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와 기술에 갇히지 않는 오너로서의 개발자ㅣ송요창 우아한형제들 프론트엔드 프로그래머

연차와 기술에 갇히지 않는 오너로서의 개발자ㅣ송요창 우아한형제들 프론트엔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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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낯을 가리는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때로는 콘퍼런스에서, 또 때로는 온라인 강의와 소규모 밋업에서 모습을 비춘다. 이번 인터뷰도 흔쾌히 응한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본인이 나누는 경험이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되어 그 사람의 무언가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쁨을 느낀다고. 그 뭉근하고도 간명한 마음은 그가 하고자 하는 개발과, 함께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오롯 묻어난다.





이 아티클은 <개발자, 2025년을 맞이하며> 시리즈의 1화입니다. 


시대의 파동마다 거처를 만든 한 개발자에 대해


Q. 먼발치에서 요창 님의 외부 활동을 지켜보다 이렇게 직접 대화를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요창 님은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으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셨어요. 비록 오래 전이긴 하지만,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직무를 바꾸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요창 님께서 ‘커리어리’ 프로필 중 대학교 학부를 소개하는 문장을 보고 너무 재밌었어요. ‘아무튼’으로 정리하셨는데 ‘아무튼’ 어떤 곳인지 알 것만 같았죠.

A. 대학 시절 미디어 학부를 전공했는데요. 디자인, 영상 편집, 프로그래밍 등을 익힐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당시 저는 여러 커리큘럼 중 플래시 액션스크립트(Flash ActionScript)로 하는 프로그래밍과 영상 편집이 재밌었고, 결국 첫 직장 생활은 영상 편집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영상 산업의 업무 강도와 처우가 열약했어요. 나아가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내 작품(작업)’을 할 수 없었죠. 금요일 늦은 저녁까지도 밀려들어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맞추고, 작업자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긴 갈증을 느꼈어요. ‘내 콘텐츠’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2012년 모바일 퍼즐 게임 ‘애니팡’이 큰 인기를 얻으며 작은 게임 스튜디오들이 급속도로 늘어났어요. 그무렵 군부대에서 함께 프로그래밍했던 제 지인도 게임 스튜디오에 합류했고, 제게도 게임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래밍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그렇게 영상 편집자에서 프로그래머로 전직하게 되었어요.


Q. ‘애니팡 시기’와 맞물려 직무 전환을 하시다니. 이처럼 흥미로운 배경은 간만에 들어요.

A. 제 주변엔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배를 타시던 항해사분께서 프로그래머로 전직하신 경우처럼요.


Q. 14년 게임 개발자로 근무하시다 17년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로 이직하셨어요. 저는 늘 누군가의 이직을 보면 그 계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게임 개발자에서 여가 플랫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다음 스텝을 밟으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여전히 개발 주제는 어려운) 비전공자로서 바라보면, 게임 서버를 개발하는 것과 IT 서비스를 유지 보수하는 일은 다소 다를듯한데 이에 적응하는 과정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A. 앞서 게임 스튜디오를 두 번 거치며 IT 서비스와 같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 가고 싶었어요. 마침 제가 참여하던 커뮤니티 ‘이상한모임*’의 한 운영진께서 야놀자에서 백엔드 개발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알려주셔서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지원할 시점만 해도 숙박업을 하는 플랫폼이라고만 생각했고, 굵직한 업무는 이전과 비슷할 거라고 가늠했죠. 그런데 업무에 들어가니 호흡 자체가 달랐어요. 게임은 전사가 특정 릴리즈 타이밍(타임라인)에 맞춰 달린다고 한다면, 보통 IT 서비스 회사는 여러 팀이 각 목표와 일정에 따라 프로젝트를 기획, 배포하니까요. 다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나가는 느낌이 덜했죠.

*이상한모임 :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등 IT와 관련된 다양한 직군의 종사자들과 지식과 즐거움을 나누는 커뮤니티

Q. 요창 님께서 야놀자를 퇴사하시며 작성하신 회고 ‘정든 야놀자를 떠나며’를 읽으면 이곳에서 얼마나 밀도있게 성장하셨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지더라고요. 야놀자에서 한 명의 동료로서,  개발자로서 얻은 가장 의미있는 성과를 꼽는다면요?

A. 2018년 야놀자에서 기존 숙박 카테고리를 넘어 레저와 액티비티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바로 숙박 성수기인 여름을 준비하고 있을 때쯤에요. 성수기 준비로 바쁜 시기 신규 카테고리 개발이 시작된 거죠. 개발이 시작된 후 크게 '레저/액티비티 정보를 일정 주기로 수집, 가공하는 전처리기'와 ‘클라이언트에 제공하는 각종 프론트 API’를 제작했어요. 유저가 상품 [찾아보기]에서 [결제하기]까지 한 사이클을 작동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웹 페이지 개발’이라는 뜻밖의 변수를 극복하며 동료들과 개발에 매진했어요. 그 결과 무사히 레저/액티비티 카테고리를 오픈할 수 있었죠. 기존 카테고리 성격과 예약 호흡이 다른 터라 참 어렵기도 그만큼 재밌기도 했어요. 신규 카테고리 오픈 첫 달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카테고리였으니 성과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고요. 프로젝트 런칭을 코앞에 두고 저희 둘째가 태어나 QA 기간 동안 출산 휴직을 다녀왔는데요. 그 자리를 채워준 동료들에게 아직도 고마워요. 여러모로 강렬히 기억에 남아있는 프로젝트네요.

*더 자세한 개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요창 님의 ‘야놀자가 레저를 판매하려고 할 때 벌어지는 일’ 발표 자료를 확인해 보세요.


Q. 20년 4월에는 야놀자를 떠나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하셨어요. 백엔드에서 프론트엔드로 직무 전환하시면서요. 어쩌면 뻔한 질문이겠지만 이런 호기심이 끝끝내 올라오더라고요. “어떻게 이런 새로운 기술과 도전을 계속할 수 있지?”라고요.

A.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 종사자가 계속 공부해요. 판사는 판결문과 개정된 법을, 자동차 정비사는 신규 차종을, 기자는 취재 배경을 학습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유독 개발자가 공부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수혜자 중 한 명이고요.


Q. 그럼에도 본인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안주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요창 님의 셀프 동기부여가 궁금해요.

A.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서비스 사용자와 동료가 주는 피드백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제작한 사내 도구를 통해 업무 단계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는 동료 피드백은 저를 더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죠. 이런 내용을 토대로 ‘Google Apps Script로 시작하는 업무 자동화’ 강의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Q. 현재 우아한형제들에서 팀으로서, 개발자로서 하고 계신 일이 궁금합니다. 또, 가능하시다면 팀이나 개인으로 유의미한 성과(결과)를 내신 대표 프로젝트도 듣고 싶어요. 

A. 이전 ‘배민선물하기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진행한 프로젝트를 꼽고 싶네요. ‘선물하기’는 제가 최초 버전을 제작하지 않았지만 유지 보수하며 좋은 단계로 끌어올렸고, 그러는 동시에 매출도 자연스레 오르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간 ‘배달의 민족’의 유저 목적은 굉장히 뚜렷했어요.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고, 받아보는 목적이었죠. 이런 사이클에 익숙해진 유저에게 다른 목적을 가진 ‘선물하기’ 기능을 선보이는 일이었던 터라 기억에 남아요. 게다가 배달의 민족으로 선물 받은 메시지와 그 선물에 대한 답장을 인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뿌듯했어요.


Q. 저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인데,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배달의 민족으로 죽을 선물 보내면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A. 코로나 시기 때 특히 그런 감동이 자주 오고갔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밥 한 끼 하자고 안부 인사처럼 하고는 하는데요. 이 선물하기 기능으로 실제로 상대방의 식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마음이 따뜻해져요.


Q. 요창 님은 사람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더 정확히는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내는 시간’을요. 그래서인지 요창 님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궁금해요. 

A.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긴 하는데요.(일동 웃음) 쉴 때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외향적 에너지를 끌어모아 하게 되는 일이 강의와 멘토링 그리고 스터디예요. 이 세 가지 공통점은 제가 던진 메시지를 누군가는 가져가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에요. 멘토링에 참여하셨던 분들께서 멘토링을 통해 취업을 하거나 새로운 스터디를 구성했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너무 기뻐요.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요. 멘토링을 거치고 나면 본인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며 성장하고 있는지 발견하고는 해요. 멘토링이 끝나고 표정이 밝게 변하시는 분을 볼 때면 계속 이 일을 해야겠다 싶어요.


Q. 완전히 개인적인 영역에서 행복 요소를 찾는다면요?

A. 등산이요. 작년 여름 등산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자연이 위대하게 느껴지면서 내가 작은 일로 고민하며 힘들어 하고 있었구나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사내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고, 지금은 IT 등산 모임을 만들어 볼까 해요.(웃음)


<2025 개발자 리포트> 핵심 주제를 묻고 답하다


Q. <2025 개발자 리포트>는 개발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주니어와 시니어 시점에서 의견을 나눠보는 콘텐츠입니다. 해당 리포트를 기획, 준비하며 주변에 가장 많이 질문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개발자를 연차로 주니어와 시니어로 나눌 수 있나요? 그렇다면 몇 년을 기준으로 나눠야 하나요?’. 요창 님의 답변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아요. 이제 ‘시간(연차)’으로 경험해야 하는 부분을 교육으로 학습하기 좋은 시대니까요. 오래 일했다고 해서 무언가를 더 잘 알거나 노련하다고 결론내리기 어렵죠.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개발자도 스스로 오너라고 생각하고 일하면 좋겠어요. 내가 오너라고 생각하면 비즈니스(서비스)를 바라보는 뷰가 달라져요.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 시키는 사람’의 태도를 가지면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정확히 보일 거예요. 스포츠에 비유하면, 이번 시즌 10골 넣겠다고 생각하는 선수와 우리 팀을 시즌 우승 팀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선수의 퍼포먼스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Q. 인터뷰에서는 편의상 고연차를 시니어로, 저연차를 주니어라고 표현해 볼게요. 요창 님께서 주니어 시절 시니어(리더)에게 기대하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오래 지난 일이기도 하고, 제가 상대에게 의존하는 성향은 아니라 시니어에게 무언가를 특히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작은 회사에서 저연차 개발자로 일했을 때 질문하고 인사이트를 얻어 갈 고연차 개발자가 몇 없었어요. 그래서 고연차 개발자를 팀원으로 둔 저연차 개발자라면 되도록 많이 질문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시니어’라고 해서 다 설명을 잘 하는 건 아니에요. 그 사람만이 가진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얻어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상대를 관찰하고, 의견을 묻고 그 안에서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는 것이거든요. 배우고 싶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하고 업무하는지 관찰해 보세요.


Q. 반대로 현재 시니어로서 주니어(팀원)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전에 ‘일잘러 신입’ 기준을 ‘1인분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셨어요. 또, 1인분을 하기 위해선 고민보다 질문하고 진행 사항을 잘 알려야 한다고도 덧붙이셨죠.

A. 저는 인간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일동 웃음) 프로그래밍 기술은 학습하면 됩니다. 책도 강의도 많고 다양하니까요. 그런데 ‘소프트 스킬’에 해당하는 인간 본연에 관한 부분은 학습 우선순위에서 낮고, 열심히 배워보려 해도 비교적 변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느껴요. 그래서 저는 소프트 스킬이 훌륭하신 분과 일하고 싶어요. 


Q. 공감해요. 일단 대화가 되지 않으면 같이 일하기 어렵잖아요. 

A. 이제 천재 개발자 한 명이 엄청난 제품을 만드는 시대는 끝났어요. 대부분의 일이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인 만큼 같이 일하기 좋은 분이 훨씬 좋죠.


Q. 연차를 막론하고 ‘좋은 개발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요?

A. 사실 ‘좋은 개발자’는 잘 모르겠어요. 그대신 본인이 경험했던 누군가의 좋지 않았던 부분을 답습하지 않고, 내가 있는 환경에서 그것을 개선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예로, 날서게 후배 코드를 지적하는 선배의 모습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다면 본인은 그 말투에서 개선된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말이죠.


Q. AI 관심도가 높아지며 이제 비개발자도 AI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요창 님은 개인 프로젝트나 취미 등에 생성 AI를 활용하고 계신가요?

A. 그럼요. 기술 블로그나 발표 자료 등 텍스트가 필요한 곳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어요. 가볍게는 해외에서 영어 이메일 쓰는 데 활용하거나, 때로는 9박 10일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그 친구에게 요청하기도 하죠.


Q. 다소 어렵고도 복잡한 주제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까 해요. 생성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저 같은 경우 늘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역할 범주를 넓히고자 애쓰고 있어요.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제가 신입 시절일 때만 해도 인터뷰를 하면 손수 녹취풀이를 했어요. 그런데 이제 프로그램에 파일만 올리면 1분 후 자동으로 녹취 문서를 작성해 주더라고요. 녹취풀이를 전문으로 하는 외주도, 인턴의 역할도 사라진 거죠.

A. 지금으로서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재 생성 AI는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도구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에디터님께서 말씀 주신 내용과 결이 같아요. 에디터님의 녹취풀이를 AI가 대신해 주는 것처럼, AI는 개발자가 코드를 덜 치게 해주는 정도의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는 개발자의 전체 업무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자동차가 세상에 나오며 모습을 감춘 마부(馬夫)처럼 개발자도 언젠가 사라져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결정해야겠죠. 장인 정신으로 마차를 끄는 마부로 남을지, 자동차를 대신 운전해 주는 드라이버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파생되는 일을 습득할지 말이죠. 결국 변화의 파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자리에서 서서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나갈 것인지, 즐거이 타고 넘어갈 것인지요.



박효린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