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이력서는 그만, 맥락이 느껴지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우왕좌왕 이력서는 그만, 맥락이 느껴지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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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시니어의 노하우> 시리즈 2화입니다.

이문진 

국내 최초 인공지능 사업 담당 임원
  • 전) SK 주식회사(C&C) 부사장
  • 전) PwC, IBM, Oracle 등 글로벌  컨설팅/ IT 기업 임원
<저서> <완생, 좋은 삶을 위한 성공의 기술>


나의 이력을 더 매력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을까. 이력서를 쓸 때마다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것이다. 이문진 님은 좋은 이력서란, 커리어의 전체적인 맥락이 느껴져야 한다고 말한다. 본인만의 핵심적인 업무 경력과 이러한 경력을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해온 스토리가 읽혀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커리어 여정이 계획대로 될 리 만무하지만, 그 경험 속에서 헤드라인을 찾아 나만의 스토리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PwC, IBM,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SK C&C 부사장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문진 님의 커리어 여정을 통해 그가 만든 맥락이 느껴지는 스토리 완성법을 배워보도록 하자.  





Q. 문진 님은 광고 기획자에서 경영 컨설턴트, IT 사업 개발, 영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오셨어요.  각 경력이 어떻게 연결되어 왔는지 궁금해요. 

저는 광고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 후 PwC에서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로 전문성을 쌓아갔어요. 그러다 회사가 IBM에 인수되면서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IT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IT 용어도 모르고, 프로그래밍을 해 본적도 없는 비전공자에게 IT 분야는 생소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저의 경험 중에서 최대한 접목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찾았어요.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기획자와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을  IT 아웃소싱 사업개발로 연결할 수 있겠다 싶었죠. 당시 IBM은 IT 아웃소싱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여기고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저는 회사의 변화 물결에 제 몸을 실어보기로 했습니다. 


Q. IT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했지만,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IT 회사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자 했다니 대단하신데요?  

쉽지 않았죠. 당시 IT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각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나 신사업에 대한 준비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었으니까요.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게 없었어요. 사실 그때는 제 선택보다는 회사나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때가 많았어요. 예측하기 어려운 거대한 변화들이 하루 아침에 일어나곤 했으니까 미처 대비할 수도 없었죠. 결국 변화의 흐름에 맞춰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아웃소싱 사업개발은 대기업 CEO, CFO, CIO들을 대상으로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타당성 검토를 위한 컨설팅을 수행, 장기적인 계약을 맺는 일을 주로 해요. 그런 차원에서 이전 업무 지식과 경험이 도움이 되었죠. 이런 식으로 제 스스로 자연스럽게 IT 분야의 경력을 확장해갔어요. 그리고 대내외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아서 SK C&C 영업 담당 임원으로 영입됐고요.


Q. 문진 님처럼 새로운 조직(역할)에 직면할 때 그동안의 경험에서 지금 필요한 역량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고 또 강화해나갈 수 있을까요. 

먼저 회사나 조직의 변화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 중에서 활용 가능한 것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봐야해요. 또한 변화된 역할을 통해 본인의 경력 포트폴리오에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갈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겠죠.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의 연결 고리가 될테니까요. 즉 회사의 현재와 미래, 본인 경력의 현재와 미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보고 변화의 시기를 ‘커리어 전환’ 혹은 ‘커리어 확대’를 위한 기회라고 접근해 보시길 바랍니다.


나만의 커리어 맥락을 만들어라 



Q. 공저자로 참여한  <완생, 좋은 삶을 위한 성공의 기술>에서 문진 님은 적절한 타이밍의 이직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직장 생활 기간을 총 30년으로 보면 때로는 본인의 선택으로 커리어가 변하고, 때로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선택이 강요될 수도 있어요. 그 주기를 대략 3-5년이라고 봅니다. 대내외적인 상황이 변하고 노동 시장의 수요 및 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서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나 직종의 사람들이 활발하게 이동하는 시기가 있을 거예요. 이때는 새로운 수요가 추가적으로 생길텐데, 이러한 타이밍을 잘 살펴봐야 해요. 당장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면, 자신의 업무 전문성을 쌓아가면서 기획, 설득, 관계 맺기 등의 소프트 스킬을 쌓아보세요. 분명 향후 경력 포트폴리오 확대에 도움이 될 거예요. 결과적으로 자신의 커리어 맥락을 구성해나갈 수 있고요. 


Q. 나만의 커리어 맥락이란 어떤 걸 의미하나요?

우리는 이력서를 쓸 때 말 그대로 이력을 씁니다. 어떤 회사를 다녔고,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여주죠. 하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수많은 이력서를 보게 되고, 지원자는 비슷비슷한 이력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따라서 면접관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커리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해야 합니다. 

얼마 전 백종원 씨가 멘토로 나온 ‘레미제라블’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멸치잡이를 마치고 온 도전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요리는 좋은 재료를 잘 활용하여 맛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요리를 잘 팔기 위해서는 요리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요. 

이력서도 비슷합니다. 이력서에 담길 재료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이를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눈에 띄는 이력서가 되냐마냐가 결정됩니다. 즉 본인의 이력서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가기 위해 어떤 과정과 고민이 있었는지를 설득적으로 포장하는 연습을 해야해요. 또 글로서 표현하지 못한 것은 인터뷰 과정에서 잘 설명해야 하고요. 

꼭 성공 경험만 이야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 경험도 진솔하게 말하면서 그 과정에서의 고민, 배운 점, 성장한 것들을 담으면 됩니다. 이러한 경험의 과정이 현재의 나로 성장시키고 향후 새로운 직장에서 어떻게 기초로 활용될 것인지, 어떤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이 지원할 회사의 어떤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겠죠. 


Q.  지원자 입장에서는  회사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면접을 준비할 때 어떻게 회사에 적용할 방법을 찾아볼 수 있나요? 

먼저 다양한 채널로부터 회사의 성장 및 변화 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해요. 특히 대표나 면접관의 관점에서 예상되는 고민(Pain point)를 리스트업 해보는 것이 필요해요. 세 번째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본인이 어떤 유사한 경험 혹은 사례를 가지고 있는지, 이를 바탕으로 어떤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정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꼭 정답을 마련할 수는 없겠지만 준비 과정 자체가 기업을 이해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면접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첫 미팅을 할 때에도 이러한 준비를 해나간다면 첫 만남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향후 가치 있는 대화 상대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Q. 문진 님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10년에 한 번쯤은 회사를 옮겨보는 것도 좋다, 라고 하셨는데 사실 요즘 직장인들은 평균 3-5년 주기의 이직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젊은 직장인들은 그 주기가 더 빠른 것 같고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일했던 시점의 산업과 노동 환경과 지금이 많이 다른 건 사실이지요. 반드시 10년에 한 번이 아니라 최소한 10년에 한 번은 일하는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직장 초년기에는 3년 정도 지나면 본인의 출발점이 맞는지, 이러한 출발점이 자신에게 경쟁력이 있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본인이 가야 할 출발점 혹은 승부처를 발견했다면 일정 기간 동안은 그 분야에서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받아야겠죠. 

직장생활을 긴 관점에서 보면 초기 10년 동안은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어요. 자신만의 스토리나 경력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같은 산업에서 본인에게 조금 더 최적화된 업무를 찾아가는 과정도 필요하고, 본인에게 보다 적합한 산업군으로 이동해 최종적인 커리어 종착역을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해 보면 다른 경험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본인의 숨겨진 적성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요.


Q. 이직은 ‘하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하고 싶은 순간과 필요한 시점을 다르게 봐야하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요.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도 하고요. 현 회사에 큰 불만이 없다면 굳이 회사를 옮겨서 새로 적응하거나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죠. 

반면에 대부분은 현 회사에서 불만이나 불공정을 느낄 때 이직을 결심하곤 합니다. 감정적인 이유로 커리어를 결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직은 하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내 전체 커리어를 놓고 봤을 때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저는 2015년 쯤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결 후 AI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서 커졌을 때 많은 헤드헌터들에게 이직 제의를 받았어요. 그때는 하는 일도 재밌고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기에 전혀 이직할 생각이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가 저에게 이직이 필요했던 시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변화의 시기에 올라타거나 나의 경험을 새로운 산업에서 잘 발휘할 계기가 되는 이직이었을 테니까요. 현재 회사에서 인정받고,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면 지금이 더 이직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습니다.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선 영업적 DNA가 필수 



Q.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결국 모든 사람은 기획자가 되어야 하고 영업 DNA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획력과 영업력이야 말로 AI시대에도 대체되지 않을 인간의 역량일 거예요. 효율성과 속도가 필요한 영역은 AI가 차지할 것이지만 효과성과 관계 맺기를 기반으로 한 교감과 설득의 영역은 AI로 대체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특히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업적 DNA는 필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업 DNA란 영업을 잘해서 성과를 내는 역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 개인이 가진 능력과 장점을 회사 내부 또는 외부에 잘 전달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Q. 이러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먼저 하고자 하는 이야기 혹은 팔고자 하는 제품을 적절한 고객에게, 적절한 시점에, 의미있는 내용으로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두 번째로는 좋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사람들과 관계 맺기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여러 업종의 회사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영업적 DNA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늘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가는 문진 님의 2025년 계획은 어떠신가요. 

작년부터 계속 제 인생의 남은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갈 지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은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회사를 쉬면서 보니, 저는 아직 직장생활을 통해 해보고 싶은 부분이 남아 있더라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제 경험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최소 10년 정도 일을 더 해볼 생각입니다(웃음). 



글 | 정은혜 원티드 유저성장팀 리드 
사진 | 차진영 PD 



발행일 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