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와 함께한 지 어느덧 23년 차가 된 김석훈 CTO는, 큐텐재팬 인수 초기부터 현재의 이베이재팬 테크팀을 이끌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해 왔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는 마치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읽으며 항로를 조율하는 선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팀원들이 동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조직의 속도와 방향을 섬세하게 조절하고 있던 그에게 이베이재팬의 여정과 기술 리더로서의 고민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다.

한국과 일본,
다름을 극복하는 방법
Q. 안녕하세요! 본부장님과 조직 소개를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이베이재팬 테크본부 CTO 김석훈입니다. 큐텐재팬을 인수하면서부터 쭉 이베이재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초기 15명이었던 시절에 리쿠르팅 할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130명 정도 되는 테크본부를 총괄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을 강점으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큐텐재팬’ 사이트를 기획에서부터 개발, 사이트 인프라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Q. 한국에서 일본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특이한데 본사는 또 미국이더라고요?저희가 특이한 포지션이긴 해요. 기본적으로 미국 회사라 영어로 대화할 일도 많고 한국어, 영어 등 각각의 언어를 달리해 회의를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어학 지원도 해주고 통역이 지원되긴 하지만 업무에 대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하게 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워낙 회의 때는 전문용어나 약어를 사용할 때도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은 AI를 활용할 수 있으니 언어에 있어서 허들이 많이 낮아진 것 같긴 해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를 보니 거의 실시간 통역이 되는 수준이더라고요. 그래서 인재를 채용할 때 영어나 일본어 같은 언어적 역량 보다는 AI를 활용해서 본인의 언어나 업무에서 효율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Q. 한국에서 ‘큐텐재팬’이라는 일본의 이커머스를 만들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왔을 것 같아요.맞아요. 어느 날 일본에 계신 직원 분이 위시리스트가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셨어요. 그 당시에 든 생각은 위시리스트를 강조하는 게 과연 효과적일까? 의심이 들었는데요. 왜냐하면 한국 분들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다 넣은 다음 거기서 삭제하거나 지금 사야 할 거를 체크하면서 주문하는 패턴이거든요. 그런데 큐텐재팬의 데이터를 보니까 위시리스트를 사용하는 비율이 너무 높은 거예요. 알고 보니 일본 고객 대부분은 우선 위시리스트에 상품을 넣고, 거기서 살 것만 골라서 장바구니로 보내는 형태로 구분해서 쓰고 있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한국에 있다고 절대 감으로 일을 하면 안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일본에 계신 직원분들, 고객들의 목소리도 늘 중요하게 들으려고 하고요. 무엇보다 더욱 데이터를 살펴보고, 데이터에 따라 개선하고 있습니다.Q. 큐텐재팬,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조금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정말 유명한 이커머스더라고요.큐텐재팬은 일본 내의 뷰티 영역 판매로는 1등이에요. 고객 분포로는 일본의 1020 여성 고객이 80%를 차지하고요. 그분들은 일본 기성세대와 달리 한국 제품이라고 믿지 못하거나 낯설어하는 세대가 아니에요. 이미 부모 세대 때부터 한류라는 것이 있다는 걸 보고 자랐고, 한국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게 저변에 깔려있는 상태라 오픈 마인드로 한국 제품을 잘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 고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접속하는 사이트가 저희 큐텐재팬이 된 것 같고요. 사실 저희가 인지도로는 큐텐재팬보다 ‘메가와리’라는 할인 이벤트가 더 앞설 만큼 강력해요. 그때는 하루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기도 하고요. 순간 트래픽으로 치면 거의 10배 이상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이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늘 테크 본부에서 긴장하고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모두가 놀란 회사의 성장 궤도
Q. 큐텐재팬은 정말 꾸준히 성장했더라고요.
이렇게 잘 된 비결이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처음 저희가 큐텐재팬을 인수했을 때는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메가와리 같은 큰 할인 행사 한 번만으로도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성장했죠. 솔직히 얘기하자면 일본에서 한국 회사가 들어가서 성공한 사례로 생각나는 게 딱히 없어요. 잘 된 건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시기를 잘 맞춘 영향도 큰 것 같아요. 저희도 일본에 들어가서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하는 상품군은 한국 상품이거든요. K-culture 붐이 일어나고, 한국 제품들이 어느 정도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죠. 시기적으로 코로나로 한국에 못 넘어오는 상황에 저희가 상품을 잘 준비한 영향도 있을 테고요. 여러 가지가 다 맞춰져서 기세 좋게 잘 올라탄 것 같아요.
Q. 미국에 있는 이베이도 이베이재팬의 성장을 놀라워 할 것 같아요.
그럼요. 처음에 미국의 eBay 비즈니스가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큐텐재팬은 상대적으로 작은 서비스로 여겨질 수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큐텐재팬이 크게 성장했어요. 이베이 본사에서 서밋을 할 때도, 이베이의 제이미 대표도 계속 저희를 언급하더라고요. 일본의 Qoo10 사이트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고요. 특히 뷰티 카테고리에 집중한 성장이 인상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그리고 eBay는 워낙 규모가 큰 회사다 보니, 연간 거래액 성장률이 대체로 한 자릿수에 그칩니다. 반대로 큐텐재팬은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큐텐재팬의 빠른 성장이 eBay 글로벌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확실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Q. 그렇게 계속 성장하는 회사는 내부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아요.
회사가 계속 잘되다 보니까 분위기나 기세가 매우 좋은 편이긴 합니다. 대부분 직원분들은 회사가 발전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연봉과 복지혜택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회사가 얼마만큼 잘 되고 있는 중인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동료분들이 얼마나 자신이 이런 성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고 있느냐가 회사 분위기와 성장에도 중요한 거 같아요. 요즘 한국의 전자상거래가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만, 여기는 뭘 해도 잘 되는 것 같아서 너무 재밌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결국 회사가 잘 되는 것이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서비스가 커지는 만큼 일이 바빠지고, 구성원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잖아요.
한국 회사는 규모가 커지면 사람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잖아요. 그게 맞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글로벌 회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많이 뽑아주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희는 계속 규모가 커지니까 분명히 할 일이 늘어나겠죠. 각자의 업무에 대해서 지금 효율화를 해놓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은 더 힘들어지니까 고민해서 스스로 AI를 쓰든, 툴을 만들든 업무 효율화를 해둬야만 다음 일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버렸죠. 이런 문화가 기본으로 깔려있어서 구성원들도 본인의 업무에서는 계속 효율화하기 위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업무 효율화라고 한다면 AI를 활용하는 방향일까요?
이베이재팬은 신기술 도입과 활용에 대해 얼마큼 열려있는지 궁금해요.
AI 툴을 쓰느냐, 안 쓰느냐에 따라 효율성이나 능력 차이가 나는 건 이미 확실한 거라 적극 권장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서 제가 신경 쓰는 건 회사 내에서 AI로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AI를 사용하기 위한 비용은 회사에서 다 지원해 주고 있어요. 교육비라고 책정된 게 이미 있어왔지만 그 안에서 사용해도 되고 좀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야기하라고 말했어요. 지금도 '#AI실험일지'라는 슬랙 채널이 있는데요. 구성원들이 계속 툴을 쓰고, 레퍼런스를 올리고 있어요. 테크 본부는 이 공유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배워가는 단계예요.

기술로 여는 이베이재팬의 새로운 챕터
Q. 2025년, 테크본부와 본부장님이
제일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요즘에는 딱 두 가지예요. 하나는 시스템 측면으로는 평소에 쓸 수 있는 분량보다 메가와리 같은 대형 이벤트가 들어왔을 때 대용량 트래픽을 견뎌내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미션이 가장 클 것 같아요. 보통 MSA라고 표현하는데요. 예를 들어 노트북 한 대를 한 명이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트북은 한 대인데 10명이 쓰려고 하면 시스템이 느려지거나 멈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노트북 10대를 살 수는 없잖아요. 서버, 데이터 센터 등 다 비용이니까요. 결국은 시스템을 잘 나누어서,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하는데요. 러프하게 설명드렸지만 10명이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저희의 기술 미션이에요. 그 미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핸들링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결국 전에 말했던 AI가 될 것 같아요. AI를 통해서 얼마만큼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것이냐, 그리고 AI를 통해서 일본 고객들에게 어떤 부가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죠.
Q. 큐텐재팬이 AI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로 변화할지 궁금해요.
앞으로 테크본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힌트가 될 수 있을 거 같고요.
이때까지 고객이 검색해서 알게 되는 정보는 결국 셀러가 입력하는 상품명이나 설명 정도예요. 고객이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 안에서 맞는 걸 보여줘왔던 건데 이제 그 시대는 지나갔죠. ChatGPT도 내가 질문을 던지면 그 답변이 정말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제안해 주는 거잖아요. 보다 고객들에게 관련도가 높은 검색 결과나 개인화를 해주기 위해서는 풍부한 데이터에 대한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요. AI를 활용해 데이터 확보를 하고 있고,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고객들에게 제안해 줄 수 있는 단계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새로 합류하게 될 분들에게는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보자면 5년 차 개발자가 되면 어느 정도 개발 수준은 올라갔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은 본인의 경험과 소스를 활용해서 연관된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겠죠. 그 과정에서 이베이재팬에 합류한다면 AI와 함께 동반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내가 이 비즈니스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결국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은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한테 항상 ‘저희는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개발자를 정말 좋아하니, 궁금한 거는 언제든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Q. 성장성, 대용량 트래픽, AI를 활용한 업무라는 부분은
확실히 이베이재팬에서 겪을 수 있는 커리어 경험인 것 같아요.
또 이베이재팬만의 강점이 있을까요?
저희는 글로벌 경험이 가능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곳이에요. 본사가 미국이니까 한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빼고 프로세스는 다 미국 프로세스고요. 심지어 이메일도 1/3은 영어로 옵니다. 그렇다고 본사가 간섭한다고 느껴지는 측면은 없고요. 오히려 문제가 있을 때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예전에 저희가 기술적인 문제를 겪었을 때 이베이 CTO에게 도움을 청했거든요. 그랬더니 헤더급 되는 개발 실장분들이 모두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케이스를 설명해 주시고 제안해 주시더라고요. 이베이가 그동안 겪어온 시행착오들을 통해 얻은 자산을 활용하고 도움받을 수 있다는 건 시간, 비용 측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인 것 같아요. 영어가 가능한 구성원들은 자신의 연구내용을 가지고 미국에서 발표할 기회도 얻을 수 있고, 미국 등 해외에서 일해볼 수도 있으니 합류하셔서 꼭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잡아가시길 바라요.
그리고 저희는 계속 발전하는 회사이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부분들이 늘 등장해요. 이미 최적화를 이루는 단계의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분야 외 다른 것을 해보는 게 정말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해보고 싶은 분야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대부분 기회를 주는 문화입니다. 그러니 본인의 전문성을 쌓아보고 싶은 쪽으로 지식을 쌓아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만든 기술력을 한번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져가실 수 있을 겁니다.

WORK RECIPE 🍴
Q. 일할맛 난다!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결국 저희가 성장을 했던 포인트마다 일할맛 난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모든 테크본부의 인원들이 고민해서 만든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분들이 너무 좋아하는 걸 봤을 때도 좋죠. 기획자도 개발자도 사용하는 고객이 많은 플랫폼에서 반응을 느끼면서 일을 한다는 건 중요하거든요.
Q. 이베이재팬에서 일하는 맛은 어떤 건가요?
마라맛. 약간 매울 수도 있지만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갈 수 없는 마라의 맛
👉 <일할 맛> 시리즈 보러 가기 글∙사진 권하영 원티드 콘텐츠 PM발행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