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채용 시장에서 UX 디자이너로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ㅣ박종민 디자인 나침반 대표

회사에서, 채용 시장에서 UX 디자이너로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ㅣ박종민 디자인 나침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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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티클은 25년 8월 6일 열렸던 ‘UX 디자이너 밋업’에서 박종민(디자인 나침반 대표) 연사와 나눈 Q&A를 정리한 아티클입니다.


[아티클 핵심 요약]

직무명 변화나 기술 발전에도 UX 디자이너의 핵심은 고객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이는 변하지 않는다.

빠른 성장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짧은 주기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업무 영역을 확장하며 AI 같은 기술은 도구로 익히되 가치 제공에 집중해야 한다.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이너는 작은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압도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이를 데이터와 사례로 증명해 조직 내외부를 설득한다.





Q. 빅테크 쪽에서 UX 디자인 직무명을 없애는 추세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디자이너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요? 또 디자이너는 어떤 태도로 일해야 할까요?

A. ‘UX 디자이너’ 직무명을 없앤 글로벌 쇼핑몰 제작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처럼 직무명이 바뀔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본질적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디자이너는 ‘무언가 만들어 상대를 만족시키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해왔고 앞으로 만드는 대상이 바뀔뿐 그 역할은 계속될 거예요. 고객 문제에 깊이 공감하며 고객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또한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스타트업 주니어 디자이너(입사 6개월)입니다. 라이팅·데이터·리서치·디자인 모두 배우고 싶지만 우선순위를 못 정하겠어요.
A. 우선순위를 세워 가장 유리한 것을 미리 공부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 낫습니다. 하나의 분야에 경지에 이르면 다른 영역에 관한 정보나 기술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몰입하는 분야는 자신이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하는 생산적인 활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연마하는 편이 초년생 시기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Q. 회사마다 UX 디자이너의 업무 범위가 다른데, 그럼에도 관통하는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A. PM, PO는 거시적인 제품 전략과 개발 일정을, 개발자는 실제 구현을 책임진다면,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그 순간’을 가장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손의 움직임, 형식, 맥락 등 사용의 순간을 구체화 해서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만의 핵심 가치입니다. 직무명이 바뀌어도 이 역할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SI 회사에서 데이터나 사용자 피드백 없이 빠르게 UI만 반복적으로 그리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4년 차 디자이너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조언이 궁금합니다.

A. 우선 현재 환경 속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고, 만약 해당 시도조차 반복적으로 방해받는다면 이직을 고려해야 합니다. 

  1. 기존 업무의 앞뒤 영역과 성과의 기여 범위를 조금씩 확장해 보세요.
  2. 업무 영역과 기여 범위를 확장한 이후 작은 성공들을 쌓아 내부에서 신뢰를 얻으면 더 큰 기회를 얻게 됩니다.
  3. 클라이언트 접점이 늘어날수록 클라이언트의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커리어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Q. 실제로 업무에서 쓰고 계신 UX 디자인 방법은 어떤 것이고, 업무를 할 때 어떻게 가설을 세우고 솔루션을 풀어나가시는지, 그리고 효율적인 업무 속도를 위해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A. 방법론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항상 지키는 원칙은 ‘짧고 자주’입니다. 제가 일할 때는 모든 작업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 실행과 결과를 내는 걸 기준으로 합니다. 규모가 큰 과제는 일주일 단위로 나누고, 각 주차마다 실행 가능한 범위를 설계합니다. 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 횟수(혹은 성과)를 10배로 늘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작업량을 10배로 늘리는, 혹은 일주일 내 특정 전환율을 10배 증가시키는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실패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도 따져봅니다.

UX 디자이너 밋업 현장 이미지


Q. 지금 회사에서 더 배울 게 없다고 느낄 때 어떻게 하시나요?

A. ‘배울 게 없다’는 느낌은 보통 내가 그 분야에서 충분히 숙련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이때는 이직을 바로 생각하기보다 리더로서 더 큰 가치를 조직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 도전해 보세요. 신뢰가 쌓인 동료들과 익숙한 업무를 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거예요. 실패해도 도전 자체가 값진 경험이 될 테니까요. 단, 조직이 도전을 아예 못하게 막는다면 그때 이직을 고려하면 됩니다.


Q. AI 시대에 디자이너로서 살아남을 방법이 궁금합니다. 

A. 디자이너의 핵심 역할인 ‘고객 중심의 사고’는 변하지 않습니다. 모바일, 웹, AI 등 매개체가 바뀌어도 결국 사람에게 가치를 주는 서비스(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AI는 자동화와 확장을 가능하게 하지만, 경험을 설계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일이죠. 기술을 도구로 익히되 어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인 나침반을 운영하시게 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 고려하셨던 수익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오랫동안 인하우스에서 일하며 디자인의 가치를 전파했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업계에서 고객 경험을 혁신한 뛰어난 디자인이 회사나 시장의 규모 때문에 주목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자주 보았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디자인 나침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수익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를 갖추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을 빠르게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죠. 다행히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본 디자인에 관한 프리미엄 콘텐츠가 성공했고 현재는 이를 바탕으로 오직 디자인 나침반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정량적인 데이터는 수치화 된 지표로 바로 비교하거나 추적이 가능한 반면, 정성적인 피드백은 디자인 팀 내에서도 해석의 기준이 다양하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실무에서 이런 정성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신뢰하거나, 어떤 방식으로 설계에 녹여내는지 실제 사례 혹은 기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A. 정성 데이터는 가장 극단에 있는 평가를 중심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질적인 면은 숫자로 검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회사가 수집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극단적인 평가에 집중했습니다. 좋은 평가는 “편해요.” “좋아요.” 수준이 아니라 “왜 이제 나왔냐”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최고로 끝내준다” 정도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사용자로부터 이 정도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내가 디자인한 결과물을 봤을 때 기존보다 10배 좋다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동료들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줘야 합니다. 다만 10배 좋다는 느낌을 설득하기 어려울 때는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네비게이션 아이콘과 같이 사소할 수 있는 영역을 개선할 때 현존하는 유명 서비스 200개의 아이콘을 연구하고 분석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고객을 위한 최고의 경험을 만들고자 동료를 설득하면서 나 자신도 설득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고객 경험이 좋아지는가.’입니다. 개인 만족이나 포트폴리오용 작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백만 명의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가'가 해석과 설계 반영의 기준이었습니다.


Q. UX가 다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선 중요하게 챙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UX의 중요성을 회사 임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고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가장 기본은 ‘UX 덕분에 성공한 사례’를 내부에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성과를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외부 평가나 미디어 사례도 적극적으로 전파했습니다. 또 주요 의사결정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내부 사례가 부족하면 외부 사례를 모아 전달했습니다. C레벨들과 협업 시에는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네트워크나 모임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하려고 노력했고, 다른 회사의 성공 사례도 자주 언급했습니다.


Q. 거시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5년 후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는 UX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마인드와 어떠한 태도로, 어떤 것에 집중하며, 어떤 역량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아가야 할까요?

A. 5년 후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변하지 않는 건 ‘고객 중심’입니다. 고객 만족이야말로 시장에서 돈과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비즈니스 임팩트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10년 뒤에도 가치가 수십 배 오르는 수준입니다. 기능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디자인은 사용자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작은 개선도 필요하지만, 고객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AI, 로봇, AR, 우주 산업 등 기술이 변해도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Q. 경력직 UX 디자이너에게 상사(회사)가 기대하는 능력이 있을까요?

A. 경력직을 뽑는 이유는 경험을 기반으로 원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니어라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조직 문제를 발견해 해결 방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디자인 속도 저하나 부서 간 갈등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경력직, 특히 시니어 UX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핵심 역량입니다.



정리 박효린 원티드랩 콘텐츠 사업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