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M을 위한, 조직에서 나를 정의하고 증명하는 방법들ㅣ버킷플레이스 TPM

TPM을 위한, 조직에서 나를 정의하고 증명하는 방법들ㅣ버킷플레이스 T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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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M’이라는 직무가 많이 알려지기 전, 그는 기술과 사람들을 조율하며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론칭될 수 있도록 리드했다. 게임부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까지 서비스와 유저 타깃은 달라져도 변함없는 것은 하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술 그리고 사람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업에 성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 강원 님 커리어 간략히 펼쳐 보기

2024년 ~ 현재 : 버킷플레이스(Bucketplace) Engineering Manager
2023년 ~ 2024년 : 그립컴퍼니(GripCompany) Chief Technology Officer
2021년 ~ 2022년 : 페이스북(Facebook) Technical Program Manager
2012년 ~ 2021년 : 구글(Google) Head of Partner Solutions, Korea → Technical Program Manager → Lead Technical Program Manager
2011년 ~ 2012년 : 아웃스파크(Outspark) Director, Game Technology
2006년 ~ 2011년 : NHN Manager, Game Technology Team


운을 기회로, 기회를 실력으로 바꾸는 커리어


Q. 강원 님은 NHN, 구글 등 규모와 인지도 있는 기업에 재직 경험이 있으신데요. 누군가에게는 꼭 가고 싶은 선망의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커리어를 쌓아올 수 있던 비결이자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만, '운이 좋았다.'는 문장을 제외하고 말씀해 주세요.(웃음) 대부분 운이 좋았다고 답변해 주시고는 하거든요.

A. 어떠한 비결이 있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질문을 받으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커리어를 시간 순으로 3단계로 나눠 말씀드려 볼게요.

우선 신입은 면접에서 보여주는 잠재력과 태도가 합격 여부에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무리 스펙과 역량이 뛰어난 신입 사원이라도 입사 초기에는 회사 구성원의 시간을 뺏을 수밖에 없거든요. 실무 경험이 없으니 입사 직후 곧바로 1인분의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회사에 손실을 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회사 입장에서는 태도가 구심이 되어 미래에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줄 만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신입이 아닌 회사 경험이 얼마간 쌓인 사람이라면, 이직하는 목표와 이유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어야 해요. 본인만의 회사를 고르는 요건을 설정하고 ‘현재 A 회사를 떠나는 이유’보다 ‘B 회사로 이동하는 이유’를 더욱 명확히 정리해 봐야 합니다. 저도 거주 국가와 서비스 유저, 조직 구성원의 특성 등 여러 목표에 가중치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해 이직을 결정했어요. 그런 자신만의 조건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많은 기업에 관심을 뒀다면 결국 원하던 곳에 집중하지 못해 불합격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커리어 잔뼈가 굵어진 시니어와 리더가 된 시점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업계 이야기와 지인 추천을 기반으로 이동하게 되죠. 이때 앞서 말한 ‘운’, 즉 타이밍이 크게 작용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A 포지션이 마침 회사에서 급하게 구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다른 상황에 있는 구직자보다 높은 확률도 합격하게 되는 것처럼요.


Q. 크게 주니어, 중니어, 시니어로 나눠 말씀해 주셨는데요. 보통 업무 성과를 제대로 드러내기 시작하는 중니어* 시기에 셀프 브랜딩에 집중하고는 합니다. 강원 님께서는 어떠셨나요?
*중니어 : 보통 5~10년 차 레벨을 의미한다.

A. 셀프 브랜딩은 굉장히 중요한데요, 저에게 셀프 브랜딩(Self Branding)의 기초란 나만의 고유한 커리어를 스토리텔링하는 일이에요. 그 스토리텔링은 이력서에서 단적으로 보여지고요. 이력서에 나의 전체 커리어 연대기를 관통하는, 즉 나라는 사람을 대표하는 대주제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중니어 시기에는 셀프 브랜딩을 위한 재료가 부족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런 경우에는 포기하지 않고 면접 단계에서 확실하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이력서를 바탕으로 향후 몇 년 간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목표와 방향성을 발표하며, 조직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할 수 있는지 설득하는 거예요.


Q. 그렇다면 강원 님만의 이직 타이밍이 있다면요?

A. 더 이상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 이직을 고려해요. 도서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도 나오듯 성과를 내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재미, 즐거움이기 때문이에요. 

일단 이직을 고려하게 되면 다음 회사를 고르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살펴봐요. 프로덕트와 업계 전망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회사가 저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면 마음이 갑니다.


TPM에서 PM와 PO까지. 기업에서 이들을 원하는 이유


Q. 직무명이 곧 커리어 정체성은 아니지만, 현 소속에서 나의 업무와 권한을 대표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 님은 2006년 NHN에서 기술 PM(국문 이름)으로, 2015년 구글에서 TPM으로 일하기 시작하셨는데요. 그 이전 다른 직무명으로 일하셨을 때의 역할과 책임을 비교하자면,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지점과 달라진 지점이 있나요?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에서는 TPM이 Technical Program Manager를 의미한다.

A. NHN으로 가기 전에는 로컬라이제이션 프로듀서(Localization Producer)로서 일했어요. 외국 게임을 한국에서 퍼블리싱하기 위해 게임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매니징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정리해 보면 직무명은 달라도 맡았던 역할과 책임은 TPM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죠. 19년 동안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테마가 TPM인 셈이에요. 여기서 TPM이란 기술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기술과 기술을 다루는 조직이 서로 잘 융합하도록 관리하며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을 의미하고요. 공식적인 직무명을 얻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채 TPM에 관한 체계를 세우고 교육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TPM 포지션 공고 보기 [클릭]


Q. 기업마다 PM, PO 중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 다릅니다. PM, PO, TPM 각 포지션을 오픈하는 기업의 특성이 있을까요?(이때 P는 순서대로 Product, Product, Program을 의미) 기업별로 정의하고 중요시 하는 포지션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A. 우선 직무명에 들어가는 ‘P’가 프로덕트인지 프로그램인지 구분해 볼게요. 이제 막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IT 스타트업의 경우 프로그램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프로덕트가 중요한 상황이에요. 프로덕트의 전반을 관리해 고객을 창출해내는 사람의 퍼포먼스가 가장 필요한 것이죠. 그후에 전체 구성원이 약 150명 이상이 되고 프로덕트가 많아질수록 프로덕트와 조직 구성원들의 얼라인(Align) 문제에 집중하게 됩니다. 전사 목표 달성(성과)을 최대화 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는 프로그램 매니저가 이때 필요해집니다. 여기에 기술 지식이 더욱 요구되는 포지션이라면 ‘T’가 붙어 TPM을 요구하게 되는 거예요.

다음으로 오너와 매니저로 넘어가 볼게요. 사실상 딱 잘라 나누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구분해야 한다면 프로덕트 오너가 고객 문제를 찾아 정의하며 솔루션을 제시하는 역할에 몰두한다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미 존재하는 프로덕트를 개선, 발전시키며 새로운 버전을 만들고 시장을 키워나가는 역할을 조금 더 주요하게 바라봅니다.


Q. 아직은 TPM 포지션을 채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TPM을 희망하는 후보자가 늘수록 경쟁이 치열할 텐데요. 앞으로 (국내 기준) TPM 포지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보신다면요?

A. 현재와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규모가 커지는 기업에서 많은 수의 조직이 서로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협력해야 할 때 TPM 수요가 생기는데요. 고용 인원 수백 명 이상인 기업들이 증가세이긴 하지만 그 현상이 곧 TPM 수요 증가로 연결되는 건 아닐 거예요. 왜냐하면 TPM 역할을 상위 리더나 PO 혹은 그 역할을 잘하는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TPM 역할이 가능한 기존 구성원이 없고, 그 존재의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TPM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겠죠. 

공급 측면에서 보면 높은 수준의 후보자가 당장 많이 늘 것 같지는 않아요. 현재로서는 TPM으로 커리어 전환하고 싶을 사람을 위한 클래스가 충분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앞으로 TPM 강의, 교육 콘텐츠가 풍성해진다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요.


Q. 그럼 개발 전공이 아닌 사람도 교육을 통해 TPM이 될 수 있을까요? TPM은 개발/기술 지식이 개발자 수준으로 깊어야 할듯해요.

A. 보통 빅테크 회사는 TPM에게 주니어 개발자 수준의 기술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발 전공이면 당연히 유리합니다. 기술 지식이 없으면 이슈가 생겼을 때 본인이 먼저 빠르게 판단하거나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하고 개발자나 PO에게 찾아가 물어봐야 하니까요. 협업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지 못하고 오히려 TPM이 보틀넥(Bottleneck)을 가져오는 거죠.

만약 내가 비전공자지만 어느 정도 개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면 TPM에 도전하고 싶은 이유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면 좋아요. 에디터님께서 주신 질문을 바꿔 “개발 전공자에게 TPM 직무를 권했을 때 그가 거절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라고 다시 던져 볼게요. 아마 TPM은 사람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소통 능력에 강점이 있어야 하는데요. 뛰어난 소통 능력과 함께 진정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본인이 협업하는 개발자들에게 리스펙 받을 수 있을지 고려해 봐야 합니다.


Q. 후배 TPM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이고, 보통 어떻게 조언을 해주시는 편인가요?

A. 첫 번째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TPM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으로 성과를 인정 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하죠. TPM이 할 수 있는 일도, 기대치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때는 TPM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스스로 인식하고 정의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두 번째는 영향력을 갖는 것이에요. 특히 PM 경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같이 일하는 고연차 개발자나 PO에게 자주 끌려가기도 해요. 하지만 TPM 위치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편하게 움직여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굳이 전면에 나서서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피플 엔지니어링(people engineering) 기술을 활용해 협업하는 동료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거든요. 본인만의 외교 능력을 훈련해 보면서 답을 찾아가 보면 좋겠어요.


흩어져있는 것을 바로 모아 서비스의 핵심 원료를 만들다 


Q. 현재 재직하고 계신 버킷플레이스의 조직문화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구체적인 사례를 함께 들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A. 먼저 버킷플레이스는 수평 문화를 자랑해요. CEO와 1on1을 신청해 같이 밥을 먹기도, 차를 마시기도 할 정도로요. 또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아이디어와 의견을 주고받아요. 예를 들어 프로젝트와 관련해 디자이너가 기획을, 개발자가 디자인을 이야기하기도 하죠. 회사 메신저 ‘슬랙(Slack)’ 채널 중 ‘누구나_아이디어_제안’ 채널도 있어요. 나아가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도 누구나 실행, 도전해 볼 수 있고 해당 전문가에게 인정 받기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구성원에게 회사 정보를 투명하게 오픈하는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전사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의 우선순위와 실제 채택되고 떨어진 프로젝트를 구성원들이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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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조직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A. 첫 번째 사례로, 2024년 10월 일본 ‘오하우스’ 서비스에 커머스 기능을 출시해 한국 인테리어 가구와 소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TPM 한 분께서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요. 화폐 단위, 주소 표기 방식, 물류 시스템과 관련한 법과 규정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굉장히 많고 복잡했어요. 그럼에도 짧은 일정 안에 소화해내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해외 매출을 상당 수준 끌어 올렸어요.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다음 사례는 엔터프라이즈 리소스 플래닝(ERP :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을 도입한 프로젝트예요. ERP란 전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인데요. 쉬운 예로 마케팅 활동과 식대 비용 등 여러 부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미해요. 그런데 ERP 도입은 꽤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예요. 레거시(Legacy)를 가지고 있는 기존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을 연동해야 했고, 이를 위해 진행해야 하는 작업들이 파편화 되어 있었죠. 이때 신규 입사하신 TPM 분께서 ERP 도입과 관련한 모든 작업과 문서를 정리하고, 개발 팀은 물론 연관 부서들과 접점을 만들어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었어요.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끝내 도입까지 무사히 성공시켰죠.

마지막으로, 오늘의집 ‘3D 방꾸미기’와 ‘공간 저장’ 서비스예요. 2024년 하반기부터 목적 조직으로 일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선도적으로 목적 조직으로 일한 사례가 바로 3D 방꾸미기 서비스를 오픈한 팀이에요.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본인 직군에 얽매이지 않고 개개인이 빠르게 해결하고 실행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의사결정하며 일을 진행시켰어요. 그러한 추진력 덕분에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오픈, 운영되었고 유저 또한 눈에 띄게 늘었어요.


Q. 경험치가 높은 지금도 고민과 어려운(새로운) 도전이 있나요?

A. 고민은 계속 생기지만, 고민이 나의 삶이나 정신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어요. 경험치는 상한치, 그러니까 한계나 만렙이 없다고 생각해요. 에디터님 게임 좋아하시나요? (좀비 게임 좋아합니다.) 좀비 게임으로 예를 들면, 처음에는 좀비 한 명만 나와도 몹시 당황하잖아요. 그런데 게임을 계속할수록 게임 오버가 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좀비 자체에 당황하거나 두려워 하지 않죠. 회사 생활도 그런 것 같아요.(일동 웃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레벨로 살아가고 있어요.



박효린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