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할과 그 가능성 | 전상호 네이버페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할과 그 가능성 | 전상호 네이버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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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에서는 디자이너 역할이 단순한 화면 설계를 넘어 서비스 기획과 운영, 그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은 디자이너가 직무 간 경계를 허물고 전략과 사용자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할과 그 가능성을 함께 논의합니다.

*리드는 콘퍼런스 <하이파이브 2025> 연사 강연 소개문에서 인용해 왔다.



AI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 범위


AI 도구를 모아둔 사이트 ‘툴리파이(Toolify)’에는 2025년 4월 말 기준으로 25,705개의 AI 도구가 등록되어 있으며, 한 달에 약 300개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중 디자인 카테고리에 속한 AI 도구만도 약 1만 개에 달합니다. 올해 3월, 오픈AI(OpenAI)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공식 채택하고 에이전트 SDK 통합을 발표하면서 MCP의 활용 방안이 한창 주목받았습니다. MCP란 AI 도구가 피그마(Figma), 슬랙(Slack)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맥락을 공유하고 연동할 수 있게 하는 프로토콜(protocol)입니다. 이를 통해 AI와 피그마를 연동하면 프롬프트만으로 디자인을 생성하고, 그 결과물을 곧바로 코드로 추출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최근 피그마에서 출시한 ‘피그마 메이크(Figma Make)’는 프롬프트 기반의 디자인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린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입으로 디자인하는 세상, 비전공자도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음이 실감되는 요즘입니다.

사실 디자이너 역할의 변화는 늘 있었으며, 그때마다 요구되는 역할 또한 확연히 증가해왔습니다. 제가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던 시절만 해도 ‘UX/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주로 심미적인 역할만 세분화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용성, 사용자, 그리고 비즈니스 이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UI/UX/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역할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AI 시대를 맞아 디자이너에게 더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팀 역시 이미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다음 이미지는 저희 팀에서 담당하는 업무 범위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렇게 확장된 기대와 역할 범위는 기존의 직무명으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면, BA(Business Architect)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어떨까 합니다. 기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고 조율하며 서비스 전략을 수립하는 수준이었다면, 비즈니스 아키텍트 디자이너는 전체 비즈니스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영역까지 확장된 직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디자이너 역할이 이렇게까지 확장되어야 하는지 의구심도 생길 수 있습니다. '과연 그게 정말 디자이너의 역할이 맞는가?'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디자이너 역할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심한 계기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X(구 트위터)를 인수하며 앞으로 X를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던 사건이었습니다. 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주요 사용성 요소를 사용자 투표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디자이너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더 이상 디자이너만의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역할 범위만으로도 디자이너는 이미 위기였으나, 이제는 AI 도구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그 위기의 가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을 많은 디자이너가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AI 도구의 빠른 고도화로 인해 각 직군 간의 경계는 이미 상당 부분 허물어진 상황이며 앞으로도 더욱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심미적 표현이 가지는 한계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은 심미성보다는 사용성을, 나아가 사용성보다는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유용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역할 확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AI 기술의 발달은 반대로 디자이너들에게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쉽게 따라잡기 어려웠던 기술적 역량의 간극을 AI가 효과적으로 메워주면서 디자인 생산성을 높이고, 여유 시간을 확보해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거나 기획 업무까지도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AI를 활용한 역할 확장 방법


리서치 및 분석 과정에서 AI 활용

AI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을 주의해야 합니다. 오픈AI(OpenAI)는 할루시네이션 비율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논문 및 사용자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약 5~10%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모델과 질의 수준에 따라 할루시네이션 비율을 낮출 수 있으므로, 저는 평소 기본 지침과 리서치용 지침을 설정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본 지침 예시] 

✔️ 사용자 프롬프트에 따른 명확한 사고 단계 설정 
예시) 가능하면 다음의 단계로 사고 과정을 진행하세요: 『사전 설정(Optional) → ① 요청 파악 → ② 지식·근거 확보 → ③ 계획 수립 → ④ 콘텐츠 생성 → ⑤ 품질 검수 및 출력』 단, 최종적으로 사용자에게는 정리된 결과만을 제공하세요. 
✔️ 추가 유의사항 설정 
✔️ 답변 난이도, 출처 표시 등의 기본 설정 명시 

[리서치용 지침 예시] 

✔️ 리서치 핵심 원칙 설정. '거짓 정보를 생성하지 마세요.' '정확한 출처와 데이터, 통계가 있는 경우에만 정보를 제공하세요.' 등 
✔️ 다국어 리서치 추가 지침 설정. '리서치 시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자료를 고르게 탐색해 주세요.' '주제에 대해 다국어 리서치를 수행해 주세요.' 등

기획 단계에서 AI 활용

저는 기획 단계에서 주로 아이데이션과 초기 방향성 탐색을 목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방향과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를 명확히 전달하면, 제가 설정한 지침 덕분에 AI는 목표, 활용 가능한 리소스, 제가 기대하는 결과를 잘 정리해 다양한 제안을 해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비스 콘셉트와 기능, 활용 포인트 등 여러 아이데이션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AI는 단순 검색처럼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작업을 함께 하는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이를 기반으로 더 깊은 고민을 요청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제안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대화를 통해 맥락이 축적될수록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AI에게 ‘개인 맞춤형 투자 리포트’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하도록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서비스만의 특별한 기능과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혜택을 더 깊이 고민해 달라고 했더니, 서비스만의 차별화된 기능은 물론, 부가적인 UX 요소와 서비스 확장 가능성, 심지어 데이터 연동 구조와 보완이 필요한 부분까지도 상세히 제안해 줬습니다. 이처럼 서비스 아이디어를 AI와 함께 반복적으로 깊게 파고들며 아이데이션을 진행하면 별도의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구조 구현 단계에서 AI 활용

서비스 구조를 구현 설계할 때, 우리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다루게 됩니다. 자체 데이터베이스(DB) 데이터를 사용할 수도 있고, 제휴 데이터나 오픈 API 등을 연동해 활용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형태로 전달해야 사용자가 이를 유의미하고 가치 있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는 것인데요. 이때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반드시 복잡하거나 어려운 작업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역할을 AI, 더 정확히는 LLM에게 맡긴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AI에게 제공하고 "이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바꿔줘."라고 요청하거나,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명확한 작업 방식을 지시하는 방법을 흔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합니다. 이는 시스템에 프롬프트를 추가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정과 테스트를 반복하며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한동안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재미있는 AI 활용 사례가 있습니다. ChatGPT를 활용해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며 내 말에 공감하고 심지어 직장 상사 욕까지 함께 해주는 캐릭터’를 만드는 사례인데요. 위 이미지에서 보듯 캐릭터 성격과 행동 방식을 정의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 프롬프트 작성 과정이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하는 것이 AI(LLM)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일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개발 단계에서 AI 활용

연말을 맞아 네이버페이에서는 고객의 포인트 총 적립 내역을 AI를 활용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작했습니다. 전체 제작 기간은 불과 2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미지 테스트는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했고, 템플릿 테스트는 피그마 AI, 타이틀과 설명 문구 작성에는 ChatGPT를 이용했습니다. 


이외에도 UX 라이팅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금융 용어를 쉽게 풀어쓰는 표기법이나 상황별 라이팅 원칙 등 다양한 UX 라이팅 가이드를 디자이너들에게 제공했지만, 디자이너 개개인의 이해도가 다르고 매번 가이드를 확인하며 작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가이드 문서를 LLM에 학습시켜 디자이너가 간단히 초안을 입력하면 내부 UX 라이팅 원칙에 기반한 적절한 문구를 LLM이 즉각 제안하도록 세팅해 활용 중입니다.

사용성 테스트에서 AI 활용

AI에게 사용자 역할을 부여해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1) 우선 테스트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2) 질문과 예상 답변 예시를 입력한 뒤, 3) '휴리스틱(heuristic) 원칙'을 기준으로 인사이트와 피드백을 받도록 설정하고, 4) 이를 바탕으로 최종 분석을 도출하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5) 다양한 페르소나(persona)를 추가로 설정한 후 분석이 필요한 서비스 화면을 입력하면, 각 페르소나의 예측된 반응과 휴리스틱 원칙에 근거한 인사이트와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 모집에 여유가 없거나, 본인이 만든 화면에 대한 사용자 피드백을 보다 간편하게 받고 싶다면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능입니다.

배포/분석 단계에서 AI 활용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데이터 추출 및 취합하고 2) 분석하기 쉽게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3) 탐색적 데이터 분석(일변량 EDA, 다변량 EDA 등)을 통해 1차 분석 후 4)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기 위한 심층 분석까지의 모든 여정이 AI를 통해 가능한 상황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SQL 지식은 여전히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마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이 쉬워졌다고 해서 데이터가 가진 서비스적 의미를 모두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이 데이터의 서비스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 문해력(Data Literacy)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업의 자세


AI와 인간은 시간의 흐름 자체가 다르며, 앞으로 그 능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학자 커즈와일(Kurzweil)은 거의 모든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2045년에 올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거의 모든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그 시기가 오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혼돈의 시대가 두려웠지만, 얼마 전 철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강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듣고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그 강연에서는 지적 역량만 필요한 기술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감정적 기술을 균형 있게 투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실 우리의 뇌는 사실 원시인의 뇌와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사람이 사고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 또한 오랜 세월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 역시 변화가 극심할수록 오히려 변하지 않는 본질, 즉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높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트렌드는 늘 변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과 생활 방식 또한 끊임없이 달라지겠지만, 사고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람의 근본적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며, 이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와 도구에 맞춰 적절히 적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며, 그 이해가 있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수용하고 자신의 삶과 일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최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AI가 디자이너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계를 확장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가 카멜레온처럼 변화에 잘 적응해 업의 현장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더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모쪼록 여러분 모두 카멜레온처럼 잘 적응해 업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정리 박효린 원티드랩 콘텐츠 사업 개발, 전상호 네이버페이 페이앱 설계 리더
참고 이미지 전상호 네이버페이 페이앱 설계 리더
촬영 사진 원티드랩 영상 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