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협상에서 조삼모사가 가능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그 순서가 중요함에 있다. ‘조건 후 양보’(Conditions before Offer)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내가 양보할 것이 있으면 그 양보에 조건을 걸어서 조건과 양보를 하나의 묶음으로 딜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조건을 먼저 말하고 내 양보 또는 상대방의 제안에 수락하는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아래 두 가지의 예시를 보자.
예시 1)
- 구매업체: 저희는 올해 가격동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공급업체: 가격동결을 고려하겠습니다. 다만 장기 계약을 체결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시 2)
- 구매업체: 저희는 올해 가격동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공급업체: 장기 계약을 체결한다면 가격동결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시 1)과 2)는 모두 같은 내용이다. 적어도 공급업체에는 말이다. 하지만 예시 2)는 상대방인 구매업체에는 더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질문(Question)과 선언(Statement)이라는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상대방에 공을 주며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고, 선언은 내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라 나의 의지가 상대방에게 다르게 다가가게 된다.
둘째, 중간에 방해하기가 어렵다. 만약 ‘가격동결을 고려하겠습니다’ 까지만 얘기했는데 구매업체가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셋째, 마지막 이유가 가장 중요한데, 상대방(구매업체)이 내 제안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는 본능은 이익을 기대하는 마음보다 손해를 피하려 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뜻이다.
동대문의 상점 두 곳에서 같은 휴대폰 케이스를 다음가 같은 조건으로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있다고 해보자.
- 상점 1) 현금가 10,000원 (신용카드 1,000원 추가)
- 상점 2) 11,000원 (현금 시 1,000원 할인)
두 곳 모두 현금가는 10,000원, 신용카드로는 11,000원이라는 정확히 같은 조건에 판매 중인데 어느 상점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을까?
예측했겠지만 정답은 상점 2가 더 많은 휴대폰 케이스를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조건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프레임으로 다가가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인데 상점 1)은 손실 프레임 (추가 1,000원)으로 상점 2)는 이익 프레임(할인 1,000원)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0원의 이익이 크지 않더라도 1,000원의 손실에 대한 거부감이 큰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 협상에서도 반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