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의 전제와 원칙 그리고 가이드라인 | 연봉 협상하는 방법

연봉 협상의 전제와 원칙 그리고 가이드라인 | 연봉 협상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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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요즘 이직> 시리즈 4화입니다.


이직의 과정은 지난합니다. 재직자에게는 소중한 반차를, 구직자에게는 수많은 거절과 일말의 희망 가운데서 매일을 한숨과 치열함으로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합격.

합격의 감격도 잠시. 수십 개의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처음 받은 오퍼는 생각했던 기대치와는 사뭇 다릅니다. 반면 사측에서 먼저 희망 연봉을 물어봤을 때는, 그 적정선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 정도 불러도 되나? 그렇다면 얼마를 불러야 하지?

각종 뉴스나 통계를 보면 직장인과 이직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듯합니다. 90% 이상의 직장인이 이직을 희망하고, 73%의 직장인은 이직했음에도 다시 이직 기회를 노립니다. 굳이 통계를 보지 않아도 이직 사유의 압도적 1위는 연봉 인상입니다. 각자의 니즈와 시장 상황에 따라 희망하는 연봉 인상폭은 다 다르겠지만, ‘합리적이고, 만족할만한 수준’의 연봉을 바라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 직장에서의 연봉 협상(통계상 5.7%)이 항상 만족스럽지 않은 것처럼, 이직에서의 연봉 협상도 반드시 만족스러운 연봉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통념상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있지만(통상 10~15% 내외)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통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내가 받는 연봉일 것입니다. 어떻게 협상에 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합리적이고, 마음에 드는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요. 이와 관련해 연봉 협상의 전제와 원칙, 가이드라인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통계 출처


전제 : 왜 이직을 결심하셨나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직 과정은 지난합니다. 그리고 연봉 협상은 면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 노동이 심합니다. 분명 지원하고 면접 볼 때는 입사하고 싶었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고, 전망도 좋은 기업이었음에도, 기대치보다 박한 연봉으로 인해 자칫 감정에 의지한 판단을 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그토록 입사하고 싶어하던 기업이었음에도, 첫 오퍼 후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과정을 드롭하는 후보자 분도 계십니다. 그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상기시켜 드리는 부분이 바로 명분입니다.

✅ 현재 회사에서 이직을 결심하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 그렇다면 그 이유는 이제 상쇄가 되었나요?

협상을 진행하거나 입사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이 두 가지 질문을 숙고해 볼 것을 권합니다. 내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 이유가 상쇄되었는지. 재직 중인 직장에서도, 이직할 직장에서도 후회를 같이 안고 갈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본인의 명분을 뾰족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원칙 1. 연봉 협상은 철저히 등가교환입니다

시장의 재화는 철저히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릅니다. 이는 채용 시장에서도 성립합니다. 등가교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누구도 손해보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입니다. 지원자는 기존 직장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인정 받지 않는다면, 입사를 결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역으로 이는 회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동일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 회사의 처우 수준을 웃도는 선례를 만들면서 파격적인 채용을 할 기업은 없습니다.

<협상의 법칙>의 저자 허브 코헨(Herb Cohen)은 협상의 변수로 1. 힘, 2. 시간, 3. 정보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이 중 힘과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희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시장에서의 희소성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나의 이직이 회사의 비약적인 브랜드 가치 재고나 매출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통상적인 리스크 헤징(Risk Hedging)과 동기부여적인 금액만이 연봉에 반영됩니다. 압도적인 실력과 희소성이 없다면 비약적인 연봉 인상은 어렵습니다. 연봉의 기대치와 무게는 성과입니다. 실력보다 과대 평가된 연봉은 오히려 이후 경력 하락과 이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봉 협상은 철저한 논리 싸움이고, 결국은 등가교환입니다. 본인 입장에서 합리적, 논리적으로 협상한다면, 회사에도 분명 좋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반면 면접 때 각인시킨 긍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킬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회사 상황에 따라 채용이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신규 조직에서 (타인보다 높은) 연봉에 대한 기대치를 등에 업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연봉 협상에서는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실과 명분, 논리에 근거해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선에서 나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울러 회사에 대한 기여 의지, 입사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원칙 2. 연봉 협상의 시작점을 기억하세요

흔히 최종 합격 후 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시점을 연봉 협상의 시작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황에 따라 정답이 되기도, 오답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연봉 협상의 시점은 큰 예외 없이 처음으로 연봉을 수치로 언급한 시점이었습니다. 만약 아래와 같은 항목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본인이 제시한 수치를 넘어 더욱 높은 금액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 채용 플랫폼이나 헤드헌터를 통해 희망 연봉을 기재해 서류를 제출한 경우
✅ 인사 담당자와의 면담이나 면접 시 희망 연봉을 수치로 답변한 경우

물론 그 사이 상황이 변해, 1) 재직 중인 기업에서 승진 또는 비약적인 연봉 인상이 이뤄졌거나 2) 다른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합격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면접 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 현실성 없는 수치를 무작정 높게 부르게 되거나 희망 연봉 수치를 번복한 경우 본인 신뢰 자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좋게 보여줬던 결과와 달리 자칫하면 자기 평가가 부족한 인재, 현실성 없는 인재, 기회주의자로 낙인 되기 십상입니다.

3년 전, 한 유명 플랫폼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중 강조했던 채용 트렌드가 바로 ‘연봉 통보’입니다. 연봉 통보란 과거와 달리 사측에서 생각하는 합리적인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명분이 없다면 그대로 픽스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만약 희망 연봉을 연봉 협상 단계에서 처음 제시하거나, 인사팀에서 받을 때도 경험상 2회 정도 (최초 Offer, Last Offer)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칙 3. 면접과 증빙 서류외에도 평가하는 것들.
‘죄송하지만 저희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면접이 아닌 처우 협의 과정에서 인사팀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듣게 되는 피드백입니다. 대표의 변심, 경영 상황의 변화 등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복기해 볼만한 사유를 보면, 회사측에서 커뮤니케이션 ‘온도’로 후보자를 가늠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원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회사에 지원하고 반응이 없다면, 아래와 같은 생각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 회사는 사람을 뽑으려는 의지가 없구나.’
‘그 흔한 탈락 피드백조차 주지 않는구나?’

반면에 면접이 빨리 잡히거나 명확한 피드백을 주면 그만큼 호감도는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회사에서도 지원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경력직 채용은 적기에 입사해, 성과를 낼 인재를 선호합니다.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며 응당 가장 빠른 시일 내 입사할 것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만약 채용 확정 후 입사 기간을 상당기간 오래 잡거나, 회사에서 요청하는 각종 대응에 제 속도로 반응해 주지 못한다면, 응당 회사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분은 크게 입사 의지가 없구나’
‘다른 회사에 합격하면 입사하지 않을 확률이 높구나.’

면접 이외에 인사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미온적인 대처, 잔잔한 불협화음 등은 서로 간의 진위를 의심하게 합니다. 

연봉 협상은 회사에 입사하기 전 마지막 단계입니다. 명분을 확인함으로써 뜻을 분명히 하고, 철저한 논리를 바탕으로 정중히 주장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채용의 본질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채용의 본질은 ‘함께 일할 동료를 찾는 과정’이며, 이는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칩니다. 직장인에게 연봉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함께 일할 동료에게, 그리고 내 커리어와 평판에 신뢰 자산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믿기론 연봉은 결국 시장에서의 본인 가치에 수렴하게 됩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성과를 인정받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것처럼, 여러분의 연봉도 결국 본인이 갈고 닦은 가치에 따라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아래 가이드라인은 동료의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도, 논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고민해 작성했습니다. 연봉 협상을 앞두고 계시다면 실제 협상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연봉 협상 가이드라인

연봉 협상은 철저한 논리 싸움이자, 등가교환이다. 
  • 논리가 있다면 합리적이고, 정중하게 주장하라. 논리가 없다면 결국 떼를 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 회사도 지원자도 누구도 손해 보는 결정을 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 협상의 목적은 관철이 아닌,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상황별 연봉 협상 대응 라인
  • 연봉 협상에 임하기 전 본인의 명분을 명확히 하고, 스스로를 객관화. 마지노선을 정한다.
  • 연봉을 포함한 현재 회사와 지원 회사의 가치 및 득실을 파악한다. (주장할 수 있는 논리들을 모은다.)
  • 첫 오퍼(offer)를 받고, 마지노선, 입사 여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한다.
  • 입사할 마음이 있다면, 연봉에 일희일비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합격과 오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본인 입장에서 아쉬운 가치들을 논리적이고, 정중하게 언급한다.
  • 이때 인사 담당자(지원 회사)에게 입사할 의지,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 모든 오퍼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남기고, 전화로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 협상하는 방안으로 진행한다.
  • 시장 상황, 협상에 능하지 않다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는 것보다는, 여지를 열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구체적인 수치(배수진을 친 경우)에는 Yes/No의 양자택일 중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협상에 긍정적인 반응과 여지를 둔 경우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보상이 있을 수 있다.


글 정구철 머스타드 씨드 컴퍼니 대표
현재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으며 도서 <이직의 정석>을 집필했다.

발행일 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