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짙었던 세무 시장. 금융 전반의 사용자 경험을 혁신해온 토스는 이제, 그 끝 지점에 있는 세무라는 필수 영역까지 확장하며 새로운 챕터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4년, 박일용 대표는 세 번째 창업이었던 ‘택사스소프트’를 토스에 합병시키며 ‘토스인컴’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여정을 시작했다. 토스인컴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과 단단한 자신감을 강하게 느꼈던 그와의 문답. 토스답고 또 더 나아가 토스인컴답게 일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그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토스인컴이 기술로
다시 써 내려가는 세무
Q. ‘세무’는 막연하고도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잖아요.
그동안 세무 영역이 디지털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로 세무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 전산화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 데다가 그동안 국세청 주도로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세무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크게 ‘돈을 번 것(수입의 발생)’과 ‘돈을 쓴 것(공제가 가능한 지출)’ 두 가지인데요.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도 대부분의 지출 내역이 나오지만 아직도 의료비나 교육비, 기부금, 월세 등 일부 지출은 전산화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세무 서비스를 설계할 땐, 이런 제약까지 고려해 누락 없이 정확한 정산이 되도록 해야 하죠. 최근엔 국세청이 전산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그 덕에 민간 기업들도 지금은 일부 제약 조건들을 잘 고려해 디지털화된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세무 서비스 시장이 인력 중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세무사·회계사 중심의 산업 구조 속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영업이 이뤄졌고, 기술 수용 속도 역시 느린 편이었어요. 이러한 시장 구조 자체가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이 되어왔죠.
Q. 그렇게 세무와 기술이 조합한 일명 ‘택스테크’라는 분야가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아마 토스인컴의 성장이 두드러졌기 때문일 거 같아요. 이 분야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세금은 모든 국민이 매년 겪어야 하는 문제잖아요. 그동안은 ‘귀찮고 어렵고 무서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기술을 통해서 쉽고, 자동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뀌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국민 생활의 질을 바꾸는 서비스 혁신이라는 거예요. 국민의 필수 생활 영역을 바꾸는 회사는 상상 이상으로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어요. 또 세무는 원래 데이터에 기반한 산업이었지만 워낙 파편화되고 비구조화되어 있어서 활용도가 낮았죠. 그런데 세금 환급 서비스의 데이터 수집, 통합, 정제를 거치고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한 뒤 신고까지 이어지는 풀스택 서비스로서 데이터를 가치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은 거예요. 그 결과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업이 된 거죠. 가까운 미래에 AI와 LLM을 결합한다면 사람이 하던 세무 상담의 일부를 기술이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단계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국세청과 세무사회가 공공 세무 앱을 내놓고 있어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국세청의 '원클릭 환급' 서비스는 사실상 기존의 ‘모두채움 서비스’를 기한 후 신고로까지 확장한 버전에 가까워요. 이미 2021년에 그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로도 토스인컴을 비롯한 민간 환급 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요. 다시 말해 국세청의 공공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더 쉽고, 더 정확하고, 더 높은 혜택을 기대하는 민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 충분히 존재한다는 거죠.
세무사회가 새로 내놓은 ‘국민의 세무사’ 앱은 본질적으로 세무사를 연결해 주는 매칭 플랫폼인데요. 즉, 고객의 세금 문제를 기술 기반으로 자동화하거나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세무사)을 연결해 주는 전통적 방식을 디지털화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에 토스인컴은 기술 기반으로 세무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도와주고 최적화해주는 모델이라 대체재라고 하기엔 서비스 본질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도전의 무게를 기회로 바꾸다
Q. 기존의 ‘택사스소프트’가 토스에 합병되어 토스인컴으로 새 출발하기까지 무수한 고민이 있으셨겠죠. 동시에 토스의 계열사로 출범하며 제일 기대된 지점은 어떤 부분일까요.
택사스소프트(Tax As a Soft) 시절부터 소득/세금 정보를 가공해 핀테크 업체들에게 제공하면 큰 가치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세무 도메인 지식부터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데 주력했어요. 그리고 알고리즘으로 환급액을 찾도록 도와드리는 ‘세이브잇’ 서비스를 만들어 냈죠.
다만, 작은 스타트업에서 전 국민에게 서비스를 알리고 사용하게 만드는 데까지는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그러던 중 토스의 인수 제안을 받아 토스의 계열사가 되었네요. 이제 이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특히 토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대된달까요.
Q. 지난해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통해 토스인컴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킨 것 같아요.
단순히 종합소득세 환급을 돕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소득과 세금 전반을 ‘미리 관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시장에 제시한 서비스였어요. 내부적으로도 토스인컴이 이 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세금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소득과 소비의 흐름까지 관리해 줄 수 있다’는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하지만 한계도 있었죠. 소득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었다는 거예요. 대부분 소득 정보는 고객 본인이 직접 제공하거나 확정되지 않은 홈택스 자료를 가져오는 방식이었고, 회사(사업자)가 보유한 실시간 급여 정보는 직접 확보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사용자는 ‘대략적인 예측’은 가능했지만 완벽한 확정 결과까지는 얻지 못했는데요.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토스인컴은 급여 관리 서비스 자체를 직접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급여 지급과 세금 계산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전혀 새로운 세무 경험이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토스인컴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핵심 문제는 어떤 지점인지 궁금해요.
연말정산, 종합소득세 환급을 중심으로, 모든 환급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는 게 토스인컴의 첫 번째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단순 점유율의 확대가 아니라, "환급을 받을 때는 무조건 토스인컴을 쓴다"라는 국민 인식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환급은 고객 경험이 가장 강력한 순간이기도 하거든요. 세무는 보통 납부나 추징처럼 부정적 경험 중심인데 비해 환급은 긍정적 경험이기에 재이용과 추천 등 브랜드 충성도를 가장 빠르게 구축할 수 있어요. 그렇게 환급으로 첫 경험을 한 고객은 세무나 소득, 자산 관리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확장할 수 있고요. 그만큼 가장 완벽한 환급 엔진을 만드는 게 토스인컴의 핵심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급? 당연히 토스인컴”이라는 시장 인식을 만드는 거죠.
Q. 그럼 좀 더 범위를 좁혀서 여쭤볼게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올해의 시장 전략은 무엇일까요?
이번 연도 큰 전략의 방향은 '비사업자'에서 '사업자'로의 확장입니다. 상반기에는 세금 환급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해 나가며 1위 사업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반기에는 사업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방향을 생각 중인데요.
지금까지 토스인컴은 비사업자 중심으로 급여소득자 대상 연말정산 다시 점검하기, 프리랜서 대상 종합소득세 신고 및 환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득과 세금 문제를 가장 쉽고 정확하게 해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왔는데 2025년 하반기부터는 사업자도 소득과 세금을 쉽게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도록, ‘사업자용 세금 Home’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에요.
특히, 소규모 개인사업자(1인 사업자, 프리랜서형 사업자), 스타트업·소규모 법인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여, 이들의 매출 및 세금 관리, 원천징수 및 부가세 납부, 비용 처리 등을 기술 기반으로 쉽게 풀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예정입니다.
Q. 토스를 써보면 ‘쉽고 간편하다’는 경험이 강하게 들어요.
토스인컴도 사용자에게 기존의 세무 서비스들과는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 지점은 무엇일까요?
‘쉽고, 확실하고, 정확한 세무 서비스’를 지향해요. 토스인컴은 사용자가 세무를 ‘쉽게 느끼게’ 하고, 동시에 결과가 확실하고 정확하다는 신뢰를 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별도로 자료를 모으거나 입력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결과를 한눈에 검토할 수 있도록 보여주죠. 그리고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고객의 의문을 없애는 데 집중해요. 그 결과 고객은 서비스를 쓰면서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기대하는 ‘금전적 이득’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무엇보다 토스인컴은 ‘토스’라는 슈퍼 앱 생태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가입, 본인 인증, 결제, 알림, 데이터 연동 등 전반적인 과정이 굉장히 매끄럽고 빠른 걸 느끼실 거예요. 디자인, 인터랙션, 메시지 등 모든 터치포인트도 일관되어 있어 고객은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죠. 토스의 강점을 그대로 활용해 세무를 고립된 전문 서비스로 보지 않고, 금융 생활 전반과 연결되는 필수 서비스로 포지셔닝 할 겁니다. 토스에서 금융 활동을 할 때마다 자연스레 세무 서비스와 연결되도록 설계하며 발전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