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인데,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배달의 민족으로 죽을 선물 보내면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A. 코로나 시기 때 특히 그런 감동이 자주 오고갔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밥 한 끼 하자고 안부 인사처럼 하고는 하는데요. 이 선물하기 기능으로 실제로 상대방의 식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마음이 따뜻해져요.
Q. 요창 님은 사람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더 정확히는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내는 시간’을요. 그래서인지 요창 님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궁금해요.
A.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긴 하는데요.(일동 웃음) 쉴 때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외향적 에너지를 끌어모아 하게 되는 일이 강의와 멘토링 그리고 스터디예요. 이 세 가지 공통점은 제가 던진 메시지를 누군가는 가져가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에요. 멘토링에 참여하셨던 분들께서 멘토링을 통해 취업을 하거나 새로운 스터디를 구성했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너무 기뻐요.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요. 멘토링을 거치고 나면 본인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며 성장하고 있는지 발견하고는 해요. 멘토링이 끝나고 표정이 밝게 변하시는 분을 볼 때면 계속 이 일을 해야겠다 싶어요.
Q. 완전히 개인적인 영역에서 행복 요소를 찾는다면요?
A. 등산이요. 작년 여름 등산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자연이 위대하게 느껴지면서 내가 작은 일로 고민하며 힘들어 하고 있었구나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사내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고, 지금은 IT 등산 모임을 만들어 볼까 해요.(웃음)
<2025 개발자 리포트> 핵심 주제를 묻고 답하다
Q. <2025 개발자 리포트>는 개발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주니어와 시니어 시점에서 의견을 나눠보는 콘텐츠입니다. 해당 리포트를 기획, 준비하며 주변에 가장 많이 질문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개발자를 연차로 주니어와 시니어로 나눌 수 있나요? 그렇다면 몇 년을 기준으로 나눠야 하나요?’. 요창 님의 답변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아요. 이제 ‘시간(연차)’으로 경험해야 하는 부분을 교육으로 학습하기 좋은 시대니까요. 오래 일했다고 해서 무언가를 더 잘 알거나 노련하다고 결론내리기 어렵죠.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개발자도 스스로 오너라고 생각하고 일하면 좋겠어요. 내가 오너라고 생각하면 비즈니스(서비스)를 바라보는 뷰가 달라져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 시키는 사람’의 태도를 가지면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정확히 보일 거예요. 스포츠에 비유하면, 이번 시즌 10골 넣겠다고 생각하는 선수와 우리 팀을 시즌 우승 팀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선수의 퍼포먼스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Q. 인터뷰에서는 편의상 고연차를 시니어로, 저연차를 주니어라고 표현해 볼게요. 요창 님께서 주니어 시절 시니어(리더)에게 기대하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오래 지난 일이기도 하고, 제가 상대에게 의존하는 성향은 아니라 시니어에게 무언가를 특히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작은 회사에서 저연차 개발자로 일했을 때 질문하고 인사이트를 얻어 갈 고연차 개발자가 몇 없었어요. 그래서 고연차 개발자를 팀원으로 둔 저연차 개발자라면 되도록 많이 질문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시니어’라고 해서 다 설명을 잘 하는 건 아니에요. 그 사람만이 가진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얻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관찰하고, 의견을 묻고 그 안에서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는 것이거든요. 배우고 싶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하고 업무하는지 관찰해 보세요.
Q. 반대로 현재 시니어로서 주니어(팀원)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전에 ‘일잘러 신입’ 기준을 ‘1인분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셨어요. 또, 1인분을 하기 위해선 고민보다 질문하고 진행 사항을 잘 알려야 한다고도 덧붙이셨죠.
A. 저는 인간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일동 웃음) 프로그래밍 기술은 학습하면 됩니다. 책도 강의도 많고 다양하니까요. 그런데 ‘소프트 스킬’에 해당하는 인간 본연에 관한 부분은 학습 우선순위에서 낮고, 열심히 배워보려 해도 비교적 변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느껴요. 그래서 저는 소프트 스킬이 훌륭하신 분과 일하고 싶어요.
Q. 공감해요. 일단 대화가 되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어렵잖아요.
A. 이제 천재 개발자 한 명이 엄청난 제품을 만드는 시대는 끝났어요. 대부분의 일이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인 만큼 같이 일하기 좋은 분이 훨씬 좋죠.
Q. 연차를 막론하고 ‘좋은 개발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요?
A. 사실 ‘좋은 개발자’는 잘 모르겠어요. 그대신 본인이 경험했던 누군가의 좋지 않았던 부분을 답습하지 않고, 내가 있는 환경에서 그것을 개선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예로, 날서게 후배 코드를 지적하는 선배의 모습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다면 본인은 그 말투에서 개선된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말이죠.
Q. AI 관심도가 높아지며 이제 비개발자도 AI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요창 님은 개인 프로젝트나 취미 등에 생성 AI를 활용하고 계신가요?
A. 그럼요. 기술 블로그나 발표 자료 등 텍스트가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어요. 가볍게는 해외에서 영어 이메일 쓰는 데 활용하거나, 때로는 9박 10일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그 친구에게 요청하기도 하죠.
Q. 다소 어렵고도 복잡한 주제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까 해요. 생성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저 같은 경우 늘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역할 범주를 넓히고자 애쓰고 있어요.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제가 신입 시절일 때만 해도 인터뷰를 하면 손수 녹취풀이를 했어요. 그런데 이제 프로그램에 파일만 올리면 1분 후 자동으로 녹취 문서를 작성해 주더라고요. 녹취풀이를 전문으로 하는 외주도, 인턴의 역할도 사라진 거죠.
A. 지금으로서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재 생성 AI는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도구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에디터님께서 말씀 주신 내용과 결이 같아요. 에디터님의 녹취풀이를 AI가 대신해 주는 것처럼, AI는 개발자가 코드를 덜 치게 해주는 정도의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는 개발자의 전체 업무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며 모습을 감춘 마부(馬夫)처럼 개발자도 언젠가 사라져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결정해야겠죠. 장인 정신으로 마차를 끄는 마부로 남을지, 자동차를 대신 운전해 주는 드라이버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파생되는 일을 습득할지 말이죠. 결국 변화의 파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자리에서 서서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나갈 것인지, 즐거이 타고 넘어갈 것인지요.
글 박효린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