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 왜 이직을 결심하셨나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직 과정은 지난합니다. 그리고 연봉 협상은 면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 노동이 심합니다. 분명 지원하고 면접 볼 때는 입사하고 싶었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고, 전망도 좋은 기업이었음에도, 기대치보다 박한 연봉으로 인해 자칫 감정에 의지한 판단을 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그토록 입사하고 싶어하던 기업이었음에도, 첫 오퍼 후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과정을 드롭하는 후보자 분도 계십니다. 그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상기시켜 드리는 부분이 바로 명분입니다.
✅ 현재 회사에서 이직을 결심하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 그렇다면 그 이유는 이제 상쇄가 되었나요?
협상을 진행하거나 입사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이 두 가지 질문을 숙고해 볼 것을 권합니다. 내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 이유가 상쇄되었는지. 재직 중인 직장에서도, 이직할 직장에서도 후회를 같이 안고 갈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본인의 명분을 뾰족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원칙 1. 연봉 협상은 철저히 등가교환입니다
시장의 재화는 철저히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릅니다. 이는 채용 시장에서도 성립합니다. 등가교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누구도 손해보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입니다. 지원자는 기존 직장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인정 받지 않는다면, 입사를 결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역으로 이는 회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동일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 회사의 처우 수준을 웃도는 선례를 만들면서 파격적인 채용을 할 기업은 없습니다.
<협상의 법칙>의 저자 허브 코헨(Herb Cohen)은 협상의 변수로 1. 힘, 2. 시간, 3. 정보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이 중 힘과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을 희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시장에서의 희소성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나의 이직이 회사의 비약적인 브랜드 가치 재고나 매출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통상적인 리스크 헤징(Risk Hedging)과 동기부여적인 금액만이 연봉에 반영됩니다. 압도적인 실력과 희소성이 없다면 비약적인 연봉 인상은 어렵습니다. 연봉의 기대치와 무게는 성과입니다. 실력보다 과대 평가된 연봉은 오히려 이후 경력 하락과 이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봉 협상은 철저한 논리 싸움이고, 결국은 등가교환입니다. 본인 입장에서 합리적, 논리적으로 협상한다면, 회사에도 분명 좋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반면 면접 때 각인시킨 긍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킬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회사 상황에 따라 채용이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신규 조직에서 (타인보다 높은) 연봉에 대한 기대치를 등에 업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연봉 협상에서는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실과 명분, 논리에 근거해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선에서 나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울러 회사에 대한 기여 의지, 입사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원칙 2. 연봉 협상의 시작점을 기억하세요
흔히 최종 합격 후 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시점을 연봉 협상의 시작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황에 따라 정답이 되기도, 오답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연봉 협상의 시점은 큰 예외 없이 처음으로 연봉을 수치로 언급한 시점이었습니다. 만약 아래와 같은 항목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본인이 제시한 수치를 넘어 더욱 높은 금액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 채용 플랫폼이나 헤드헌터를 통해 희망 연봉을 기재해 서류를 제출한 경우
✅ 인사 담당자와의 면담이나 면접 시 희망 연봉을 수치로 답변한 경우
물론 그 사이 상황이 변해, 1) 재직 중인 기업에서 승진 또는 비약적인 연봉 인상이 이뤄졌거나 2) 다른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합격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면접 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 현실성 없는 수치를 무작정 높게 부르게 되거나 희망 연봉 수치를 번복한 경우 본인 신뢰 자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좋게 보여줬던 결과와 달리 자칫하면 자기 평가가 부족한 인재, 현실성 없는 인재, 기회주의자로 낙인 되기 십상입니다.
3년 전, 한 유명 플랫폼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중 강조했던 채용 트렌드가 바로 ‘연봉 통보’입니다. 연봉 통보란 과거와 달리 사측에서 생각하는 합리적인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명분이 없다면 그대로 픽스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만약 희망 연봉을 연봉 협상 단계에서 처음 제시하거나, 인사팀에서 받을 때도 경험상 2회 정도 (최초 Offer, Last Offer)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