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잡는 HR의 태도ㅣ송석호 네이버 Lead of Talent Acquisition

가파른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잡는 HR의 태도ㅣ송석호 네이버 Lead of Talent Acqui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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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호 네이버 Lead of Talent Acqui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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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경력을 쌓아온 과정은 동일한 크기의 벽돌이 아닌 여러 모양의 돌을 쌓아 올리는 것에 더 가깝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면 또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는 그는 두려운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의미를 찾아낸다. 예상할 수 없는 변화의 파도에 흔들릴 때마다 나침반이 되어준 ‘일관적이지만, 유연하게’라는 다짐. 변화에 순응이 아닌 적응하는 HR의 태도는 무엇일까. 







채용이란 타인의 삶에 깊게 관여하는 일


Q. 석호 님은 네이버에서 HR 전문가로서 오랜 시간 커리어를 다져오셨는데요. 다른 직무가 아닌 HR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처음부터 인사 담당자를 희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객 접점에서 일하는 서비스 기획 직무에 관심이 있었어요. 게다가 취업 준비를 할 때는 미디어에 나오는 인사 담당자의 모습을 보며 실제 업무 역시 직원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각종 회식에 참여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의사소통 능력을 발휘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역할이 업무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외향적인 성향은 아니라서 잘 맞지 않겠다고 느꼈고요. 

그러다 네이버가 NHN이던 시절, NHN 신입 공채를 보며 지원을 망설이던 중 문득 군 복무 시절 직속상관이 저에게 ‘너는 인사와 잘 맞을 것 같아.’라고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군대라는 특수 집단에서는 병사들의 마음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후임들과 주기적으로 면담 시간을 가지며 그들의 고충을 듣고 도움을 주었거든요. 자기소개서에 이 에피소드를 HR과 연결시켜 작성했더니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어 인사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었지만 ‘언젠가 서비스 기획으로 직무 전환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라며 막연한 기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Q. 저는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가 클 때 크게 실망했던 경험이 있는데요(웃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인사 업무와 실제 인사 업무가 어느 정도 비슷했는지 궁금해져요. 

A. 예상하셨겠지만 굉장히 달랐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많아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놀랐어요. 그런데 이 지점이 서비스 기획을 희망했던 저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인사도 결국 직원이라는 고객을 위해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라고 느꼈거든요. 


Q. HR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해 급여, 성과 보상, 조직문화, 리더십 지원 등 HR 전반을 경험해 오셨어요. 같은 HR이지만 엄연히 다른 업무인 만큼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일이 명확히 있을 것 같아요. 석호 님은 어떤 일을 하실 때 가장 즐거우셨나요?

A. 주니어 때는 일을 배우기에 바빠서 특정 업무를 처음 맡을 때면 즐거움보다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이런 제 마음을 모르시는 건지 네이버에 입사한 이래로 길면 2년, 짧으면 1년마다 업무가 순환되었어요(웃음). 적응할 때가 되면 바뀌고 적응할 때가 되면 또 바뀌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여러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기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즐거운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채용인데, 채용은 인사 영역 안에서도 성격이 사뭇 다릅니다. 인사는 대부분 직원을 위해 일하지만 채용은 회사 밖 후보자를 대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서비스 기획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서비스의 매력을 높여 신규 유저의 가입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채용 역시 구직자를 채용 전형에 지원하게 만들고 최종 합격시켜야 하기 때문에 마치 앱 서비스의 기획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양질의 후보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세일즈나 브랜딩 같은 다방면의 전략도 펼치는데, 재미있을 수밖에요. (자주 이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보통 채용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한두 번, 많아도 몇 번이지만 그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큰 이벤트인데, 그런 중대한 결정에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가 귀중한 경험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매번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Q. 1~2년마다 맡은 부문과 역할이 달라지는 과정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석호 님은 이런 변화의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A. 어떤 역할을 부여받을 때 ‘이걸 내가 왜 해야 하지?’라며 불만을 갖기보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건데, 일단 잘 해내면 의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해봅니다. 당연히 안 해본 일이기에 두려움이 크지만, 걱정하고 있기보다 시작부터 해요. 혹여나 안 맞는다면 그때 포기해도 늦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 주니어 때는 여러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커리어 방향성이 흐트러질까 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들에게 받은 조언과 긴 시간 HRer로 일하며 찾게 된 답은 직무와 상관없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사뭇 다른 것 같은 조각조각의 경험이 한데 모여서 더 좋은 판단과 더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부 영향을 크게 받는 인사의 특성상 다양한 일을 겪어본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닙니다. 저만해도 주니어 때 급여 일을 하면서 발령, 근태, 세법과 같은 인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공부해야만 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자산이 되어 주고 있거든요. 


일관적으로, 하지만 유연하게 


Q. 17년간 한 기업에 다니시며 회사의 성장을 지켜봐 오셨을 텐데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 다니는 HRer은 변화를 따라잡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A. 직무와 상관없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필수입니다. 다만,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책이나 논문 같은 이론적인 부분의 학습을 선택할 수도 있고, 실무 전반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학습 방법에 앞서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정적인 사고로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열린 사고로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태도입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역할, 트렌드, 시장 상황 등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면서 기존의 해결법에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의 조언에 경청하며 해결책을 찾아보는 과정을 경험해 보세요. 그러나 유연하게 의견을 받아들이되 큰 틀에서는 일관성을 놓치지 마세요. 인사 담당자가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면서 기존의 제도를 반복적으로 수정한다면 직원들의 혼란 또는 업무상의 비효율을 만들 수도 있어요.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의 일관성(통일성)을 갖춘 뒤 그 안에서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 보시길 바랍니다. 


Q. 인사 담당자로서 상위 리더 혹은 전사 전략에 공감하지 않은 상태로 구성원을 설득시켜야 하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럴 땐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업무에 임하면 좋을까요?

A. 가끔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의 의견이 반영될 때가 있을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본질이 퇴색되며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그럴 때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로 돌아가 보는 연습을 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지요.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문제가 쉽게 풀리기도 합니다. 


Q. 이제 챗GPT 같은 인공지능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후보자 역시 AI 툴을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분이 많을 것 같고요.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후보자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자기소개서가 맞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전보다 더 어려워졌을 것 같은데, 석호 님은 어떤 방식으로 후보자의 역량을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후보자에게 질문하면 10명 중 8명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AI 툴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변합니다. 그러나 AI 툴은 정답을 찾아가는 단서를 제공할 뿐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기소개서든 챌린지 전형(직군 멘토와 함께 실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네이버의 실무 전형)이든 결국 정답을 찾는 건 후보자 본인이에요. 예를 들어, 챌린지 전형의 경우 AI 툴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지만, 어떤 방법을 선택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전적으로 후보자에게 달려있습니다. 게다가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의 주관과 가치관은 드러날 수밖에 없을 테고요. 


Q. 인사 담당자가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이 궁금해요. 석호 님은 어떤 순간에 ‘이 사람 우리 회사랑 정말 잘 맞겠는데?’란 생각이 드시나요?

A. 항상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직원 성과 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건 과거의 성과라는 명확한 결과를 토대로 판단하는 일이기에 채용보다는 수월합니다. 그러나 채용은 제한된 시간 안에 후보자의 잠재력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히 면접관마다 중요하게 보는 정성적인 가치가 다른 경우도 있기에 사전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때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후보자의 기업문화 적합도 결과(인성검사)나 내부 핵심 인재들의 공통된 특징을 데이터로 확인하며 기준을 세우는 데 참고합니다. 가이드라인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채용된 후보자들을 추적해 보니 입사 후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현재는 보다 객관화된 정보로 다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자라고 해서 ‘무조건 안 돼.’라거나 반대로 적합하다고 해서 ‘반드시 뽑아.’라며 절대적으로 따르지는 않습니다. 확률을 높여가는 차원에서 보는 일종의 참고 자료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후보자의 진정성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


Q. 서류와 면접 준비는 항상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인데요. 수많은 이력서 사이에서 인사 담당자를 사로잡는 법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이런 이력서가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정말 그런 이력서들만 들어오더라고요(웃음).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네요. 저의 경우 화려한 스펙이나 대단한 경험이 담긴 서류보다 본인에게 영향을 준 특별한 경험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가 잘 적힌 서류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같은 일을 겪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 경험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이 시작되는 반면, 누군가는 그저 과거에 불과할 수 있어요. 어떤 걸 경험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소한 경험일지라도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된 사건이라면 그 어떤 경험보다 값어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어요. 


Q. 채용할 때 IT 기업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보다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아요. 석호 님은 후보자의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보시는지 궁금해요. 

A. 저는 채용할 때 후보자의 열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챌린지 전형을 기획한 이유도 후보자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진심으로 우리 서비스를 키워갈 마음이 있는지 보기 위함이었어요. 단순히 좋은 기업, 높은 연봉, 만족스러운 복지를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 이 일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을 찾고 싶었거든요. 저는 네이버 입사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네이버에 있는 이 서비스를 담당해서 이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후보자를 선호합니다. 사용자를 넘어 서비스의 부족한 부분, 혹은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을 고민한 뒤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 본 후보자는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추가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서류 제출 전 오타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 보세요. 저는 작은 실수조차 없는 완벽한 서류를 볼 때 회사를 향한 후보자의 진정성을 더 느끼게 되더라고요. 


Q.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결국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나와 잘 맞는 회사를 찾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입사하기 전 나랑 잘 맞는 회사를 미리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 가고 싶은 회사의 이력을 살펴보면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년간 내실을 다져온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건 쉽지 않기에 목표한 기업의 가치관과 철학 등을 확인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비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회사만을 목표로 집요하게 준비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기 전에 나 역시 이 회사가 필요한가를 확인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켜온 원칙과 철학, 기업의 문화와 미션을 보면서 내 가치관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반드시 가져보시길 권유합니다. 


Q. 곧 있을 <하이파이브 2025>에서 채용을 주제로 발표를 앞두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강연을 기다리고 있을 분들을 위해 강연 내용을 살짝 소개해 주시면 좋겠어요. 

A. 이번 강연에서는 채용 과정에서 생긴 여러 고민과 해결 방법, 배우게 된 인사이트 등을 다른 HRer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사실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연단에 서 누군가에게 강연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HR 업무를 잘 해내기 위해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올리며 노력해왔다고는 말할 수 있어요. 매일 조금씩 쌓여간 애씀이 모여 현재의 경력이 되었고, 제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나눠줄 수 있는 노하우도 조금 생겼습니다. <하이파이브 2025>에서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팁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김한나 원티드랩 콘텐츠 사업 개발
사진 차진영 PD



발행일 2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