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팀과 예산
두 번째로 소개하는 부서가 기획팀도 아니고 상품팀도 아니고 왜 재무팀이냐고? 마케팅을 할 때 예산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야. 예산이 있어야 상품도 마케팅하고, 제작물도 만들 수 있지. 우리는 예산을 쓰지 않는다고? 우리가 사용하는 이벤트 경품비와 배송비, 매달 나가는 프로그램 결제비, 카톡 플친 메시지 발송비까지 이 모든 것이 마케팅 예산에서 나온다는 걸 기억해줘. 많든 적든 예산을 써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드는 것, 그게 마케터에게 중요한 부분이지. 그러려면 효과적으로 예산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존재해. 마케팅팀은 더 많은 예산을 써서 더 큰 효과를 만들고 싶어 하고, 재무팀은 최대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거나 아예 쓰지 않고 효과를 거두고 싶어 하지. 각자의 입장 차이가 달라. 마케팅은 더 큰 비즈니스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재무팀은 숫자의 최적화를 만드는 것. 즉 최소한의 비용 지출을 하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야. 그래서 CFO(재무 총괄) 와 CMO(마케팅 총괄)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가끔 치열한 한판(?)을 벌이기도 해.
그러니까 예산을 승인해 주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근거 자료를 요청한다고 속상해 하지 않길 바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산을 써서 어떤 비즈니스적인 효과를 만들지를 숫자로 만들어 설득하는 것이 중요해. 예를 들어볼까?
🤝 [마케터가 재무팀에게 예산 요청 시]
“이거 한 번만 승인해 주세요. 열심히 해볼게요.” X
“해당 프로젝트로 어떤 결과(매출, 콘텐츠, 방문객 수치 등)를 얻겠습니다.” O
예산 승인받는 게 너무 힘들다고? 작은 비용 하나 쓸 때마다 계속 확인하고, 재검토하고, 수정하고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마케터가 예산을 쓰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일이야.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존재하는 거고. 좋은 방법이 없냐고?
내가 재무팀과 예산으로 소통하면서 알게 된 TIP을 알려줄게. 이렇게 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 거야.
🔊 [마케팅 예산 기획안 작성할 때 TIP 3가지]
1. 전문 용어는 해석과 함께 담기 ⭐
재무팀 : “마케팅 기획안에 CTA가 무슨 말이죠?”
마케터 : “그거는요 @#%.”
재무팀 : “CAC는 뭐죠?”
마케터 : “그거는요 @#%.”
마케터 속마음 : 검색해 보면 알 텐데 꼭 하나씩 다 물어봐야 해?
재무팀 속마음 : 약자와 전문 용어로 채우면 내가 어떻게 알아??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거야. 아무래도 재무와 회계 담당자는 마케팅 언어가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이 과정에서 전화로, 메신저로, 구두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양쪽 다 시간을 잡아먹을 거야. 문서에 미리 약자나 전문 용어를 쓸 때는 뜻을 함께 담아줘. 밑에 조그맣게 써도 되고, 비고에 담아도 좋고. 마케터라면 누구나 아는 용어를 다른 부서에서도 알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생각해 봐. 우리에게 회계 전문 용어를 쓰면 바로 알까, 모를까?
2. 큰 비용은 작아 보이게 담기 ⭐
재무팀 : “이게 천만 원이나 필요한가요? 너무 많이 드는데요?”
마케터 : “그게 천만 원인 이유는요 @#%.”
재무팀 : “줄일 수는 없을까요?”
마케터 : (?????)
마케터 속마음 : 매번 이렇게 줄이기만 하면 어떻게 마케팅하라고?
재무팀 속마음 : 금액이 크다고 저번에도 말 나왔는데, 더 늘면 안 되지.
예산 기획안을 올릴 때, 특히나 커 보이는 항목이나 광고비에서 이런 과정이 발생하곤 해. 재무 담당자에게 금액이 커 보이면 그 윗선의 승인권자에게도 커 보일 수 있거든. 그리고 광고비는 언제나 마케팅에겐 적어 보이고, 타부서에겐 많아 보이기 마련이야. 여기서 나라면 이렇게 할 거야. 기획안 항목에서 어느 하나의 금액이 커보이면 그걸 세부적으로 쪼개는 거지. 천만 원이라면 500만 원, 300, 200만 원 이렇게 3가지로.
광고 집행 천만 원 VS A광고 500만 원, B광고 300만 원, 광고 매체 제작 200만 원
둘 중에 어느 쪽이 한눈에 더 무거워 보일까?
3. 세부 내역을 담아서 설득하기 ⭐
재무팀 : “오프라인 마케팅 이거 며칠 동안 하는 거죠? 날짜는요? 합리적인 근거인가요?”
마케터 속마음 : 회의 때 다 이야기했는데 왜 자꾸 물어보는 걸까?
구두로 말했다고 다가 아니야. 문서에 담겨 있어야 해. 어디에서 어느 기간 동안, 몇 명을 대상으로 하는지 등. 그리고 아마 그 기획을 정하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있었을 거야. 그 과정에서 고민하고 노력한 것들을 문서에 담아봐. 예를 들어, 원래 대관비가 500만 원인데 300만 원으로 줄인 금액이라면? 비고란에 써둬.
협의를 통해 500 만원에서 300만 원으로 40% 할인율 적용받음. (간단하게 ‘40% 할인가로 협의’) 또는 같은 금액에서 100만 원 매체 서비스로 제공받았다면 그걸 적어도 되고.
그러면 똑같은 300만 원의 비용이라도 충분히 합리적인 금액으로 보일 수 있을 거야. 예산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심지어 보너스도 받아왔는데 내부에서 그걸 싫어할 사람은 없거든.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재무팀의 일이니까!)
이렇게 예산 기획안을 쓸 때 3가지 TIP을 담았어.
기억 잘 해두면 앞으로 작고 큰 예산을 쓸 때, 소통 과정을 줄이고 설득에 힘을 더할 수 있을 거야. 믿고 해봐도 돼. 10년 넘게 예산을 담당하면서 이 분야에 쌓인 노하우가 꽤 있거든. 처음에는 하나하나 질문을 쏟아내던 재무 담당자도 나중에는 문서 하나로 바로 승인해 주시더라고.
마케터 > 재무팀 소통 TIP
1. 전문 용어는 해석과 함께 담기
2. 큰 비용은 작게 보이게 담기
3. 세부 내역을 담아서 설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