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세일즈와 마케팅을 오가며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해 봤기 때문에 본인만의 전문성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 역시 무수한 변화를 맞닥뜨리며 두려울 때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면 부족함을 인정하고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여전히 안주하지 않고 배움을 찾는 그에게 직장인으로서 한 번쯤 해볼 만한 고민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회사를 선택할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Q. 소피아가 커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고운세상코스메틱에 오기 전까지의 커리어 여정이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화장품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B2B 전문 무역 회사의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죠. 그러나 조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다 보니 자유로운 환경에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B2B보다 대중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소비재 산업이 궁금해졌기에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회사로 이직해 5년 정도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했어요. 출산 이후 아이의 건강 문제로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이가 건강해지자 다시금 즐겁게 일한 일터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고운세상코스메틱으로 오게 됐죠. 벌써 만으로 10년이 다 돼 가네요. 시간이 참 빨라요.
Q. 여러 회사 중 고운세상코스메틱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비재인 화장품 회사로 업계를 옮기면서 회사의 철학이 저의 가치관과 맞는지 보게 됐어요. 이전 직장 역시 피부과 전문의가 창립한, 좋은 제품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회사였거든요. 그래서 다른 화장품 회사들 역시 소비자를 위해 높은 기준을 갖고 제품을 만들 거라 생각했었는데, 면접 과정에서 많은 회사가 당장의 판매와 매출에만 집중한다는 걸 알고서 조금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저는 제가 담당한 제품을 자신 있게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싶거든요. 내가 만족할 수 없는 제품은 소비자나 지인에게 진심을 다해 소개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고운세상코스메틱 면접 과정에서 창업자이신 안건영 회장님을 뵙게 됐는데, 잠깐의 대화였지만 회사가 피부를 위한 제품 개발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고 ‘아, 이 회사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입사해 보니 제가 생각한 게 맞더라고요. 회사의 철학과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깊게 고민하는 리더들의 이야기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듣고 있거든요. 저 역시 회사의 영향을 받았는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도 늘 빠른 길보다 바른길을 택하고 있어요.
Q.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온라인영업팀 팀장으로 입사하셨어요. 처음 리더가 된 만큼 걱정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리더가 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제대로 리더를 맡아본 건 처음인데, 세일즈는 당장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팀원들을 챙기기보다 매출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팀원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기도 했죠. 그때부터 어떤 리더십이 나에게 맞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여러 리더십 모델을 적용해 보며 저와 어울리는 리더십을 찾아 나가려고 했어요. 신임 팀장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여러모로 많았지만,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매출도 오르고 제게 어울리는 리더십도 찾게 되더라고요.

익숙함보다 새로움을 선택할 때 열리는 기회
Q. 소피아는 고운세상코스메틱 영업팀장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이후 마케팅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사업본부 리더(상무)자리에 오셨잖아요. 직무 이동 기회가 주어졌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게 만든 소피아만의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주저 없이 도전한 건 아니에요. 영업팀장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직무 이동 제안을 받고 나서 거의 반 년을 고사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제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영업팀장에서 마케팅팀장이라는 엄청난 도전을 한번 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두려움이 좀 덜했어요. 마케팅본부장에서 다시 영업본부장이 됐을 땐 거부감이 크지 않았거든요. 이후에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에 ‘한번 또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직무 이동은 제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기회였어요. 만일 그 기회를 잡지 않고 놓쳤다면 절대 지금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익숙함을 벗어나 변화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제자리에 머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이제 너무 잘 알게 됐죠. 앞으로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더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Q. 돌이켜 보니 기회였지만, 당시에는 두 영역을 오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쉽지만은 않았죠. 게다가 예전에는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를 오간 저의 커리어에 아쉬움도 느꼈어요.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만이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채널이 주목받게 되면서 두 분야로 쌓아온 경험이 빛을 보게 됐어요. 이커머스는 세일즈와 마케팅의 시너지가 중요한데, 두 분야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양쪽을 경험한 덕분에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그 어떤 경험도 의미 없는 건 없어요. 내가 마주한 모든 경험이 성장의 자양분이 돼 실력을 무럭무럭 자라게 만들어 주니까요.
Q. 소피아는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시나요? 소피아가 되고자 하는 리더는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해요.
제가 속한 글로벌사업본부에 신임 팀장이 생기면 꼭 당부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성과만큼 사람(팀원)도 중요하게 챙기라는 말이죠. 처음 팀장이 되면 성과 그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팀원들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저는 직책에 상관없이 리더라면 팀원들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혼자서 여러 명의 몫을 해내는 스타플레이어는 유능하더라도 좋은 리더가 될 순 없어요. 리더 자신이 주목받기보다 뒤에서 팀원들을 목표 지점으로 이끌어가며 팀 전체를 주목받게 하는 게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요.
물론, 리더마다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리더십은 다를 거예요. 또, 직무와 조직의 형태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도 다르겠죠. 저 역시 저만의 리더십을 찾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영업팀장으로서 성과에 집중하며 카리스마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적도 있고, 마케팅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며 지지해 준 경험도 있죠. 요즘은 큰 방향성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팀원들이 결정권을 갖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하는데, 한 팀원이 이 정도로 일에 몰입해 본 적은 처음이라며 감사함을 표하더라고요. 리더가 팀원들을 믿고 지지해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20년 차 시니어가 일을 대하는 태도
Q. 많은 직장인이 3년 차, 6년 차, 9년 차가 되면 다니던 회사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이직을 꿈꾸곤 하죠. 그런데 소피아는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만 10년 이상 근무했잖아요. 오랜 시간 일하고 싶게 만든 고운세상코스메틱만의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회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저의 성장 역시 중요하잖아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개인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곳이에요. 그동안은 회사의 의미가 단순히 일하는 곳이라는 개념이었는데, 고운세상코스메틱에 다니며 회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됐어요. 더 이상 회사는 저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에요. 저란 사람의 능력을 온전히 믿으며 수많은 기회를 주는 곳,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성취를 얻어내며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일을 통해 자존감을 채울 수 있게 되니 자연스럽게 일의 재미는 따라오게 됐어요. 매 순간이 도장 깨기 같지만, 일이 재밌으니 구태여 재미를 찾아다닐 필요를 못 느끼고요.
10년 전의 저는, 제가 마케팅과 세일즈를 경험하며 커리어를 쌓아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거든요(웃음). 이 모든 건 회사가 저라는 사람을 믿어주고 증명할 기회를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게다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아프다든지 갑작스럽게 일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는데, 엄마의 역할도 잘 해낼 수 있도록 회사의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서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구성원의 자율성과 책임을 존중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직장인들의 모순된 고민이기도 한데요. 일이 익숙해지면 정체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되지만, 반대로 일이 너무 어렵거나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흥미를 잃게 되기도 하죠.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건 모든 직장인의 영원한 숙제 같아요. 소피아가 20년 동안 즐겁게 커리어를 이어오게 만든 밸런스 유지 비법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믿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10년간 고운세상코스메틱에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요.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또다시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느슨해질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자꾸 새로운 도전을 해내야 하는 상황들이 스트레스지만 재밌기도 하더라고요. 조금 모순적인가요? 처음 맡게 되는 낯선 일을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죠. 그러나 어떻게든 해내고 나면 성취감을 느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한 뼘 더 자란 나를 보며 만족감도 생기거든요. 그래서 자꾸 새롭고 낯선 이 도전을 더 찾게 되고 즐기게 돼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 자체를 즐기게 된 거죠.
물론,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었어요. 퇴근 후 아이와 놀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틈틈이 업무 메신저나 메일을 확인하며 일에 매여 있었거든요. 아이와의 시간을 온전히 함께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요즘은 일은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죠. 소피아 역시 자기 계발을 끊임없이 한다고 들었어요. 소피아는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얻나요? 커리어 정점 자리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소피아의 내적 동기도 궁금해져요.
처음 마케팅을 하게 됐을 땐 마케팅을 잘 모르니 마케팅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세미나도 쫓아다니며 들었어요. 아마 그때 제가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 가장 많은 교육비를 쓰는 직원이었을 거예요(웃음). 또, 업계에서 유명한 파트너사를 섭외해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업무 방식도 배웠어요.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생기면 직급을 막론하고, 질문부터 하는 습관을 가졌고요.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문제를 마주하면 많이 공부하고, 많이 질문해요. 제가 전문가가 아님을 인정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아요.
화장품 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방식이 지금은 통하지 않아요. 그리고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공부는 계속해야 해요. 리더로서 더 좋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려면 실무자들의 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데, 공부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거예요.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저는 여전히 부족하니 배울 수밖에요.
Q. 패기 넘쳤던 신입 사원 때와 달리, 연차가 쌓일수록 안정감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아무래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책임도 커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실패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도전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 같아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두려움을 깨고 싶어 하는 분들을 본다면, 소피아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고운세상코스메틱 구성원분들은 제가 대담하고 당찬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와 오랜 시간 일해 온 동료들은 제가 얼마나 겁이 많은 사람인지 잘 알 거예요(웃음). 그래도 저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르면 슬쩍 시도를 해 봐요. 때론 그 마음이 쌓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실패할까 염려되는 두려운 마음에 소심한 한 발자국을 겨우 내밀 때도 있지만, 어쨌든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내디뎌요.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목표가 너무 높으면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과 압박감이 몰려오면서 시작도 못하게 되잖아요. 무리하게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작은 목표를 잡고 일단 시작해 보세요. 완벽주의보다 완성주의가 되는 거죠. ‘잘’ 하려고 전전긍긍하기보다 일단 ‘해낸다’에 초점을 맞추면서 작은 완성을 쌓아 보세요. 이런 작은 성공 경험이 모여 내면의 단단함을 만들고, 그걸 동력으로 삼아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으니까요.

WORK RECIPE 🍴
Q. 일할 맛 내는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요?
리더와 동료들의 ‘인정’을 받을 때 일할 맛이 나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듣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내가 한 결정이 틀린 게 아니구나라는 확신도 얻게 되고, 그간의 노력이 의미 있게 평가받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거든요. 그래서 저 또한 후배들의 성과에 작더라도 인정하는 말을 전하려고 해요.
Q. 일할 맛 내는 나만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주어진 일들을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거요. 어려운 과정을 뚫고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일의 재미는 물론이고 저의 자존감도 높여주죠. 저에게 일은 자존감과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예요.
Q.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 일하는 맛은 어떤 건가요?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맛도 가진 ‘시나몬’ 같은 맛이에요. 카푸치노 위에 얕게 뿌려지는 시나몬 가루는 커피의 감칠맛을 돋우지만, 계피를 우려낸 차를 한 모금 마시면 계피 특유의 톡 쏘는 강한 맛을 느낄 수 있죠. 고운세상코스메틱 역시 언뜻 보기엔 달콤해 보이지만, 제대로 맛보면 강렬한 맛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 <일할 맛> 시리즈 보러 가기 글 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 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