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럼 개발 전공이 아닌 사람도 교육을 통해 TPM이 될 수 있을까요? TPM은 개발/기술 지식이 개발자 수준으로 깊어야 할듯해요.
A. 보통 빅테크 회사는 TPM에게 주니어 개발자 수준의 기술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발 전공이면 당연히 유리합니다. 기술 지식이 없으면 이슈가 생겼을 때 본인이 먼저 빠르게 판단하거나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하고 개발자나 PO에게 찾아가 물어봐야 하니까요. 협업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지 못하고 오히려 TPM이 보틀넥(Bottleneck)을 가져오는 거죠.
만약 내가 비전공자지만 어느 정도 개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면 TPM에 도전하고 싶은 이유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면 좋아요. 에디터님께서 주신 질문을 바꿔 “개발 전공자에게 TPM 직무를 권했을 때 그가 거절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라고 다시 던져 볼게요. 아마 TPM은 사람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소통 능력에 강점이 있어야 하는데요. 뛰어난 소통 능력과 함께 진정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본인이 협업하는 개발자들에게 리스펙 받을 수 있을지 고려해 봐야 합니다.
Q. 후배 TPM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이고, 보통 어떻게 조언을 해주시는 편인가요?
A. 첫 번째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TPM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으로 성과를 인정 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죠. TPM이 할 수 있는 일도, 기대치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때는 TPM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스스로 인식하고 정의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두 번째는 영향력을 갖는 것이에요. 특히 PM 경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같이 일하는 고연차 개발자나 PO에게 자주 끌려가기도 해요. 하지만 TPM 위치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편하게 움직여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굳이 전면에 나서서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피플 엔지니어링(people engineering) 기술을 활용해 협업하는 동료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거든요. 본인만의 외교 능력을 훈련해 보면서 답을 찾아가 보면 좋겠어요.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다음 사례는 엔터프라이즈 리소스 플래닝(ERP :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을 도입한 프로젝트예요. ERP란 전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인데요. 쉬운 예로 마케팅 활동과 식대 비용 등 여러 부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미해요. 그런데 ERP 도입은 꽤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예요. 레거시(Legacy)를 가지고 있는 기존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을 연동해야 했고, 이를 위해 진행해야 하는 작업들이 파편화 되어 있었죠. 이때 신규 입사하신 TPM 분께서 ERP 도입과 관련한 모든 작업과 문서를 정리하고, 개발 팀은 물론 연관 부서들과 접점을 만들어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었어요.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끝내 도입까지 무사히 성공시켰죠.
마지막으로, 오늘의집 ‘3D 방꾸미기’와 ‘공간 저장’ 서비스예요. 2024년 하반기부터 목적 조직으로 일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선도적으로 목적 조직으로 일한 사례가 바로 3D 방꾸미기 서비스를 오픈한 팀이에요.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본인 직군에 얽매이지 않고 개개인이 빠르게 해결하고 실행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의사결정하며 일을 진행시켰어요. 그러한 추진력 덕분에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오픈, 운영되었고 유저 또한 눈에 띄게 늘었어요.
Q. 경험치가 높은 지금도 고민과 어려운(새로운) 도전이 있나요?
A. 고민은 계속 생기지만, 고민이 나의 삶이나 정신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경험치는 상한치, 그러니까 한계나 만렙이 없다고 생각해요. 에디터님 게임 좋아하시나요? (좀비 게임 좋아합니다.) 좀비 게임으로 예를 들면, 처음에는 좀비 한 명만 나와도 몹시 당황하잖아요. 그런데 게임을 계속할수록 게임 오버가 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좀비 자체에 당황하거나 두려워 하지 않죠. 회사 생활도 그런 것 같아요.(일동 웃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레벨로 살아가고 있어요.
글 박효린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