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동종업체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나요?

혹시 동종업체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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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아는 만큼 보이는 노동법_채용편> 시리즈 6화입니다. 


경쟁기업 사이의 인력 스카우트 전쟁


2012년 초 경찰청 산업기술 유출 수사대에 따르면, ○○전자(주)의 전무급 고위 임원이 직접 경쟁 관계인 △△전자(주)의 연구원에게 거액의 금품 제공과 임원 자리를 약속하고 기술정보와 연구원들을 빼내 올 것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국적 기업인 ○○전자(주)의 경영진이 기술력 부족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해 △△전자(주)의 기술과 핵심 인력 탈취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점’에서 무척이나 놀라운 사건이었다. 또 2010년 12월에는 결혼정보 회사가 4개월간 일한 커플매니저를 3년간 경쟁업체로 이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이렇게 지적했다.

“연봉계약서의 근로기간이 5개월에 불과함에도 전직 금지 기간을 훨씬 긴 3년으로 정한 것은 균형에 맞지 않고, 회사가 전직 금지 규정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미리 마련해 입사희망자가 서명하게 하는 방식으로 의무만 지우는 일방적인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회사의 직원들은 경쟁업체로 옮겨가면 안 되는 걸까?


경쟁업체로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한가?


1년 전에도 그랬고 지난달에도 그랬으며 바로 오늘도 많은 회사원이 경쟁 통신회사로, 건설회사로, IT 회사로 이직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상에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퇴직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경쟁업체로 10년간 이동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면, 이것은 법적으로 유효할까? 대법원은 회사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직원의 퇴사 후 경업금지 의무 위반 사례에서 다음과 같이 원칙적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했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에게 퇴직 후 비밀유지 의무 또는 경업금지 의무를 인정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퇴사 후 전직 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전직 금지 약정의 목적, 전직 금지 기간 등에 따라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한지와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는 제한을 두고 있다.

잠깐!!! ‘경업금지’는 무엇을 의미할까? 경업(競業)은 ‘영업상 경쟁한다’라는 뜻이다. 직원이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경쟁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경업금지’라고 한다. 경업금지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직원의 생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므로, 그 효력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쟁업체로 이동하지 못한다’라는 경업금지 의무가 유효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기존 회사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업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전직하지 못하는 기간이 얼마나 길며, 지역적으로 금지되는 범위와 전직 금지 의무에 대한 보상이 어떤지 등을 세세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업체로 전직이 제한되는 ‘영업비밀’이란?


법원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하고 있는 ‘영업비밀’의 요건을 경업금지 의무의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 해당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았어야 한다. (비공지성 또는 비밀성)
  • 해당 정보가 생산방법, 판매 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영업상의 정보로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이어야 한다. (경제적 유용성)
  • 영업비밀의 보유자가 해당 정보를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로서 관리했어야 한다. (비밀 관리성)

다시 말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검색하거나 인터넷을 뒤지면 5분 안에 찾을 수 있는 흔한 정보가 아니라, ‘어디 있는지 모르게 꼭꼭 숨어 있고, 상당한 돈을 내야 얻을 수 있으며, 그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정보’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얼마나 오랜 기간 전직을 금지할 수 있나?


아무리 영업비밀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전직 금지 약정이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되어 있으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겠나. 일반적으로 ‘회사를 옮기지 못하는 기간’인 전직 금지 기간은 해당 전직 금지 약정을 통해 보호하려는 영업비밀의 존속기간에 따라 그 유효성이 결정된다.

다시 말해 직원이 경쟁회사로 옮긴 경우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간 내에서만 전직 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보통 판례에서는 6개월에서 3년의 전직 금지 기간이 유효하다고 본다.

체결한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한 상태에서 만약 직원이 이를 위반해 경쟁업체로 직장을 옮긴다면, 기존 회사로부터 전직 금지 약정 위반을 이유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 거기다 전직금지가처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경쟁회사 인사팀장이 지금 받는 연봉에 몇백만 원 더 얹어줄 테니 오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냉큼 오케이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런 측면에서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회사생활 꿀팁
현재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동종업체에서 입사 제안을 받으셨나요? 그렇다면 입사할 때 전직 금지 약정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전직 금지 약정이 유효하다면 전직 금지 약정 위반으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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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호석 
1998년에 SK에코플랜트에 입사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인사노무 기획업무와 행정업무, SK그룹 HR TF에서 HR/ER제도를 설계하며 인사노무의 다양한 실무를 익혔습니다. 또한 회계, 글로벌마케팅, 현장관리, 상생협력 업무를 수행하며 직무의 폭을 넓혔습니다. 공인노무사, 경영지도사, PHR(Professional in Human Resources)을 취득하며 법과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에서 노동법 전반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였습니다.(lucybaba@naver.com)