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기술을 넘어 문제의 본질을 찾는 사람으로 | 윤서준 SEED 프론트엔드 개발자

개발 기술을 넘어 문제의 본질을 찾는 사람으로 | 윤서준 SEED 프론트엔드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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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하고도 무엇 하나 쉽지 않는 울퉁불퉁한 시간을 통과하던 때 그는 ‘버티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다만 그 끝없을 것만 같은 터널 속 시간의 흐름에 쓸려나가지 않도록 푯대를 확실하게 내리꽂았다. 작고도 의미있는 성공으로 기록한 푯대들은 그가 뒤돌아 봤을 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가리켰고, 끝내 터널 밖으로 나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그는 이제 다른 사람들과 성장을 나누고 싶다. 





이 아티클은 <개발자, 2025년을 맞이하며> 시리즈의 2화입니다. 


다름이 주는 성장, 우리가 경험을 나눠야 하는 이유


Q. 서준 님께서는 대학교에서 프랑스어문학과를 전공하셨어요. 저는 누군가의 이력 중 ‘전공’도 흥미롭게 봐요. 왜냐하면 나의 진로를 가장 진취적으로 결정하는 것 중 하나가 전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로 궁금해요. 서준 님이 프랑스어문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말이죠.

A.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 진로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 프랑스가 제게 가장 흥미로운 나라 중 한 곳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어문학을 선택했어요.


Q. 그러다 개발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개발자셨던 아버지 영향을 받았어요. 평소 아버지께서 개발 이야기를 종종 해주셨는데, 제게 마침 개발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노트북으로 작업하시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봐왔던 터라 ‘해볼까?’ 싶었죠. 5개월 정도 독학하다 KDT(K-Digital Training) 교육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Q. 실제로 개발해 보니 어떤가요? 재밌으신가요?

A. 네,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해 왔거든요. 특히 레고를 좋아하는데요. 완성본을 만들기 위해 설계도를 따라 조립하다 해체하고, 또다시 조립하는 과정이 마지막에는 성취감을 줘요. 개발도 마찬가지예요. 작업 중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진득히 앉아 접근 방식을 뒤집어 보거나, 잠깐 산책을 하며 머리를 식힌 후 해결 방안을 하나씩 찾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껴요.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이 기능에 맞게 동작하거나 나아가, 그 기능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뿌듯하고, 제가 앞으로도 개발을 하고 싶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Q. 처음 저의 인터뷰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또 인터뷰에 응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정말 여러 주니어 개발자 블로그를 봐왔는데요. 서준 님께서 작성하신 <주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2024년 상반기 회고> 게시물에서 “이분이다!”라고 느낌이 왔어요. 이제 막 출발점에서 차오르는 설렘과 숨가쁜 뜀박질 그리고 개발과 그 기술을 바라보는 날서고도 유연한 시선이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A. 처음에는 얼떨떨했어요. ‘스팸 메일인가?’했는데, 에디터님을 검색해 보니 아티클 시리즈가 나오더라고요.(일동 웃음) 제 블로그 링크를 첨부하며 제안 주셔서, ‘정말 내 블로그 글을 보시고 연락을 주셨구나.’ 실감했죠.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주니어를 대표해* 인터뷰에 참여해도 될까?’ 부담되었어요. 그렇지만 부담감과는 별개로 마침 제 경험을 다른 많은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던 시기였어요. 작년 개발 컨퍼런스와 밋업에서 만난 개발자 동료들과의 만남이 계기였는데요. 그들과 같은 주제로 대화해도 저마다의 접근과 해결 방식이 달랐어요. 그 다양함이 업무에 인사이트를 주더라고요. 꼭 대단한 경험이 아니어도, 각자의 관점이 누군가에게 인사이트가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인터뷰가 그 시작을 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또, 인터뷰는 제가 참여하고 싶다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잖아요. 누군가 저를 찾아줘야만 하니까요.

*해당 인터뷰는 <개발자 리포트 2025>와 연계된 인터뷰 아티클로, 주니어와 시니어 관점으로 커리어를 이야기한다.


Q. 24년 상반기 회고에서 하반기 목표로 ‘개발 역량 강화’를 꼽으셨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셨던 일들과 결과를 들어보고 싶어요.

A. 첫 번째는 해커톤*이에요. 단기간 내 특정 프로젝트에 몰입하는 경험을 쌓고 싶어 지인들과 해커톤에 참여했어요. 팀에 기획자가 없어 개발자들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전체 과정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결과물을 만들었는데요. 기획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였어요. 두 번째는 스터디예요. 기본기를 잘 다져야 실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개발 서적 스터디를 주도적으로 진행했어요. 개발 이론을 정리하고 이론을 바탕으로 실습하며 짧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해커톤(Hackathon) : 마라톤하듯 정해진 시간 동안 해킹하거나 개발하는 프로그램


Q. 현재 SEED에서 팀으로서, 개발자로서 하고 계신 일이 궁금합니다. 

A. 저는 생산에서 금융까지, 농식품 비즈니스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SEED’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요. IoT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농업 생산과 유통 가공을 하나로 연결해 관리하는 곳이죠. 저는 스마트팜 개발 부서 소속으로 주로 복합 환경 제어 대시보드와 대시보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농업 분야의 스마트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스마트홈 어플이나 대시보드로 집 안 온도와 조명, 보안 등을 자동으로 껐다 켰다하며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요. 스마트팜은 ‘대형 온실 버전’인 셈이죠. 온실 내부에 사람이 없어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등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환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요.


Q.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아 혹은 이직이 어려워 힘들어 하는 개발자에게 서준 님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해 주신다면요? 서준 님께서 회고 때 사용하신 정지영 아나운서의 대사, “버티면 분명 기회가 올거야.”에 공감합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실력자라는, 제가 좋아하는 편집장의 문장이 떠올라서요.

A. 에디터님이 보셨던 그 이미지 속 대사처럼, 취업(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꾸준함이 가진 힘’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비록 그 과정이 고되고 지칠 수 있지만, ‘계속하는 사람’이 더욱 단단해지고 단단한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아요. 만약 ‘어떻게 잘 준비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력서에서 힌트를 주고 싶어요. 저 역시 이전에는 제가 다루는 기술과 구현해낸 프로젝트를 어필하는 데 집중했는데요. 이는 ‘기술 나열’에만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더해 설명하면 더욱 좋아요.

1) 어떤 이유로(필요성을 근거로) 프로젝트에 A라는 기술을 사용했는지

2)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3) 기술을 활용하며 발생한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4) 해결을 통해 달성한 결과는 무엇인지

평소 이러한 과정을 기록해두면 조금 더 설득력 있고 깊이 있는 이력서를 완성할 수 있어요. 면접에서 질문을 유도할 수도 있고요. 힘든 시기지만 끝까지 잘 준비해서 모두 원하는 곳에서 개발자로 일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2025 개발자 리포트> 핵심 주제를 묻고 답하다


Q. <2025 개발자 리포트>는 개발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주니어와 시니어 시점에서 의견을 나눠보는 콘텐츠입니다. 해당 리포트를 기획, 준비하며 주변에 가장 많이 질문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개발자를 연차로 주니어와 시니어로 나눌 수 있나요? 그렇다면 몇 년을 기준으로 나눠야 하나요?” 서준 님의 답변도 듣고 싶습니다.

A. 통상적으로 1~3년 차를 주니어, 4~5년 차를 중니어, 5년 차 이상을 시니어라고 구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연차보다 업무(비즈니스)를 어디까지 바라볼 수 있는지, 즉 업무에 대한 ‘시야’의 영역이 주니어와 시니어를 나누는 주요한 기준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주니어는 주어진 업무를 문제없이 개발하는 데 집중하지만 시니어는 ‘문제없이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이해 안에서 팀원들의 일정을 관리하며 연관 부서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해내는 것처럼요. 프로젝트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료들을 이끄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가 주니어와 시니어를 나누는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해요.


Q. 인터뷰에서는 편의상 고연차를 시니어로, 저연차를 주니어라고 표현해 볼게요. 서준 님께서 시니어(리더)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주니어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해요. 특히 모르는 부분을 질문했을 때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팀원에게 왜 이렇게 접근했는지 의견을 먼저 물어보며 어떤 방식이 조금 더 효과적인지 질문 단계에서 같이 고민해 주는 것을요. 함께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주니어에게 시야를 넓히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Q. 비슷한 연차의 주니어(팀원)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요. 저도 이전에는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혼자 깊게 고민하는 편이었어요. 물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하나의 방식에 사로잡혀 다른 접근 방식을 놓치게 되고 문제를 좁은 시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동료들과 고민하는 부분을 공유하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알게 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이때 ‘질문하는 방식’도 중요한데요. “A가 해결이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보다 “A가 해결되지 않아 B로 접근했지만, C라는 상황이 발생해 현재 D 구간에서 막혔습니다.”처럼 내가 시도했던 과정을 상세히 담아 공유하면 좋아요. 그러면 상대방도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죠.


Q. 공감해요. 신입 때는 질문하는 게 당연한데 그 시도가 무서워 저도 혼자 고민하는 데 하루를 날리고는 했거든요. 그럼 연차를 막론하고 ‘좋은 개발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요?

A. 제가 평소 인상 깊게 보는 김범준 개발자께서 유튜브에서 말씀하신 내용을 인용하고 싶어요. ‘개발자는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라는 내용인데요. 때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코딩을 하는 게 아니라 정책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을 덧붙이셨어요. 저도 무척 공감해요. 개발자에게 개발 실력은 필수 자질이고, 그 이상으로 정책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사고하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능력은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과 프로젝트(비즈니스)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를 수 있는듯해요. 결국 좋은 개발자란, 코딩 실력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구성원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Q. AI 관심도가 높아지며 이제 비개발자도 AI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서준 님은 개인 프로젝트나 취미 등에 생성 AI를 활용하고 계신가요?

A. 작년 연말 ‘유튜브 뮤직 리캡’과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연말 결산 느낌으로 ‘올해 제일 많이 들었던 곡들’을 유저마다 개인화해 보여줬는데요. 저는 ‘2024년 올해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한 해 동안 즐겨 들은 노래 중 한 곡만 선정해 주변에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프로젝트 구상을 12월 26일에 시작해 연말까지 완성하는 데 일정이 꽤 빠듯했지만, AI 도움으로 개발을 마칠 수 있었어요. AI는 일상에서도 종종 활용해요. 이번 설 연휴 때 ‘삿포로’로 여행을 가는데요. 일정과 예산 등 여행 계획의 큰 틀을 짜는 데도 사용했어요. 앞으로 AI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해주는 ‘개인 비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어요.


Q. 다소 어렵고도 복잡한 주제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까 해요. 생성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저 같은 경우 늘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역할 범주를 넓히고자 애쓰고 있어요.

A. 기술의 발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AI가 개발자를 포함한 여러 직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그러한 변화가 조금 우려되지만, ‘대체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최대한 AI를 활용해 작업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AI가 코드를 자동으로 작성한다고 해서 개발자 역할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AI가 내놓은 결과물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중간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꾸준히 필요하거든요. AI가 생성한 코드를 최적화 하거나 코딩 작업에서 발생 가능한 예외 상황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이 점차 중요해지겠죠. 그래서 AI를 사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가 사용하는 기술과 기술의 동작 원리를 더욱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술 지식을 알아야 AI의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고 문제 상황에서 해결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AI 시대에는 도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역할과 가치는 꽤 달라질 거라고 바라봐요.



박효린 원티드랩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