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AI 시대. 질문하면 몇 초 만에 답변을 주는 AI는 이제 우리 삶에 깊게 들어와버렸지만, 사람의 손길을 전혀 거치지 않고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을 수는 없다. 기술 역시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한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사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는 사람을 대하는 일, 그게 HR이라고 생각한 그는 ‘사람’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그런 그가 주니어 HR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까
Q. HR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경영학과를 전공하며 기업 경영 및 운영과 관련된 전공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고, 기업에 존재하는 여러 직무의 역할과 목적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어요. 재무, 경영 전략,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영역을 배우며 깨달은 건 모든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그래서 모든 일의 근본이 되는 ‘사람’과 밀접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HR이 바로 제가 찾는 직무라고 생각했어요.
Q. 처음 HRer이 되었을 때가 궁금합니다. 업무는 잘 맞으셨는지, 힘든 부분은 없으셨는지 알고 싶어요.
A. HRer라서 힘들었다기보다는 사회 초년생으로 낯선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과 배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어요. 한번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수가 메일로 업무 파일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파일명을 ‘ㅇㅇㅇ’으로 작성해 전달한 적이 있어요(웃음). 지금이야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아찔했던 기억이 나요. 업무 외에도 회식 자리 예절이나 동료와의 관계 유지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처음 겪는 일들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고요.
HR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해보는 직무기 때문에 현업 이해도가 부족했고, 산업과 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어요. 예를 들어, 첫 직장이었던 기아는 완성차 제조 및 판매 기업이기 때문에 생산, 구매, 판매, AS, 마케팅, 재무 등 정말 다양한 직무가 상호작용해야 하는 조직인데요. HR 직무를 문제없이 수행하려면 특정 직무의 역할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거나, 여러 영역의 업무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알아야만 했어요. 물론, 퇴사 전까지 모든 영역의 업무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최대한 많은 걸 알기 위해 많이 공부했었죠.
Q. 10년간 근무하시던 기아를 그만두고 카카오픽코마로 오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아는 국내에서만 3만 명 이상의 구성원이 근무하고, 글로벌 조직까지 합하면 5만 명 정도가 일하는 거대 조직이에요. 당연히 HR 조직에도 많은 구성원이 모여 있었고, 각 HR 담당자는 세부적으로 나뉜, 분절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며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싶었는데 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 동기부여가 크지 않았어요. 특히 기획한 HR 제도가 의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걸 종종 보며 아쉬움을 크게 느꼈고요.
게다가 성숙기에 접어든 대기업이기 때문에 인사 제도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공고히 다져진 제도의 틀을 개인이 수정하거나 변화시키기에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음 회사로 나의 HR 비전과 전략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고, 완결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던 중 카카오픽코마가 그런 회사라고 생각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공정한 평가와 합리적인 보상을 설계하는 팁
Q. 이번 <하이파이브 2025>에서 평가와 보상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실 예정이에요. 이 주제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A. 회사라는 조직이 생긴 이래로 회사에 다니는 모든 구성원은 승진과 보상이라는 두 가지 동기를 가지며 일해왔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많은 구성원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승진보다 단기적인 피드백인 보상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기에 즉각적인 보상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고요. HR 관점에서 보면, 공정한 평가와 합리적인 보상은 구성원의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인이자 구성원 만족도를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강한 동기 요인이기도 해요. 이런 흐름 속에서 구성원 개인의 가장 큰 동기 요인인 보상과, 보상을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도구인 평가를 다뤄보고 싶었어요.
Q. 이번 강연에서 어떤 내용을 공유하실 예정이신가요? 또, 어떤 분들이 들으면 특히 더 좋을지도 궁금해요.
A. HR에서 수년 전부터 ‘직원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제언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어, 어떻게 활용해 결과를 내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다룬 아티클이나 강연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이번 강연에서는 직원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와 보상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Q. 평가와 보상 제도의 경우 구성원의 가치관이 각기 다른 만큼 모두를 만족시키기 매우 어려운 부분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누구는 인센티브와 연봉과 같은 금전적인 부분을 큰 보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누구는 인정이나 복지 등 비금전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요. 신성 님께서는 이 두 부분의 밸런스를 어떻게 고려하시며 설계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다른 인사 제도도 마찬가지겠지만, 평가와 보상 역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어요. 그러나 최대한 많은 구성원의 만족을 위해 개인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 설계하고 있어요. 첫째, 평가와 보상 제도가 회사의 비전, HR의 미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가. 둘째, 설계된 제도가 우리가 정의한 핵심 인재의 영입과 리텐션, 동기부여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셋째, 해당 제도를 실제 운영했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는가. 이 세 가지를 기준점으로 잡고 있어요.
Q. 같은 HRer이라도 기업의 형태와 산업의 종류에 따라 업무 우선순위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요. 신성 님께서 느끼셨을 때 플랫폼 기업 혹은 콘텐츠 기업이기 때문에 달랐던, 혹은 더 중요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답변을 드리기 전에 먼저 카카오픽코마라는 기업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게요. 저는 카카오픽코마를 차별화된 콘텐츠 공급을 소구 포인트로 하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콘텐츠 관련 조직은 존재하지만, 조직의 성격은 플랫폼 기업에 가까워야 한다고 믿죠. 특히 플랫폼 산업의 경쟁사들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핵심 인재 영입과 리텐션이 조직의 성패를 직접적으로 좌우할 수도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간 플랫폼 산업에서 일하는 인재들을 관찰해 보니 공통적인 특징을 몇 가지 발견하기도 했어요. 그들은 인사 제도는 물론이고, 조직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요. 그리고 직원보다 주주를 희망하죠. 또한, 회사의 운영이나 정책이 본인의 기대에 부합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기대와 다를 경우 언제든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해요. 저는 이 세 가지 특징을 토대로 HR 제도와 운영 방식을 고려해 나가요.
Q. 하이파이브 첫 날인 HR day에 참여하실 분들은 HRer로서의 성장에 진심인 분들일 것 같은데요. 성장하는 HRer가 되려면 평소에 어떤 역량을 키워나가면 좋을까요?
크게 두 가지를 제안 드리고 싶어요. 먼저 나만의 전문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세요. 영역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어요. 조직문화일 수도, HRBP로서의 감각과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나가는 걸 수도, 노동법 혹은 HR 제도 설계일 수도 있겠죠. 다만, 본인 전문 분야의 일이 생겼을 때 구성원들이 본인을 먼저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그 역량을 끌어올리면 좋겠어요. 전문성을 높여두면 본인의 커리어 방향성을 스스로 그려나가기 유리하고, 내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른 영역까지 전문성을 확장해 나갈 수 있거든요.
그다음 나만의 HR 철학을 세워보세요. HRer로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이때 나만의 관점과 철학이 없다면 그저 상황을 넘어가기 위한 임기응변이나 주변 사람의 의견에 휘둘린 의사결정을 내리기 쉬워요. 이러한 대처가 잦아지면, 조직 구성원들은 HR의 결정과 방향성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신뢰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어려운 문제도 즐겁게 풀어내는 나만의 마음가짐
Q. 이직을 할 때 연봉과 같은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함께 일할 동료와 회사의 조직문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성 님께서는 회사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시나요?
A. 저는 시니어기 때문에 이직할 회사를 찾을 때 인사 제도와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포지션을 찾아야 해요. 그렇기에 회사(조직)와 경영진이 가진 인사적 방향성과 내가 가진 인사 철학이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저의 인사 철학과 회사의 방향성이 상반될 경우, 업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과 번뇌를 하게 되거든요(웃음).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업무 성과가 떨어지기도 하고요.
Q. 반대로 시니어가 아닌 주니어라면, 이직 시 어떤 부분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A. 주니어라면 아직 본인의 인사 철학이 정립된 시기는 아닐 거예요. 그러니 저처럼 회사의 인사 지향점과 나의 인사 철학이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본인이 정한 영역의 전문성을 채워나가기 위한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라요. 회사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으며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 내가 목표하는 커리어 목표에 도움 되는 업무인지, 이직하려는 회사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곳인지 고려해 보세요.
일하다 보면 가끔 업무적으로 혹은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아쉬움과 실망감으로 이직을 결정하는 분들을 봐요. 이해는 되지만, 여러분은 절대 감정적으로 이직을 결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직은 커리어를 넘어 내 삶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결정인 만큼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해요. 이직할 회사가 커리어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넥스트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은지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하시라고 꼭 당부드리고 싶어요.
Q. 회사에서 좀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한 신성 님만의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 이걸 난관이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게임 속 퀘스트라고 생각해요. 퀘스트를 하나씩 도전해나가며 레벨을 높이는 게임 캐릭터처럼 업무를 하나씩 돌파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스킬을 장착할 수 있고, 한 단계 높은 업무를 해내면 레벨 업 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그럼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조금은 더 즐겁고 도전해 보고 싶은 재미로 다가올 수 있어요.

Q. 어려운 업무를 퀘스트를 깨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즐겁게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리더는 퀘스트를 깬 팀원에게 어떤 보상을 주면 좋을까요?A. 이 글을 읽고 계신 리더(조직장)분들이 계시다면 팀원들의 성과에 자주 피드백을 해 주세요. 게임 퀘스트를 하나씩 깰 때마다 매력적인 리워드(보상)나 레벨 업이 즉시 부여되는 것처럼, 팀원들이 과제를 잘 수행했을 때마다 명확한 피드백을 바로 준다면 분명 더 즐겁고 높은 동기부여를 가지며 일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한 일이 조직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며 도움 되고 있는지 알면 더 열심히 조직과 나의 성장을 위해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Q. 저는 학창 시절 만화책을 무척 즐겨 읽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호러 만화로 유명한 이토 준지의 <토미에> 시리즈를 자주 빌려 봤던 기억이 나요. 성인이 된 지금은 자기 전 웹툰이나 유튜브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하죠. 식상한 질문일 수 있지만, 신성 님도 평소 콘텐츠를 즐겨 보시는 편인가요? 요즘 즐겨 보시는 콘텐츠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A. 그럼요! 콘텐츠 바다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데요. 카카오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웹툰이나 망가, 웹 소설 콘텐츠는 물론이고 OTT나 유튜브 영상도 즐겨 보고 있어요. 특히 몇 년 전부터 출근 전 운동을 꼭 하고 있는데, 운동하면서 유튜브로 삼프로TV나 언더스탠딩 같은 경제 방송을 틀어 놔요. 스태프(staff)
조직원으로 일하다 보면 회사 내부의 이슈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제나 사회의 흐름도 놓치지 않기 위한 저만의 노력이에요. 글
김한나 원티드랩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발행일 2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