하며 일도, 사람도, 환경도, 업계도 바뀌었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생존해 왔지. 지금은 브랜드와 사람의 성장 무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너의 고민은 뭐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무기를 찾아가 보자. 지금 뭐가 궁금해?

마린이 : 음… 퇴사?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힘들고, 잘 안 맞는 거 같아. 그런데 그냥 떠나자니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데, 돈은 벌어야 하니 고민이 돼. 퇴사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좀 더 버텨봐야 할까?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해.


#퇴사를 원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

첫 고민 상담은 ‘퇴사’로 시작해 볼까. 사실 우리 모두의 고민이라고 생각해. 아니라고? 에이, 지금 퇴사 생각을 안 하고 있더라도 언젠가 하게 될걸? 

요즘 퇴사가 부쩍 늘고 있어. 인스타그램에 퇴사 해시태그가 40만 개나 되고, 퇴사 검색량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26%가 늘었거든. 왜 사람들은 퇴사에 관심이 많을까? 입사와 퇴사는 지금 시대에 ‘구독’과도 같아.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하하)

아무튼,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비밀이지만 나도 1년 차 때부터 14년 차까지 매년 했던 고민이거든. 그리고 난 퇴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열렸을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했어. 그렇게 첫 이직을 했고, 두 번째 이직을 했고 최종적으로는 회사를 떠나 내 일을 시작했지. 퇴사는 ‘기존 일의 끝’ 그리고 ‘새로운 일의 시작’ 이렇게 두 가지 의미를 가져. 퇴사와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면서 알게 된 퇴사 무기 3가지를 전해줄까 해. 한번 들어볼래?


첫 번째 무기ㅣ세상에 갓벽한 회사는 없다 🙅‍♀️

예산은 없는데 계속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야 하고. 매출 압박도 심한데, 재밌는 콘텐츠도 계속 해보라고 하고.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하나 싶지. 또 위에서의 방향성은 왜이렇게 자주 바뀌는 건지! 지금이 괴롭고 힘든 건 마음 아픈 일이야. 그런데 떠나고 싶다면 명확한 이유가 있니? 어디로든 떠나기만 해도 지금보다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고? 만일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 회사에서 ‘완전체’를 얻겠다는, ‘완벽체’가 되겠다는 생각을 지우는 게 좋아. 완벽한 세상과 완벽한 환경은 어디에도 없거든. 회사 밖에 좋아 보이는 곳이 많다고? 그곳에 간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빛나 보이는 그곳에서도 감춰진 어둠을 마주하게 될 거야. 어느 회사에 가더라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은 언제나 공존하니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군. 나는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에 가게 됐고, 가장 선망하는 곳으로 이직했고, 가장 원하는 자리에서도 일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 느꼈던 건 어디에서 뭘 해도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이 항상 공존했다는 거야. 지금 있는 곳을 떠나기만 한다면 모두 괜찮아질 것 같다고 생각해? 그건 자칫 환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 

“마린아, 갓벽한 회사는 없어. 
하지만 그 안에서 잘 찾아가 보자.”


두 번째 무기ㅣ얻은 것과 얻을 것 구분하기 ✏️

매일 프로모션 메시지 보내고 광고 소재 바꾸면서 계속 같은 것만 하는 것 같고. 매일 인플루언서 연락하고 취합하고 정리하는 것만 무한 반복하는 것 같고. 이게 내 커리어와 성장에 도움이 될까 싶은 고민이 드는 마린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혹시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어? 의미를 못 느끼겠다고? 그럼에도 얻어 가는 한 가지가 있어야 해. 그 한 가지는 뭘까? 힘들 게 버텨가며 이제까지 일하며 얻은 게 있거나, 힘들고 고되도 지금 있는 이곳에서 앞으로 얻어 가고 싶은 것 중 하나라도 있는지 고민해 봐. 둘 다 없으면 퇴사를 고민하는 게 맞아. (그렇다면 떠날 준비를 해보자!) 만일 전자는 있고 후자는 없으면? 한번 앞으로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돼. 만일 전자도 있고 후자도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일단 미래에 얻고 싶은 것을 위한 노력을 해보자. 그리고 그걸 갖고 나서 떠나도 늦지 않을 것 같아.

“마린아, 딱 하나만 꺼내 봐.
하나라도 있다면 의미 있는 거야.”


세 번째 무기ㅣ나만의 리스트 만들기 📜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여러 이유에서 일 거야. 그런데 사람, 일, 조직문화, 연봉, 출퇴근 시간, 성취감. 이 모든 것이 퇴사 이유라면 우리 떠날 준비하자. 그런데 그중에 일부만 이유라면 이것부터 구분해 보면 좋아. 지금의 회사 생활에서 ‘만족하는 것’과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떠오르는 대로 적는 거지. 다 적었으면, 이제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 적은 목록 중 앞으로 ‘채울 수 있는 것’과 ‘채울 수 없는 것’을 나눠 보자. O, X로 나누면서 말이야. 

어떤 걸 고민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럼 내가 예를 들어볼게. 만일 마린이 너가 마케터로서 괜찮은 연봉을 받아서 만족하고 있어. 그런데 그곳의 리더가 마케팅의 중요성이나 과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단기 실적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다면 힘들 수 있지. 새로운 마케팅 기획의 시도들이 번번이 막힌다면 지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리더를 내가 새로운 사람으로 채울 수는 없을 거야. 

반대로 그런대로 회사 생활은 만족하지만, 오랫동안 같은 일을 했기 때문에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아가고 싶다면? 마케팅 부서 안에도 다양한 유형의 일이 있잖아. 다른 업무를 찾아 역할을 바꾸거나 부서를 이동하면 회사 안에서 내 만족감이 채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가만히 있으면 기회는 열리지 않아. 먼저 말하고, 움직여야 해. (나도 인사팀에서 3년 시도 끝에 마케터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회사에서 그 어떤 일에도 찾는 답이 없다면 채울 수 없겠지만 말이야. 

이렇게 O, X 리스트를 쓰면서 둘로 구분하고 나면 채울 수 없는 것이 눈에 보일 거야. 그리고 그게 여러 개라면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1순위를 골라봐. 그건 뭘 의미할까? 내가 퇴사하고 다음에 찾아가고 싶은 기준점이 될 거야. 바로 다음 길을 탐색하는데 힌트가 될 수 있어.

“마린아,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봐.
그 리스트가 다음의 이정표가 될 거야.”





📢 [Q&A] 나만 없어 세 가지! 그냥 퇴사할까? 

초인 : 세 가지 이야기를 꺼냈는데, 혹시 궁금한 게 남아 있어?

마린이 : 응, 나는 지금 입사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매번 같은 문서 작업만 하고, 마케팅 캠페인에서 지원 업무만 반복적으로 계속 하고 있어. 언제까지 잡무만 해야 하는 걸까? 물론 필요한 과정이란 것은 알지만, 이대로 지내도 내 커리어 괜찮은 걸까?

초인 :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아직도 잡무에 계속 허덕여? 아니면 빠르게 마스터했어? 마음속으로 솔직하게 생각해 봐. 잡무를 내 것으로 빠르게 만들어서 점점 잡무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면 그건 좋은 현상이야. 앞으로 확보하는 시간은 또 다른 잡무가 아닌 영양가 있는 것들로 채워보면 돼. 놀랍게도 회사에서는 시간이 줄어들면 새로운 일로 금세 채워지거든.
 
그런데 해도 해도 계속 동일한 시간이 걸린다면? 그럼 결국 새로운 일을 채울 수 있는 영역이 없게 돼. 그럼 후배나 다른 누군가가 오더라도 바로 시키거나 넘기기 쉽지 않아. 지금 잡무가 많다면 그걸 시스템으로 프로세스화 시키고, 손쉬운 포맷을 만들어서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봐. 그럼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기억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잡무의 스테이지를 한 번쯤 만나게 된다는 것을! 그 스테이지를 뚫고 가야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어.

마린이 : 그런데 미래가 안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해? 나보다 연차가 높은 선배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아. 오래 계신 분들도 몇 년째 같은 일을 하고 계신다 하더라고. 쓸 수 있는 예산은 매년 줄고 있고. 마케팅이란 이렇게 힘든 반복의 연속인걸까? 앞으로의 나를 이곳에서 계속 그려가야 할지 모르겠어.

초인 : 그 미래는 어떤 미래야? ‘회사’의 미래? 아니면 ‘내’ 미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어차피 회사와 나는 서로를 구독하는 관계야. 월급(고용)과 시간(근무)이라는 서로의 구독료로 말이지. 그러니 둘을 동일시하지 말고 그 대상을 나눠서 살펴보면 좋아. 회사의 미래는 괜찮은데, 내 미래가 안 보이는 거라면? 앞서 소개한 세 가지 무기들을 차근차근 생각해 봐. 그런데 회사의 미래도, 내 미래도 캄캄하다면 세 번째 무기로 추천한 나만의 리스트를 쓰면서 다음을 그려보자.


마린이 : 좋아, 말한 대로 리스트를 써 볼게. 그런데, 회사에 롤모델이 없어서 배우기 어렵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초인 : 맞아, 롤모델이 없어서 퇴사를 생각하기도 하지. 그런데 꼭 함께 일하는 곳에서만 롤모델을 찾아야 할까? 가까이에서만 롤모델을 찾을 필요는 없어. 앞서 들려준 첫 번째 무기 이야기처럼 갓벽한 사람은 실재하기 어렵거든. 나도 내가 선망하고 닮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일하는 곳보다 저 멀리 어딘가 있는 경우가 많아. 또, 한 명의 롤모델을 정하려고 하기보다는 닮고 싶은 여러 명의 무언가를 하나씩 모아보는 것도 좋지. 나는 롤모델이 세 명이나 되는걸?

비밀인데 알려줄게. 시대를 보는 관점은 모 작가님, 코칭과 대화의 기술은 모 코치님, 소통의 방식은 모 대표님을 닮으려고 하는 중이야. 실제로 아는 사이냐고? 아니. 이 중에 두 분은 책으로, 영상으로만 만나는 분들이야.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그럼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어. 요즘 시대는 좋은 것 같아. 찾으려고 하면 글과 이야기로, 다양한 콘텐츠로 만날 수 있으니까. ‘특정 사람’ 자체를 모델로 하기보다, 누군가의 ‘특정 부분’을 닮으려고 해봐. 그럼 모르는 누군가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의외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배울 수 있는 면모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거야.


오늘 들려준 퇴사 고민 무물, 어땠어? 🤔

지금까지 퇴사를 고민하는 마린이를 위해 내 생각과 경험을 꺼내봤어. 퇴사에는 부정적, 긍정적 의미 모두가 있지. 퇴사를 고민한다는 건 절대 나쁜 것이 아니야. 좋은 거지. 일을 하기 싫은 감정이 아니라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니까. 퇴사에 대한 무기 이야기를 듣고 나니 퇴사가 조금 다르게 보이진 않아? 일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 퇴사를 마린이들의 미래 무기로 좋은 커리어를 잘 그려보면 좋겠다. 

과거에는 회사가 직원을 고용해서 함께 오래 많은 것을 함께하는 관계였지만 이제 시대가 바뀐 것 같아. 이제는 특정 기간 동안 합의되고 필요한 것들을 함께하는 관계가 되어가니까. 고용에서 구독으로 가고 있는 거지. 누가 누구를 구독하냐고? 서로가 서로를 구독해. 직원이 회사를, 회사가 직원을 말이야. 원하지 않으면 해지도 하지. 퇴사나 해고를 통해서!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야. 다양한 산업과 분야의 경험이 필요한 마케터라면 시대의 변화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어. 이런 변화를 외면했다가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마주하고 싶어? 아니면 내가 고민하고 선택해서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어? 선택은 마린이 너에게 달렸어. 

다음 시간에는 마린이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 일할 때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 꺼내볼게. 이번 글을 보고 들었던 ‘퇴사’에 대한 생각이 있거나, 다음 ‘소통’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와줘. 




디렉터 초인 (인스타브런치링크드인)
CJ ENM, 월트디즈니, GFFG(노티드)까지 미디어, 캐릭터, F&B로 커리어를 쌓은 15년 차 마케팅 디렉터 초인이라고 해. <마케터의 무기들>이란 책도 썼지. 지금은 무기 연구소 <초인 마케팅랩>에서 브랜드와 비즈니스의 성장 무기를 만들고 있어. 마케터의 성장에 함께하고 싶다면 놀러와!


발행일 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