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지 못한 것을 새로 시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기 마련. 그러나 그는 동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일의 즐거움을 만드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주어진 일을 그저 하기보다 ‘왜’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한다는 그에게 HR로서의 생각을 물었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든든한 동료가 있다면
Q. 엘레나가 HR로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HR에는 채용, 조직문화, 평가보상, HRD 등 여러 세부 직무가 있지만, 저는 그중 페이롤과 노무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같은 업무로 지속해서 커리어를 쌓아오다 보니 탄탄한 전문성은 갖게 됐지만,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HR로서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경험할 수 있는 고운세상코스메틱에 합류하게 된 거예요. 입사해 보니 페이롤과 노무 업무는 물론이고, 복리후생 기획, 채용, 조직문화, 평가보상 등 HR의 A부터 Z까지 맡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회가 많아서 처음에는 놀랄 정도였어요. 현재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지원실의 인재성장팀에서 인사운영 및 평가보상 업무에 집중하며, 보다 뾰족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Q. 다른 회사가 아닌 고운세상코스메틱과 함께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왜 고운세상코스메틱이었나요?
사실 이직할 당시에는 주니어 HR이었기 때문에 많이 배우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고, 고운세상코스메틱이 그런 회사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결정했어요. ‘꼭 이 회사여야만 해!’는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5년 차가 된 지금 “왜 아직도 고운세상코스메틱에 다니세요?”란 질문을 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어요. “훌륭한 동료들 때문에요.”라고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지치는 일도, 때론 좌절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럴 때마다 제가 고민하는 문제를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팀원과 “제가 어떤 걸 도와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리더가 있기에 오랜 시간 힘들어한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문제처럼 함께 고민해 주시기 때문에 위로도 받고, 실질적인 해결책도 찾게 되거든요.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에요.
Q. 듣다 보니 엘레나는 동료들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동료들과 함께한 수많은 순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정말 많은 순간이 있지만 두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려 볼게요. 첫 번째는 2년 전에 갔던 제주도 전사 워크숍이에요. 평소 눈물 없는 제가 처음으로 팀원들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거든요. 200명 규모의 워크숍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다행히 메인 저녁 행사까지 잘 마치고 동료들과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어요. 한 동료가 시원한 맥주를 따르며 “이제 다 끝났네요. 우리 정말 고생 많았어요.”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짧은 한마디에 팀원들과 울고 웃으며 고생했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래도 해냈다!’라는 안도감이 들었거든요. 어쩌면 이런 게 단단한 팀워크가 아닐까요? 어려운 걸 매번 함께 해내는 동료들이 곁에 있어서 항상 고맙고 감사해요.
또, 작년 연말 전사 송년회에서 수퍼보배상을 받았던 순간도 기억에 남아요. 수퍼보배상은 ‘보’고 ‘배’울 수 있는 동료를 투표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에게 주는 상인데요. 100% 동료들의 투표로 받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에 누구보다 동료들을 많이 생각해야 하는 HR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서 정말 기뻤어요. 일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거나 미숙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생각한 날은 자기 전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며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았는데, 그런 숱한 날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 순간이었어요.

회사와 구성원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Q. 주니어 시절과 달리, 5년 차 HR이 되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주니어 때는 기준이 높으면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복지가 파격적이면 사람들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할 거라 믿은 거죠. 한번은 팀장님께서 인사제도나 복리후생 기획 아이디어를 요청하셨을 때 저는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단순히 지금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했거든요. 그랬더니 제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땐 몰라서 보이지 않았지만, 5년 차가 된 지금은 어떤 게 문제였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어요.
모든 제도는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과 Why를 고민한 뒤 나와야 해요. 그래야 제도의 취지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상세히 설명했을 때 구성원을 납득시킬 수 있겠죠. 이런 깨달음을 얻은 후 인재 경영과 직원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방향성에 맞는 제도를 찾고자 노력했고, 구성원의 특성과 생애 주기를 고려한 ‘무이자 주택자금 대출’ ‘본인 및 가족 질병 치료비 지원’과 같은 제도를 도입했어요. 실제로 구성원의 만족도도 높았고요.
Q. 절대적인 기준을 높이기보다는 회사에 맞는 복지를 도입하는 게 중요한 거네요.
맞아요. 연차가 쌓일수록 파격적인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의 기준은 아니라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더 중요한 건 구성원들이 고운세상의 구성원답게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요.
Q. HR로서 어떨 때 어려움을 느끼시나요?
HR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은데, 회사와 구성원의 입장을 모두 공감하되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어려워요. 한쪽의 의견에 치우치지 않으려면 같은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바라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구성원임에도 구성원이 아닌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동료분들이 저를 믿고 자신의 고충이나 조직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실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듣고 있어요. 가끔 제 선에서 당장 해결해 드릴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할 때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씀해 주시는 거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책을 찾아보려 노력해요.
Q. 같은 구성원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이런 어려움을 엘레나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궁금해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동료들에게 의지합니다(웃음). 당장의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동료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생각이 전환되고 확장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때론 혼자서 긴 시간 고민에 잠겨 있을 때가 있는데, 놀랍게도 동료들이 먼저 눈치를 채고 “엘레나, 고민 있어요? 어떤 거예요. 말해 봐요.”라며 다정하게 참견하기도 해요. 그런데 아무리 동료들이 발 벗고 도와준다고 해도, 문제에 대한 정의가 스스로 잘 내려져있지 않으면 도움을 제대로 받기 어렵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일단 혼자 먼저 깊게 고민한 뒤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Q. 성장지원실은 매월 본인의 업무를 회고하는 그로스데이(Growth Day)를 갖는다고요. 끊임없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발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로스 데이에서 엘레나가 찾은 업무 인사이트를 살짝 공유해 주신다면요?
매 그로스데이 때마다 저는 ‘내가 한 업무가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을까?’를 고민해 봐요.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기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에 필요한 일이 맞는지, 만일 맞는다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인지까지 염두에 두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일을 마쳤을 때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거나 사실은 불필요한 일이었다거나, 그저 ‘했다’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로스데이를 진행했던 시간 동안 자신 있게 성과를 보여준 적도 있고, 반성을 더 많이 한 날도 있어요. 그래서 고통스러운 적도 있고요(웃음). 그래도 이 시간 덕분에 나의 성과를 정의하며, 더 집중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 나가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점을 찾는 방법
Q. 엘레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건 때로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엘레나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궁금해요.
최근 아이돌 장원영 씨가 부정적 상황에서도 ‘럭키비키’라고 말하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저는 모든 상황에서 ‘럭키엘레나’라고 웃으며 넘기지는 못해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피하고 싶은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반씩 가진 지킬앤하이드에 더 가깝죠(웃음). 다만, 저는 제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확히 마주한 뒤 받아들여요. 걱정과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되 ‘그래도 일단 해보자.’라며 시작하거든요.
새로운 일을 펼쳐가는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얻고 싶은 결과물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해요. 그다음 일단 시작해야 하죠. 시작하다 보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하나씩 보이게 되고,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닿아 있을 거예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새로운 업무가 두렵고 싫기 보다 다시 한번 해내고 싶은 도파민 요소가 될 수 있죠.
Q. 두려웠지만 어떻게든 해냈던 경험이 있다면 하나만 공유해 주세요.
리더부터 팀원까지 다양한 동료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동료 성장 피드백’을 개선한 경험이 떠오르네요. 시작에 앞서 기존 동료 성장 피드백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문제를 정의했고, 방향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리더의 조언을 받으면서 피드백 문항과 진단 방식, 진단 후 결과지 양식과 내용을 심도 있게 고민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끝없이 들었지만, 목표를 상기하며 개선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실제로 전보다 더 도움이 됐다는 동료들의 반응을 듣게 되어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완벽한 건 없기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개선할 점이 다시금 생길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두려움 없이 고쳐나갈 자신감을 얻었어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엘레나가 되고 싶은 HR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HR은 리더부터 구성원까지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성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공감하며 듣다 보면, 모두의 말이 다 맞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점이 필요해요. 회사 경영 철학에 대한 확신, 나의 HR 철학이 옳다는 믿음 같은 거죠. 이런 기준점을 나침반 삼아 바른 방향으로 정답을 찾아나가는 균형 잡힌 HR이 되고 싶어요.
또, 연차가 쌓일수록 부족한 것들이 더 많이 보여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요. HR로서 나만의 강점을 뾰족하게 만들어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공고히 다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단순히 기능적인 HR 담당자가 아니라, 조직과 비즈니스 성과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반드시 필요한 HRBP가 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나가려고요.

WORK RECIPE 🍴
Q. 일할 맛 내는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요?
HR로서 구성원의 고민을 해결했을 때 일할 맛을 느껴요.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뿌듯하거든요. 때론 한계에 부딪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방법을 끝까지 고민해 나가요.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더 크게 다가오니까요.
Q. 일할 맛 내는 나만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생각만 하지 않고, 직접 실행으로 옮기는 ‘DOER(실천가)’가 되는 거예요. HR이라는 직업에 진지함을 갖고 사명감이 깊어질수록 작은 행동에도 신중함이 생기지만, 일단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저를 몰고 가 부딪히는 건 일할 맛을 만드는 저만의 비법이에요. 결론이 실패든 성공이든, 배울 점은 무조건 있을 테니까요.
Q. 고운세상코스메틱에서 일하는 맛은 어떤 건가요?
첫 맛은 소주와 맥주가 섞인 씁쓸한 맛으로 시작해 마지막은 달콤한 콜라를 맛볼 수 있는 ‘고진감래주’가 생각나는 맛이에요. 특히 고진감래주 속에 들어가는 콜라는 적은 양이지만, 술의 쓴맛을 본 뒤에 느껴져서 그런지 콜라만 마실 때보다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죠. 이 잠깐 스쳐가는 달콤함은 상당히 중독적이라,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을지도 몰라요.
👉 <일할 맛> 시리즈 보러 가기 글 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 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